Skip to main content
  • Home
  • 중공업 테크
  • 미국 ‘원전 드라이브’ 빈틈, 韓 기업들 핵심 파트너로 부상

미국 ‘원전 드라이브’ 빈틈, 韓 기업들 핵심 파트너로 부상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AI 전력난 심화, 민간 시장 반응 제한적
인프라 건설 외부 자본 의존 전면화
주택 중심 사업 한계 속 돌파구로 주목

미국이 자국 내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높은 건설비와 장기 사업 구조로 민간 투자와 착공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금을 원전 건설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며 해외 자본을 전면에 세웠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원전 공급망과 프로젝트 집행 과정에 깊숙이 편입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실행 공백 속 韓 기업 4조원대 투자

11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현실화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조지아주를 비롯해 신규 원전 가동에 나선 곳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부분 당초 계획보다 가동 시점이 늦어진 데다 건설비용 역시 예상치를 훌쩍 웃돌면서 기업의 자본 투입 흐름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선언이 시장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배경에는 미국 원전 산업이 안고 있는 비용 구조 문제가 자리한다. 미국은 1978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최근 완공된 원전 사례들 대부분 비용 초과를 면치 못했다. 조지아주 보그틀 원전 3·4호기의 경우 기존 계획보다 7년 이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건설비용 또한 기존 계획에서 180억 달러(약 26조4,000억원)를 초과했다. 이 같은 경험은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고, 주요 전력 기업에는 정부의 재정 보증 없는 추가 자본 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면서 24시간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의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상용 보급 시점은 10년 이후로 제시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향후 10년간 추가될 미국 원자력 발전 용량은 9기가와트(GW)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제시한 목표치와의 괴리를 지적했다. 단기 전력난 해소와 중장기 원전 확대 계획 사이의 시간 차가 시장의 관망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원전 확대 속도 저하는 한국 기업에 일종의 기회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와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갖춘 한국 발전·건설 기업들이 미국 내 원전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은 미국 SMR 기업에 총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하며 기자재 공급과 시공 참여를 구체화하고 나섰다. 미국의 원전 확대 구상이 선언 단계에 머무르는 동안 그 빈틈을 메우는 현실적 해법으로 한국 공급망이 부상하는 양상이다. 

미 정부 “한국·일본 자금으로 원전 짓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확대 구상을 실제 집행 단계로 끌어내기 위해 해외 자본을 전면에 세우는 전략은 핵심 인물들의 발언을 통해 보다 분명해졌다. 지난해 12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7,500억 달러(약 1,100조원) 현금 투자를 제안했다”면서 “(이 자금으로) 우리는 예컨대 원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7,500억 달러는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가운데 조선 협력에 투입되는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와 일본이 합의한 대미 투자 5,500억 달러를 합산한 수치다.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병기고가 필요하다”고 짚으며 일본과 한국이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내에서 원전을 건설한 뒤 현금 흐름을 5대 5로 분배하는 구상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원전 건설을 둘러싼 재원 조달 방식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은 미국 내부의 에너지 정책 차원을 넘어 대외 경제 협상과 투자 구조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 11개 주정부가 원전 건설에 가세하면서 원전 확대는 다층적인 국가 사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미·일 간 투자 팩트시트 역시 이러한 구상을 뒷받침한다. 일본은 미국 내 대형 원자로와 SMR, 송전망과 변전소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 최대 3,32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명시했다. 한국 역시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에서 전체 투자액 3,500억 달러 가운데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로 배치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투자 수익 배분과 관련해선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 이후에는 1대 9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국의 원전 확대가 선언에 머물렀던 초입을 지나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실제 착공과 운영을 추진하는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에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복합화력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마타도어' 조감도/사진=페르미아메리카

건설사 에너지 인프라 기업 전환 전략 가속

국내 건설사들의 미국 원전 사업 진입 행보 또한 기업의 사업 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건설은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추진 중인 SMR 건설 프로젝트의 인허가가 급물살을 타면서 착공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DOE)는 작년 12월 자국 에너지 기업 홀텍과 TVA가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를 ‘퍼스트 무버’로 선정하고, 두 프로젝트에 대해 총 4억 달러(약 5,900억원)의 착공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홀텍의 프로젝트 수행 파트너로 현대건설이 명시됐고, 이는 미국 정부 차원의 발표문을 통해 확인됐다.

현대건설은 이에 앞선 지난해 10월에도 페르미아메리카와 대형 원전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내 입지 확대를 서두른 바 있다. 이러한 행보는 국내 주택·토목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인프라를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현대건설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수년간 원전을 비롯해 해상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대규모 국내 프로젝트를 통한 재무적 기반 확대를 병행 중이다. 내부적으로 원전 건설 경험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해외 기업의 EPC 역량을 끌어오겠다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지점이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은 참여 방식과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페르미와 MOU를 통해 향후 프로젝트 참여와 원전 기자재 공급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지만, 향후 일정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물산 또한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개발 협력 중심의 MOU를 체결했으나 구속력 있는 EPC 계약 단계는 추후로 미뤘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되는 유럽 SMR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게 삼성물산의 구상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캐나다 기업 앳킨스레알리스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원자로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며, 한국전력공사와 이탈리아·프랑스 합작 SMR 업체 뉴클레오도 미국 원전 시장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미국에서 대형 원자로 설계 승인을 받은 기업이 웨스팅하우스 한 곳에 그친다는 점은 경쟁 구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중국핵전집단공사(CGN) 등도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지정학적 요인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선임기자
Bio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