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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다섯 곳 중 한 곳, 유럽 AI 도입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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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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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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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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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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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통계가 드러낸 낮은 도입률, 대기업 중심 제한적 확산
실험은 많고 상시 사용은 드문 구조적 간극
정책·교육의 속도 조정 필요성, 역량·신뢰가 관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유럽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AI)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다섯 곳 중 한 곳도 안 된다. AI가 이미 일터 전반을 바꿨다는 통념과 거리가 먼 수치다. 현장의 변화는 더뎠고 도입 범위도 좁았다. 기술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업 구조와 제도 환경이 AI를 핵심 운영 수단이 아닌 보조 도구로 묶어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책과 교육은 AI가 이미 널리 퍼진 상황을 전제로 짜이고 있다. 이 괴리는 투자 판단과 인력 양성 전략을 흔든다. 이 수치를 단순 통계가 아닌 경고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유럽의 AI 도입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기대만 앞서고 준비는 빗나가는 일이 되풀이된다.

수치로 드러난 유럽의 AI 도입 수준

유럽에서의 AI 도입은 여전히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다. 유럽연합(EU) 기업 조사를 보면 AI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약 20%에 그쳤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대기업이거나 지식 기반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내려가면 도입률은 빠르게 낮아진다.

국가별 편차도 뚜렷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기업이 10곳 중 1곳에도 못 미쳤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유럽통계청(Eurostat)이 AI를 엄격하게 정의하고, 기업이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만을 기준으로 집계한 공식 통계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기능이나 일회성 시험 사용은 제외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유럽의 AI 도입은 분명 증가 흐름에 있지만 출발점 자체가 낮다는 점이 드러난다. 동시에 국가별, 산업별, 기업 규모별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서의 생성형 AI 도입 수준과 활용 강도
주: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도입 기업 대부분도 실험적·제한적 활용에 머물러 있다.

실험과 사용은 다르다는 착시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은 주로 다른 조사에서 나온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와 일부 컨설팅 보고서는 절반이 넘는 기업이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포착하는 대상은 제한적이다. 기술 책임자, 대기업 경영진, 초기 수용자를 중심으로 조사된 경우가 많다. 실제 운영이 아니라 관심과 실험 단계까지 포함한 결과다.

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유럽통계청(Eurostat)과 유럽경제정책연구기관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CEPR), 유럽경제·정책분석플랫폼 복스유럽(VoxEU)이 인용한 중앙은행 기업 설문은 질문 자체가 다르다. 일상 업무에서 AI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묻는다. 같은 ‘도입’이라는 표현 아래 전혀 다른 장면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정책은 과열된 기대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반대로 현장의 준비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간극이 교육 과정과 노동시장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혼선의 출발점이다.

기업 규모·산업별로 갈린 생성형 AI 도입 격차
주: 생성형 AI 도입률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급격히 높아지며, 산업별 편차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기업과 제조·유틸리티·기타 서비스 분야에서 도입률이 높게 나타난 반면, 소규모 기업과 일부 서비스 산업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다.

AI가 주력으로 쓰이지 않는 이유

AI가 여전히 핵심 시스템이 아닌 보조 도구에 머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정확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생성형 AI는 여전히 그럴듯한 오류를 낸다. 법적·재정적 책임이 수반되는 업무에서 기업이 최종 판단을 인간에게 남겨두는 이유다.

두 번째는 역량의 문제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관리 체계가 갖춰져야 하고, 기존 업무 프로세스도 함께 조정돼야 한다. 여기에 지속적인 성능 점검까지 필요하다. 대기업에는 가능한 선택이지만, 다수의 중소기업에는 비용과 인력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세 번째는 불확실성이다. 규제 환경과 책임 소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공급업체 표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업무를 특정 AI 시스템에 맡기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위험이 낮은 영역부터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쪽을 택한다. 유럽의 AI 도입이 느려 보이는 이유는 회피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선택에 가깝다.

정책과 교육이 놓치고 있는 지점

문제는 정책과 교육이 이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정책은 AI 확산이 자연스럽게 가속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설계돼 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연구는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생산성 향상은 기술 그 자체보다 업무가 어떻게 재설계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분석이다.

교육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모든 노동자가 고급 AI 활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접근은 현장의 수요와 맞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역량은 결과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며, 제한된 AI 기능을 기존 업무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이다. 정부 조달 역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시연보다 실제 사용 여부와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를 뒷받침할 지역 단위 공동 지원 체계와 중립적 평가 기관도 필요해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도입을 앞당기려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이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정책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현실 인식

유럽의 AI 도입은 실패로 볼 단계에 있지 않다.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국면에 가깝다. 다섯 곳 중 한 곳이라는 수치는 과열된 기대를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신호로 읽힌다. AI는 이미 일터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핵심 운영을 이끌기에는 제도, 역량, 신뢰의 조건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이 간극을 인정하는 것이 전환의 출발점이다. 정책과 교육이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이 흐름을 존중할 때, 유럽의 AI 활용은 일회성 선언을 넘어 반복 가능한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변화는 계획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나의 업무가 바뀌고, 그 방식이 유지되는 순간부터 축적된다. AI 전환의 성패는 이 누적의 속도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ewer Than One in Five: Why the AI Hype Still Misses Most European Workplac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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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