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대만 방위력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정치적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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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예산 급증에도 전력화 지연 정치 분열·제도 교착이 억지력 약화 요인 동맹 신뢰 확보가 대만해협 안정의 관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대만의 방위 역량은 외형상 크게 확대됐다. 2024년 국방 예산은 165억 달러(약 23조5,440억원)로 2015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 확대가 곧바로 실질적 전력 증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산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이를 작전 능력으로 전환해야 할 정치 구조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과 정책 변동성이 존재하는 미국,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한국·일본 사이에서 복합적 안보 압력에 놓여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방위비 증액만으로 억지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확보된 재원이 제도적 교착과 동맹국의 의구심 속에 실전 운용 능력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외교적 지지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억지 실패 시 현장 병력의 사기와 전투 지속 능력 역시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 균열 속 대만 방위 태세
방위 태세는 무기 도입 규모나 예산 총액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장기적 전력 증강은 정치·재정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위비 증가세는 국가 회복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지만,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충분한 판단 기준이 되기 역부족이다.
대만은 2024년 총선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의 대립이 심화되며 헌정 갈등이 구조화됐다. 사법 기능 정체와 예산안 처리 지연은 특별 방위 예산 집행을 늦췄고, 무기 도입 이후의 전력화 과정에도 연쇄적 차질을 초래했다. 무기 구매 계약은 체결됐지만 실제 배치와 운용 준비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더뎌진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확실성은 잠재적 적대국에는 전략적 계산의 여지를 제공하고, 동맹국에는 지원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쟁점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정부가 계획·훈련·정비에 필요한 재원과 권한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미국 투자 플랫폼 에이인베스트(AInvest)는 대만의 방위비 확대가 국내 정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안정성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대형 방산 거래에서 국제 파트너의 신중론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맹이 신중해지는 배경
대만 내부의 불확실성은 동맹국의 전략적 판단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맹국의 지원은 무기와 군수 물자 제공, 공동 작전 및 기지 접근, 정치적 지지라는 세 영역에서 이뤄진다. 미국은 대만 관계법에 근거해 핵심 전력을 제공해 왔지만, 의회 승인과 여론이라는 국내 정치적 제약의 영향을 받는다. 결국 지원의 강도와 범위는 대만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할 만큼 단합돼 있는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에 좌우된다.
한국과 일본 역시 자국 안보 환경과 국내 정치 여건을 우선 고려한다. 두 국가는 미국의 개입 의지와 대만의 내부 결속 수준을 함께 평가하며 지원 범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만이 초당적 방위 전략과 제도화된 단합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의 기지 접근, 군수 지원, 정보 공유 등 운용 차원의 협력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방위 신뢰 회복 위한 제도 정비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 우선 방위 예산을 정쟁의 영향에서 분리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게 핵심 방위 지출과 주요 사업 일정이 유지되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만 중장기 전력 건설의 연속성이 담보된다. 아울러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기동형 방공 체계, 탄약 비축, 분산형 군수망 확충 등 핵심 전력 분야에 대해서는 초당적 합의를 제도화해야 한다. 해당 과제를 정쟁에서 분리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되는 국가 안보 과제로 정착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동맹과의 통합 운용 체계 역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군수·정비 거점 구축과 정례화된 공동 훈련, 물자 사전 배치 확대 등을 통해 정치 변수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상시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일정과 범위가 명확한 징병제 개편과 예비군 지원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민군 회복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사시 사회 전반의 대응 역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제기되는 의문과 현실의 한계
일각에서는 전력의 핵심은 무기 체계와 병력 숙련도이며 정치 변수는 부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기 배치가 늦어지고 유지·보수 예산이 불안정하면 신규 전력 확보만으로는 공백을 보완하기 어렵다. 제도적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 방위 체계 전반의 신뢰도도 함께 저하된다.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면 동맹이 자동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현실과 거리가 있다. 동맹의 군사적 결정은 각국의 정치 절차와 비용·편익 판단을 거쳐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제도적 불안정성은 지원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헌정 갈등을 단순한 국내 사안으로 치부하기도 한계가 있다. 예산 동결과 법적 교착은 방위 역량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회복력을 약화시키며, 이는 국제사회에 대만의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대만은 방위비를 크게 확대했지만, 신뢰성이라는 전략 자산 측면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확보한 재원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전력으로 전환하느냐가 생존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초당적 합의와 예산 보호 장치, 동맹과의 운용 체계 정비, 민군 회복력 강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전력 건설의 연속성이 확보되며, 대만해협의 안정 역시 그 위에서 유지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Taiwan’s defence readiness is unraveling at the seam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