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 임박, 차세대 비만 치료제 주도권 경쟁 속 가격 인하 전면전 발발 전망
입력
수정
세마글루타이드 中 특허 만료 임박, 가격 경쟁 본격화하나 바이오업계, '위고비 대항마' 신약 개발에도 박차 경구용 약물 등 차세대 비만 치료제 선점 경쟁까지 확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중국 내 물질 특허가 이달 중 만료되는 만큼, 저렴한 제네릭(복제) 의약품이 다수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지각변동'을 앞두고 판매가 조정, 경구용 신약 개발 등에 나서며 비만 치료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中 바이오업계,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 항저우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비만 신약 에크노글루타이드(Ecnoglutide) 주사제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성인 과체중·비만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마찬가지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주사제로,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에 중요한 특정 신호 경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중국 바이오 기업 지우위안 지네틱 바이오파마슈티컬은 위고비의 바이오시밀러인 '지커친(Jikeqin)'의 중국 내 판매 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지우위안의 공시에 따르면 지커친은 장기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를 적응증으로 한다. 지우위안은 앞서 완료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인용해 지커친이 44주 치료 후 체중 변화율과 안전성 지표에서 기준약과 임상적으로 동등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현재 중국에서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은 약 10종에 달한다. 이처럼 중국 바이오 시장이 비만 치료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오는 20일 중국 내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20일 이후에는 중국 내에서 오리지널 약품과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가능해지며, 이로 인해 시장의 비만 치료제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중국에 이어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특허가 만료되면 이 같은 흐름은 조만간 전 세계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에 쫓기는 '원조 강자'들
이에 더해 세계 각국의 독자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 움직임도 약값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는 셀트리온이 사중 작용 주사제 'CT-G32′를 개발 중이다. CT-G32는 GLP-1을 기반으로 네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셀트리온은 현재 해당 치료제의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식욕 억제를 넘어 지방 분해 촉진과 에너지 대사 조절까지 작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목표 기한은 내년 상반기다.
한미약품도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를 준비 중으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 약물은 국내 환자의 체형과 체중 특성을 고려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BMI가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비만 관련 질환을 하나 이상 동반하는 환자에게만 처방 가능하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격을 글로벌 주요 제품보다 낮게 책정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7년까지 해당 치료제를 통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가격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커지자, 오리지널 비만 치료제 제조사들은 선제적인 가격 인하에 나섰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에서 위고비 주 1회 고용량 주사제 한 달 치 가격을 1,894위안(약 40만원)에서 988위안(약 2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췄으며, 2027년부터는 위고비와 오젬픽, 리벨서스의 도매공장도가격(WAC)도 35~50% 인하할 예정이다. WAC는 제약사가 도매상에 제시하는 공식 가격으로, 보험사 및 약가관리회사(PBM)와의 협상 기준이 된다. 일라이 릴리도 중국에서 마운자로의 가격을 기존 대비 80% 인하한 450위안(약 1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 붙어
경구용 신제품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경구용 치료제는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 온 주사제와 달리 냉장 보관(콜드체인)이 필요하지 않고, 환자 순응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를 올해 초 본격적으로 상업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일라이 릴리는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오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경구용 위고비 복제약에 대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성공했다. 경구용 위고비의 제형 특허는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에서 2039년까지 유지되지만, 삼천당제약의 자체 제형 기술인 'S-PASS'를 활용하면 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동제약은 올해 중 GLP-1 계열 경구용 신약 후보 물질 ID110521156의 기술 수출과 임상 2상 진입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력 전선 구축 움직임도 속속 관찰된다. 화이자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를 100억 달러(약 14조6,680억원)에 인수하며 △주사형 GLP-1 수용체 작용제 MET 097i △아밀린 유사체 MET 233i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 △영양자극 호르몬 기반 전임상 자산 등 경쟁력 있는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질랜드 파마는 로슈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페트렐린타이드’를 공동 개발 중이며, 최근 임상 2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높은 내약성을 확인했다. 페트렐린타이드는 아밀린 유사체 계열 약물로, 식욕 조절과 위 배출 속도 감소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