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에서 양산까지” 전고체 배터리 시장 진입 초읽기, 마지막 관문은 ‘가격·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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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공개 등 기술 선점 경쟁 본격화
제조 단가 부담 및 수율 관리 문제 여전
한·중·일 경쟁, 생산력·단가 격차 변수

전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가 줄을 잇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실제 차량 적용 시험에 나서면서 기술 경쟁 또한 상용화 준비 국면에 접어들었다. 생산 일정과 적용 사례가 동시에 제시되는 흐름 속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더 이상 이론적인 기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시장 투입을 전제로 한 개발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높은 원가와 까다로운 생산 공정은 해결해야 할 난제로 지목되지만,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주도권 확보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파일럿 생산 나선 기업 증가
20일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 업체 닝더스다이(CATL)는 이달 초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양극 시트, 전고체 배터리 셀, 배터리 장치 및 제조 방법’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CATL은 해당 특허 관련 문서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안정성 및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소재 구조와 작동 방식을 자세히 다뤘다. 불소 함유 리튬염과 황화물 기반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양극 구조로 전해질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 공개는 전고체 배터리가 실제 양산을 염두에 둔 단계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CATL은 이미 에너지 밀도 500Wh/kg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에 착수했으며, 자동차용 60Ah 셀 확장 기술을 중심으로 차량 적용을 전제로 한 설계 또한 구체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CATL은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카이 우(Wu Kai) CATL 수석 과학자는 “2027년 소규모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 중이며, 늦어도 2030년께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전문 기업 팩토리얼과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기존 리튬이온 대비 에너지 밀도가 80% 높은 450Wh/㎏을 구현한 ‘솔스티스(Solstice)’ 플랫폼을 이용해 개조형 EQS로 1,200㎞ 이상을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또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파트너 고티온 하이테크를 통해 에너지 밀도 약 350Wh/kg, 단일 셀 용량 70Ah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차량 테스트에 돌입했다. 이를 양산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최대 620마일(1,000km)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양산을 전제로 한 개발과 차량 적용 검증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흐름도 본격화한 모양새다. 일본 토요타는 자국 정유업체 이데미쓰 고산과 함께 2023년부터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기반 전고체 배터리 양산 기술을 공동 개발해 왔으며, 최근 이를 본격 생산할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2027~2028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스미토모 금속광업과 협력해 고성능 양극재를 확보하고, 종국에는 연간 수백 톤 규모의 고체 전해질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양산 초기 가격 저항 불가피
문제는 높은 생산 원가와 수율 관리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전고체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황화리튬은 기존 액체 전해질 원재료 대비 최대 60배 높은 가격에 거래돼 배터리 셀 단가 전체를 끌어올린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주류로 자리 잡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전고체 배터리는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점까지 맞물리면, 원가 상승은 곧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대중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된다.
제조 공정 역시 양산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과 전극이 빈틈없이 접촉해야 성능이 확보되는 까닭에 셀 내부 물질을 강한 압력으로 밀착시키는 특수 공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이나 접촉 불량이 발생할 경우, 성능 저하로 직결돼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량 생산 단계에서는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산 속도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공정 안정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초기에는 가격 저항이 낮은 영역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셜리 멍 시카고대 교수는 “자동차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고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첫 세대는 당분간 마진이 높은 드론이나 휴머노이드 같은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전고체 배터리의 경쟁력을 가르는 건 결국 가격”이라며 상용화 이후에도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기술 vs. 단가, 주도권 경쟁 심화
이런 가운데 중국은 CATL, 비야디(BYD) 등을 중심으로 해마다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36% 이상을 출원하며 기술 확보와 생산 확대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업계 후발 주자인 화웨이도 지난해 6월 에너지 밀도 400~500Wh/kg 수준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관련한 특허를 공개하며 안정성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인건비 경쟁력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생산 규모 확대에 집중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곧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과 공급 측면에서의 주도권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와 함께 중국은 글로벌 표준 정립에도 나섰다. 중국 자동차표준화기술협의회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전기자동차용 전고체 배터리-제1부: 용어 및 분류’ 표준안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과 정의, 분류 체계를 명문화했다. 이번 단계에서 명칭을 확정한 후 제2부(성능 사양), 제3부(안전 사양), 제4부(수명 사양) 등으로 표준안을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최초로, 해당 표준안은 업계와 학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의 배터리 산업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국가 전략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 이데미츠, 미쓰이금속, TK Works 등 4개 대형 프로젝트에 1,000억 엔(약 9,45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이 확정된 상태다. 일본이 이처럼 적극적인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는 배경에는 시장 확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자리한다. 시장조사업체 SNS인사이더는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억6,000만 달러(약 2,400억원)에서 2033년 24억5,000만 달러(약 3조6,7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파일럿 생산라인 운영에 들어갔으며, 최초 양산 시점은 2027년을 목표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30년 전후로 양산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려 일종의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도 가세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으로, 지난해 말 경기도 의왕에 구축한 파일럿 라인에서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