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가닥, 美 규제안에 시장 구조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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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차별화, 별도 결제 수단 규정 흐름
시장은 결제 속도·수수료 경쟁 격화 조짐
특수 목적 중심 시장으로 재편 가능성

미국 정치권이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정리하면서 관련 법안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논의의 중심에는 단순 보유에 따른 이자는 막고, 거래나 특정 활동에 따른 보상만 일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 원칙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놓여 있다. 수개월째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며 스테이블코인을 어떤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판단도 한층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수요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자, 업계는 이자 대신 결제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전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익형 자산처럼 활용 안 돼”
24일(이하 현지시각)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원과 백악관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과 관련해 단순 보유에 따른 이자는 금지하되, 서비스 이용 등 활동에 따른 보상은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 가상자산 규제의 최대 쟁점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문제가 정치권 협상에서 절충안으로 정리되며 지난 1월 이후 줄곧 교착 상태에 머물던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법안(CLARITY Act·클래리티법)’ 논의 또한 재개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논의는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소와 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권이 첨예하게 맞서온 사안이다. 먼저 가상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에 일정 수준의 리워드나 인센티브를 허용해야 사용자 확보와 플랫폼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수익 기능을 갖게 될 경우, 시중 자금이 은행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자 지급 전면 금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정치권은 단순 보유에 따른 수익 제공은 막되, 서비스 이용에 따른 보상은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은행권의 예금 이탈 우려를 반영하면서도 산업 측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형태다. 그러나 실제 입법 단계에서는 보다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코인데스크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조율 중인 법안 문구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한 잔고에 대해 리워드를 지급하는 구조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이자뿐 아니라 잔고 기반 보상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수익형 자산처럼 활용하는 모델 전반을 제약하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클래리티법을 공동 발의한 앤절라 앨스브룩스(Angela Alsobrooks)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 역시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과 거래 규모 데이터 접근을 제한해 보상 계산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시장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법안 심사가 재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르면 4월 중 법안 심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법안 심사 이후에는 상·하원 표결과 조정 절차를 거치게 되며,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최종 입법이 완료된다.

결제 인프라 경쟁 확대
업계는 보수적인 관측을 토대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산업 협회인 디지털챔버의 코디 카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은행권과의 타협 의지를 밝혔다. 그는 “수익 보상을 포기하는 것은 클래리티법안 통과를 위한 업계의 상당한 양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거래나 특정 활동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상 체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보유에 따른 이익 구조를 제거하는 대신, 실제 서비스 이용을 기반으로 한 보상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이 명확히 제시된 셈이다.
이자 지급이 차단되는 구조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할 유인이 급격히 낮아진다. 단순히 자산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면서 이용자의 선택 기준은 자연스럽게 ‘사용 가치’ 중심으로 이동한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목적을 거래와 결제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흐름이 확인된다. 송금과 결제 과정에서의 처리 속도와 안정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자, 자산 자체의 매력보다 사용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수료 경쟁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수수료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추는 전략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다시 결제 인프라 경쟁으로 이어진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금융에 맞춰 설계한 오픈 레이어1 블록체인 ‘Arc’를 공개했고, 테더는 국경 간 전송에 최적화된 퍼블릭 레이어1 블록체인 ‘Plasma’에 2,400만 달러(약 360억원)를 투자했다. 또 템포는 가맹점 결제에 특화된 정산 레이어를 구축하며 패러다임과 스트라이프의 인큐베이팅을 진행 중이다.
일반 사용자 수요 약화 불가피
다만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 제한되는 구조에서는 일반 사용자의 보유 동기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 보유를 선택할 유인은 줄어들고, 결제와 송금이라는 기능만으로는 기존 금융 수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자라는 요소가 제거된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과 경쟁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능에 특화된 중간 매개체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활용 사례에서도 수요가 유지되는 영역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된다. 테더의 파올로 아르도이노 최고경영자(CEO)는 “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개발도상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생명줄’ 역할을 한다”면서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들 두 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30억 명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는 나라에서 산다”며 “심지어 볼리비아 같은 곳은 거의 모든 사람이 테더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해외 송금이나 기업 간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 역시 기존 금융 접근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가깝다. 오늘날의 안정적인 통화 환경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필요성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르도이노 CEO 역시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현금이 사라진다고 말하기엔 섣부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신중한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