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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4% 돌파하며 유동성 경색 신호, 전쟁·유가·금리 삼중 변수에 시장 ‘관망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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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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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분류되던 국채마저 변동성 확대
사모대출 환매 압박 및 유동성 취약점 노출
포지션 리스크 회피 심리 강화에 시장 경색

중동 전쟁의 여파로 미국 국채 금리가 4%를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리 상승과 함께 채권 수요가 위축되고 거래 유동성까지 급격히 낮아지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채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된 상황이다.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기대도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불안까지 겹치자, 경계심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종전 기대 약화 → 채권 가격 급락 

26일(이하 현지시각)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42%로 전 거래일 대비 0.09%p 급등했다. 또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0%로 전장 대비 0.12%p 뛰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것이란 관측이 채권 금리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같은 날 실시된 7년 만기 국채 입찰마저 수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채권 투매를 부채질한 결과다. 

시장은 유동성 붕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총 30조 달러(약 4경5,180조원) 규모의 미 국채 시장에서 ‘시장 깊이(Market Depth)’는 최근 1개월 사이 50% 이하 수준으로 축소됐다. 특정 가격대에서 대규모 주문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의미다. 단기 국채 선물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물 시장의 깊이는 올해 평균 대비 최대 80%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 정책을 발표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충격 강도로 평가된다.

현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포착됐다. 지난 23일 월가 주요 은행들은 평소 24시간 가동하던 자동 호가 시스템을 일제히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한 직후, 이란 측이 이를 부인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호가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고, 딜러들은 자동 시스템 대신 트레이더 간 직접 협상 방식으로 거래를 전환했다. 이처럼 유동성 공급 장치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채권 시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에너지 가격이 자리한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가능성이 부각됐고, 이는 통화정책 기대를 급격히 뒤집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62%p 상승하며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을 그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 금리 선물 시장이 연내 2~3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추가 인상 여지까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세계 1위 운용사도 환매 대응 난색

또 하나의 악재는 사모대출 리스크다. 최근 사모신용 시장에서는 다수의 대형 운용사에 대규모 환매 요청이 이어지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이달 초 세계 최대 사모신용 운용사 아레스 매니지먼트는 ‘아레스 전략인컴 펀드’에서 순자산의 11.6%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지만,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역시 자사 펀드에서 11.2% 환매 요구가 발생해 동일하게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블루아울캐피털의 기술 중심 펀드에서도 분기 기준 약 15% 환매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압박이 가격 왜곡과 신용 불안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블루아울은 14억 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 대출을 액면가 99.7% 수준으로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정상 거래가 아닌 위험 회피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후 블루아울 주가는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시가총액의 약 60%가 증발했고, 일부 펀드 지분은 순자산가치 대비 33.2% 할인된 가격에 공개매수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무디스는 또 다른 대형 운용사 KKR의 사모신용 펀드를 ‘투기’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이 같은 구조는 다시 유동성 위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모대출은 비유동 자산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분기별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인 탓에 환매 수요가 집중되면 자산 매각 압력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는 금리 상승 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모대출 리스크가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불안과 맞물리며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경색 위험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투자 심리 급격히 위축

시장은 일제히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확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전날 이스라엘 채널12는 미국이 1개월의 휴전을 제안하며 15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를 종전안으로 해석하는 등 협상의 성격을 두고도 보도가 엇갈렸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도 이 지점이다. 전쟁의 경로와 협상의 성격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금리나 유가, 위험자산 가격이 하루 단위로 뒤집힐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에선 공격적인 포지션보다 현금 비중 확대와 거래 축소가 우선순위로 올라간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사모대출을 둘러싼 불안이 겹치며 투자 심리는 한층 더 움츠러들었다. 시장 참가자들이 사모신용의 전체 규모와 부실 분포, 기존 금융권과의 연결 고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더 큰 우려를 표했다. 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과 달리 사모대출은 거래 시장이 얇고 평가 주기도 길어 실제 손실이 어느 구간에서 한꺼번에 표면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금리 수준이 높은 국면에서는 차주의 이자 부담이 누적되고, 전쟁 장기화가 원가와 자금조달 비용을 자극하면 신용 우려는 더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면을 곧바로 2008년과 같은 시스템 위기로 단정하는 시각에는 신중론도 뒤따른다. 사모대출은 다양한 업종과 기업에 분산돼 있어 주택 가격이라는 단일 변수 붕괴가 위기의 출발점이었던 서브프라임 국면과는 결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산업재, 소비재 등으로 차주가 나뉘어 있다는 점도 충격의 동시다발적 확산 확률을 일정 부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시장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 경로를 미리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작금의 시장 기본 전략은 방향성 베팅보다 방어적 배치에 가깝다. 증시 조정을 기업 실적 훼손의 여파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유가와 금리, 공급 차질 우려가 번갈아 가격에 반영되는 장세에선 공격적 확장보다 변동성 관리가 앞설 수밖에 없다. 종전 협상 시점은 물론 사모대출과 같은 위험의 실제 범위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글로벌 시장은 섣부른 낙관보다 유동성 확보와 포지션 축소를 우선하는 냉각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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