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日 희토류 교훈, 탈중국 아닌 리스크 관리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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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희토류 의존도 60%, 탈중국 한계 확인 완전 분리 아닌 공급망 충격 완화가 핵심 중간 공정 투자·공동 비축·인력 확보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이 조치는 일본에 공급망 취약성을 각인시키며 탈중국 대응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도 희토류 수입의 약 59%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이후 일본은 공급망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대규모 투자와 해외 광산 개발 지원, 재활용 확대, 전략 비축을 병행하며 대응 폭을 넓혔다. 현재 서방이 내놓는 정책 상당수도 일본이 이미 거쳐온 접근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응력을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중국 의존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과 어긋나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 아닌 현실적 진전
일본의 성과를 실패로 단정하는 시각은 기준 설정에서부터 어긋나 있다.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전제로 삼는 순간, 평가 자체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중국산 의존도를 90%에서 60% 수준으로 낮췄고, 전체 사용량도 절반가량 줄였다. 공급 다변화와 소재 효율화가 위험을 줄이는 수단으로 작동했음을 입증한 결과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공급망 핵심 공정을 특정 국가가 장악한 구조에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의존을 완전히 끊어내기 어렵다. 일본 사례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을 없애기보다 줄이고 관리하는 접근이 현실적임을 시사한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정책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 최근 논의가 광산 개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공급망 안정은 채굴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분리와 정제, 금속화, 자석 생산으로 이어지는 중간 공정 전반과 이를 뒷받침할 숙련 인력이 함께 조성돼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일본 역시 이 영역을 보강하며 대응력을 높였으나, 그 과정에만 1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산업 역량 격차가 만든 중간 공정 병목
일본과 주요국이 겪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의 근본 원인은 산업 역량의 차이에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9%를 차지한다. 그러나 분리·정제에서는 91%, 영구자석 생산에서는 94%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원광 공급처를 넓혀도 가치 사슬의 핵심 통제권이 중국에 집중되는 구조로, 문제의 중심이 광산이 아니라 공정과 생산 기반, 산업 생태계에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중국의 통제는 원자재를 넘어 완제품과 부품 단계로 확장되며 압박 강도도 높아졌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채굴 확대만으로는 공급망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 중국이 희토류 정제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충당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수요의 40%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탈중국’ 공급망은 단기간에 구축되기 어렵다. 심해 채굴과 같은 대안도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당장의 정제 병목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자본과 인허가, 기술 역량이 맞물려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다.

회복력 강화가 전략의 핵심
탈중국 공급망의 조기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다. 중국산 희토류를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는지보다, 수출 통제나 가격 급등이 발생했을 때 공급망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에 따라 비축 확대와 장기 구매 계약, 가격 지원, 공동 금융 투자와 같은 수단이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최근 일본의 행보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호주·브라질·미국과의 협력은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기보다 시장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비중국 생산자의 수익 기반을 유지하고, 공동 비축 체계를 활용해 가격 변동과 공급 충격에 대응하려는 접근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전략을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를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정작 필요한 정책에 대한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일본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의존도를 60% 수준까지 낮추는 것만으로 수출 통제나 가격 급등의 충격은 상당 부분 완화된다. 물론 비축 확대와 가격 지원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파장은 훨씬 크다. 결국 회복력 확보에 드는 비용은 선택이 아니라 감내해야 할 부담으로 자리 잡는다.
인력 격차가 남긴 마지막 과제
다만 공급망 재편은 자금과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제 시설과 재활용 설비, 연구소를 실제로 돌릴 전문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막대한 보조금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소재 공학 분야로 유입되는 젊은 인력이 줄어드는 흐름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더 큰 문제는 필요한 인력의 성격도 훨씬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단순 채굴 인력만으로는 공급망을 지탱하기 힘들다. 금속과 소재를 다루는 기술 인력부터 지질 탐사, 자석 설계, 자원 안보와 통상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인력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에 맞춰 교육 정책도 조정이 필요하다. 기술 교육기관은 분리·정제 등 공정 중심의 실무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은 자원 외교와 통상법 분야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 중국의 경쟁력은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 생태계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다변화 전략은 실행 단계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간 일본의 희토류 공급망 탈중국 시도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진행돼 왔다. 투자와 정책을 이어간 결과 완전한 자립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응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다른 국가들도 접근을 바꿔야 한다. 공급망 회복력은 단기간에 확보되지 않으며,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더 커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s Rare Earth Lesson: De-Risking Beats the Fantasy of Full Decoupl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