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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vs. 규제” 메타 스마트안경, 유럽 진입 앞두고 ‘설계 재검토’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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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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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및 AI 규제 변수로 출시 일정 지연
모듈형 구조로 설계 방향 재검토 필요성 
북미 판매 증가 및 대중화 조짐과 대비

메타와 레이밴이 공동 개발한 디스플레이 스마트안경이 유럽 출시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일체형 배터리 구조와 실시간 인공지능(AI) 기능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매 개시 일정이 불확실해진 것이다.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 오히려 규제와 충돌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제품 구조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북미에서는 수요 확대와 함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동일 제품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를 보여 이목을 끈다. 

기대감 키운 기술 경쟁과 규제 충돌

2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타와 레이밴이 합작한 ‘레이밴 디스플레이’ 스마트안경은 일체형 배터리 구조와 인공지능(AI)의 사물 인식 기능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유럽 출시가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는 경쟁 제품인 중국 알리바바의 ‘쿼크 AI S1’이나 ‘인모 고 3(Inmo Go 3)’ 등이 이미 배터리 교체형 설계를 마쳤다는 점을 언급하며 “메타가 세련된 유려한 디자인과 가벼운 착용감을 포기하지 않으면, 유럽 시장을 위한 재설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는 지난해 9월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소비자용 안경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처음 선보였다. 한쪽 렌즈에 반투명 화면이 겹친 해당 제품은 현실 시야 위에 메시지·번역·내비게이션 등 각종 정보를 띄우는 기능으로 행사 참여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작은 손목에 착용하는 ‘뉴럴 밴드’로 조절하는데, 근전도(EMG) 기술로 손가락 움직임을 읽어 음악 재생·음량 조절 등 다양한 제어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배터리는 최대 6시간, 충전 케이스는 3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기대도 유럽의 규제 장벽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모든 휴대용 기기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소비자가 쉽게 제거하고 교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명시한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의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2023년 의회를 통과한 해당 법은 기기 제조사들의 설비 변경 기간을 고려해 4년의 유예 기간을 뒀고, 2027년부터 실제 적용된다. 메타는 스마트안경을 포함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예외 적용을 EU 측에 요청하고 있으나, 결과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AI 규제도 또 다른 장벽이다. 당장 오는 8월 적용을 앞둔 EU AI법(AI Act)은 생체 데이터 처리와 실시간 감시에 관여하는 AI 기능에 대해 위험도 기반 평가를 의무화한다. 레이밴 디스플레이에 탑재된 △컴퓨터 비전 △실시간 자막·번역 △시각 기반 AI 어시스턴트 등 핵심 기능이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다. 아울러 프라이버시 문제도 유럽 진출의 발목을 잡는다. 유럽 전역에서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기반한 규제 검토가 진행 중인 까닭이다. EU에서는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 당국 가란테(Garante)가 이미 메타에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공식 질문을 보낸 상태다. 

메타의 스마트안경 '레이밴 디스플레이'/사진=메타

‘일체형 또는 교체형’ 기술적 선택 압박

배터리와 관련한 사안의 핵심은 일체형 구조를 전제로 최적화된 스마트안경 설계가 규제 기준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있다. 유럽의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은 의료 기기나 수중 장비에는 예외를 뒀지만, 스마트안경이나 이어폰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960mWh 배터리를 고성능 접착제로 고정해 안경테 내부에 통합한 구조다. 이는 칩과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동시에 수용하기 위해 설계된 형태로, 사용자가 분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규정을 충족하려면 제품 설계 방향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미다.

설계 변경은 다시 성능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진다. 탈착식 배터리를 적용하면 하우징이 커지고,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착용감이 저하될 공산이 크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 감소와 발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안경은 소형 하우징에 고밀도 부품을 집적하는 구조인 만큼 열 관리가 중요한데, 모듈형 구조는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제약은 제품 경쟁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량화와 디자인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교체형 구조를 구현하는 것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난도가 높은 과제로 평가된다.

시장 반응 역시 이러한 충돌을 반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스페인 유저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디자인이랑 전체적인 컨셉, 단안 헤드업디스플레이(HUD)까지 모두 나한테 딱 맞은 제품”이라며 “올해 유럽에서 살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는 실망을 드러냈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알리바바 인모 에어3, TCL의 레이네오 X3 프로, 이븐리얼리티 등 여러 대체 선택지가 언급됐다. 일부 이용자는 메타가 특정 국가만 선별 출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할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복수 회원국을 전제로 한 규제 체계와 공급·유통 구조를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유럽 시장 분화 본격화

그러는 사이 북미의 스마트안경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했다. HSBC 글로벌리서치에 의하면 스마트안경 착용자는 지난해 1,500만 명에서 2035년 2억8,900만 명으로 10년 만에 1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 시장 규모 역시 2040년 2,000억 달러(약 291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제품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흐름까지 포착됐다.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에서 초기 수요가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메타는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집계에서 메타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안경 시장 점유율 73%를 기록했다. 특히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799달러(약 116만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직전 모델 대비 판매량이 3배 이상 증가하며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메타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목표를 2,000만 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메타의 부품 주문 확대에 따라 올해 글로벌 스마트안경 출하량이 95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 구도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애플은 ‘N50’ 코드명의 스마트안경을 개발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해당 모델에는 스피커·마이크·고해상도 카메라와 AI 기능을 지원하는 추가 렌즈가 탑재될 예정이다. 또 구글은 오는 5월 열리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스마트안경과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을 공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젠틀몬스터·워비 파커와의 협력을 통한 하드웨어·디자인·소프트웨어 결합에 한창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주요 플레이어들의 행보는 스마트안경 시장의 경쟁 축이 기능·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북미는 수요 확대와 공급 확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으로, 유럽은 규제와 물량 제약이 겹쳐 속도가 제한되는 시장으로 구분되는 모양새다. 동일한 제품이 지역별로 전혀 다른 확산 속도를 보이면서 스마트안경 시장은 초기 단계부터 지역별 성장 격차가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표준과 생태계 주도권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형성될 여지를 키운다. 메타 역시 “레이밴 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로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당장은 북미 시장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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