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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팹’ 밀어붙이면서 삼성과 공조? 테슬라 반도체 전략의 두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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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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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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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구도 속 공급망 독립 의지 노출
2나노 첨단 공정 수율 신뢰 확보 과제
파운드리 시장 TSMC 독주 체제 지속
22일(현지시각) 텍사스 오스틴의 옛 시홀름 발전소에서 열린 '테라팹'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발언 중이다/사진=스페이스X

테슬라가 반도체 조달 전략에서의 이중 행보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맡기면서도 동시에 독자 생산 기지를 통한 공급망 자립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단기간 내 양산이 필요한 현실과 장기적으로 반도체를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여기에 첨단 공정 수율 경쟁과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협력과 경쟁이 한데 얽히는 모습이다.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파운드리 시장(반도체 위탁생산)에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 가시화하며 향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도체 자급 체제 구축 시도

26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테슬라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독자 제조 방식에서 선회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고질적인 수율 문제를 공동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인 ‘테라팹(Terafab)’이 들어설 곳으로 텍사스 오스틴을 점찍은 만큼,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의 밀착 공조가 예견된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CEO가 제시한 테라팹 구상은 설계부터 생산, 패키징까지 포함하는 수직 계열화 모델이다.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투자 규모는 최대 600억 달러(약 90조원)에 이른다. 다만 반도체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에 통상 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양산 시점을 앞당기기에는 시간 제약이 분명하다. 이는 곧 테슬라의 반도체 자립 구상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기존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의 공조 시나리오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해법에서 출발했다. 삼성전자가 440억 달러(약 66조원)를 투입해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은 공정률 90%를 넘긴 상태로, 테라팹이 들어서는 오스틴 시홀름 발전소 부지와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조건은 물류와 협업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삼성전자의 인프라를 사실상 전용 생산 거점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초기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 CEO가 직접 생산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22일 태라팹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현재 시장의 반도체 공급 능력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필요한 수준의 2% 남짓에 불과하다”며 기존 제조사들의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머스크 CEO의 테라팹 건설 구상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이는 곧 반도체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수율 안정화 총력전

그러는 동안 삼성전자는 2나노(㎚, 1㎚=10억분의 1m)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 중이다. 업계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최대 60% 이상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분기 만에 3배 이상 개선된 수치다.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된 칩 가운데 정상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60%의 수율은 100개의 칩 중 60개만 양품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첨단 공정일수록 미세 공정 오차와 결함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율 상승은 기술 안정화가 일정 수준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경쟁사인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이 70% 수준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일부 제품군에서 60% 이상에 도달했지만 스마트폰용 칩 ‘엑시노스 2600’의 평균 수율은 여전히 50%를 밑도는 실정이다. 2나노 공정은 회로 집적도가 극도로 높아 공정 변동성에 따른 불량 발생 확률이 크게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동일한 공정을 적용하더라도 제품 종류와 설계에 따라 수율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대규모 고객사 수주를 확보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진다.

수율은 비용과도 직결된다. 한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양품 수가 늘어날수록 단위 칩당 제조 원가는 낮아지고, 반대로 수율이 낮은 상태에서는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웨이퍼와 공정 시간이 필요해져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수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할 경우 수주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와 중국 카난, 마이크로BT 등의 주문을 통해 2나노 공정 경험을 축적 중이다.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제품부터 수율을 끌어올린 뒤 고난도 칩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2나노 수율 70% 돌파 여부를 분기점으로 본다. 해당 수준을 확보할 경우 퀄컴, AMD 등 대형 고객사 수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엔 수주 확대로 비메모리 부문의 흑자 전환 시점도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1.4나노 공정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당장 2나노 공정 최적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무리하게 기술 로드맵을 앞당기기보다 수율 안정성을 확보해 실질적인 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테슬라 ‘제3 플레이어’ 될까 

파운드리업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현재 경쟁 구도는 TSMC 중심의 단일 지배 체제에 가깝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집계에서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상위 10개 기업 매출은 1,695억 달러(약 250조원)로 전년 대비 26.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TSMC는 1,225억 달러(약 184조원) 매출과 69.9%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자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 126억 달러(약 19조원), 점유율 7.2%에 머물렀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p에서 불과 1년 사이 62.7%p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 같은 독주 체제가 불러올 시장 불균형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 대비 24.8% 증가한 2,188억 달러(약 32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의 중심에는 AI 반도체 수요가 자리한다.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처리장치를(GPU)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등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4나노 및 그 이하 첨단 공정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특정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구도는 점점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지금까지의 사업 경로에서 벗어나 반도체 승부수를 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파운드리 의존 구도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AI 데이터센터까지 확대되는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필요시 자체 생산으로 전환할 선택지를 확보함으로써 가격과 물량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제조 경험과 대규모 설비 투자, 장비 공급망 확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단기간 내 독자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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