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제네릭으로 몸집 불린 印 선파마, 美 오가논 인수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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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억 달러 규모 오가논 인수, 인도 제약 사상 최대 글로벌 경쟁 격화 속 '바이오시밀러 황금기' 대비 인력·임상 늘리고 심사 효율화, 한국 바이오에 위협 요인

인도 최대 제약사 선파마가 미국 헬스케어 기업 오가논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선파마는 이번 메가딜을 통해 단숨에 세계 7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변화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인도발 초저가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가격 경쟁 압박이 불가피하다.
단숨에 ‘글로벌 25위·바이오시밀러 7위’ 퀀텀 점프
28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선파마는 전날 오가논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총 거래규모는 117억5,000만 달러(약 17조원)로 양사 이사회가 이번 거래에 대한 승인을 마쳤으며, 미국과 인도 규제당국 승인과 오가논 주주 승인 등 종결 절차를 거쳐 2027년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가논은 미국 머크(Merck)가 여성 건강 제품과 바이오시밀러 판매 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2021년 출범한 회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여성건강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브랜드 의약품·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70개 이상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신흥시장에 6개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오가논이 보유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다. 오가논의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2025년 기준 6억9,100만 달러(약 1조200억원)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전체 매출 62억1,600만 달러(약 9조1,64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딜립 샹비(Dilip Shanghvi) 선파마 회장은 “오가논의 포트폴리오와 역량, 글로벌 도달 범위는 선파마와 상호보완적”이라며 “두 조직의 결합은 더 강하고 다변화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인도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올해 바이오 제약업계에서 발생한 인수합병(M&A) 중에서도 가장 큰 딜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선파마는 매출 124억 달러(약 18조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25위권 제약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사업구조도 달라져 선파마는 합병 이후 혁신의약품 매출 비중이 27%까지 확대되고 여성건강 분야에서는 글로벌 3위권,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글로벌 7위권 사업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진입 효과가 크다. 선파마는 기존 제네릭과 특수 제네릭에서 강점을 보여왔으나 이번 거래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글로벌 상위 10위권 플레이어로 진입하게 된다.

인도 바이오시밀러 산업, 특허만료·육성정책 맞물리며 성장 본격화
이는 인도 제약사가 서구권 빅파마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했음을 뜻한다. 제네릭 강국인 인도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의약품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인도 정부의 바이오제조 육성정책과 규제체계 정비가 맞물려 있다. 인도 화학비료부 산하 제약국(Department of Pharmaceuticals, DoP)은 특허 만료(Patent Cliff) 영향권에 들어가는 의약품 매출 규모를 2,510억 달러(약 370조7,000억원) 수준으로 분석했으며, 이를 인도 제약업계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제시했다.
여기에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가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지침’를 개정해 비교동등성, 품질, 임상, 약물감시 기준을 보다 정교화했고, 인도 정부는 2024년 승인된 BioE3 정책과 2026년 발표한 Biopharma SHAKTI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바이오 제조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제네릭 의약품 중심 성장 모델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조치로, 합성의약품 중심 제네릭 시장은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서 약가 인하 압력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반면 항체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같은 바이오의약품은 만성질환 증가세와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힘입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인도 제약 산업의 외형 성장도 바이오시밀러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인도 제약 산업은 세계 3위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FY25 기준 연간 매출은 504억500만 달러(약 74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인도 국내 제약 시장은 2025년 600억 달러(약 88조6,000억원)에서 2030년 1,300억 달러(약 192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대형 제약 산업 기반 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일반 제네릭보다 진입 장벽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차세대 성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성장 기반은 인도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구조’와 결합돼 시너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렴한 생산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네릭 시장을 장악해 온 인도는 이제 바이오의약품 지원 정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현지 기업 레빔(Levim)은 당뇨병 치료제 시밀러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를 세계 최초로 생산해 수입 의약품 가격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임상 비용의 최대 85%를 지원했다.
지난 2월에는 5년간 총 1,000억 루피(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해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도 정부의 투자 규모는 미국·유럽 등의 바이오 육성 재정과 비교하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비용 구조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50달러(약 450만원) 수준으로, 미국(9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유럽(5만 달러·약 7,400만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낮을수록 인건비와 임상·시설 운영비 등 투입 단가도 대체로 낮게 형성된다. 특히 인력 투입 비중이 큰 연구개발(R&D)과 임상 분야에서는 같은 예산으로도 더 많은 인력과 사이트를 확보할 여지가 있다.
바이오시밀러 강국 한국, 맹추격 인도 ‘경계령’
이 같은 인도의 약진은 바이오시밀러 강국인 한국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총 5건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했다. 이 기간 FDA는 총 18개 바이오시밀러의 판매를 승인한 가운데, 한국은 약 27.8% 비중을 차지하며 위상을 재차 확인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24년에도 전체 승인 18건 중 4건(22.2%)을 차지하며 미국과 함께 공동 1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FDA로부터 총 4건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한 미국은 지난해 2건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상승한 인도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침투율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별 누적 승인 건수를 살펴보면, 총 81건 중 △미국 28건 △한국 19건 △인도 10건 △독일 8건 △스위스 7건 △중국 4건 △아이슬란드 2건 △대만 1건 △프랑스 1건 △영국 1건 순으로 집계됐다. 2024년까지 누적 6건으로 독일과 함께 공동 4위였던 인도는 작년에만 4개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으며 독일과 스위스를 제치고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업계는 올해 FDA가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내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임상 3상 단계 '비교효능연구(CES)'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CES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상 1~3년 간 총 2,400만 달러(약 340억원)이 소요돼,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개발 문턱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가뜩이나 단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개발 비용까지 낮아지면 블록버스터 의약품 위주로 펼쳐졌던 경쟁 전선이 미들-블록버스터까지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함에 따라 인터체인저블(상호교환성) 지위 확보 여부와 현지 유통 전략이 시장 장악력을 판가름할 경쟁 포인트로 부상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품목허가와 별도 절차인 상호교환성 승인을 FDA로부터 받으면, 해당 바이오시밀러는 의사 처방이 없더라도 약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호교환성 폐지·완화 논의가 이어지며 지위 획득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지만, 획득 난도가 높은 만큼 품질 신뢰도 측면에서 여전히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며 “선두 업체들은 후발주자 대비 현지 마케팅 역량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이러한 점이 시밀러 경쟁에서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