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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비만치료제가 바꾼 美 소비 지형” 식욕 잃은 미국인들, 외식 줄이고 영양 관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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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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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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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인기에 외식지출 급감
식욕 감소 소비자 겨냥 소량식 출시 이어져
‘탈모’ 등 부작용 예방 제품도 매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미국인이 급증하면서 미국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약물 복용 이후 식사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외식 횟수까지 감소하면서 한때 '많이 먹는 미국인'을 상징했던 대용량 외식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단백질 강화 식품과 영양 보충제, 탈모·헬스케어 제품 시장은 새로운 수혜 영역으로 부상했다. GLP-1 열풍이 미국인의 소비 습관과 식품·외식·뷰티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까지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입맛 잃은 GLP-1 이용자들, 외식 지출 8% 뚝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여러 연구에서 GLP-1 이용자들이 식당 방문 횟수를 줄이고, 외식을 하더라도 주문량을 크게 줄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여론조사업체 갤럽 조사에서는 지난해 가을 기준 미국인의 12% 이상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 약물을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초(6%)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코넬대 연구에서도 GLP-1 사용자가 포함된 가구는 약물 복용 후 6개월 내 패스트푸드·커피숍·퀵서비스 레스토랑 지출을 평균 8%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출 감소세는 뚜렷해졌으며, 특히 과자·베이커리 등 가공식품과 간식류 소비가 유의미하게 급감하며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간호사 케이 콜만은 WSJ 인터뷰에서 남편과 함께 올해 초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한 뒤 외식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텍사스 로드하우스에서 20온스(약 570g)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지만 이제는 8온스(약 270g)만 먹는다고 했다. 남편 역시 과거 타코벨에서 소프트 타코 3개와 대형 탄산음료 등을 주문했지만, 최근에는 주문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GLP-1 사용자들의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약 21% 감소했으며, 식료품 지출 또한 약 3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간식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UBS 에비던스 랩(UBS Evidence Lab)의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 섭취를 줄인 사용자 중 약 70%가 간식 섭취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저소득층까지 약물 접근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사라 세나토레 애널리스트는 "GLP-1은 충동적인 스낵 구매 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칼로리 충전소' 성격의 매장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식음료 산업 매출이 최대 300억~550억 달러(약 45조~82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계, 슈퍼사이즈에서 소용량으로 돌파구

GLP-1 약물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식욕을 억제해 포만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현재 GLP-1을 복용 중인 미국 성인 비율은 8명 중 1명 수준이며, 과거 복용 경험자까지 포함하면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경구용 위고비 출시와 일라이 릴리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사용자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JP모건은 미국 내 GLP-1 사용자 수가 올해 약 1,000만 명에서 2030년 3,000만 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미국 외식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러셀 와이너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식단 자체가 변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메뉴의 단백질 함량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GLP-1 사용자들 사이에서 근손실 방지를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FC 역시 '고단백 치킨'과 '스낵 사이즈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음식 분량을 줄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무제한 빵스틱으로 유명한 올리브가든은 올해부터 미국 내 900개 매장에서 기존 메뉴 7가지를 소형 분량으로 제공하는 새 구성을 선보였고, 해산물 체인 앵그리 크랩 쉑은 대구튀김·치즈버거·랍스터 롤 튀김·감자튀김 등을 작은 바구니에 담은 점심 메뉴를 출시했다. 뉴욕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치도 음식 양과 가격을 3분의 1로 낮춘 ‘오젬픽 메뉴’를 도입했다. 창립자 맥스 투치는 “비만 치료제를 권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식욕이 억제된 고객이 부담 없이 선택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대기업도 움직였다. KFC·피자헛·타코벨 등을 보유한 염 브랜즈(Yum Brands)는 KFC가 미국 내 4,000개 매장에서 제품 분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 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산업화와 곡물·육류 가격 하락을 배경으로 20세기 내내 음식 분량을 키워왔다. 그 결과 ‘슈퍼사이즈’는 미국 외식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2024년 학술지 푸즈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전형적인 음식 분량은 프랑스보다 1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양적 소비 축소를 촉진하는 비만치료제가 나타나면서 식품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라보뱅크의 소비자식품 애널리스트 JP 프로사르는 “분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분명한 해답”이라며 “가격을 낮춰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고 동시에 비만 치료제 확산에 따른 수요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고비/사진=노보 노디스크

단백질 강화 식품·탈모 부작용 예방 제품 반사이익

다만 GLP-1 약물 복용 증가는 식당과 식음료 회사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컨설팅 기관인 EY 파르테논(EY-Parthenon)은 GLP-1 친화적 라벨링, 1회 제공량 축소, 단백질 함량 강조, 수분 공급 강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탄수화물, 고지방 중심의 간식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요거트, 견과류, 과일 등 건강식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섭취 칼로리가 줄어드는 GLP-1 사용자들에게는 적은 양을 먹더라도 영양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기업들 사이에서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제품군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슬레는 GLP-1 사용자 맞춤형 냉동식품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펩시코는 단백질 강화 스낵 및 식이섬유 제품을 선보였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은 고단백 제품 브랜드인 어플라이드 뉴트리션과 협력해 GLP-1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간편식을 출시했고, 세계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옵(co-op) 역시 올해 1월 GLP-1 다이어터를 위한 소량식 ‘굿 퓨얼 미니 밀’을 출시했다.

GLP-1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들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비만치료제를 투여하고 갑자기 살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인 탈모와 관련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CNBC는 이달 2일(현지 시간) GLP-1 비만치료제 성장에 따라 탈모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울타(ULTA), 레드켄(Redken) 등 헤어케어 기업들의 탈모 예방 트리트먼트 제품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시르카나의 라리사 젠슨 뷰티 산업 자문위원은 “GLP-1 계열 약물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탈모 관리는 헤어케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라며 “많은 GLP-1 사용자들이 일시적인 탈모를 경험한다고 보고했으며, 가정용 모발 성장·치료제, 두피 세럼, 보충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르카나는 GLP-1을 투여 중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용 제품에 약 30%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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