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부터 이란·대만까지" 난제 가득한 美-中 정상회담, 피상적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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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회담, 포괄적 무역 합의 체결 가능성 낮아 양국 핵심 쟁점 엇박자, 중동 분쟁 둘러싼 갈등도 여전 대만 해협 관련 이견 상당, 美는 군사 충돌 방지에 집중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목전까지 다가온 가운데, 국제 사회의 이목이 테이블에 오를 논제들에 집중되고 있다. 외신들은 양국이 무역 부문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핵심 쟁점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대만 해협과 관련한 대화 역시 양측의 견해차로 인해 공회전할 확률이 높다는 진단이다.
美-中 무역의 현주소
10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 애나 켈리 부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중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오는 14~15일에 걸쳐 예정돼 있던 방중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켈리 부대변인은 "목요일(14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 행사 및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한다"며 "오후에는 시 주석과 함께 중국 천단공원을 둘러볼 예정이고, 저녁에는 국빈만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방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해온 것처럼 중국과 관계를 재조정하고 상호주의와 공정성을 최우선 삼아 미국의 경제적 자립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논제 중 하나로는 양국 간 무역이 꼽힌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양국이 기술 제한 완화와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실용적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포괄적인 무역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은 상황인 셈이다. 실제 켈리 부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미·중 무역 위원회(Board of Trade)'의 설립을 언급하면서도 "무역 위원회는 양국 정부가 비민감 품목에 대한 무역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복적인 통상 갈등의 중심축이었던 전략적 품목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배경에는 미국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계는 중국에 시장을 열수록 미국은 산업 기반과 무역수지를 잃고, 중국만이 성장 기회를 얻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 정상화가 결코 호재로 읽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수년간 중국은 규모의 경제 및 국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철강, 화학,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희토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공급망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시장을 개방하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며 미국의 제조업 침체가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소비자 물가는 일부 안정될 수 있지만, 제조업 일자리 감소 및 산업 생태계 붕괴라는 치명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각종 핵심 사안도 '공회전'
양국이 무역 논의에서 각자 특정 쟁점을 앞세워 상대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에 보잉 항공기, 미국산 쇠고기, 대두 등의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경감함과 동시에 미국 제조업계·농가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 직접적 경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안이다. 보잉 항공기는 미국 첨단 제조업 및 고용의 상징이며, 쇠고기·대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 지역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중국은 관세, 기술 규제 해제, 대만 등의 의제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관세는 수출 및 경기 부담을 키우는 요소며, 기술 규제는 중국의 산업 고도화 및 인공지능(AI) 분야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핵심 국가 이익’으로 간주하는 사안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양국의 요구가 단순 '거래'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구매 확대와 산업 균형 회복이고,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압박 완화다. 다시 말해 한쪽은 경제적 실익을, 다른 한쪽은 패권 견제 중단을 요구 중인 셈이다.
이밖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란 전쟁이 양국 사이 화두에 오를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을 통해 "대통령이 (중동 분쟁과 관련해 중국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며 사실상 전쟁 자금을 지원했다고 의심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미 재무부가 이란의 무력 자원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 기업 9곳과 개인 1명을, 미 국무부가 이란에 위성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중국 기업 4곳을 각각 제재하기도 했다.

대만 해협이 품은 리스크
대만 해협과 관련한 대화도 사실상 공회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어떻게든 대만 해협 내 충돌을 막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정면충돌할 경우 세계 질서 유지 능력 자체를 시험받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들어 서태평양의 전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탓이다. 중국은 과거 미국 해군의 절대적 우위를 상징했던 항공모함을 겨냥해 꾸준히 반접근·지역 거부(A2/AD) 능력을 구축해 왔다. 이에 미 군사 싱크탱크 및 일부 국방 보고서에서는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극초음속 무기와 대량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군사 충돌의 파장이 세계 경제 전반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대만 해협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및 에너지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로, 하루에만 수백 척에 달하는 선박이 이 구간을 통과한다. 만약 해당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아시아 지역의 생산 기지들이 즉각적으로 혼란에 휩싸이고, 항만 적체·부품 공급 차질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고물가와 막대한 국가부채로 신음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장기 군사 충돌이 금융 시장 불안 및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 대중국 견제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인태사·INDOPACOM)는 지난달부터 일제히 다수의 역내 동맹국과 정례 연습·훈련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는 △태국의 다국적 연합훈련 ‘코브라 골드’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 △한미 해병 합동 훈련(Korean Marine Exercise Program, KMEP) △미·일 ‘아이언 피스트’ 연합 상륙 훈련 △미·일·인도·호주·뉴질랜드의 ‘시드래곤’ 대잠 훈련 등이다. 인태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동맹·우방국들과의 훈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이는 중동 지역의 분쟁 상황에도 미국 중심의 역내 군사 대비 태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음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