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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급한 트럼프 vs 시간 끄는 이란, 정치와 경제의 치킨게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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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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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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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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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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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문제 놓고 양국 이견차 지속
경제 무너진 이란, 고유가 속 비난 직면한 트럼프
이란 제안 거부했지만 좁아지는 美 ‘선택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또 한번 결렬되면서 종전을 향한 돌파구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미국이 이란에 종전을 위한 제안을 보냈고, 이란이 답변을 건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진행 중이던 비대면 협상의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협상 결렬은 양측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란의 군사 능력이 상당 부분 제거된 상황에서 미군의 대이란 해상 봉쇄 및 각종 추가 제재로 이란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어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반면, 이란은 남은 해군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뿐 아니라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판단 하에, 지구전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쟁 비용 확대에 더해 이란 경제 회복 명목의 대규모 지원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정치적 악재지만, 전쟁 장기화가 중간선거 패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 가능성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이란 휴전 제안 일축, 종전 협상 다시 벼랑끝

1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보낸 역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이 보낸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재국 역할을 맡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의 입장을 전달받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은 종전 조건으로 미국에 다방면에 걸친 양보를 요구했다. 이란 측은 전쟁 배상금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외에 미국의 해상봉쇄 종식, 30일간 이란 원유 판매금지 해제 등을 핵심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농축우라늄 등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종전합의 사안에서 배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추가 공격 중단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요구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 축소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을 본격 논의하기 앞서 교전을 멈추자고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답변을 백지화하면서 휴전 연장과 협상 재개 여부는 또다시 불투명해졌지만, 당장 무력 충돌로 회귀하기보다는 압박을 통한 외교적 해결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 비등하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A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적대 행위로 돌아가기 전에 가능한 한 모든 기회를 외교에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축소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폭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이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언제든 미국이 군사 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 역시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이란 국영 방송에 따르면 자취를 감췄던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군 지휘부를 만나 "작전을 계속하고 적에 맞서 강력히 대결하라"고 지시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적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익 수호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이란 군 당국은 미군 특수부대 침투에 대비해 우라늄 저장 시설을 보호하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령한 상태다.

트럼프 “이란 붕괴 상태” vs 이란 “경제보다 체제 유지가 우선”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결국 누가 먼저 버티다 꺾이느냐를 가르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며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시간적 한계를 계산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란은 경제 문제 때문에 호르무즈 봉쇄부터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원유 저장고가 빠르게 차오르는 ‘탱크 톱(Tank Top)’ 상태에 직면하자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영구적인 유정 불능화 위험이 있음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란 경제는 이미 전쟁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200만 명의 고용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식료품과 의약품 가격이 4~5배 급등하는 등 이란 국민들의 체감 경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현재 이란에는 전쟁도 평화도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이 입은 피해는 2,700억 달러(약 400조원)로 추산된다. 이란의 생산 능력은 줄잡아 15%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란이 재정적으로 붕괴하고 있다”고 압박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란 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왕정을 축출하고 집권한 이란 지도부는 대내외적 경제 파고 속에서도 반미주의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승화시키며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져왔다. 당시에도 서방의 고립 작전과 전쟁이라는 극한의 국가적 희생이 수반됐으나, 정권은 대중의 민족주의 정서를 결집해 체제의 생존력을 증명했다. 이란은 또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최대 압박 정책을 경험했고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버텨낸 전례가 있다. 현재 이란은 3,000만 배럴 규모의 추가 저장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퇴역 유조선을 임시 저장시설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최소 2~3개월 추가 버티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계산은 단순하다. 경제적 고통보다 미국의 정치적 압박이 먼저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피로감 확대와 정치적 역풍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과 물가 압박이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39달러까지 올라 전쟁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해협 폐쇄가 이어지는 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높은 유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란 입장에서는 '경제가 먼저 무너지느냐', 미국 입장에서는 '정치가 먼저 무너지느냐'의 싸움이 됐고, 양측 모두 상대의 한계를 기다리며 시간을 무기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中 중재 카드 제한적, 트럼프 정치적 출혈 가속

미국과 이란의 전시 관계를 ‘고양이와 쥐 게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이란이 전략적 모호성, 전면전을 피하면서 도발하는 등 상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고양이가 이란 쥐를 잡으려 하지만 비대칭 전술, 지형, 지정학적 복잡성을 활용해 교묘히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이란의 쥐 전략은 그림자 전쟁, 사이버 공격, 유조선 나포, 민병대 대리전을 통해 고양이가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정규군 화력에서는 절대적으로 밀리지만 해협 봉쇄, 작은 쾌속정과 미사일·드론 공격 등으로 고양이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이란은 정보전과 선전전(프로파간다)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고양이(미국)로서는 쥐(이란)를 완전히 잡기엔 비용과 리스크가 너무 크다. 현시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호르무즈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를 단기간에 낮출 정책적 수단은 사실상 바닥났고,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1, 2기 통틀어 최고치인 62%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내 정책의 지지 확보가 변수인데 쉽지 않은 과제다.

일각에서는 오는 1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 교착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중국의 실질적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대량 확보해 온 최대 고객국 중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는 중국 제조업과 에너지 수급 체계에 직접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반면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 기반과 전략비축유 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사태 조기 봉합 필요성이 훨씬 절박하지만, 미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결국 현실적인 타협안은 미국이 이란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며 명분 있는 철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이란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악재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계획대로 단기전으로 승부로 보고, 그 전리품을 국민들 앞에 꺼내놔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더힐,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의 전망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시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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