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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美 압박에 등 떠밀려" 빨라진 일본은행 긴축 시계, 임금·물가 선순환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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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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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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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6월 금리 인상 이후 추가 긴축 신호 
힘 잃은 점진적 인상 기조, 임금·내수 회복 제동 걸릴까
엔저·국채금리 상승 국면 속 미국發 금리 인상 압박 가중 

일본은행(BOJ)이 긴축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논의된 데 이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까지 직접 이러한 기조를 재확인하며 통화정책 노선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임금·소비·물가의 선순환을 추구하던 일본은행이 고물가·엔화 약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대내외 압박에 짓눌려 정책 운용의 중심축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은행, 6월 회의 의사록 공개

5일 일본은행이 공개한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당시 대부분의 BOJ 위원들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상회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기업 간 거래에서 고유가 상황에서의 가격 전가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이러한 흐름이 광범위한 품목의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상승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BOJ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치인 1.0%로 인상했다. 회의 당시 간낭종 치료를 위해 입원한 우에다 가즈오 총재를 제외한 정책위원 8명 중 아사다 도이치로 위원만이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일부 위원들은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금융 여건이 완화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제 활동과 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일 시 정책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명의 위원은 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은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일본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추정 범위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중립금리에 가깝게 조정해 정책금리를 양방향으로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에다 총재도 추가 인상 시사

금리 인상 효과 확인을 위해 동결이 결정됐던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조됐다. 지난달 31일 우에다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기조적 물가가 물가 안정 목표치 2%를 넘어설 위험을 이전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기조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엔화 약세 등이 지목됐다.

우에다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에 대해선 "중동 정세, AI 수요, 환율 변동 등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금리 인상 여부는) 다음 회의(9월) 이후부터 면밀하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9월까지는 금리 인상 및 시장 변수가 경제·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관망하고, 10월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남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는 9월, 10월, 12월 총 3번이다.

통화정책 속도 조절의 중요성

시장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왔다. 지난 2024년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0.1%) 정책을 전격 철회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고,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25%로 올렸다. 이후 지난해 1월과 12월, 그리고 지난 6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각각 0.25%P의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를 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서서히 금리를 높이는 것은 임금·내수 회복 동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기업의 임금 인상 흐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명목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고 있다는 의미다. 실질임금이 개선되면 가계의 구매력이 회복되고 소비가 늘어나며, 이는 기업의 매출 및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은 이 같은 영업 호조를 바탕으로 임금을 다시 올릴 수 있다. 임금, 소비, 기업 수익, 물가가 함께 완만하게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다. 금리를 성급하게 올리면 이러한 경제 회복세가 순식간에 꺾여 버릴 위험이 있다.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여력을 줄이고, 기업의 투자·고용 및 임금 인상 유인을 약화한다. 명목임금 오름세가 재차 둔화하면 실질임금 상승 및 구매력 회복에도 자연히 제동이 걸리게 된다.

표1. 성급한 정책금리 인상의 부작용

흐름임금·내수 회복 경로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
가계명목임금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으면 실질임금과 구매력 회복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 축소
소비구매력 회복이 소비 증가로 연결소비 위축으로 내수 회복 지연
기업매출과 수익이 늘면서 투자·고용·임금 인상 여력 확대금융비용 증가로 투자·고용·임금 인상 위축
물가임금·소비·기업 수익과 함께 완만하게 상승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정착되기 전에 단절될 가능성

금리 인상 주문하는 美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긴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대내외적 압력이 눈에 띄게 가중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공동 매수하며 외환 시장에 개입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를 사들인 것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이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번 개입이 지난해 9월 체결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에 근거해 이뤄졌으며, “최근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추가적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공동 개입 이후 미국은 엔화를 직접 사들이는 시장 개입만으로는 환율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각) 미 CNBC 인터뷰에서 "개입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낼 수는 있지만 시세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에다 총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그가 필요한 일을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말했다. 일본이 신속히 금리를 올려 엔저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적극재정 정책에 채권 시장 '들썩'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단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넘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적극재정' 노선도 겨냥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재정 지출을 급격히 확대해 왔다. 지난겨울 확정한 추가경정예산 지출은 18조3,000억 엔(약 164조7,18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까지 불어났다. 감세 정책도 잇달아 등장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휘발유세의 잠정세율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재정 지출 확대·세수 감소 흐름은 일본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다카이치 정권 출범 전까지만 해도 연 1.6% 안팎에서 움직였지만, 지난달에는 2.91%까지 오르며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는 미국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국채는 미국 국채, 독일 국채와 함께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 자산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의 재정 불안으로 국채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 국채에도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투자 매력이 높아진 일본 국채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엔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빌려 해외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될 확률도 높아진다. 투자자들이 차입금을 갚기 위해 미국 국채를 비롯한 기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며 미국 금융 시장의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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