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효율의 역습” 메타부터 GM까지, 인간 내보내고 AI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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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확대 맞물린 기업 인력 감축 본격화 AI 기반 업무 대체 확대, 기업 운영 방식 전환 가속 IT 넘어 금융·컨설팅·유통·제조업까지 감원 확산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구조조정이 글로벌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시작된 인력 감축은 이제 금융과 유통, 컨설팅 업계를 거쳐 제조업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와 조직 효율화 방식을 빠르게 축적하면서 비용 절감 전략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특정 업종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 콘텐츠 검토 작업도 AI로 대체 추진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타는 자사 플랫폼 전반의 콘텐츠와 광고 내용을 검토하는 데 AI를 사용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등에 최대 1,450억 달러(약 223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막대한 AI 투자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이미 콘텐츠 검토 작업의 절반을 AI로 대체했으며, 연말까지 이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 사람이 검토하는 비중을 90% 이상 줄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메타 측은 AI 기반 콘텐츠 검토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비용 절감이 아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는 지난 3월부터 진행한 초기 시험 결과, 규정 위반 콘텐츠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AI가 사람보다 평균 13% 적은 실수를 했다. 실제 위반 사례도 10% 더 많이 찾아낸 것으로 집계됐다. 메타는 "기존 콘텐츠 집행 방식보다 일관되게 더 우수한 성과를 낼 때만 고도화된 AI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AI 대체 작업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용 초지능(Personal Super Intelligence)' 개발을 목표로 인재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회사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메타는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코딩 등 내부 업무 자동화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수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메타는 지난달에도 전 세계 직원의 약 10%인 8,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IT 업계에서만 33만 명 이상 해고될 수도
AI발 감원 칼바람은 메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AI 인프라 기업 시스코도 이달 블로그를 통해 4,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코 CEO 척 로빈스는 “AI 중심의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으며, 이번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이 아닌 AI·실리콘·보안 분야로의 자원 재배치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창립 51년 만에 처음으로 자발적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내 직원의 7%(약 8,750명)를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2만1,000명을 감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라클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 도입과 활용이 인력 감소로 이어졌으며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기업 깃랩은 AI 인프라 투자와 급증한 AI 워크로드 대응을 위해 350명을 감원했고, 또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튜이트는 AI 중심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3,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AI 인프라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도 최근 수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디지털 자산 기업 코인베이스는 AI 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약 700명을 감원했으며, 소셜미디어(SNS) 기업 스냅 역시 AI 발전을 주요 배경으로 전체 인력의 약 16%를 줄였다. 아마존과 델, 블록, 세일즈포스 등도 조직 단순화와 AI 전환 전략을 추진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고객 지원이나 인사관리 업무에 AI를 도입하면서 기존 직무를 축소하거나 재편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IT 업계에서 33만 명 넘게 해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루업(Trueup) 등 실시간 채용·해고 추적 사이트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업계에서 15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추산했다. 불과 반년 사이 18만 명이 해고됐다는 집계도 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23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뤄진 '과잉 채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43만 명이 해고된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유통·컨설팅·제조까지 번진 AI발 감원
이 같은 변화는 IT 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직원 7,000명 이상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5만2,000여 명에 달하는 전체 기업 기능 인력의 15%에 해당한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CEO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저부가가치 인력을 AI와 자동화 기술로 대체해 금융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처리하던 반복적인 데이터 업무를 AI가 대신하고 있는 만큼, 고객 서비스와 고부가가치 금융 상품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시티그룹도 AI를 포함한 조직 효율화 전략에 맞춰 인력 감축을 이어가고 있다. 시티는 지난해 발표한 2만 명 감원 계획에 따라 올해도 조직 축소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AI와 자동화 확대에 맞춰 인력과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이번 개편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최대 25억 달러(약 3조8,5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는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AI와 기술 혁신을 조직 운영 전반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유통 업계에서도 감원 삭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매장 인력 투자를 확대하는 대신 물류 및 관리직 등에서 5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감원 대상은 물류 공급망 관련 직군 약 400명과 매장 관리 구역 직군 100명으로, 타깃은 매장 구역 관리 체계를 단순화하고 절감된 비용을 매장 최전방 직원들의 급여와 교육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기술·전자상거래·광고 조직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본사 직원 1,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월마트는 최근 몇 년간 조직 통합 및 직원 주요 거점 재배치를 이유로 인력을 꾸준히 감축해 왔다. 올해 초에는 뉴저지주 호보컨 사무소에서 100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컨설팅 업계에서도 인력 재편이 시작됐다. 액센츄어는 AI 중심 조직 전환 과정에서 최근 3개월 동안 1만1,000명 이상을 줄였고, 재교육을 통해 전환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인력은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AI·데이터 관련 인력은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전체 고용을 일괄 축소하기보다, 기존 직무를 줄이고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력으로 비용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생산직 중심의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피지컬 AI’를 앞세운 자동화 기술이 생산 현장에 도입되면서 인력 감축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 들어 핵심 생산 기지인 디트로이트 ‘팩토리 제로’에서 근로자 1,000명 이상을 줄이고, 그 자리에 협동 로봇 약 50대를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나이키도 생산·기술 조직 효율화에 칼을 빼들었다. 회사는 올해 약 1,400명을 추가 감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선 감원까지 합치면 올해에만 2,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나이키 역시 생산기술과 공급망 운영 체계를 재편하는 동시에 제조 공정 효율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