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터빈 대안으로 주목" AI 데이터센터 타고 육지 상륙한 선박 엔진, FDC 확장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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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엔진 업계, 육상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가속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 가스터빈 병목에 선박 엔진 기업들과 줄줄이 맞손 FDC와 연계 기대 부각, 해양 AI 인프라 산업 지속 가능성은 '의문'

선박 엔진 생산업체들이 육상 발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가 빨라지며 기존 가스터빈 공급망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자, 선박에서 쓰이던 4행정 중속 엔진이 전력 공급 대안으로 주목받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향후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부문과 연결되며 조선·엔진업계의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FDC 산업이 어디까지나 육상 데이터센터의 '대안' 성격을 띠는 만큼,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가 발생할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HD현대중공업, 데이터센터 시장 본격 진입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엔진 공장과 자회사 HD현대엔진의 전남 목포 공장, 향후 신설할 공장을 연계해 '힘센(HiMSEN) 엔진' 생산 체계를 용도별로 재편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힘센엔진은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4행정 중속 엔진이다. 4행정 중속 엔진은 피스톤이 2회 왕복하며 흡입·압축·폭발·배기의 1사이클을 완성하는 구조로, 2행정 대비 출력은 낮지만 연료 효율이 높고 회전수(RPM) 제어가 정밀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주로 선내 발전이나 중소형 선박 추진에 쓰이며, 최근 들어서는 데이터센터 등 육상 발전에도 활용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생산 체계 재편에 나선 것은 육상 발전용 엔진 수요에 대응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엔진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만큼, 기존 엔진과는 다른 특화 부품 조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육상 발전을 위한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업체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은 현대중공업과 20MW(메가와트)급 힘센 엔진 기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따낸 첫 발전엔진 계약으로 총공급 규모는 684MW, 계약 금액은 6,271억원에 달한다.
업계 전반서 유사 흐름 관측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선박 엔진 업계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핀란드 바르실라(Wärtsilä)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건설 중인 신규 데이터센터에 507MW 규모의 발전 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상시 주전원 용도로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바르실라 50SG 엔진 27기가 투입된다. 지난 4월 16일 미국 오하이오주 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쓰일 412MW 규모 엔진 공급 계약(바르실라 34SG 가스엔진 40기)을 따내기도 했다.
같은 달 바르실라는 미국 텍사스주 신규 데이터센터에 790MW 규모 오프그리드 발전 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가로 수주했다. 이 발전소에 투입되는 바르실라 50SG 엔진 42기 역시 주전원 역할을 맡는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에너지 서비스 업체 리버티 에너지가 바르실라에 대규모 엔진 주문을 넣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2억9,200만 유로(약 4,775억원)이며, 엔진은 미국 내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발전소에 공급된다.
미국 캐터필러(Caterpillar)도 데이터센터용 주전원 시장에서 대형 계약을 확보했다. 지난 1월 미국 아메리칸 인텔리전스 앤드 파워(AIP)는 ‘모나크 컴퓨트 캠퍼스(Monarch Compute Campus)’에 2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기 세트를 구축하기 위해 캐터필러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발전기 공급은 오는 9월 시작돼 2027년 8월까지 진행되며, 2027년에는 2GW 전력이 가동될 예정이다.
표1. 글로벌 엔진 업체의 데이터센터 시장 수주 현황
| 업체 | 수주 시기 | 사업·지역 |
|---|---|---|
| HD현대중공업 | 2026년 4월 | AEG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 |
| 바르실라 | 2025년 11월 | 미국 신규 데이터센터 |
| 바르실라 | 2026년 4월 | 미국 오하이오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
| 바르실라 | 2026년 4월 | 미국 텍사스주 신규 데이터센터 |
| 바르실라 | 2026년 6월 | 리버티 에너지의 미국 데이터센터 발전소 |
| 캐터필러 | 2026년 1월 | 모나크 컴퓨터 캠퍼스 |
납기·유연성 측면 강점 존재
이처럼 육상 발전용 엔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가스터빈 공급 병목이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 설비에 주로 쓰이는 대형 가스터빈은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미국 GE 버노바는 올해 2분기 기준 가스발전 설비의 수주 및 생산 슬롯 예약 물량이 116GW까지 늘었으며, 연말에는 최소 125GW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지멘스에너지도 2026회계연도 1분기에만 가스터빈 102기를 신규 수주했고, 2분기 기준 가스터빈 관련 확정·예약 물량도 87GW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납기 부담이 크지 않은 대형 중속 가스엔진은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바르실라 34SG의 신규 장비 납기는 18~24개월, 50SG는 24~30개월, 만(MAN) 51/60G는 22~28개월 수준이다. 캐터필러 G3520의 납기도 12~18개월로 제시됐다. 일부 가스터빈의 생산 슬롯이 수년 뒤까지 꽉 차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속 가스엔진을 채택한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전력 확보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중속 엔진이 모듈형 구조를 띤다는 점도 강점이다. 수백MW급 가스터빈 한두 기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에 맞춰 수십MW급 엔진을 단계적으로 설치해 필요한 전력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다.
바다로 향하는 데이터센터
이 같은 선박 엔진의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흐름은 장기적으로 해상 데이터센터 부문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부유식 구조물에 서버, 전력·냉각 설비를 탑재해 구동하는 FDC 사업 추진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 자체 개발한 50MW급 FDC의 기본설계 인증을 확보한 데 이어, 글로벌 선주 및 선급과 FDC 공동 개발에 나선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프랑스 에너지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FDC에 활용되는 전력·인프라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중고 선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일본 대형 해운사 미쓰이OSK라인은 일본의 전력·전자기기 기업 히타치, 히타치시스템즈와 손잡고 중고 선박을 FDC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부 여유 공간이 큰 중고 화물선이나 자동차 운반선 선체를 데이터센터 공간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회사는 2027년 이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수요 검증, 기본 사양 검토, 운영 절차 점검 등 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 미쓰이OSK라인은 선박 개조와 항만 당국 협의, 계류·정비 등 해상 운영 요건을 맡을 예정이며, 히타치 측은 데이터센터 설계 및 설치, 네트워크·보안 등 IT 인프라 요건을 검토한다.
육상 데이터센터의 변화
다만 이러한 수요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데다, 소음, 환경 부담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최근 신규 육상 데이터센터 건설에 줄줄이 제동이 걸린 이유다. 상대적으로 입지 규제가 적고 대규모 설비를 한꺼번에 배치할 수 있는 해상 공간은 일종의 대안 성격을 띠는 셈이다. 향후 육상 환경에서 전력망·데이터센터 부지 공급이 안정되고, 인허가 절차의 효율성 및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 해상 설비의 필요성은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해양 데이터센터는 육상 대비 건설과 유지보수 비용이 높고, 염분, 파도, 기상 악화 등에 따른 운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육상 데이터센터의 '활용처'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일례로 북유럽에서는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 중이다. 핀란드에서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에스포와 세이네요키 등의 지역난방망에 공급하고 있으며, 덴마크 오덴세에서도 메타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약 1만1,000가구의 난방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대안으로 논의되는 추세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청정에너지와 지구환경을 위한 혁신 포럼(ICEF)은 지난해 제시한 '지속 가능 데이터센터 로드맵'에서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뿐 아니라 농업용 온실과 건물 난방, 양식 등에 활용하고, 지자체가 데이터센터와 폐열 수요 시설을 인접 배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