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매섭다" 무너지는 獨 친환경 스타트업들, 제조업계 전반에서 위험 신호 가시화
입력
수정
獨 태양광·전기차 기업 소노모터스, 경영난 끝 파산 신청 獨 친환경 스타트업 파산 행렬, 中 공세 속 경쟁력 약화 "中 추격 매섭다" 獨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비상등 켜져

독일의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 소노모터스가 파산 절차를 밟는다. 자금난으로 인한 전기차 사업 철수 이후, 태양광 부문에서도 유의미한 수익 창출에 실패하며 완전히 궁지에 몰린 것이다. 시장은 비단 소노모터스를 넘어 다수의 독일 친환경 스타트업이 유사한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가격 및 물량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면서, 기존 제조업 강국이었던 독일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다.
소노모터스의 추락
6일 외신 보도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소노모터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부로 운영을 중단하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전기차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결합하겠다는 목표하에 출범했으며, 기관 차원의 투자보다 크라우드 펀딩·개인투자자 자금에 크게 의존해 성장해 왔다. 대표 모델인 5도어 전기차 ‘시온(Sion)’은 보닛, 지붕, 측면, 후면 등에 태양전지를 삽입해 주행 중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구조로, 일반 충전도 가능해 사실상 태양광 발전 기능을 갖춘 배터리 전기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노모터스는 온라인 직판과 외부 위탁 생산을 통해 시온의 판매 가격을 2만5,000유로(약 4,120만원) 선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하며 투자를 모았다.
문제는 자동차 개발, 시험, 인증, 공급망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이 소노모터스의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2022년 상반기 소노모터스의 영업비용은 6,100만 유로(약 1,000억원)에 달했지만, 매출은 4만2,000유로(약 6,920만원)에 그쳤다. 이후 배터리와 원자재 가격까지 급속도로 뛰면서, 자체 생산 경험이 없었던 소노모터스가 저가 전기차를 양산해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시온의 개발은 자금난 끝에 2023년 2월 중단됐고, 소노모터스는 같은 해 5월 독일 법원에 자체관리형 도산절차를 신청했다.
모회사로부터도 외면당해
이후 소노모터스는 미국 투자사 요크빌어드바이저스의 투자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했고, 법원은 2024년 초 이를 승인했다. 소노모터스는 도산 절차에서 벗어나 태양광 부품 사업을 이어갔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시온을 포기한 뒤 남은 회사의 수익원은 버스·트럭용 태양광 키트와 차량 통합형 태양광 기술뿐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부문의 수요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만큼 빠르게 매출을 확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3월 모회사 소노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고 디지털자산 운용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한층 악화했다. 소노그룹은 지난 5월 소노모터스를 기존 경영진에게 넘겼고, 독립 운영에 나선 소노모터스는 신규 투자자 및 장기 자금 확보에 실패했다. 현재 파산 절차에 착수한 소노모터스의 목표는 소노솔라 브랜드, 차량 통합형 태양광 특허, 충전 제어기, 기술 문서와 데이터서비스 등 개별 자산의 인수자를 물색하는 데 있다.
獨 친환경 산업 '내리막길'
최근 수년 사이 독일에서는 소노모터스 외에도 수많은 친환경 스타트업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접었다. 전기차 분야의 대표 사례로는 아헨공대 연구진이 2015년 설립한 넥스트.e.GO모바일이 꼽힌다. 이 회사는 도심형 소형 전기차 ‘e.GO 라이프’를 앞세워 테슬라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판매량은 생산 시설과 개발비를 감당할 수준까지 늘지 못했다. 회사는 2020년 한 차례 도산 절차를 거쳐 투자자를 유치했으나, 이후로도 경쟁력 확보에 실패해 2024년 3월 다시 파산을 신청하고 같은 해 5월 청산됐다.
ACM어댑티브시티모빌리티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ACM은 신속한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고 좌석과 적재 공간을 용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소형 전기차 ‘시티 원’을 개발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개발과 투자 유치가 지연됐다. ACM의 투자자들은 2021년 말 파산 신청 이후 매각 및 사업 재개를 추진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아이겐존네가 2023년 12월 파산했다. 아이겐존네는 가정용 태양광 설비를 온라인으로 판매·임대하고 설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형 사업을 앞세워 성장했지만, △팬데믹 이후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보조금 제도 변화 △투자 시장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2024년 4월에 보유 사업 및 인력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으나, 인수 업체마저 한 달 뒤 파산을 신청했다.
한때 독일 가정용 태양광 시장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던 졸라도 붕괴 중이다. 졸라는 2024년 가정에 직접 태양광 설비를 판매하는 사업을 중단하고 인력의 절반 이상을 감축한 뒤, 지역 설치 업체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 모델로 사업 중심축을 전환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노력에도 재무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자체관리형 도산 절차가 시작됐다. 현재 졸라의 기존 태양광 판매·설치 법인은 청산 중이며,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 일부만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
표1. 독일 친환경 스타트업의 파산·사업 철수 사례
| 기업 | 분야·주요 사업 | 위기 원인 | 파산·구조조정 경과 |
|---|---|---|---|
| 넥스트.e.GO모바일 | 도심형 소형 전기차 ‘e.GO 라이프’ | 판매 부진으로 생산시설과 개발비 부담 가중 | 2020년 도산절차 후 투자 유치, 2024년 3월 재파산 신청, 2024년 5월 청산 |
| ACM어댑티브시티모빌리티 | 배터리 교체형 다목적 소형 전기차 ‘시티 원’ | 코로나19로 개발 및 투자 유치 지연 | 2021년 말 파산 신청, 매각 실패 |
| 아이겐존네 | 가정용 태양광 설비 판매·임대·설치 플랫폼 |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보조금 변화, 투자시장 위축 | 2023년 12월 파산, 2024년 4월 인수 후 인수 업체도 파산 |
| 졸라 | 가정용 태양광 설비 판매·설치 | 사업 부진 및 재무 상황 악화 | 2024년 소비자 대상 사업 중단 및 대규모 감원, 2025년 도산 절차 신청 |
시장 점령한 中 전기차·태양광
이처럼 독일 친환경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배경에는 중국의 공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약 60%(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 기준)를 중국 자동차 업체가 공급했을 정도다. 특히 유럽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핵심 공략 지역이다. 자동차 정보 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럽 28개국 내 중국 브랜드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으며, 시장 점유율은 약 2.7%에서 5.1%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비야디(BYD)의 해당 기간 유럽 판매량은 7만500대로 전년보다 311% 폭증했고, 상하이자동차(SAIC)도 16만2,153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유럽연합(EU) 측은 수년 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중국 업체의 세력 확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중국 태양광 업계의 경우 과잉 생산 및 출혈 경쟁으로 포화 상태다. 중국은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의 80% 이상, 웨이퍼 생산 능력의 약 95%를 점유한다. 업계 내에서 치열한 공급망 통합 및 설비투자 경쟁이 벌어지며 외형이 급성장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관련 제품의 국제 가격을 원가 수준 아래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2022년 와트(W)당 25센트(약 357원) 수준이었던 태양광 모듈 국제가격은 지난해 7센트(약 10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작은 공장에서 비싼 에너지 비용 및 인건비를 부담하고, 웨이퍼·셀 등 핵심 중간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유럽 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경쟁을 따라잡기가 사실상 어렵다. 유럽의 태양광 산업을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 솔라파워 유럽과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럽 내 태양광 모듈 생산 비용은 중국산 수입품보다 와트당 12센트(약 171원)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EU 재정이 투입되는 에너지 사업에서 중국산 인버터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무역 장벽을 점차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獨 제조업, 쇠락 흐름 본격화
이 같은 중국의 공세는 비단 전기차·태양광 분야를 넘어 독일 제조업 전반에 악재가 되고 있다.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제조업 선진국과의 품질 격차까지 급격히 좁히며 독일 제조업 특유의 고품질·고부가가치 전략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중국발(發) 위협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독일 경제의 허리인 미텔슈탄트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어로 중산층을 뜻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중소·중견기업을 포괄하는 용어로 쓰인다. 지난해 9월 진행된 독일 국책은행 KfW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에 응한 산업 분야 중소기업 중 34%는 중국 업체의 낮은 가격으로 경쟁 압력이 커졌다고 답했다. 중국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협 요인으로 꼽은 기업은 28%였다.
변화는 각종 산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회계 법인 EY가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계에서는 2019년 이후 약 3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26년 1분기 고용 역시 전년보다 12만7,000명 감소했으며, 산업생산도 2022년 초와 비교해 약 10%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산 제품의 독일 유입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1~5월 독일의 대중국 수입액은 724억 유로(약 119조3,7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독일 제조업의 부진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환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독일의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이 급성장해 경쟁자이자 위협으로 발돋움한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