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조용한 연준'은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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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동성 키운 포워드 가이던스의 역설 정책 목표는 명확하게, 금리 경로는 유연하게 설명 중심 소통이 만드는 중앙은행 신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금리 인상 폭보다 정책 결정이 담고 있는 신호다. 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긴축을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이나 경기 과열 위험을 예상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예상보다 약한 긴축은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때문에 연준의 소통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과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설명하느냐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선제적 약속을 줄이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다만 '조용한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책 목표와 판단 근거, 의사결정 기준은 이전보다 더욱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신뢰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대신 경제전망과 기자회견, 각종 보고서를 통해 전달되는 정책 신호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판단한다. 그러나 물가와 고용 여건은 끊임없이 달라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타당했던 전망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무렵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사전 예고 지침)다. 중앙은행이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시장은 경제지표뿐 아니라 연준의 경제 인식과 향후 정책 방향까지 가격에 반영하게 됐다. 정책을 이해하기보다 중앙은행의 의중을 해석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쏠렸고, 시장과 연준이 서로의 신호를 해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기대가 쌓였다.
이러한 흐름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1997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선진국 14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2,381건을 분석한 결과, 시장 예상을 웃도는 정책은 18%, 예상보다 완화적인 정책은 20%였다. 특히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긴축이 발표됐을 때 단기금리의 변동 폭은 예상에 못 미친 정책이 나왔을 때보다 최대 10배 컸다. 이는 단순히 예상 밖의 결정에 놀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강한 긴축을 연준이 공개된 경제지표보다 더 강한 물가상승 압력이나 수요 여건을 파악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결국 문제는 정책 자체보다 소통 방식이었다. 모호한 메시지는 정책 발표의 충격을 증폭시켰고,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까지 다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지는 연준의 소통
이와 같은 시장의 오판을 줄이려면 연준의 소통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연준은 물가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핵심 지표를 일관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경제 여건이 바뀌더라도 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전망 수정이 곧바로 중앙은행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회의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 1일 열린 FOMC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은 132단어로 작성됐다. 한 달 전 발표한 성명이 246단어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성명은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외하고 2% 물가 목표와 물가안정 의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워시 의장도 정책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dot plot)에 개인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정책 목표는 분명히 제시하되 구체적인 정책 대응은 경제 여건을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한다. 이런 접근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전쟁, 관세, 대규모 이민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공급 충격이 발생할수록 의미가 커진다. 기존 전망에 얽매여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거나, 정책 수정 자체가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2025년 초 전략 검토를 통해 장기 물가 목표를 2%로 재확인하고 통화정책 전략과 소통 체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목표는 유지하되 정책 운용은 경제 여건에 맞춰 조정하겠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기준
시장이 알고 싶은 것은 연준이 어떤 기준과 근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지다.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웃돌면 그 원인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 물가 압력인지, 특정 부문에 국한된 현상인지,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노동시장 둔화 역시 수요 위축에 따른 것인지, 노동공급 변화의 영향인지, 과열 국면이 정상화되는 과정인지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워시 의장의 첫 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은 이러한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그는 물가안정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했지만, 금리를 어떤 조건에서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은 이를 곧바로 정책 신호로 받아들였고 단기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불과 며칠 사이 시장 전망도 크게 바뀌었다. 당초 2026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2027년 초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전망이 150bp나 수정된 것이다. 이는 금리 조정의 조건과 정책 판단 기준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문제는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4월 연준을 분석하는 전문가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매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점도표에 대해서는 56%가 유용하다고 평가한 반면, 19%는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준이 경제 여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그쳤다. 같은 해 조사 당시 66%, 2021년 10월의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연준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했음에도 정책 판단 기준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중앙은행 신뢰의 조건
물론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하면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돼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회사채와 주택담보대출의 적정 금리를 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소통 역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표현 하나가 달라질 때마다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했고, 점도표의 개별 전망에도 과도한 의미가 부여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이다. 연준은 정책 목표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동시에 정책 결정의 근거와 판단 기준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다만 특정 시점의 금리 수준이나 향후 금리 경로를 사전에 확약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정책 결정을 내릴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예상보다 강한 긴축을 단행했다면 그 배경이 금융안정 위험의 확대인지, 정책 판단의 변화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신뢰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 결정이 어떤 근거와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를 일관되고 투명하게 설명할 때 비로소 시장의 신뢰도 함께 쌓인다.
워시 의장이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한 선제적 약속을 줄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미래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정책 판단 기준까지 모호해져서는 안 된다. 연준은 발언을 줄이는 대신 정책 목표와 결정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결국 조용한 연준의 성패는 정책의 근거를 얼마나 분명하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ed Communication Strategy: Promise Less, Explain Bett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