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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호르무즈 사태, 에너지 안보 재점검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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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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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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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글로벌 에너지 충격 확산 
무역 다변화보다 중요한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기술 투자 통한 회복력 강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초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지역 분쟁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번졌다. 세계 석유 공급은 하루 약 1,2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쟁 이전 글로벌 공급량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사태는 특정 지역의 공급 차질을 넘어 운송과 식품, 화학제품, 전력, 금융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초기 충격이 그대로 장기적인 경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기업은 연료를 대체하며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효율 개선과 기술 혁신도 앞당긴다. 결국 위기 이후 피해 규모는 변화한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위기에서 글로벌 충격으로 확산

2022년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PNG) 공급 축소에서 비롯된 지역적 충격이었다. 당시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중심으로 산업 설비와 난방 시스템, 전력 가격 체계를 구축한 상태여서 피해가 유럽에 집중됐다. 반면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이 덕분에 유럽 기업들은 비교적 저렴한 수입품을 확보하고 다른 연료로 전환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일부 제조업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며 충격을 분산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호르무즈해협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정제유가 오가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이곳의 물동량이 줄어들자,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수입국은 같은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여파로 선박 운임과 보험료가 함께 올랐고 에너지 집약적인 수입품의 생산 비용도 상승했다. 과거처럼 다른 지역에서 저렴한 상품을 들여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어려워졌고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교역 상품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에너지 비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물가 상승폭을 키운다.

경제의 적응력이 위기 이후 피해 좌우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초기 피해보다 이후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단기 예측 모형은 석유와 가스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무역 경로도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다. 위기 발생 직후에는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업과 시장, 정부가 대응에 나서면서 실제 경제는 초기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럽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21년 유럽연합(EU)의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1,520억㎥)였지만 2025년에는 12%(360억㎥)로 낮아졌다. 2022년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가스 수요도 19% 감소했다. 산업 생산 위축과 가계 부담 증가, 재정 지출 확대라는 비용을 치렀지만 공급 부족이 장기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LNG 터미널 건설과 비축 확대, 장기 공급 계약, 수요 감축, 화석연료 발전 비중 축소가 함께 이뤄지면서 초기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피해도 줄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기술 혁신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 확산하면서 2026년 유로지역의 에너지 효율은 위기가 없었을 경우보다 약 3%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잠재생산은 여전히 약 0.8% 감소했지만, 에너지 효율 개선 폭이 지금보다 80% 작았다면 생산 감소 폭은 약 1.3%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와 기술에 투자하면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다.

전력 부문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2024년 저탄소 전원은 EU 총전력 소비의 47.5%를 공급했다. 이는 10년 전 28.6%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물론 운송과 항공, 석유화학처럼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료 가격 상승이 전력 가격으로 확산하는 영향은 줄였다. 실제로 2026년 원유와 일부 정제유 가격은 2022년보다 높았지만 도매 전력 가격 상승폭은 오히려 더 작았다. 발전 과정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내수와 대외 수요가 동시에 약화돼 EU GDP 감소폭을 키운다.

대체 공급망보다 중요한 에너지 전환

에너지 위기에서 가장 먼저 이뤄지는 대응은 무역 경로를 조정하는 일이다.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여유 생산능력을 활용하거나 운송 경로를 바꾸면 단기적인 공급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를 공동 방출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일부 수출 물량을 걸프만 밖 항구로 돌렸고 미국은 원유 생산과 수출을 늘렸다. 가스 시장에서도 캐나다의 첫 대형 LNG 수출 터미널이 2025년부터 동아시아 공급을 시작하는 등 대체 공급망 확보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시간을 벌어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공급처를 바꿀 수는 있어도 세계 전체의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 변화는 에너지 충격에 대한 취약성 자체를 낮춘다. 전기차와 히트펌프, 고효율 산업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 개선은 같은 생산과 소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 사용량을 줄인다. 장기 LNG 계약은 특정 공급국이나 운송 경로에 대한 의존을 낮출 수 있지만 세계 가스 가격 변동까지 막지는 못한다. 반대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공장은 가격 상승이 생산비로 이어지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대체 LNG 확보보다 에너지 전환과 효율 향상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IEA는 LNG 가격 급등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가스 발전 대신 석탄 발전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전력 공급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을 늘리고 또 다른 수입 연료에 대한 의존을 키울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충격에 대비한 정책 과제

글로벌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될수록 단기 대응과 중장기 정책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약계층과 핵심 산업에 대한 긴급 지원은 필요하지만, 광범위한 보조금 지급이나 일괄적인 세금 감면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 절약 유인을 약화시키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를 자극해 재정 부담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EU의 에너지 지원 규모는 누적 기준 GDP의 약 2.2%에 달했다.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 전력망과 ESS, 산업 효율 개선 등 장기 투자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지원은 선별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기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복수의 석유·가스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항만과 국가 간 연계 시설을 확충하고 공동 구매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전략 비축도 원유뿐 아니라 공급 부족이 먼저 나타나는 정제유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청정에너지 확대가 새로운 공급망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전력망 장비가 일부 국가에 집중된 광물과 제조 기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화석연료가 더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석유와 LNG 역시 소수 생산국에 공급이 집중돼 있고 지정학적 위험이 큰 해상 운송로를 거친다. 반면 청정에너지 설비는 부품을 비축하거나 수리·재활용할 수 있고 공급망도 점진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설치 이후 연료를 지속적으로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차이다. 따라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 자체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비축유 방출이나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 이후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피해 규모까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충격이 닥쳤을 때 같은 취약한 구조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공급망과 에너지 구조를 개선해 회복력을 높일 것인지는 지금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을 때야말로 다음 위기를 대비한 구조 개혁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Global Energy Shock Is Not a Fixed Fat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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