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글로벌 테크
  • 유럽 생산망 내재화 노리는 中 자동차 기업들, 산업주권·고비용 장벽에 험로 예고

유럽 생산망 내재화 노리는 中 자동차 기업들, 산업주권·고비용 장벽에 험로 예고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중국산 전기차 규제 강화에 맞서 현지 생산 해법 꺼낸 BYD 
2024·2025년 르노 접촉 추진, 파트너십 넘어 '경영권 장악' 노림수
경영권 방어·역내 조달·고비용 생산환경에 현지화 전략 빨간불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프랑스 대표 완성차 기업 르노 지분 인수를 시도한 데 이어 유럽 완성차 업체의 유휴 공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막대한 고정비 부담에 직면한 가운데, 현지 유휴 설비를 인수·활용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유럽 생산망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현지 공장 확보만으로는 노동규제와 공급망, 기술 표준, 정치적 경계심 등이 얽힌 유럽 시장의 진입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BYD, 르노 측에 지분·사업 협력 형태의 전략적 접근 시도

1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경제 매체 레제코(Les Echos)에 따르면 BYD는 최근 2년간 르노 측에 일부 경영권 확보 또는 생산 인프라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접근은 2024년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이뤄졌고, 2차 접근은 지난해 스텔라 리(Stella Li) BYD 유럽 수석부사장이 장 도미니크 세나르(Jean-Dominique Senard) 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접근 당시 자본 집약적인 전동화 전환기를 맞아 지리자동차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장하던 르노는,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제시된 BYD의 지분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럽 시장에서의 독자적 경영권과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BYD는 지난해 가을 또다시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 BYD의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 배터리 생산 역량을 제공하는 대가로 르노의 유럽 생산 공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양사 간 협상 테이블에서 오간 구체적인 제안은 위탁생산 방식을 배제한 지분 공유 형태로 구성됐다. BYD는 자사의 최신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고 유럽 내 배터리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안을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르노의 유럽 현지 공장 유휴 생산 라인을 BYD 전용 생산 기지로 전환하고, 해당 시설의 운영 지분을 양사가 분할 소유하는 상세안도 협의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르노 이사회는 기술 공유의 실효성 대비 자사 주요 생산 기지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과 운영 통제권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이 제안 역시 최종 거절했다.

프랑스 정부의 주주 지위도 거래의 민감도를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복수의결권을 반영한 의결권 비중은 30%에 이른다. 르노 공장은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 경제가 결속된 국가 산업기반인 만큼 중국 기업의 지분 참여는 민간기업 간 가격 협상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실제 거절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BYD의 제안이 산업 주권 논쟁과 분리될 수 없는 구조란 점은 분명하다.

유휴 공장 파고드는 중국 자본, 유럽 車 생산망 재편 가속

BYD가 유럽의 기존 공장 인수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만성적인 저가동 문제가 자리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자동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이 약 60%로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동률을 80%로 가정하면 잉여 생산능력은 연간 540만 대, 조립공장 35곳 이상의 생산량에 해당한다. 판매가 회복되더라도 기존 설비의 고정비를 흡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요 기반도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되찾지 못했다. 유럽 승용차 판매는 2019년 1,530만 대에서 2025년 1,300만 대 미만으로 줄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연기관 중심 공장의 유휴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BYD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신속한 현지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리 수석부사장은 지난 5월 스텔란티스와 다른 완성차업체들을 상대로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내 저활용 공장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면 인허가와 기반시설 조성, 장비 설치, 인력 채용에 수년이 소요되는 반면, 기존 공장은 도장·프레스·조립라인과 물류망, 숙련 인력이 갖춰져 있어 제품 전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진입 시점을 앞당길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유럽 생산망 편입은 이미 여러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포드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일부를 지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닛산은 영국 선덜랜드 공장 생산을 체리자동차와 협의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자사가 지분을 보유한 립모터의 차량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유럽 업체는 유휴설비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중국 업체는 관세와 투자 기간을 줄이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생산자산의 소유와 사용 주체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다만 르노의 거절은 유럽 완성차 업계의 대응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랑수아 프로보(Francois Provost) 르노 CEO는 지난 5월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에서 "유럽 공장의 가동률이 85% 수준이며 다른 업체와 생산시설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유휴설비가 많은 기업에는 중국 자본이 고용 유지와 고정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으나, 가동률이 높고 독자 회생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장기 경쟁자의 시장 정착을 돕는 대가가 더 크게 인식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가속화법으로 높아진 현지 조달 문턱

유럽 자동차 산업에서 재현되는 ‘말뫼의 눈물(2002년 한국 현대중공업이 스웨덴 말뫼의 골리앗 크레인을 1달러에 인수한 사건)’ 우려도 이러한 양면성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말뫼에서는 핵심 설비가 스웨덴을 떠나 울산으로 옮겨졌지만, 유럽 자동차 공장 인수전에서는 설비와 고용은 현지에 남고, 생산 차종과 투자 규모, 부품 조달, 기술 표준을 결정하는 권한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간다. 유럽 완성차 업체는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을 피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국 산업기반 안에서 경쟁사의 생산능력을 키워주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설비 반출로 가시화됐던 과거의 산업 쇠퇴가 생산 주도권과 의사결정권의 이전이라는 형태로 전개되는 셈이다.

유럽 각국이 중국 기업의 공장 인수를 경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제안한 산업가속화법(IAA, Industrial Accelerator Act)은 공공조달이나 보조금이 투입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를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청정기술 분야의 대규모 외국인 투자에는 EU 근로자 비중과 R&D 기여도, 소유 구조에 관한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도 담겼다.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유럽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확산할 경우 현지 고용과 기술 축적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현지 생산 규제를 충족하더라도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까지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BYD의 헝가리 세게드 공장은 당초 지난해 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장비 설치와 양산 준비가 지연되면서 가동 시점이 올해 4분기로 미뤄졌다.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입해 연산 15만 대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던 튀르키예 마니사 공장도 건설에 착수하지 못한 채 사업 일정이 중단됐다. 중국 내에서 빠른 공장 건설과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온 BYD도 유럽에서는 인허가와 인력 확보, 설비 전환, 부품사 인증이 맞물린 복합적인 운영 부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비 격차 역시 공장 인수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생산비는 선진국보다 30% 이상 낮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배터리 비용에서 발생한다. BYD가 확보한 원가 경쟁력은 중국 내 배터리 공급망과 높은 자동화율, 신속한 제품 개발 체계가 결합된 결과다. 하지만 유럽 공장에서는 기존 근로조건과 노사 관계를 수용하고 현지 부품사를 공급망에 새로 편입해야 하는 만큼, 중국에서 구축한 비용 체계를 동일한 수준으로 재현하기 어렵다. 서유럽 주요 공장보다 인건비 부담이 낮은 스페인과 헝가리 등이 유력 생산지로 지목된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8 month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선임기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