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나중, 비용은 지금" 공격적 AI 인프라 베팅 나선 오라클, 재무·신용 압박 속 담보 부담까지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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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위스콘신주 데이터센터, 지역 전력회사에 담보 제공 부담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선행 투자가 현금흐름·신용 짓눌러 美 전역서 데이터센터 사업 반감 확산, 오라클 수익화 제동 걸릴까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위스콘신주에 건설 중인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대규모 담보를 제공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단행한 막대한 차입·설비투자로 오라클의 재무 부담과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현지 규제 당국이 사업 실패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지정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향후 오라클이 짊어진 이 같은 '선제 투자 리스크'가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라클 데이터센터 사업 '난관'
21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스콘신주 공공서비스위원회가 오라클에 70억 달러(약 10조3,260억원) 규모의 담보 제공을 요구하는 지역 전력회사 위 에너지스(We Energies)의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위스콘신주 포트 워싱턴에 들어설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과 관련한 결정이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앞서 오라클이 오픈AI와 체결한 3,000억 달러(약 442조5,900억원) 규모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다.
위 에너지스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책정한 신용등급이 A- 미만인 대규모 전력 소비 주체는 발전소 및 송전선 건설 비용에 해당하는 담보를 현금이나 신용장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AI 데이터센터 열풍 속에서 전력망 건설 비용이 일반 가정용 전기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고, 향후 시설이 '좌초 자산(Stranded Asset)'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좌초 자산이란 시장 환경의 변화, 기술 발달,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처분하거나 손실 처리해야 하는 자산을 말한다.
해당 규정이 마련될 당시 오라클의 S&P 신용등급은 BBB였으며, 최근에는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BBB-로 추가 하향 조정됐다. 위 에너지스가 제시한 신용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오라클은 이 규정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며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러한 주장은 이번 공공서비스위원회 결정으로 인해 일축됐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연간 1억 달러(약 1,470억원) 이상의 금융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며 대규모 담보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향후 오라클 측은 위스콘신 주민에게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재정 보증을 제공하면서 법정 공방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베팅
오라클의 신용등급이 미끄러진 것은 최근 이어진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재무 부담을 키우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AI 기업들과 맺은 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대거 조달한 상태다. 지난해 9월 180억 달러(약 26조4,240억원), 올해 2월 250억 달러(약 36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유지보수 사업 등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던 오라클이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한 AI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사업 특유의 초기 비용 부담 역시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사업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망, 냉각 설비, 초고속 네트워크 등 각종 기반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고객 수요에 맞춰 서버를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존 클라우드 사업과 달리, 가동률과 매출이 충분히 오르기 전까지 이자, 감가상각비, 임차료, 운영비 등을 먼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실적은 이 같은 ‘시간차’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해당 기간 오라클의 매출은 674억 달러(약 98조9,430억원), 클라우드 매출은 340억 달러(약 49조9,1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며, 영업현금흐름도 320억 달러(약 46조9,760억원)로 준수한 축에 속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설비투자 규모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자본 지출은 557억 달러(약 81조7,670억원)로 전년(212억 달러·약 31조1,216억원)보다 약 163% 폭증했고, 잉여현금흐름은 237억 달러(약 34조7,9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 속 오라클의 신용위험 지표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이 금융 정보 및 분석 플랫폼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 데이터 서비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이날 203bp(1bp=0.01%포인트)까지 뛰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손실을 보전받는 파생 상품으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오른다. 여기에 오라클 회사채의 위험 프리미엄도 함께 뛰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의 채권 거래 정보 시스템 트레이스(TRACE)에 따르면, 2056년 만기 오라클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같은 날 263bp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보다 오라클 채권에 2.63%P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美 데이터센터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
시장에서는 향후 오라클이 떠안은 선행 투자 리스크가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것은 지역사회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풍조다. 지난 5월 여론조사 및 컨설팅 기관 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1%는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을 다소 또는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터워치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주민 반대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최소 75건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업 규모는 1,300억 달러(약 200조원) 수준이다.
이 같은 반발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기반 시설에 미치는 부담에서 기인한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만큼, 인근 지역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저해하고 전기 요금을 끌어 올릴 위험이 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에는 상당량의 수자원이 소모되며, 생활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데이터센터는 냉각 장치, 환기팬, 변압기, 비상 발전기를 24시간 가동해 지속적인 소음공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정전 등에 대비한 디젤·가스 발전기의 시험 운전과 실제 가동 과정에서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기도 하며, 대규모 부지 개발에 따라 녹지·농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 지역사회의 반발을 넘어 주정부가 직접적인 규제를 단행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는 지난 14일 1년간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호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 구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의 규모와 속도가 전력과 수자원에 전례 없는 부담을 주고 있으며, 뉴욕 주민들의 전기 요금 부담을 가중할 위험이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뉴욕 주민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라 뉴욕주에서는 50메가와트(MW) 이상 규모의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 신청이 1년간 중단되며, 현재 심사 중인 허가 절차도 일시 정지된다. 다만 기존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