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 국채 담보로 ‘엔화 방어’, 레포 차환 거듭할수록 재정 압박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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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담보로 FIMA 달러 조달망 구축 엔화 매입과 일본발 국채 투매 차단 동시 가동 차환 거듭할수록 엔화 방어 비용 확대

일본이 미 국채를 처분하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엔화 방어전의 급한 불을 껐다. 이 방식은 미국의 일본발 국채 매도 충격을 차단하고 일본에는 즉시 투입할 개입 자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선택이다. 다만 단기 차입이 반복되면 일본 당국이 부담할 이자와 차환 비용도 빠르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국채비 증가에 대비해 세입 기반을 넓혀야 할 시점에 연간 5조 엔(약 44조1,580억원)의 세수 결손을 초래할 감세안까지 추진되면서, 일본 재정은 엔화 방어비용과 국채 조달비용을 함께 떠안게 됐다.
FIMA 전진 배치, 선제 개입 카운트다운
18일 일본 경제 매체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최근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은 연준의 외국·국제통화당국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활용한 달러 조달 체제를 구축했다. 재무성이 개입을 결정하면 일본은행이 정부 대리인으로 거래를 집행하고,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정의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해 현물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일본 당국은 미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는 절차를 생략하면서 엔화 매입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미 재무부 통계상 올해 5월 말 기준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1,400억 달러(약 1,607조9,700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 수치는 일본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보유분을 합산한 국가 전체 잔액이다. 일본 정부가 운용하는 7월 말 외환보유액은 1조2,871억 달러(약 1,815조685억원)며, 이 가운데 유가증권은 9,273억 달러(약 1,307조6,780억원)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는 2,000억 달러(약 282조원)의 현금성 자산만으로도 7월 말과 유사한 규모의 개입을 두세 차례 추가할 여력이 있다고 추산했다. FIMA까지 가동하면 1조 달러(약 1,410조원)의 달러 외환자산을 이론상 유동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 국채 매각 막는 FIMA 방어막
일본이 이 외환자산을 개입 자금으로 전환하는 규모는 하루 600억 달러(약 84조6,300억원)까지 허용된다. 이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추산한 7월 말 일본의 하루 개입액 530억 달러(약 74조7,400억원)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이틀간 최대 개입액 850억 달러(약 119조9,350억원)에는 연속 차입이나 별도의 현금성 자산 투입이 필요하다. 거래 만기는 하루 또는 7일로, 하루짜리 거래에는 연준의 상설 레포금리가 적용되고, 7일물에는 해당 기간의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 금리에 0.25%포인트가 가산된다. 사전에 예치된 담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과 달러 조달을 즉각 연결할 수 있다.
달러 조달에 필요한 준비 시간이 단축되면서 일본 당국의 개입 시점도 앞당겨질 여지가 커졌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된 공동 개입은 달러·엔 환율이 162.80엔 부근에 진입한 시점에 시작됐다. 일본 당국은 특정 가격을 공식 방어선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며, 시장은 대규모 엔화 매수 주문이 출현한 162.80엔을 직전 개입의 발화점으로 인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FIMA 조달 경로가 확보되면서 일본 당국은 직전 개입의 발화점이었던 162.80엔에 도달하기 전에도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 12일 159.17엔까지 상승하자 시장의 경계선도 160엔 부근으로 좁혀졌다.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도 이 구간에서 추가 엔화 매수가 재개될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단기 엔화 콜옵션 프리미엄에도 조기 개입 가능성이 반영됐다.
연준 독립성 시험대
다만 추가 개입 가능성이 상시화되면서 정책 권한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FIMA를 결합한 엔화 방어 체제는 재무당국의 환율정책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맞물리는 구조다. 일본에서는 재무상이 개입 여부를 결정해 왔고, 일본은행은 정부 대리인으로 주문을 집행해 왔다. 미국의 외환거래도 재무부가 외환안정기금(ESF)을 통해 뉴욕 연은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양국의 현물시장 개입은 기존 법체계에 따른 절차다.
논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관리하는 달러 대출창구까지 정부의 환율정책 수단으로 편입되면서 불거졌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과의 추가 공동 개입에 주저하지 않겠다며 FIMA 한도 증액을 연준에 권고했다. 세계 채권시장 규모가 2020년 이후 크게 불어난 만큼 대출 한도도 현실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도와 거래 조건을 변경할 권한은 FOMC에 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글로벌 달러 부족 사태에 대응해 설치한 비상 창구가 특정국의 통화 방어에 활용되면서 연준의 정책 자율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재무장관이 연준의 대출제도 개편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무부의 요구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FIMA가 연준 대차대조표를 직접 움직이는 수단이어서다. FIMA 대출이 실제로 실행될 경우 연준 자산에는 외국 통화당국에 제공한 레포가 잡히고 은행 지급준비금도 함께 늘어난다. 거래 만기까지 미국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는 것이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가능성은 연준 내부의 금리 인상 논의와 맞물리며 더욱 커졌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3명은 물가 압력을 이유로 0.25%포인트 인상을 요구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연준이 별도의 창구를 통해 달러 공급까지 확대하면 통화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재무부의 권고를 수용할 경우 연준은 엔화 방어용 유동성 공급이 기존 긴축 기조와 양립한다는 점까지 설명해야 한다.
표1. 일본발 미 국채 매도 충격 및 미국의 재정 부담
| 구분 | 규모·전망치 | 파급 경로 | 주요 영향 |
|---|---|---|---|
| 외국인 미 국채 매도 | 1개월간 1,410억 달러 (외국인 보유액의 1.87%) | 유통시장 공급 증가 → 채권가격 하락 → 국채금리 상승 | 국채금리 평균 0.57%포인트 상승 (연구별 0.25~1.01%포인트) |
| 2026회계연도 순이자 지출 | 1조390억 달러 (GDP의 3.3%) | 시장금리 상승 → 만기 국채 차환·신규 발행 비용 확대 | 고금리 발행에 따른 연방정부 재정 여력 약화 |
| 민간 대상 순시장성 차입 | 7~9월 7,390억 달러 10~12월 6,280억 달러 | 대규모 국채 발행과 일본발 매도 물량 중첩 |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한 발행금리 상승 압력 |
| FIMA 확대 | 일본 보유 미 국채의 담보 활용 | 미 국채를 뉴욕 연은 계정에 담보로 예치해 달러 유동성 공급 | 일본의 미 국채 시장 매도 억제와 금리 충격 완화 |
40조 달러 부채의 아킬레스건
미 재무부가 이러한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FIMA 확대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미 국채시장에 대한 경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이 엔화 매입 자금을 마련하려고 보유 미 국채를 대거 처분할 경우, 공급 물량이 늘면서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오른다. 미국 측이 직전 공동 개입에서 유로를 팔아 엔화를 매입하고 FIMA 확대까지 거론한 조치도 일본발 국채 매도 충격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FIMA는 일본의 미 국채를 뉴욕 연은 계정에 담보로 묶어 유통시장 매물 전환을 억제하는 장치인 셈이다.
캔자스시티 연은은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 미 국채의 1.87%에 해당하는 1,410억 달러(약 198조9,510억원)를 한 달 동안 매도할 경우 국채금리가 평균 0.57%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연구별 추정 범위는 0.25~1.01%포인트에 달했다. 대규모 해외 매도가 발생하면 국채금리가 0.5%포인트 안팎으로 뛸 수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해외 공공부문의 매수세가 약해지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금리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에게 국채 소화를 의존해야 한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이 정도의 금리 변동은 대규모 차입을 이어가는 미국에 상당한 부담이다. 미국의 재정 여력은 이미 고금리 발행에 잠식돼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 순이자 지출이 1조390억 달러(약 1,465조7,17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금리 상승분은 만기 도래 국채의 차환과 신규 발행을 거쳐 재정비용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가 예정한 민간 대상 순시장성 차입도 7~9월 7,390억 달러(약 1,042조5,070억원), 10~12월 6,280억 달러(약 885조9,200억원)에 이른다. 일본발 매도 물량이 이 발행 일정과 겹치면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日 재정 옥죄는 이중 이자
그러나 FIMA가 일본발 국채 매도 충격을 흡수하는 동안 일본 당국에는 차입 기간에 비례한 이자비용이 쌓인다. FIMA 하루물 금리는 연준의 상설 레포금리와 같은 연 3.75%다. 일본이 하루 한도인 600억 달러를 전액 빌린 상태를 1년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율 기준 이자 부담은 22억5,000만 달러(약 3조1,700억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담보로 맡긴 미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반영하기 전의 총비용이며, 실제 순비용은 담보 국채의 이자수익과 FIMA 조달금리, 차입 기간을 함께 따져야 산출할 수 있다. 연준은 긴급 유동성 공급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춰 FIMA 금리가 평상시 민간 레포금리를 웃돌도록 가격 체계를 짰다. 차입을 연장할수록 일본 당국의 이자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 당국은 FIMA로 빌린 달러를 현물시장에 내놓고 엔화를 사들이기 때문에 하루 또는 7일 뒤에는 이미 사용한 달러 원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남은 외환보유액으로 상환할 경우 보유 달러가 줄어들어 미 국채 매각을 피하려던 취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을 지키려면, 보유 미 국채를 다시 담보로 제공하고 기존 차입을 차환하는 절차가 불가피해진다. 차환 때마다 새 이자가 붙어 만기를 거듭 연장할수록 총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엔화가 재차 약세로 돌아서면 앞선 개입의 효과가 줄어들고,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신규 차입까지 필요해질 가능성도 크다.
FIMA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는 엔화 약세를 만든 미·일 금리 차 축소가 필요하지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는 일본 정부의 국채 이자비용 증가가 뒤따른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일반회계의 국채 원리금 상환비는 31조2,758억 엔(약 276조2,150억원)으로 전체 지출의 25.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이자 지급 등에 배정된 금액만 13조672억 엔(약 115조4,040억원)이다. 정책금리 상승분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의 차환과 신규 발행을 거쳐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국채비가 이미 전체 예산의 4분의 1을 웃도는 상황에서는 점진적인 금리 상승도 재정 운용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국채비 급증 속 감세 역주행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식품 소비세 감면안까지 더해지면서 세입 기반도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일본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추고, 남은 1% 상당액도 지원금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로 인한 연간 세수 결손은 5조 엔으로 추산된다. 다카이치 내각은 적자국채 없이 감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체 세원과 지출 삭감 항목은 내놓지 못했다.
구체적인 대체 재원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감세 부담이 국채 발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세수 감소분의 절반을 국채로 충당할 경우 10년물 국채금리가 연말 3%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말 전망치로 제시된 3%선은 이미 당장의 가격 변수로 바뀌었다. 지난 17일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2.93%로 올라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정부 예산의 금리 전제까지 남은 폭도 0.07%포인트에 불과했다. 같은 날 금리스와프시장에는 일본은행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확률이 80%까지 반영됐다. 시장금리가 3%선 위에서 굳어질 경우 신규 발행과 차환 국채의 조달비용은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상정한 수준을 웃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