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끝났나" 美·日·유럽 국채금리 동반 급등, 유가·재정 리스크에 차환·국방비 부담까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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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유럽 주요국, 국채금리 나란히 상승세 중동發 유가 충격·정부 부채 우려로 위험 프리미엄 확대 투자 급증의 시대, 각국 정부 재정 운용·실물경제 '비상'

선진국 국채금리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주요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이에 각 주요국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은 나날이 커져 가고 있다. 미국은 차환·이자 비용 및 가계·기업의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으며, 일본과 유럽 역시 각각 확장 재정·국방비 확대 정책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다.
주요국 국채금리, 줄줄이 최고치 기록
3일(이하 현지시각)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일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연 3.023%까지 상승했다. 일본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선 것은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같은 날 장중 연 4.818%까지 뛰며 2023년 이후 최고 치를 기록했다. 이는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안정에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며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은 영향이다. 워시 의장의 발언 해당 이후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다.
유럽 주요국의 국채금리도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일 장중 연 4.275%까지 치솟았으며, 3일에도 연 4.206%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2일 장중 3.395%까지 뛰어 2011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같은 날 장중 연 5.294%까지 올라 2007년 8월 이후 19년 만에 고점에 도달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유럽 금융 시장 투자자들은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재정 취약국에 집중되던 위험 프리미엄을 프랑스·영국·독일 등 핵심국에도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재정 여력과 장기 차입 부담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유가·재정 리스크가 오름세 견인
이처럼 선진국 채권 금리가 잇달아 치솟은 배경에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 있다. 미국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는 재차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95달러(약 12만9,000원)를 웃돌았으며, 직전 거래일에는 하루 동안 약 6% 급등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곧바로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키웠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물가와 기업 생산비가 치솟을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거나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도 채권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미 재무부 집계 기준 지난달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는 40조470억 달러(약 5경4,275조원)에 육박했으며, 이 중 민간 등이 보유한 시장성 국채를 포함한 대외 보유 부채는 32조2,660억 달러(약 4경3,730조원)에 달했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출 계획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역시 유로존 재정 기준을 장기간 웃도는 중이다. 프랑스 국채와 유로존 내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간 금리 격차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프랑스의 재정 위험에 막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美, 이자 비용·민생 압박 커져
현재의 국채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할 시, 그 충격은 각국의 재정 운용 및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우선 미국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국채 차환이 부담 요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에만 만기를 맞은 민간 보유 국채 963억 달러(약 130조5,000억원)를 차환하기 위해 3년·10년·30년물 국채 총 1,250억 달러(약 169조4,000억원)를 새로 발행했다. 당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제시된 금리는 연 4.683%, 30년물 입찰 금리는 연 5.216%에 달했다. 이는 각각 19년, 2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저금리 시기에 발행했던 기존 국채가 고금리 국채로 교체되기 시작하면 정부의 평균 조달 비용도 점차 상승하게 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 지출은 이미 1조1,000억 달러(약 1,490조원)에 달한다.
가계의 금융 비용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모기지 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설립된 정부후원기업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일 기준 연 6.71%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5년 만기 고정형 금리도 전주 5.98%에서 3일 6.04%로 올랐다. 여기에 기업들의 회사채 역시 국채금리에 신용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에서 발행되는 만큼, 향후 민간 시장의 신규 투자와 기존 부채 차환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표1.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각국 영향
| 국가·지역 | 주요 영향 |
|---|---|
| 미국 | 국채 차환 및 정부 이자 부담 가중, 모기지·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 악화 |
| 일본 | 국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정부 확장재정 정책 추진 여력 축소 |
| 영국 | 차입 비용 상승으로 추가 국방비 조달 계획 불확실성 확대 |
| 프랑스 | 높은 정부 부채·재정 적자에 국채금리 부담이 겹치며 국방비 확대 여력 악화 |
| 독일 | 국방비 확대를 위한 재정 계획 추진 부담 가중 |
日·유럽 정책 운용 제약
일본의 셈법 역시 복잡하다. 일본 재무성은 2027회계연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채 비용 산정에 적용하는 가정금리를 현행 3.0%에서 3.8%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채 원리금 상환비는 36조6,386억 엔(약 3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 지출이 추가될 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 중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성장 산업 투자, 방위 강화, 민생 지원, 고령화 대응 등에 투입해야 할 재원을 직접 잠식당하게 된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국방비 확대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안보 관련 지출을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실질 국방비는 지난해에만 2024년 대비 900억 달러(약 122조원) 증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추가 군비 지출을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이 최근 발표한 추가 국방비 150억 파운드(약 27조5,0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은 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프랑스 역시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로 지출 확대에 제약이 생긴 상태다. 독일 정부는 국방 관련 지출을 기존 부채 규칙에서 일부 제외하면서 2030년까지 연간 국방비를 2,000억 유로(약 315조2,000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추진 동력이 약화했다.
'저축 과잉' 시대 끝났다
선진국 금융 시장이 줄줄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의 금리 급등이 저금리 시대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저성장, 저투자, 풍부한 글로벌 저축이 장기 금리 상승세를 제한했지만, 최근에는 민간·정부의 투자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진단이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31일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새로운 시대는 장기적 성장(secular growth)의 시대"라며 "현시점을 규정한다면 글로벌 투자 급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워시 의장은 "앞으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기대하는 것은 각국의 성장 전망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라며 "성장이 경기 순환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살펴보고, 당연히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나의 견해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글로벌 저축 과잉' 시대와 관련해서도 "역시 아주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서 "지금의 이 순간을 투자 급증으로 이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