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금융시장으로 넓어지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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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수출 성장 속 무역·환율 갈등 심화 중국발 금융 영향, 선진국 자산시장으로 확산 위안화·자본규제, 글로벌 자금 이동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커졌다. 중국의 경기 변화가 교역과 원자재 가격을 움직이고, 그 여파가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로 번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보유가 늘면서 금융시장을 통한 새로운 경로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중국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액은 1조9,900억 달러(약 2,702조원) 규모였다. 중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금융자산은 3,640억 달러(약 494조원), 영국 금융자산은 약 490억 달러(약 66조원)로 집계됐다.
중국 제조업 성장과 무역구조 변화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2024년 상품 수출액은 약 3조5,800억 달러(약 4,861조원)에 이르렀다.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도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처럼 막대한 생산 규모를 바탕으로 중국의 수요 변화는 구리와 철광석,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을 움직였고, 중국산 제품의 공급 확대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기업의 가격 경쟁과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무역 중심의 영향력은 최근 중국의 내수 부진과 맞물려 새로운 통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5% 성장했지만, 민간소비와 부동산 투자는 이전만큼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3%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위안화 실질가중지수도 2021년 이후 누적으로 약 14% 낮아졌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면서 대규모 무역흑자와 위안화 가치가 주요국의 정책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관심도 관세에서 환율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는 위안화의 질서 있는 절상을 요구했으며, IMF는 지난해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이 적정 수준보다 12.1~20.7% 낮다고 봤다. 유럽에서도 위안화 약세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역내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문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자본의 해외 이동과 맞물려 있어서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 투자자의 해외 자산 매입 비용이 낮아져 해외투자 유인이 커진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추가적인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나 유로 등 외화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둘러싼 환율 문제가 무역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본 이동과 금융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중국발 금융 충격의 확산
중국 경기의 영향은 금융시장에서도 먼저 신흥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데다 금융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중국의 경기 충격이 주가와 환율,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번졌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동유럽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중국 증시가 1% 상승하는 긍정적인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한 당일, 라틴아메리카 증시가 약 0.26% 올랐다. 동아시아와 동유럽 증시도 약 0.15% 상승했으며 국채와 회사채 스프레드, 환율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중국발 금융 충격은 한동안 신흥국에 집중된 위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IMF가 63개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수요와 공급 충격이 선진국 경제에 미치는 누적 영향은 각각 0.24%, 0.16%로 다른 주요 신흥국보다 컸다. 미국발 충격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융시장은 실제 교역이나 생산 변화에 앞서 중국의 경기 변화에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생산이 예상치를 1% 웃돌 경우, 경제지표 발표 전후 60분 동안 중국 증시는 21bp, 아시아·태평양 증시는 약 3bp 상승했다. 같은 시간 중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움직였다.

중국 자본의 해외 금융시장 유입
금융시장을 통한 영향은 중국 투자자들의 실제 자금 이동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자본 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도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제도를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해외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QDII 전체 한도는 1,709억 달러(약 232조원)였으며, 2023년 기준 QDII 뮤추얼펀드가 보유한 해외 주식은 약 405억 달러(약 55조원)로 대부분 홍콩과 미국에 집중됐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중국의 통화정책을 해외시장으로 전달하는 통로로도 작용한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통화 긴축에 나설 경우, QDII 투자 비중이 높은 해외 주식은 투자 비중이 낮은 종목보다 수익률이 더 크게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최소 5일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은행보다 중국 개인투자자의 펀드 가입과 환매에 따른 자금 이동이 주요 경로로 분석됐다.
여기에 중국 가계가 보유한 막대한 예금도 향후 자금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중국의 가계예금은 약 165조 위안(약 3경3,163조원)에 달했다. 현재는 자본통제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돼 있지만, 당국이 투자한도를 소폭 확대하더라도 상당한 자금이 해외시장으로 이동할 여지가 있다. 중국의 해외 포트폴리오 자산 가운데 주식과 투자펀드 지분은 지난해 말 약 1조2,600억 달러(약 1,711조원), 채권은 약 7,250억 달러(약 984조원)를 차지했다. 홍콩이 최대 투자처였고 미국도 주요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위안화 변화와 중국 자본의 향방
향후 중국 자본의 움직임을 가늠할 사례로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이 거론된다. 당시 일본은 엔화 강세와 금융시장 개방이 맞물리면서 해외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1989년 해외직접투자(FDI) 유출액은 675억 달러(약 91조원)로 GDP의 약 2.5%에 해당했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 자산 매입 비용이 낮아진 데다 무역 마찰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도 대규모 무역흑자와 높은 저축률, 환율 조정 압력 등 당시 일본과 비슷한 여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 수준에서는 차이가 크다. 위안화는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화가 아니며, 중국 당국은 해외투자 한도와 자금 유출을 직접 통제한다. 따라서 환율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해외투자로 이어지기보다 자본통제와 해외투자 규제의 변화가 실제 자금 이동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차이에도 위안화 정책이 갖는 의미는 커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동시에 중국 투자자의 해외 자산 매입 부담을 덜어준다. 따라서 중앙은행과 금융당국도 중국의 PBOC의 통화정책과 QDII 한도, 해외투자 규제 변화에 따른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무역과 생산에서 금융시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해외투자가 증가할수록 위안화 환율과 통화정책 변화가 주요국의 자금 흐름과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중국 경제의 파급효과를 판단할 때는 수출과 무역수지뿐 아니라 중국 자금의 해외 이동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s Financial Influence Is Reaching Advanced Market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