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치솟는 美 장기 국채금리, ‘고금리 뉴노멀’ 굳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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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금리 상승, 연준 장부 손실·투자자 매도 압력 재무부 단기채 확대, 연준 재투자·스테이블코인 수요 활용 수급 부담 완화 이면에 차환 위험·자금 쏠림 심화

미국 장기금리 급등의 충격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규모 평가손실에 이어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미 국채 보유 축소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해외 대형 국부펀드까지 비중 조정을 검토하면서 급증하는 발행 물량을 받아낼 장기 투자 수요는 약해졌고, 미국 정부의 조달 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 미 재무부는 단기채 발행과 바이백(재매입)을 확대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새로운 매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만기가 짧아질수록 차환 위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성장세가 인공지능(AI) 부문에 편중된 가운데, 재정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미 국채시장의 불안이 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연준 보유 자산 평가손실 8,780억 달러
6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의 2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보유 채권의 장부가액은 6조6,313억 달러(약 8,925조7,300억원), 공정가치는 5조7,533억 달러(약 7,743조9,420억원)로 집계됐다. 미실현 손실은 8,780억2,800만 달러(약 1,181조8,260억원)에 달했다. 국채 세부 자산별로는 장기 채권(Bonds)의 누적 미실현 손실이 4,724억 3100만 달러(약 641조3,250억원)로 가장 컸다. 중기 국채(Notes) 손실은 890억 달러(약 120조8,175억원)며, 단기 국채(Bills) 손실은 1억1,300만 달러(약 1,533억9750만원)를 나타냈다.
국채 부문 전체의 누적 미실현 손실은 5,615억4,400만 달러(약 755조8,380억원)로 집계됐다. 주택저당증권(MBS)에서 3,165억6,000만 달러(약 426조9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연준 자본금 477억3,400만 달러(약 64조2,500억원)의 약 18배에 해당한다. 연준은 보유 채권을 시가로 처분할 의무가 없고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어 당장 지급능력이 훼손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금리 상승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남긴 부담은 상당하다.
고금리에 뒤집힌 연준 수익 구조
미실현 손실의 뿌리는 코로나19 충격기에 단행한 대규모 양적완화(QE)에 있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국채와 MBS를 대거 사들였지만, 2022년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새로 발행된 채권의 금리는 뛰고 기존 저금리 채권의 시장가격은 급락한 결과다. 더구나 6월 말 기준 연준이 보유한 주거용 MBS 가운데 잔존 만기가 10년을 넘는 물량은 액면가 기준 1조8,536억5,900만 달러(약 2,495조250억원)로 전체의 95.5%에 달했다.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물이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차지한 만큼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이는 연준의 수익 구조까지 흔들고 있다. 올 상반기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MBS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2.76%, 2.20%에 머문 반면, 시중은행 지급준비금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등에 지급하는 이자는 단기 정책금리를 따라 훨씬 빠르게 뛰었다. 이에 연준은 2022년 가을 재무부에 보내던 주간 송금을 중단하고 누적 손실을 ‘이연자산’으로 계상해 왔다. 이연자산은 당장 갚아야 할 부채가 아니라 향후 연준이 벌어들일 이익으로 먼저 메워야 하는 회계상 항목이다. 수익성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지만, 6월 말에도 이연자산이 2,354억9,800만 달러(약 316조9,800억원) 남아 있어 재무부 송금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준의 장부상 평가손실을 키운 금리 충격은 민간 채권시장에서도 실제 투자 손실로 이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일 4.796%로 마감했고 30년물은 5.267%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지난달 18일 장중 5.337%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장기채일수록 가격 하락폭도 커졌다.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압력은 국채 수급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달 40조 달러(약 5경3,920조원)를 돌파했고, 재무부가 제시한 올해 3분기와 4분기 시장성 국채 순차입 예상액도 각각 7,390억 달러(약 996조2,460억원)와 6,280억 달러(약 846조6,070억원)에 달한다.
표1. 연준 보유자산과 미국 장기채 시장 주요 지표
| 구분 | 항목 | 기준 시점 | 수치 |
|---|---|---|---|
| 연준 보유 MBS | 잔존 만기 10년 초과 물량 | 6월 말 | 1조8,536억5,900만 달러 (약 2,495조250억원) |
| 전체 MBS에서 차지하는 비중 | 95.5% | ||
| 연준 보유자산 평균 수익률 | 미국 국채 | 올해 상반기 | 2.76% |
| 주거용 MBS | 2.20% | ||
| 연준 누적 손실 | 이연자산 | 6월 말 | 2,354억9,800만 달러 (약 316조9,800억원) |
| 미국 장기 국채금리 | 10년물 | 지난 1일 종가 | 4.796% |
| 30년물 | 지난 1일 종가 | 5.267% | |
| 30년물 | 지난달 18일 장중 | 5.337% (2007년 이후 최고 수준) | |
| 미국 국가부채 | 국가부채 총액 | 지난달 | 40조 달러 돌파 (약 5경3,920조원) |
| 시장성 국채 순차입 예상액 | 3분기 | 올해 | 7,390억 달러 (약 996조2,460억원) |
| 4분기 | 6,280억 달러 (약 846조6,070억원) |
노르웨이 국부펀드, 미 국채 비중 축소 검토
더 큰 문제는 같은 금리 충격이 연준 밖에서도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보유 채권을 만기까지 끌고 갈 수 있지만, 운용 성과를 시장가격으로 평가받는 기관투자가의 사정은 다르다. 장기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면 신규 매입을 미루고, 만기가 돌아온 자금도 다른 자산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 글로벌은 미 국채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운용부문이 채권 벤치마크에서 제시한 조정 폭은 상당하다.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추고, 미 국채 비중도 34.1%에서 21.9%로 줄이는 내용이다. 6월 말 2,150억 달러(약 289조8,410억원)였던 미 국채 보유액을 기준으로 800억 달러(약 107조8,480억원)가량이 조정 대상에 오른다.
노르웨이의 결정은 최근 미국 장기 국채를 둘러싼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보유국들은 이미 미 국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 왔고,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도 수익성과 재정 위험을 따져 보유 자산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금리 변화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들이 채워야 한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신규 국채를 소화하려면 그만큼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형 기관의 매도까지 겹치면 국채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 평가손실 확대, 추가 매각이 맞물리는 악순환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부채 축소보다 국채 수요 창출 시도
이 경우 미 재무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단기채 발행 확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기관들도 단기 외채를 거듭 차환하다 해외 채권단이 만기 연장을 중단하자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미 재무부의 8월 조달계획을 보면 중장기물 경매 규모를 유지할 경우 7~9월 단기채 순증분은 4,090억 달러(약 551조3,700억원), 10~12월에는 3,170억 달러(약 427조3,500억원)에 이르는 계산이다. 두 분기 모두 전체 순차입 수요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재무부는 향후 수개 분기 동안 중장기물 경매 물량을 유지하고, 계절적·돌발적 자금 수요는 정례 단기채와 현금관리용 단기채로 충당할 방침을 세웠다.
단기채는 만기가 짧아 가격 변동 위험이 작고 대기 수요도 두텁지만, 그만큼 차환 주기가 빨라진다. 지난해 9월 기준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시장성 국채는 전체의 33%였으며, 올해 회계연도에 다시 발행해야 할 물량도 9조7,000억 달러(약 1경3,077조원)로 추산됐다. 재무부가 단기채 발행을 늘리려면 만기마다 새로 쏟아지는 물량을 받아줄 안정적인 매수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필요할 경우 단기 국채와 잔존 만기 3년 이하 국채를 사들이고 MBS 원금 상환분도 단기물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지니어스법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 잔존 만기 93일 이하 국채를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민간의 단기채 매입 여지를 넓혔다.
미 국채발 유동성 블랙홀
다만 국채 매수 자금의 출처에 따라 다른 자산시장의 유동성은 되레 줄어들 수 있다. 연준이 MBS 상환금을 단기채에 재투자하면 MBS 시장의 재매입 수요가 그만큼 감소하며, 민간 투자자가 기존 자산을 팔아 국채를 사들이는 경우에도 다른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특히 높은 금리와 안전성을 갖춘 미 국채가 대거 공급되면 투자자는 금융채와 회사채에 이전보다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해외채권과 금융채·회사채가 먼저 매도 압력을 받고, 신규 자금의 배분까지 국채 쪽으로 기울 경우 사모신용 시장으로 향하던 유동성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 국채금리는 달러화 채권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만큼, 10년물이 5%에 다가설수록 각국 정부와 기업이 부담할 이자도 함께 뛴다. 실제로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26%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10년물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 선을 돌파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조달비용을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미국 CCC등급 기업의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1년 전 8.08%포인트에서 최근 10.53%포인트로 확대됐다. 안전자산 수익률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취약 기업에 요구하는 위험 보상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경기 둔화 속 장기채 위험 프리미엄 확대
더구나 이번 장기금리 상승은 과거 경기 확장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경기 확장기에는 생산과 소득, 기업 이익이 고르게 늘어 높은 차입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했으나, 지금은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기업 투자 증가분도 AI 부문에 편중돼 있다. 실제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5%로 1분기 2.1%보다 낮아졌고, 최근 4개 분기 장비·무형자산 투자가 9% 늘었으나 올해 설비투자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AI 인프라 구축에서 나왔다. 풍부한 현금흐름을 갖춘 일부 AI 대기업은 높은 이자비용을 견딜 수 있지만, 주택·농업 등 금리 민감 부문과 저신용 기업의 자금 사정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가 AI 중심의 제한된 성장세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장기금리가 급등한 데는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시장 수급 불안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0.8751%포인트로 집계돼 0.9%포인트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이 장기간 자금을 묶는 조건으로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은 데다 미국 정부와 우량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까지 겹치면서, 장기물 공급을 시장이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경계심이 금리에 얹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계심은 미 국채가 오랫동안 누려 온 '안전자산 프리미엄'도 약화시키고 있다.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의 하노 루스티그(Hanno Lustig) 교수는 "미 국채가 우량 회사채와 다른 선진국 국채에 견줘 누려 온 우위가 약해졌으며, 연간 2조 달러(약 2,690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조달도 높은 금리에 반응하는 자금에 갈수록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무부가 바이백과 단기채 발행 확대로 장기물의 당면한 수급 부담을 덜 수는 있어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까지 낮추긴 어려운 이유다. 재정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장기금리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