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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지갑 닫혀" 日 가계 소비 8개월째 위축, 감세 카드 이면에는 세수 결손·재정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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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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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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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처분소득 감소 흐름 속 日 가계 소비지출 위축
"8%에서 1%로" 식료품 소비세 인하 나선 다카이치 정부
세율 복원 '후폭풍' 우려, 세수 공백發 재정 부담도

일본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상황과 가처분소득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뒤따른다.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확률이 높은 데다, 대규모 세수 공백으로 인해 재정 부담까지 가중될 위험이 있어서다.

쪼그라든 日 소비지출

지난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7월 일본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 줄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1.6% 하락) 대비 두 배 이상 큰 폭이자,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품목별로 보면 주거비는 1만7,291엔(약 14만9,000원)으로 16.4% 축소돼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광열·수도비는 1만8,436엔(약 15만9,000원)으로 9.2% 줄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교통·통신비도 4만3,789엔(약 37만8,000원)으로 8.5% 감소해 3개월째 뒷걸음질쳤다.

이밖에 보건의료비는 1만6,053엔(약 13만9,000원)으로 6.0% 줄어 1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교육비는 7,209엔(약 6만2,000원)으로 5.4% 축소됐다. 의류·신발 지출은 1만126엔(약 8만7,000원)으로 0.3% 위축됐으며, 기타 소비지출도 4만3,081엔(약 37만2,000원)으로 실질 기준 3.5% 줄었다. 식료품 지출은 9만5,681엔(약 82만6,000원)으로 명목상 2.2%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는 1.3% 감소해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고물가가 임금 상승 효과 상쇄

가계 소비를 짓누르는 핵심 요인으로는 장기화하는 고물가 상황이 꼽힌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6월 상승 폭(1.6%)과 비교했을 때 0.3%P 높은 수준이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근원 CPI 역시 1.9%로 전월(1.7%) 대비 상승 폭을 0.2%P 키웠다. 7월 기업물가지수(CGPI)는 전년 동월 대비 7.2% 급등해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기업 단계에서 누적된 원가 부담은 향후 시차를 두고 소매 가격으로 추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치솟는 물가는 임금 상승을 통한 소비 여력 개선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후생노동성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6월 기준 일본 근로자 1인당 명목 현금급여는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했고, 기본급에 해당하는 소정내급여 역시 3.4% 늘었다. 하지만 총무성 집계상 2인 이상 근로자 가구의 7월 월평균 실수입은 68만9,476엔(약 595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명목 기준 1.7% 줄었고, 자가주택의 귀속임대료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로 환산한 실질 소득은 3.8% 축소됐다.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55만4,381엔(약 478만4,000원)으로 3.1% 감소했으며, 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에 사용한 비율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58.2%로 전년 동월(60.5%)보다 2.3%P 낮아졌다.

다카이치의 감세 카드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소비 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감세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부터 현금 지원이나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회복에는 한계가 있으며, 소비세 자체를 낮춰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 등 주요 야당은 줄줄이 식료품 소비세 감면 또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명당도 현행 8%인 식료품 소비세율을 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총리 역시 올해 1월 중의원 조기 총선을 선언하면서 현행 8%인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뒤 제도 설계에 착수했고, 논의 과정에서 유통·소매업체의 시스템 개편 부담 등을 고려해 식료품 소비세율을 2027년 4월부터 2년간 8%에서 1%로 낮추는 방안이 힘을 얻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월 30일 이러한 정부안을 확정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달 5일 임시 각의에서 관련 기본 방침을 정식 의결했다. 현재는 세율 변경에 따른 가격 표시 방식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관련 법안은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책 설계상 한계 뚜렷

문제는 해당 정책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막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내년부터 식료품 소비세율을 낮추고, 2년 뒤 현행 8%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년간 낮은 세율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율 복원이 단순한 감세 종료가 아니라 식료품 가격이 다시 오르는 사실상의 증세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감세 종료 시점에 임금 상승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거나, 식료품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민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세율을 복원하는 시점에 중·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는 '소득연동급부(납부할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공제액이 세액보다 많으면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소득연동급부는 매년 가을 지급될 예정으로, 2029년에는 소비세율이 오르는 4월부터 급부금이 지급되는 가을까지 약 반년간의 지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소비세 인하 이후 발생하는 세입 결손을 어떻게 메울지도 불분명하다. 일본 싱크탱크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출 경우 연간 세수가 4조4,000억 엔(약 39조9,080억원) 급감하는 반면,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는 3,000억 엔(약 2조7,21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만으로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체 재원은 제시되지 않았다.

표1. 다카이치 정부 감세 정책의 예상 부작용

부문예상되는 문제
세율 복원한시 감세 종료가 사실상의 증세로 인식될 시 소비자 반발 확대 위험
지원 공백소비세율 복원 이후 소득연동급부 지급 전까지 약 반년간 중·저소득층 지원 공백 발생
세수 감소감세 통한 경기 부양 효과만으로 세수 결손 보전 어려워
대체 재원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부재
재정 부담국채 차환·이자 비용 확대 흐름 속 세입 감소 충격
자료: 일본 재무성, 다이와종합연구소, 외신 종합

시장 이목 '재정 리스크'에 집중

이러한 세수 공백은 이미 대규모 부채·이자 비용 지출 부담을 짊어진 일본 정부 재정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 아래 낮은 금리로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 왔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말 기준 일반국채 잔액은 1,145조 엔(약 9,808조7,57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금리 상승 국면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만기가 돌아온 저금리 국채를 보다 신규 국채로 차환하는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추가로 불어날 가능성도 크다. 실제 2026회계연도 일본 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13조 엔(약 111조3,660억원)으로 전년도 당초 예산인 10조5,000억 엔(약 89조9,500억원)보다 2조5,000억 엔(약 21조4,165억원)가량 급증한 상태다. 재무성은 이 가운데 1조5,000억 엔(약 12조8,500억원)이 기존 국채 차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증가분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이 같은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며, 특히 채권시장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 장중 3.023%까지 올라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장기물 금리도 크게 뛰어 20년물은 3.885%, 30년물은 4.155%, 40년물은 4.250% 선에서 거래됐다. 이후로도 금리 하락 폭은 사실상 미미했다. 4일 기준 2년물 국채금리는 약 1.82%, 5년물은 2.22%, 10년물은 2.89~2.91%, 20년물은 3.70~3.73%, 30년물은 3.97~3.99%, 40년물은 3.97~4.07% 수준에 머물렀다.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가파른 우상향 형태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인 물가 상승,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재정 부담 등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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