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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에너지 물가 비상" 美·유럽·日 금리 인상론 확산, 이상기후·전쟁이 인플레이션 압력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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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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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7월 금리 동결 이후 추가 긴축 가능성 시사
글로벌 금융 시장, ECB·BOJ 금리 인상 기정사실화
폭염·가뭄·군사 충돌 등 세계 각지서 물가 상승 요인 누적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까지 잇달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글로벌 통화 정책의 무게중심이 눈에 띄게 기우는 양상이다. 이는 각국의 이상기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곡물 공급이 위축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국제유가·운송비까지 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

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P 상승할 가능성을 약 60% 수준으로 반영했다. 최근 부각된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가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 7월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결정됐지만, 당시 다수의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3명의 위원은 0.25%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 관련 지표들이 우려스럽다"며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물가 지표) 수치가 예상보다 나았지만, 기저 인플레이션 추세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의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들도 보다 직접적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맥 총재는 지난 4일 현재 통화 정책이 경제를 충분히 제약하지 못한다며 조속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카시카리 총재 역시 현재 경제와 고용이 견조한 상황에서 금리를 소폭 인상해 물가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유럽·日도 긴축 가속화 전망

지난 6월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ECB의 경우, 이달 중 추가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오는 10일 ECB가 예금금리를 현행 2.25%에서 2.50%로 0.25%P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금리 선물 시장 역시 7일 기준 0.25%P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100% 반영하고 있다.

BOJ의 추가 금리 인상 확률도 높게 점쳐진다. 7일 금리 선물 시장은 BOJ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1.0%에서 1.25%로 0.25%P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약 75%까지 반영했다. 오는 12월까지 한 차례 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약 60% 다. 이 같은 전망이 확산하면서 금융 시장의 선제적인 움직임도 가시화하는 추세다. 8일 엔-달러 환율은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고,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역시 일부 청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표1. 주요국 금리 인상 전망

국가·지역중앙은행금리 인상 전망
미국연방준비제도9월 기준금리 0.25%P 인상 가능성 약 60% 반영
유로존유럽중앙은행9월 예금금리 0.25%P 인상 기정사실화
일본일본은행9월 정책금리를 0.25% 인상 가능성 약 75% 반영, 12월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 약 60%
자료: 로이터통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이상기후가 끌어올린 농산물 가격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농산물이다. 최근 각국을 덮친 기후 위기는 글로벌 농산물 공급망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장기화한 가뭄이 핵심 밀 생산지인 대평원(Great Plains)을 강타하면서 작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미 농무부(USDA)가 지난 5월 말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서 생육 중이던 겨울밀 가운데 44%는 '나쁨(poor)' 또는 '매우 나쁨(very poor)' 판정을 받았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이 운영하는 공식 가뭄 정보 포털 'Drought.gov'도 남부 대평원에서 파종한 겨울밀 중 수확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율이 텍사스 70%, 오클라호마 47%, 캔자스 17%에 달한다고 분석했으며, 실제 수확에 성공한 밭에서도 전년 대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텍사스에서 24%, 오클라호마에서 26%, 캔자스에서 27% 감소했다고 짚었다.

유럽에서도 이상기후로 인해 주요 곡물 작황이 빠르게 악화했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JRC)에 따르면 올봄부터 이어진 고온·건조한 날씨는 서·중·동부 유럽의 겨울밀을 비롯한 겨울 작물의 생육을 압박했고, 6월 이후에는 피해가 옥수수 등 여름작물까지 확산했다. 곡물 생산량 전망도 잇달아 하향 조정됐다. 유럽 곡물업계 단체 COCERAL은 EU 27개국과 영국의 올해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지난 6월 2억9,550만 톤(t)에서 지난 7월 2억8,660만t으로 약 890만t 낮췄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3억1,000만t보다 약 2,340만t, 7.5% 적은 수준이다. JRC 역시 지난달 24일 발표한 최신 작황 보고서에서 주요 여름작물의 단위면적당 수확량 전망을 최근 5년 평균보다 최대 14% 낮은 선에서 제시했다.

흑해 밀 공급망도 사실상 마비

전 세계 밀 수출의 약 27%를 담당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망 역시 전쟁으로 인해 마비된 상태다. 로이터는 지난달 흑해·아조우해 일대 곡물 수출 설비의 97% 이상이 가동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해상 수출길은 사실상 완전히 막혔다는 전언이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장관은 지난 7월 22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오데사 항만에 새로 입항한 선박이 한 척도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철도를 이용해 동유럽 항만으로 곡물을 보내거나 다뉴브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회 수출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랜 가뭄으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진 데다 동유럽 철도 정비 문제까지 겹쳐 이마저도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러시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핵심 곡물 수출 거점 노보로시스크에서는 주요 터미널이 잇달아 운영을 중단했다. 노보로시스크곡물터미널(NZT)과 노보로시스크곡물공장(NKHP)에 이어 러시아 최대 곡물 터미널인 KSK도 곡물 반입과 수출을 멈췄고, 타만 터미널도 가동을 정지했다. 발트해·카스피해·극동 항만 등으로 물량을 우회할 여지는 있지만, 이 경우 운송 거리가 길어지며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물류 차질 속 러시아의 지난달 밀 수출량은 월간 기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약 180만t까지 쪼그라들었다.

에너지 가격 여전히 불안정

이란 전쟁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에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갈 때 거치는 핵심 통로로, 전쟁 발발 이후 통항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상태다. 원유 시장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석유 제품 운송량은 전쟁 전 하루 1,800만 배럴에서 8월 중순 기준 하루 20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8월 28일~9월 6일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품 운송 선박은 하루 평균 10척으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지난 2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한 척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약 13만4,500원)를 넘어섰고, 경유·항공유 등 석유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도 동반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향후 운송·산업·석유화학·비료 등의 비용을 높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세계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0.4%P가량 뛸 수 있다는 추산이다. IMF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올해 세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4.7%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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