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엔 벽 무너져" BOJ 긴축·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엔화 가치 급반등, 美 통화정책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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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상승세, 엔-달러 환율 155엔 선 밑돌아 빨라진 BOJ 긴축 시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신호 트럼프, 美-日 금리차 축소에도 연준에 금리 인하 주문

엔화 가치가 뚜렷한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하면서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가 커지고, 그간 엔저 흐름을 떠받쳐온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까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러한 엔화 강세가 한층 가속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집요하게 금리 인하를 주문하며 긴축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는 탓이다.
미끄러지는 엔-달러 환율
8일(이하 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52엔대(약 1,325원)까지 내린 뒤 오후에는 153엔대(약 1,333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장기간 약세를 보여 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월 말 160엔 안팎(약 1,394원)까지 뛰며 1990년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고, 이에 일본 정부와 BOJ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개입 직후 환율은 151엔대(약 1,316원)까지 급락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상승세를 회복하며 6월 말에는 160엔선을 다시 넘어섰다.
이후 7월 들어서도 엔·달러 환율은 160엔대에서 움직였고, 월말에는 160엔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일본 정부는 7월 말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7월 31일에는 미국도 엔화 방어에 동참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한 달간 외환시장에 총 15조4,000억 엔(약 134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같은 대규모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150엔대 중반까지 하락했지만, 150엔대 초반을 터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엔-달러 환율이) 4월 말~5월과 7월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때도 넘지 못했던 ‘155엔의 벽’을 돌파했다”고 진단했다.
日 정책금리 인상 전망
이처럼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일본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BOJ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0%로 인상한 뒤 7월 회의에서 이를 동결한 바 있다. 다만 추가 상향 조정 필요성은 동결 당시부터 이미 제기된 상태였다. 다카타 하지메 정책위원은 7월 회의에서 유일하게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물가 상승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0.25%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히미노 료조 BOJ 부총재 역시 지난달 27일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돌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적시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BOJ의 2%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 경제 지표도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 주는 요인이다. 일본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 연율 환산 기준 1.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7월 실질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하며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일본 경기와 가계에 금리 인상발(發)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장은 BOJ가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 올리는 시나리오를 사실상 기본 전망으로 반영 중이며, 일각에서는 이례적으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표1. BOJ 정책금리 인상이 엔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
| 단계 | 시장 변화 |
|---|---|
| BOJ 금리 인상 | 엔화 조달 비용, 엔화 자산 수익률 상승 |
| 엔 캐리 수익성 저하 |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할 유인 감소 |
| 엔 캐리 청산 | 투자자가 해외 자산을 처분하고 달러 등 외화를 매도 |
| 엔화 재매수 | 차입금 상환을 위한 엔화 매수가 늘면서 엔화 가치 상승 |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작동 구조
BOJ의 긴축 행보는 엔화 가치 상승을 자극하는 핵심 요소다. 일본은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도 크게 벌어진 상태다.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낮은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달러 등 고금리 통화로 환전해 해외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해 온 이유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엔화 약세를 심화하는 효과를 냈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실행하려면 투자자가 먼저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 등 투자 대상 통화를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일본 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엔화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의 기대 수익 자체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확산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를 매도해 해외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발맞춰 거래를 정리할 시, 보유 중인 해외 자산을 처분한 뒤 달러를 팔아 엔화를 다시 사들여야 한다. 기존의 '엔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반대로 전환되는 셈이다.
청산 흐름 이미 가시화
외환 시장에서는 이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드 펀드의 엔화 숏포지션은 8월 5일부터 11일까지 한 주 동안 6.5% 감소한 5만9,526계약을 기록했다. 7월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공조 개입에 나선 이후까지 범위를 넓히면 관련 숏포지션은 절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최근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하향 돌파한 뒤에는 레버리지드 펀드뿐 아니라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리얼머니 투자자들까지 엔화 숏 익스포저를 줄이기 시작했다.
향후 엔화 차입 포지션에서 발생할 잠재적 상환 수요도 상당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가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경 간 엔화 차입액은 올해 3월 기준 360조 엔(약 3,13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이들 차입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한 엔화 매수 수요가 확대되면 엔화 절상 압력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여기에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매에서도 자금 회수 움직임이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 엔(약 26조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일본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자산에서 국내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시화한 것이다.
연준-트럼프 행정부 '불협화음'
이러한 엔화 절상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정책금리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주목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그는 지난 4일에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대단한 고용 지표가 방금 발표됐다”며 "미국의 신용이 강해졌으니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강력히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가세했다. 밴스 부통령은 3일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미 국채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금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이 금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면 차입비용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고 책임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연준의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