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4·中 범용 D램 공세" 좁아지는 SK하이닉스 입지, 글로벌 메모리 시장 경쟁 구도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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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AI發 수요 딛고 영업이익 추가 성장 전망 "HBM부터 범용 D램까지" SK하이닉스 경쟁 우위 일부분 희석 가능성 CXMT 중심으로 거세지는 中 추격, HBM 격차까지 점차 좁아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양 사 모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發)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수율 개선 및 범용 D램 가격 상승효과를 누리며 입지를 대폭 키워 나가는 모습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높은 장기공급계약(LTA) 비중과 HBM 매출 의존도 탓에 범용 D램 가격 급등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데다,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의 추격까지 겹치면서 기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AI發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
15일 주요 증권사·투자은행(IB) 전망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4조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3개월 전 추정치(101조9,052억원) 대비 12조2,836억원(12%) 상향된 수치이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분기(89조4,000억원)보다 28% 성장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8조8,035억원으로 3개월 전(75조7,249억원) 대비 4% 늘었고, 2분기(60조5,426억원) 대비로는 30% 급증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의 배경에는 AI발 슈퍼사이클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치솟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돼 온 오름세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BM 부문에서는 두 회사의 희비가 일부분 엇갈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매출 비중이 올 1분기 5%에서 2분기 35% 수준까지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KB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이 2분기 33%에서 4분기 40%까지 성장하고, 하반기 삼성전자 HBM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HBM4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HBM4 양산성 개선으로 그간 누려온 점유율 1위 공급자 프리미엄이 희석될 위기에 처했다. LS증권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당초 80% 수준이었던 2027년 SK하이닉스의 HBM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최근 60%로 낮춰 잡았다.
HBM4, 경쟁 분기점으로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HBM4 전환 과정에서 확인된 양 사의 기술 전략 차이가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HBM4 요구 속도를 핀당 11초당 기가비트(Gbps) 이상으로 높여 잡았을 당시, 삼성전자는 HBM4에 6세대 10나노급(1c) D램을 적용하고 베이스다이에는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투입했다. 이전 세대 HBM 경쟁 당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HBM4 경쟁에서는 처음부터 공정 세대를 끌어올려 성능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 초기 제품에 이미 양산 경험이 축적된 5세대 10나노급(1b) D램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검증된 D램 공정과 자체 MR-MUF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수율과 대량 생산 안정성을 갖추겠다는 구상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전략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HBM4 주문 대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HBM4 인증 단계에서 상황이 뒤집혔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HBM4 검증을 마치고 출하를 시작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인터페이스 동기화 문제로 인증 일정이 밀리면서 본격적인 양산 시점이 3분기로 늦춰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일부 생산 능력을 DDR5와 LPDDR5 등 범용 D램으로 재배치하고, 연간 HBM4 출하 전망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2월부터 HBM4 상업 출하를 시작한 뒤 공정 안정화에 속도를 냈고, 생산 초기 60% 미만이었던 HBM4 수율은 지난달 기준 약 80%까지 상승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HBM4 시장의 구조 변화도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엔비디아의 복수 공급사 확보 움직임, AMD·구글 등의 수요 확대 등으로 후발 업체가 물량을 따낼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 것이다.
표1.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4 전략 비교
| 기업 | 기술 전략 | 인증·양산 현황 |
|---|---|---|
| 삼성전자 | 1c D램과 자체 4나노 베이스다이 적용을 통한 성능 우위 확보 | 주요 업체 중 선제적 인증·상업 출하, 수율 약 80%까지 상승 |
| SK하이닉스 | 검증된 1b D램과 MR-MUF 패키징을 통한 수율·양산 안정성 확보 | 인터페이스 동기화 문제로 인증·양산 지연, 일부 생산 능력의 범용 D램 재배치 |
SK하이닉스의 점유율 추락
SK하이닉스의 입지 축소 흐름은 비단 HBM 부문을 넘어 D램 시장 전반에서 관찰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보다 37.9% 증가한 385억9,000만달러(약 52조4,480억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점유율은 28.8%에서 24.9%로 3.9%P 미끄러졌다. 점유율 하락세를 견인한 것은 SK하이닉스의 제품 구성이었다. 2분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범용 D램 가격 급등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상승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누렸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전 분기보다 63.4%, 마이크론은 65.5% 급성장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3사 가운데 HBM 출하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ASP 상승 폭이 37.9%에 그쳤다.
여기에 높은 LTA 비중 역시 점유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여타 고객들과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LTA 비중을 높이면 중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 및 가격을 확보할 수 있지만, 단기 시장 가격 상승분을 매출에 반영하는 폭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LTA는 계약 체결 시점에 일정 기간의 공급 물량과 가격 조건을 미리 정해두는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생산 역량 격차도 여전
절대적인 D램 생산 능력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은 817만5,000장, SK하이닉스는 666만 장으로 추산된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가 약 68만1,000장, SK하이닉스가 약 55만5,000장 수준이다. 단순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약 23% 많은 D램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차이는 최근의 AI 열풍 속 범용 D램 공급 여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최근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서버용 고용량 D램과 첨단 제품 생산을 우선하면서 범용 D램 공급량을 대폭 축소한 상태인데, 삼성전자가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점한 것이다.
이는 전체 D램 캐파가 큰 만큼, 고부가 서버 D램 생산을 늘리면서도 일정 수준의 범용 제품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화성 H1 유휴 클린룸을 활용해 범용 D램 후공정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이며, 평택에서도 1c D램 생산 라인 추가 구축에 나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체 생산 능력 자체가 삼성전자보다 작은 데다, 첨단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까지 높이는 중이다. 첨단 공정 전환은 장기적으로 보면 웨이퍼당 생산 비트 수를 늘릴 수 있는 조치지만, 전환 과정에서는 기존 장비 개조와 생산 안정화가 필요해 공급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변수로 떠오른 中 CXMT
이에 더해 중국 D램 업계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82%로 메모리 3사를 훌쩍 웃돌았다. 메모리 3사가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힘을 쏟는 사이, 범용 D램 비중이 높은 CXMT가 시장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입은 것이다. 여기에 범용 D램의 가격 반영 속도 역시 실적 성장세를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범용 D램은 월·분기 단위로 계약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반면, HBM은 글로벌 기업과 연간 계약을 맺는 구조가 일반적이라 시장가가 올라도 기업의 매출에 즉시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DDR5 64기가바이트(GB) RDIMM의 웨이퍼당 매출은 지난 1분기 이미 HBM을 뛰어넘었다.
중국은 향후 D램 시장에서 올린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HBM 추격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중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격차는 이미 HBM 3년, D램 2년, 낸드플래시 1년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추정된다. 실제 CXMT는 최근 알리바바의 자회사 T헤드 등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 함께 5세대 HBM(HBM3E)을 테스트 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탑재한 IT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HBM3E는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주력 경쟁 품목인 HBM4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