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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대규모 대러 제재 예고, 실질적 압박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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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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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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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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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EU, 올가을 대러 제재 대폭 확대 추진 
그림자 선단·LNG 수입 증가로 제재 효과 제한 
러시아 경기 둔화 속 제재 실효성 주목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1조 유로(약 1,599조원)를 넘어섰다고 강조해 왔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올가을 대규모 추가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대외관계청(EEAS)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제재에서는 약 1,600명의 개인과 법인이 새로 제재 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연계된 대상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명단 확대다. 현재 EU의 제재 대상은 개인과 법인을 합쳐 3,000명을 웃돌며 역내에서 동결된 민간 자산도 280억 유로(약 44조7,8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조치가 승인되면 전체 제재 대상은 약 3분의 1 늘어난다.

제재 대상 확대와 함께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새로운 분야에 규제를 추가하기보다 기존 제재 명단에 개인과 법인을 대거 포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수개월 간격으로 대규모 제재 패키지를 내놓는 대신 매달 새로운 대상을 선정해 외교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한 미국과의 공조도 주요 변수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미국 상원이 초당적 대러 제재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미국과 EU의 공동 대응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에 어느 정도 동참할지는 불확실하다. EU의 제재안은 9월 초 회원국 대사급 상주대표위원회에 제출된 뒤 10월 EU 이사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제재 선박 늘어도 러시아 원유 수출 지속

제재 대상이 빠르게 늘어난 것과 달리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요 7개국(G7)의 원유 가격상한제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노후 유조선인 ‘그림자 선단’이다. EU가 제재한 그림자 선단은 2024년 7월 25척에서 올해 7월 671척으로 급증했고, 영국도 같은 기간 17척에서 621척으로 늘렸다. 미국·영국·EU가 공동 제재하는 선박 역시 2년 전 한 척도 없었지만, 현재 178척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끝난 지난해 1월 이후 그림자 선단을 추가로 제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제재 선박이 늘어나는 동안 러시아의 원유 운송망도 제재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러시아 해상 원유 수출의 약 절반이 출발하는 발트해 항구에서는 그림자 선단을 비롯해 선박 정보가 불분명하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의 운송 비중이 지난해 약 25%에서 70%까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EU나 영국의 단독 제재보다 미국의 조치가 러시아 원유 수출에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제재 선박과 거래하는 제3자에게도 제재를 부과할 수 있어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러시아 석유 대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하자 러시아산 원유의 할인 폭도 크게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이 유조선에 보관된 러시아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면서 앞선 제재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됐다.

EU 내부의 이해관계도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스는 최근 제재안에 수 주 동안 제동을 건 끝에 그리스 선적 선박이 러시아 북극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운송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받았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회원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EU의 의사결정 구조를 고려하면, 이 같은 예외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제재의 일관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 미국의 제재는 지난해 1월 이후 중단된 반면 EU와 영국의 제재 선박은 700척에 육박했다.

에너지 불안에 러시아산 LNG 수입 증가

회원국 간 이해관계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도 대러 제재의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에 차질이 빚어진 데 이어 카타르가 자국 최대 LNG 시설에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유럽의 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유럽의 가스 기준가격은 한 달 만에 60% 넘게 올라 3월 메가와트시(MWh)당 약 53유로(약 8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가스 저장률도 28~30%까지 떨어져 최근 5년 평균인 약 45%를 크게 밑돌았다.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 상승은 러시아산 LNG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시베리아 야말 LNG 터미널에서 EU로 들어온 물량만 약 1,000만 톤에 달했으며 대부분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으로 향했다. 다른 지역의 LNG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러시아산 물량이 유럽의 부족한 공급량을 보완한 셈이다. 러시아산 LNG 수입이 늘어날 수 있었던 데는 EU의 단계적 퇴출 일정도 영향을 미쳤다. EU가 올해 1월 채택한 러시아산 가스 단계적 퇴출 규정은 야말 LNG의 기존 계약에 올해 말까지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의 가스 가격이 오르면, 유럽이 러시아산 LNG 수입을 늘릴 여지가 남는다. 대러 경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오히려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높이는 구조다.

주: 여섯 차례 제재에도 발트해 원유 수출에서 그림자 선단 비중은 계속 확대됐다.

성장률 반등에도 커지는 러시아 경제 부담

제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에서도 이어진다. 러시아 연방통계청(Rosstat)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 증가해 1분기 역성장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반기 전체 성장률은 0.6%에 그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2023~2024년의 높은 성장세와 비교하면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도 경제 전반의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부문의 회복보다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일시적인 원유 수익 증가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국방비는 약 13조 루블(약 208조2,6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높은 금리로 민간 경제의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까지 겹치면서 정유량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에너지 부문의 부진은 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블화 강세와 제재에 따른 수출 감소로 석유·가스 수입은 25% 넘게 줄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20%에서 22%로 올리고 소규모 기업에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를 적용하는 매출 기준도 크게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약 1%로 전망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EU가 제재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지만, 러시아는 우회 원유 수출을 이어가는 한편 유럽의 에너지 수요를 활용해 제재 충격을 일부 흡수하고 있다. 미국과의 제재 공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가 군사비 지출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제재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추가 제재의 효과를 높이려면 제재 대상 확대를 넘어 러시아의 원유·가스 수출과 이를 통한 정부 수입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오는 10월 EU 이사회의 표결은 대러 제재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ussian Sanctions] A Larger Package Addresses a Long-Standing Proble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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