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러시아 경제 회복론의 이면, 전쟁 장기화에 민간 경제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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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회복론에 제기된 의문 전쟁 장기화로 커지는 민간 부문 부담 자금 흐름 추적 통한 대러 압박 강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제재에도 자국 경제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첫해인 2022년 국내총생산(GDP)은 1.2% 감소했지만, 2023년 3.6%, 2024년 4.1%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성장률은 1% 안팎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적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만으로 경제 전반의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2년 이후 주요 지역·산업별 통계를 잇달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경제 지표가 줄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경제 안정성을 강조할 유인이 있는 만큼 공식 통계를 보완할 독립적인 자료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경기 둔화를 정책 효과로 내세운 러시아
러시아 정부가 경기 둔화를 정책적 조정으로 설명하는 배경에는 물가와 환율 등 주요 지표의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9.5%에서 6% 아래로 떨어졌고, 기준금리도 21%에서 16%까지 낮아졌다. 루블화 가치도 자본 유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2024년 11월 말 달러당 약 110루블(약 1,760원)에서 2025년 5월 중순 80루블(약 1,280원) 아래로 상승했다. GDP 대비 약 17% 수준의 공공부채와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 명목임금 상승세 역시 경제 안정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하지만 세부 지표에서는 일관된 회복세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공개된 공식 경제활동 지표는 건축허가와 고정자본투자, 흑자기업 수, 취업자 수, 흑자기업 재무실적 등 5개다. 이 가운데 2022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지표는 건축허가와 고정자본투자에 그쳤으며, 나머지 3개 지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일부 개선된 지표만 놓고 보면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 상황을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위성 데이터로 드러난 공식 통계와의 차이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할 자료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관측한 야간 조명 데이터가 꼽힌다. 연구진이 2012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러시아 1,058개 도시의 야간 조명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공식 통계와 다른 흐름이 포착됐다. 고위도 지역 특성상 충분한 어둠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름철을 제외했음에도 침공 이후 경제활동 둔화는 분석 기간 내내 이어졌다. 야간 조명 데이터는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을 위성이 직접 관측하기 때문에 정부 통계와 별개로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연구에서도 야간 조명을 활용한 분석 결과, 권위주의 국가의 공식 성장률이 평균 최대 35% 과대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간 조명만으로 경제 상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재와 공급망 재편으로 전력 비용이 오를 경우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야간 조명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공식 통계에서 경기 회복이 나타난 기간에도 야간 조명에서는 둔화세가 이어졌다는 점은 두 지표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뒷받침한다.
제재로 엇갈린 지역 경제
위성 데이터에서는 러시아 내 지역에 따라 경제활동이 엇갈렸다. 유럽과 교역이 활발했던 러시아 서부에서는 경제활동이 감소했으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폴란드, 에스토니아, 핀란드 접경지역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서방과의 교역 축소에 따른 부담이 모스크바와 유럽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주요 경제권에 집중된 셈이다.
반대로 남부와 동부에서는 경제활동이 증가했으며, 중국과 조지아 접경지역에서 상승세가 뚜렷했다. 서방의 제재로 기존 교역로가 막히면서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중국 등을 통한 우회무역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선에 상대적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는 야간 조명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노동력 이탈에 따른 소득 감소분을 입대 장려금과 군인 급여, 부상·사망 보상금 등 군 관련 자금이 일부 보완했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 지출 확대에 민간 경제 부담 가중
지역별 격차와 함께 러시아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둔화는 재정과 산업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유라시아전략센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러시아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1.37%로 2010년대 초반 4%를 웃돌았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쟁 장기화로 재정 부담도 확대되는 추세다. 러시아의 군사비는 2021년 GDP의 3%에서 2025년 7.3~8% 수준으로 늘어 민간 부문의 노동력과 자원이 군사 부문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주요 재원인 석유·가스 수입은 감소세를 보였다. 루블화 강세와 미국의 로스네프트·루코일 제재 등의 영향으로 2025년 1~11월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5.4% 줄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도 2026년 5월 수정 전망에서 향후 최소 2년간 경기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장기적인 성장 둔화 가능성을 반영했다.
군사 부문으로 재정 지출이 집중되면서 산업별 격차도 커졌다. 2025년 자동차를 제외한 운송장비 생산은 29.5% 늘었고 의약품은 15.6%, 금속가공제품은 13.9%, 전자·광학제품은 13%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 생산은 23.6% 감소했고 가죽제품과 가구도 각각 13.4%, 7.5% 줄었다. 군사 수요와 연관된 산업의 성장세와 민간 제조업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2026년에도 이어졌다. 2분기 GDP는 1.3% 성장하며 1분기 0.2% 감소에서 반등했지만 민간 부문의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 근무일수 증가와 일시적인 석유 수입 확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정부 지출 등이 성장을 뒷받침했으며 정부 지출의 3분의 1은 군사·무기 부문에 투입됐다. 같은 기간 비군수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하면서 전체 성장률과 민간 산업의 흐름 사이에 격차가 이어졌다.
독립 지표 활용한 제재 효과 점검 필요
이처럼 러시아 경제의 부문별 격차가 커지는 만큼 제재 효과도 주요 자금원과 산업별 흐름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전쟁 재정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수입과 제3국을 통한 우회무역은 향후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의 21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는 에너지와 금융 부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향후에는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중국 등을 통한 우회무역 경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제 규모에서는 서방이 러시아를 크게 앞선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2024년 명목 GDP는 약 26조 달러(약 3경6,140조원)로 러시아의 약 2조 달러(약 2,780조원)보다 13배 많다. 주요 7개국(G7)도 러시아 전쟁 경제를 겨냥한 추가 제재 방침을 내놓은 만큼 이러한 경제력 격차를 주요 자금원과 우회 경로에 대한 압박으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단기간에 붕괴시키지는 않았지만 전쟁 장기화와 함께 재정과 산업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군사 부문에 재정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민간 산업의 부진과 지역·산업별 격차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앞으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러시아의 주요 자금원과 제3국을 통한 우회무역 경로를 면밀히 추적해 압박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의 공식 통계와 다양한 독립 지표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제재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Russian Sanctions] What Satellite Data Reveals Behind Moscow's Growth Claim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