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가 가져올 경제성장, 美 부채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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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미국 부채 부담 확대 AI 성장에도 세수 확대는 제한적 재정 안정 위한 조세·지출 개혁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약 5경5,132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연간 재정적자도 약 2조 달러(약 2,757조원)에 달한다. 부채 이자 비용도 국방비를 넘어설 만큼 불어나면서 고금리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재정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 증가가 경제성장과 세수 확대로 이어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실제 재정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AI가 창출하는 소득의 분배 구조와 이에 따른 세수 효과가 재정 개선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가 키운 부채 부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는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제·정치권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고, ‘장기 침체론’까지 힘을 얻으면서 부채 증가에 대한 경계도 느슨해졌다. 낮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줄면서 정부는 경제 위기 때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부채 비율 상승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누적된 부채의 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과거 평균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정부의 이자 비용도 빠르게 불어났다. 현재 연방정부의 부채 이자 비용은 국방비를 넘어섰으며, 향후 정부의 평균 차입금리가 경제성장률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재정적자가 크게 늘지 않아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부채가 늘수록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늘어난 이자 지출이 다시 재정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여지도 크다. 이를 막으려면 세입 확대와 지출 조정이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서 재정적자 감축을 추진할 동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AI를 통한 성장과 세수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추세다.

AI 생산성 효과, 아직은 불확실
AI에 대한 기대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는 실제 생산성 개선 효과도 나타난다. 특히 반복적인 사무 업무와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AI 도입 이후 업무 처리 속도와 효율이 높아진 사례가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 이익과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져 과세 기반도 넓어지게 된다.
관건은 최근 나타난 생산성 개선 가운데 AI가 차지하는 몫을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이전보다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AI 도입과 함께 기업의 인력 조정과 비용 절감, 경기 회복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사무실 근무 확대와 노동시장 변화도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꼽힌다.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AI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AI 효과를 실제보다 크게 평가할 경우 이를 토대로 산출한 세수와 부채 전망에도 오차가 커질 수 있어 재정 전망에 반영할 때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AI 성장에도 제한적인 세수 확대 효과
AI가 예상대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더라도 경제성장에 비례해 세수가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AI를 통해 늘어난 소득이 임금보다 자본과 기업 이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자본소득은 국가 간 이동이 쉽고 이익 실현 시기를 조정할 여지도 커 근로소득보다 과세가 까다롭다. AI 확산으로 전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경제 규모가 커져도 정부가 확보하는 세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 폭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AI가 연간 생산성 증가율을 3~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제학계의 보수적인 추정치는 1~2%포인트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와 탈세계화에 따른 성장 둔화 압력도 이어지는 데다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과 제약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 같은 제약으로 AI의 성장 효과가 당초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도 크다.
대규모 AI 투자가 금리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재정 개선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반도체, 관련 인프라 구축에 자금이 집중되면 자본 수요가 늘면서 차입 비용이 오를 수 있어서다.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도 금리 상승에 따라 정부의 이자 지출이 함께 증가하면 재정 개선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현행 조세 구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 전기와 인터넷 등 주요 기술혁명은 장기간에 걸쳐 고용과 임금 증가로 이어지면서 과세 기반을 확대했다. 반면 AI가 고용과 임금에 미칠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특히 급여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세금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소득의 무게중심이 임금에서 자본으로 이동하면 경제성장에 비해 세수 증가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AI 성장 기대 속 재정 개혁 필요성
AI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재정 지출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추가 세수가 실제로 확보되기 전에 감세와 복지 확대, 국방비 증액, 환경 투자 등 새로운 재정 지출이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를 통해 추가 세수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지출이 함께 늘어나면 부채 감축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이나 사이버 분쟁, 대규모 재난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까지 발생하면 재정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높은 부채와 금리로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지출이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결국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은 미국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기술 발전만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AI가 가져올 성장 효과를 과도하게 재정 전망에 반영하기보다 세수 증가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지출과 조세 구조를 조정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기술 발전의 성과를 장기적인 재정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AI의 성장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tificial Intelligence and Public Debt: Why Growth Is Not Enoug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