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노동력] “은행원 수천 명을 AI 개발자로” 미즈호의 체질개선 실험, 시스템 혁신에 앞선 직무 전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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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해소 위해 영업·사무직의 개발직 전환 착수 코드 작성부터 보안 검증까지 석 달 내 습득 목표 시스템·조직 개편 제쳐둔 AI 교육, 검증 부담만 키울 수도

일본 3위 은행인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이 인력난에 대응해 영업·사무직 직원을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전환하는 실험에 나섰다. 생성형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개발 인력 육성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 오는 11월부터 교육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만성적인 구인난 속에 생성형 AI로 개발자 육성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단기 교육의 실효성과 전문성 확보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AI로 코드를 작성한 뒤 오류와 보안 취약점을 판별할 역량이 부족하면 기존 숙련 인력의 검토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AI 활용 성과를 높이려면 전산 시스템과 부서별 업무 체계를 정비하고, 현업에 맞춘 활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사무직도 개발자로 전환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은 영업·사무직 직원을 AI 개발 인력으로 육성하는 ‘미즈호 AI 부트캠프’를 오는 11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금융 업무에 익숙한 직원들에게 개발 기술을 가르쳐 현장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6~8월 진행한 시범 교육에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직원 4명을 포함해 총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평가 기준을 충족해 9월 개발 직군으로 옮겼으며, 미즈호는 11월 교육 인원을 20명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 기간을 3개월로 압축한 수단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코딩 지원 도구다. 참가자들은 첫 한 달 동안 AI를 이용한 개발 방법을 집중적으로 익히고, 나머지 두 달은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돼 실무를 배운다. 교육에는 일상 언어로 지시하면 프로그램 코드를 생성하거나 수정해 주는 ‘코덱스’와 ‘클로드 코드’ 등이 활용된다. AI가 작성한 코드가 업무 목적에 맞는지, 품질과 보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교육에 포함됐다. 미즈호는 기초 학습과 현장 실습을 결합해 통상 1년 반가량 걸리던 비개발직 직원의 개발 인력 육성 기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개발 직군으로 이동한 직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쌓은 금융 지식을 AI 애플리케이션 설계와 기능 검토에 활용하고 있다. 미즈호는 이 같은 사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내재화 개발 랩’과 공통 개발·운영 기반인 ‘미즈호 위즈 베이스’를 마련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조직 안에 축적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력을 100명 규모로 육성하고, 향후 각 부서의 업무에 맞춰 AI 에이전트를 기획·개발하는 인력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AI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지만 개발자를 구하기는 어려워 이런 업무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은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5,000명을 AI 등 디지털 분야의 개발 업무로 돌리기로 했고, 싱가포르 은행 DBS도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4,000명을 감축하고, AI 관련 인력을 1,000명가량 늘릴 계획이다. 닛케이는 “AI 활용을 통해 업무량이 감소하는 동시에 사무직과 기술직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직무 내용의 재정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日 기업 AI 활용, 여전히 제한적
일본 기업들이 기존 인력의 활용 방식을 바꾸는 데는 만성적인 구인난의 영향이 크다. 일본 취업정보업체 마이나비가 올해 상반기 경력 채용을 진행한 기업의 채용 담당자 1,600명을 조사한 결과, 43.5%가 정규직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인원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접는 사례도 늘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퇴사와 채용난,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인력 부족 도산’은 427건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종업원 10명 미만 업체가 77%를 차지해, 소수 직원의 이탈에도 사업 유지가 어려운 영세 기업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인력난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는 AI는 아직 일본 기업의 업무 전반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닛케이리서치가 로이터 의뢰로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일본 기업 219곳을 조사한 결과, 약 60%는 AI를 일부 부서나 제한된 용도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검토조차 하지 않는 기업도 24%에 달했다. 전사적으로 AI를 핵심 업무 도구로 활용한다는 응답은 16%였다. 실제 응답 기업 중에는 전사 도입 후에도 문서 작성에만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한 곳이 있어, 업무 적용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오류·평판 우려에 AI 활용 신중
이 같은 도입 지연에는 오류를 꺼리고 내부 합의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파리사 하기리안(Parissa Haghirian) 교토첨단과학대 국제경영학 교수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들이 오류와 불확실성, 평판 훼손 위험에 민감해 AI 활용에 신중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여러 관계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까지 거치면서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쿠세AI의 공동창업자 오스틴 쉬(Austin Hsu)도 절차와 합의를 중시하는 일부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이 도입을 늦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객 응대 업무에서는 AI의 실수를 거의 용인하지 않아, 기업들이 신뢰성을 입증할 근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에야 도입에 나서려 한다는 설명이다.
AI 도입 이후에도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직원들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일본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프리(Freee)가 지난 9일 공개한 중소기업 경영자·관리업무 담당자 1,851명 대상 조사에서는 51.1%가 업무에서 주 1회 이상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AI 이용자의 23.7%는 사전 준비와 확인·수정에 절약한 시간만큼의 수고가 든다고 응답해, 반복적인 검증 작업이 시간 절감 효과를 제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리·노무 등 사무 작업이 줄었다는 실감을 얻지 못한 이용 경험자도 37.7%에 달했다. 활용이 진전되지 않거나 성과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이용자의 19.5%가 사람의 확인·수정 작업으로 수고가 줄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표1. 일본 기업의 인력난 및 AI 활용 현황
| 구분 | 주요 내용 | 수치·세부 사항 |
|---|---|---|
| 정규직 인력 부족 | 경력 채용 기업에서도 인력난 지속 | 채용 담당자 1,600명 중 43.5%, 정규직 부족 응답 |
| 인력 부족 도산 | 퇴사·채용난·인건비 상승으로 사업 유지 부담 확대 | 지난해 427건, 3년 연속 역대 최다 종업원 10명 미만 업체 비중 77% |
| 제한적 AI 활용 | 일부 부서·한정된 용도 중심 사용 | 닛케이리서치·로이터 조사 응답 기업 219곳 중 약 60% |
| AI 도입 미결정 | 도입 여부 미결정 또는 검토 미착수 | 응답 기업 219곳 중 24% |
| 전사적 AI 활용 | 전사 핵심 업무 도구로 AI 활용 | 응답 기업 219곳 중 16% 일부 기업, 전사 도입 후에도 문서 작성에 한정하거나 활용법 모색 |
| 조직문화 제약 | 오류·불확실성·평판 훼손 우려 | 고객 응대 실수에 특히 민감 신뢰성 입증 근거 확보 후 도입 선호 |
| 의사결정 지연 | 절차·내부 합의 중시 | 여러 관계자 동의 확보 과정에서 업무 적용 지연 |
개발자 속성 양성에 전문성 검증은 뒷전
이런 검증 부담을 고려하면 미즈호의 단기 개발 인력 육성 계획에도 상당한 우려가 따른다. 특히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부담은 미즈호의 개발 인력 전환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3개월 교육을 마친 직원이 AI로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할 역량까지 갖췄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즈호가 공개한 초기 성과는 교육생 5명의 평가 통과와 직무 전환으로, 실제 개발 과정에서 기존 전문 인력의 지원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전환 인원만 늘릴 경우 숙련 개발자들이 교육과 코드 검토까지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 인력의 숫자는 늘어도 정작 경험 많은 개발자의 업무 부담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딩 경험이 있어도 AI가 작성한 코드의 안전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도 있다. 미국 터프츠대 등이 지난달 공개한 연구에서는 C언어 사용 경험이 있고 사전 평가를 통과한 참가자 100명에게 AI가 만든 코드를 골라 수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보안상 가장 안전한 코드와 가장 취약한 코드의 선택 비율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참가자들이 취약점을 충분히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당수는 기능이 작동하는지나 코드의 형식에 집중했고,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구문이 있다는 이유로 안전성을 판단하기도 했다. 검토자의 역량이 부족하면 사람이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취약점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직무 구분 없는 코딩 교육의 한계
직원들에게 코딩을 익히게 해 업무 방식까지 바꾸려는 시도는 앞서 현대카드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현대카드는 2017년 계열사 팀장·실장급 보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4주간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고, 사무실에는 파이썬으로 작성한 안내문을 배치했다. 이후 신입사원 입문교육에도 직무와 관계없이 코딩을 포함했으며, 이듬해에는 사내 카페 메뉴판과 안내 문구까지 코딩 형식으로 바꾸며 일상에서도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개발자와의 소통을 돕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런 방식은 코드의 외형을 따라 쓰는 데 교육이 치우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코드 문법을 익히는 교육만으로는 복잡한 업무를 분석하고 해결 절차를 설계하는 능력까지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AI를 현장 업무에 접목할 전산 시스템과 조직 운영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맥킨지가 지난해 공개한 기업 설문 분석에서는 생성형 AI의 이익 기여도와 관련된 25개 요인 가운데 업무 절차 재설계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에서 AI를 적절히 활용하도록 직무별 교육을 마련하는 방안도 주요 실행 과제로 제시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AI 도입에 필요한 시스템·데이터 기반을 점검하고, 공통 기술 인프라를 담당하는 조직과 개별 업무에 적용하는 조직의 역할을 명확히 나눌 것을 권고했다. 인력 교육에는 현업의 문제를 구체화하고 AI의 결과물을 업무 맥락에 맞게 해석하는 훈련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