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에듀] 점수만으로 안 보이는 잠재력, 교육 여건 반영 필요

Picture

Member for

1 year 2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상대적 위치가 이후 교육 성과 좌우 
생활 여건·주변 구성에 따라 성취도 격차 
학생의 성장 가능성 고려한 평가 기준 필요

본 연구 기사는 글로벌 교육 전문지 The EduTimes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duTime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duTimes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험점수만으로 학생의 학업 잠재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도 교내 석차에 따라 이후 학업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다. 멕시코시티 대도시권 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성적이 같더라도, 교내 석차가 상위 5%였던 학생은 중간 수준이었던 학생보다 이후 입학시험 성적이 약 0.33 표준편차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에 또래의 학업 수준과 주변의 기대, 학습 기회 등 학생이 놓인 교육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석차가 좌우한 진학 결과

멕시코시티 대도시권의 공립고등학교 입시에서 초등학교 때 석차와 이후 진학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 지역에서는 지원자가 최대 20개 학교를 희망 순서대로 정하고 공통 입학시험을 치르며 시험점수와 지망 순위, 학교별 정원에 따라 진학할 학교가 결정된다. 연구진은 입시자료와 학생들의 초등학교 3학년 성적을 연계해 당시 석차가 이후 진학과 학업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했다.

분석 결과 석차가 높았던 학생일수록 선호도가 높은 고등학교를 지망했고, 대학 진학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스스로 학업에 더 끈기 있고 계획적이며 꾸준하다고 평가하는 경향도 강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진학 결과로도 이어졌다. 연구진이 46~50백분위였던 학생이 76~80백분위에 있었다고 가정한 결과, 약 11%는 실제보다 선호도가 높은 학교에 배정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석차가 이후 성과와 연결되는 배경에는 학생의 자신감과 학업 태도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또래보다 높은 성취를 보인다고 인식한 학생이 학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이후 성과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에콰도르에서 진행된 실험은 학생 개인의 인식뿐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또래의 구성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콰도르 연구진은 매년 학생들을 학급에 무작위로 배정해 비슷한 학업 수준의 학생들이 서로 다른 또래와 공부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학년 초 석차가 높았던 학생은 학년 말에도 높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저학년에서 더욱 뚜렷했다. 실행기능과 행복감, 교사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주: 초등학교 시기의 학업 석차가 미치는 영향은 교내 석차가 상위권으로 갈수록 크게 증가한다.

지역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학업 성과

또래의 영향은 학생이 생활하는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살펴봐야 한다. 거주지역에 따라 치안과 주거환경, 학습공간, 통학시간 등 교육 여건이 달라지고 학교에서 만나는 또래의 구성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주변 환경과 아동 발달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9~10세 아동 약 1만2,000명의 뇌 기능·구조 자료와 649개 변수를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가장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거주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 수준과의 연관성이 가장 컸으며,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패턴은 뇌 관련 지표 차이의 약 34%를 설명했다.

주변 환경의 영향은 실제 시험성적에서도 드러났다. 멕시코에서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일주일 동안 폭력범죄에 노출된 여학생의 성적이 약 0.11 표준편차 낮았고, 이 가운데 19%는 이후 희망 순위와 교육 수준이 더 낮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생이 경험한 환경은 같은 학급의 또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폭력에 노출된 학생 한 명이 20명 규모의 학급에 새로 들어온 경우 기존 학생들의 성적도 약 0.02 표준편차 낮아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체포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중이 학교에서 5%포인트 높아질 때, 다른 학생들의 성적은 0.016 표준편차 낮았다. 성인이 된 이후 체포될 가능성도 5%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이러한 영향은 이웃 간 직접적인 접촉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학생의 성과가 높아진 사례도 있다. 런던에서는 저소득 지역의 공공주택 재정비로 고소득 가구가 유입된 이후 저소득층 학생의 초등학교 졸업 시점 성적이 높아졌다. 전체 개선 효과 가운데 학교를 통한 영향은 65~81%로 추정됐다. 미국의 ‘기회로의 이동(Moving to Opportunity)’ 실험에서도 13세 이전 빈곤율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한 아동은 20대 중반 평균 소득이 31% 높았다.

주: 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의 비중이 높은 학교일수록 초등학교 시기 학업 석차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입시에 석차·지역 여건 반영

이처럼 또래와 지역 환경이 학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입시에서도 시험점수와 함께 학생이 어떤 여건에서 성과를 냈는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학습 기회가 부족한 환경에서 높은 석차를 기록했다면 이를 학생의 노력과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추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입시에서는 전국 단위 시험점수를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석차와 지역별 교육 여건을 보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석차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는 방식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성취도가 낮은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입시에 유리해지면 학생이 더 나은 교육환경으로 이동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실제로 우수한 또래와 다양한 교육 자원을 접하면 학업 수준이 높아지는 동시에 기존보다 석차는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학생이 낮아진 석차를 능력 저하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절대적인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는 피드백을 제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당국도 전국 단위 시험점수만 활용하는 기존 방식과 석차·지역별 교육 여건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을 비교해 실제 예측력이 높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소득과 빈곤 수준, 치안, 교육 자원 접근성, 통학 여건 등을 반영한 지표 역시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시험점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학습 여건과 성장 가능성까지 파악해 정확한 입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이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cademic Ranking and Neighborhood Context: What Test Scores Mis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duTimes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2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