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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리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취업·정주 기반 없인 ‘밑 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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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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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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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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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재 유출·학령인구 감소에 지역 대학 존립 기반 약화
정부, 부산·전남·충남대에 연 3,000억원 투입해 교육·연구 거점 육성
취약한 지역 일자리·정주 여건으로 재정 지원 효과 반감 우려

정부가 부산대·전남대·충남대를 첫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며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본격 착수했다. 연간 3,000억원을 투입해 지역거점국립대를 전략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의 교육·연구 거점으로 육성하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학생과 연구 인력을 붙잡겠다는 복안이다. 당초 서울대 중심의 대학 서열 체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국립대 통합론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 겹치면서 지역 대학의 생존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하지만 대학 지원만으로 수도권 인재 유출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수도권에 편중된 일자리와 주거·의료·교육 인프라의 지역 분산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규모 재정 지원의 효과도 반감될 공산이 크다.

교육부, 거점국립대 육성 본격화

1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패키지 지원대학에 부산대와 전남대, 충남대가 최종 선정됐다. 정부는 5극3특 성장엔진(전략산업)과 AI 분야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이들 대학의 학부부터 대학원, 연구소까지 전폭 지원한다. 선정 대학에 투입되는 재정은 연간 총 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은 성장엔진 분야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 구축에, 300억원은 AI 거점대학 조성에 투입된다. 나머지는 거점국립대 학부교육 혁신과 초광역 공유대학 등 관련 사업에 쓰인다.

이번에 선정된 3개 대학은 각 지역 성장엔진 산업의 인력 양성을 뒷받침할 교육·연구 시스템과 산학연 협력 체계를 갖추게 된다. 부산대는 조선해양, 기계시스템, 항공우주 등 동남권 성장엔진 산업을 포괄하는 혁신제조융합대학을 신설하고 LG전자, 한화 등과 계약학과를 설치한다. 전남대는 서남권 메가프로젝트 사업을 선도하는 첨단반도체, 미래 에너지 분야 첨단융합대학을 설립하고 삼성, 한국전력 등과 공동연구소를 만든다. 충남대는 중부권 4대 성장엔진의 산업·연구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과학기술대학을 신설한다.

지역거점국립대 인재 유출 심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9개 지역거점국립대를 ‘지방의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 대학에 진학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현재 지방 대학들은 우수 학생과 연구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교육·연구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20~2025년 9개 지역 거점국립대에서 자퇴한 학생은 3만7,297명으로, 연평균 6,216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입생 등록률은 99.7%로 집계됐다. 입학정원을 채운 뒤에도 반수와 편입 등을 거쳐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상당수 발생한 셈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수도권 지향도 지역 대학의 인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일반대 학생 가운데 졸업 후 수도권에서 취업하거나 진학하겠다는 응답은 48.4%였고, 현재 대학이 있는 지역에 남겠다는 비율은 28.4%로 집계됐다. 지역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생이 취업과 진학을 계기로 빠져나가면서 대학원은 석·박사 과정 지원자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연구실을 지탱할 대학원생과 연구보조 인력의 저변이 축소되는 만큼 장기 연구과제와 첨단 학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려워지는 구조다.

학생 이탈은 대학원과 연구 현장의 인력 공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우수 학부생의 감소는 석·박사 과정의 지원자 풀을 좁히고, 연구실의 과제 수행과 후속 연구자 양성에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교수진 유출까지 겹치면 전공 강좌의 안정적 운영과 대학원생 지도, 장기 연구과제의 연속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커진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국립대에서는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교수 323명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표1. 지역거점국립대의 학생·교수 유출 현황

구분대상·기간수치주요 내용
자퇴 학생9개 지역거점국립대
2020~2025년
총 3만7,297명
연평균 6,216명
반수·편입 등을 통한 재학생 이탈 지속
신입생 등록률9개 지역거점국립대
2020~2025년
99.7%입학정원은 대부분 충원했지만 입학 이후 이탈 발생
졸업 후 수도권 이동 의향비수도권 일반대 학생48.4%졸업 후 수도권에서 취업하거나 진학할 계획
대학 소재 지역 잔류 의향비수도권 일반대 학생28.4%졸업 후 현재 대학이 있는 지역에 남을 계획
교수 이탈서울대 제외 9개 거점국립대
2021년~2025년 5월
총 323명전공 강좌 운영과 대학원생 지도, 장기 연구과제의 연속성 약화 우려
자료: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서울대 기득권 타파에서 출발한 국립대 통합론

서울대 중심의 대학 서열을 완화하자는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졌다. 국립대 간 격차 해소와 협력체제 구축을 담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상은 2001년 등장했으며, 민주당 계열 정당은 2007년부터 이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 현재 정책과 같은 이름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2021년 동명의 저서를 펴내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당초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핵심은 서울대가 독점해 온 학벌 권력과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는 데 있었다. 서울대가 대학 서열의 정점에서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를 재생산하고, 우수 학생과 연구비까지 흡수하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이에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들이 공동 선발과 학점 교류, 공동 학위 체제를 구축해 특정 대학에 쏠린 위상을 분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어느 국립대에 진학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고 동등한 학위를 인정받게 함으로써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겠다는 취지였다.

인구 절벽 직격탄 맞은 지역 대학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대학 정원 조정이 따라가지 못하자, 정책의 무게중심도 지역 대학의 생존으로 옮겨갔다. '지방 명문대'라는 말이 사라졌을 만큼 지방대는 추락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비수도권 일반대와 전문·기능대학을 중심으로 해마다 신입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학생이 줄면 학과 통폐합과 강좌 축소가 불가피해지고, 등록금 수입 감소는 교원 채용과 연구 투자 여력까지 제약한다. 거점국립대 역시 주변 대학과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인재 공급 기반이 약해지는 만큼 인구 절벽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역 대학의 쇠퇴는 인구와 산업 기반을 함께 흔들 만큼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대학은 진학을 계기로 외지 청년을 불러들이는 주요 통로다. 교수와 연구원·교직원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비 수요를 형성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쳐 왔다. 그러나 입학생이 줄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학과와 연구실이 축소되면서 대학가 상권과 주거 수요가 위축되고, 지역 기업의 인력난까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교육과 취업의 선택지가 좁아진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까지 겹치면서 대학의 학생 모집 여건도 갈수록 나빠지는 형국이다. 학생이 줄어든 대학은 다시 강좌와 연구 인력을 축소하고, 일자리와 소비가 감소한 지역에서는 청년 유출이 더욱 빨라지는 악순환이다.

재정만으론 역부족, 일자리·정주 인프라 연계해야

그러나 지역 대학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내 시설과 연구비는 물론 졸업생이 취업할 기업, 연구자가 정착할 주거·의료·교육 환경에 좌우되는 구조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부족하면 대학이 배출한 인재를 붙잡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단과대학과 연구소를 설립하더라도 주변 산업과 도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 종료 후 인력이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 대학 정책의 재정 배분 기준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입학 자원이 계속 줄어드는 만큼 모든 대학의 정원과 조직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지방 정착의 주요 조건으로 산업·일자리와 주거가 꼽혔고, 군 지역에서는 의료와 교통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지역 대학 지원을 기업 유치와 주택, 필수의료, 돌봄·교육, 교통, 문화 인프라 확충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집중할지도 관건이다. 정원 미달 학과와 대학별로 중복 개설된 전공을 그대로 유지하면 재정이 교원·시설 운영비로 흩어져 첨단 연구와 우수 인재 유치에 투입할 여력은 줄어든다. 권역별 대학이 강점 분야를 나눠 맡고 기초·교양 강좌를 공동 개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거점대학은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연구·실습을 담당하고 주변 대학은 기초교육과 현장 인력 양성을 분담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더욱이 디지털 교육 환경이 확대되면서 대학들이 강좌와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할 여지도 커졌다. 온라인 강의와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학점 교류를 확대하면 학생 수가 적은 캠퍼스마다 유사한 전공과 강좌를 중복 운영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실험·실습과 임상교육, 연구팀 운영, 기업 연계 프로젝트에는 대면 기반의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론 수업은 공동 플랫폼을 활용하고 거점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계된 연구·실습에 집중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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