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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악수였다" LVMH 시총 반토막, 아시아 소비 둔화 넘어 '유럽 명품 프리미엄' 약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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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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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폭락한 LVMH, 아시아 수요 감소·판매가 상향 조정 영향
유럽 명품·고가 자동차 시장 전반서 가격 인상 후폭풍 관찰
유럽-아시아 경제적 위상 급변, 유럽산 제품 '상징적 프리미엄' 축소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시가총액이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명품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수년간 이어진 공격적인 가격 인상 흐름이 소비 심리 위축을 가속화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충성 고객층이 높은 가격대를 정당화해 주는 기존 명품업계의 성장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시아의 부가 빠르게 늘고, 유럽의 경제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과거 유럽 명품 브랜드가 누렸던 상징적 프리미엄이 약화했다는 진단이다.

LVMH 실적 '내리막길'

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보도에 따르면, 파리 증시에 상장된 LVMH의 시가총액은 이날 2,130억 유로(약 333조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이자, 2023년 고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앞서 LVMH는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 명품 소비 열풍에 힘입어 매출과 주가가 함께 치솟은 바 있다. 지난 2023년 1분기 매출 증가율은 17%로 시장 전망치를 두 배가량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 특수가 걷힌 뒤 상황은 빠르게 뒤집혔다. LVMH의 유기적 매출 증가율은 2023년 3분기 9%까지 둔화했고, LVMH 측도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이례적인 소비 호황이 끝나고 성장률이 과거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실적 침체 흐름은 2024년 들어 한층 뚜렷해졌다. 2024년 2분기 그룹의 유기적 매출 증가율은 1%에 불과했고, 3분기에는 루이비통·디올 등이 포함된 패션·가죽 제품 부문 매출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지난해에도 뚜렷한 반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LVMH의 연간 매출은 808억700만 유로(약 126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5% 감소했고, 유기적 기준으로도 1% 줄었다. 반복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 13% 쪼그라들었다.

아시아 소비자 지갑 닫혀

LVMH의 성장세가 꺾인 핵심 배경으로는 아시아의 명품 소비 둔화가 꼽힌다. 아시아는 LVMH의 매출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해 왔다. 2023년 기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매출은 265억7,700만 유로(약 41조5,000억원)로 전체 매출의 31%에 달했고, 일본까지 더한 비중은 38%에 육박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LVMH의 일본 제외 아시아 매출은 232억4,600만 유로(약 36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12.5% 감소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에서 28%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6%까지 추가로 하락했다. LVMH의 매출 중심축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고객들이 LVMH를 외면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가계 자산 압박, 고용 불안,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지출 축소 흐름이 가시화했다. 일본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고가 소비 장벽이 높아졌다. 팬데믹 당시 '오픈런' 열풍이 불 만큼 명품 소비가 급증했던 한국의 경우,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가계부채 부담까지 커지며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 심리가 함께 짓눌리고 있다.

판매가 인상, 자충수로

LVMH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전략 역시 실적 악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FT에 따르면 LVMH는 팬데믹 기간 급증한 명품 수요를 빌미 삼아 주요 브랜드의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루이비통은 2022년 원자재·생산·운송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전 세계에서 가죽 제품, 패션 액세서리, 향수 등의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당시 전체 제품 가격은 평균 약 7% 올랐으며, 일부 인기 가방의 인상 폭은 20~25%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에도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수차례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디올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의 분석을 보면,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디올의 일부 가방 가격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50% 이상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LVMH 산하 브랜드의)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이른바 '선망 소비층(aspirational consumers, 특정 계층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을 선망하고 이를 모방해 소비하는 중산층 중심의 소비자 집단)'이 수천 달러에 달하는 가방과 액세서리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FT 역시 최근 수년간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약 6,000만 명의 선망 소비층이 이탈했다고 추산했다.

표1. 가격 인상 이후 역풍 맞은 유럽 고급 브랜드

브랜드가격 인상이후 실적·수요 변화
루이비통·디올일부 인기 가방 가격 대폭 인상패션·가죽 제품 매출 역성장, 모회사 LVMH 실적 악화
구찌주요 제품 가격 상승매출 감소, 모회사 케링의 실적 악화
버버리고가 신규 컬렉션 출시판매량 및 매출 급감, 영업손익 적자 전환
포르쉐미국 판매 가격 인상글로벌 인도량 및 매출 감소, 영업이익 급감
애스턴마틴핵심 차종 판매 가격 인상도매 판매량 및 매출 감소, 영업손실 확대
자료: 번스타인, 각 사, 외신 종합

유럽 사치재 시장 '먹구름'

가격 인상 이후 고객 수요가 약화하는 모습은 LVMH 외 다른 유럽 명품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프랑스 케링의 핵심 브랜드 구찌가 대표적이다. 구찌의 주요 제품 가격은 2020~2023년에 걸쳐 21% 상승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구찌의 매출은 59억9,200만 유로(약 9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으며, 케링 전체 매출도 같은 기간 13% 줄어든 146억7,500만 유로(약 22조9,000억원)에 그쳤다. 버버리의 경우 고가 신규 컬렉션을 출시한 직후인 2024년 2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 쪼그라들었으며, 이후로도 실적 악화 흐름이 지속됐다. 2024회계연도 29억6,800만 파운드(약 5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5회계연도 24억6,100만 파운드(약 4조5,000억원)로 17% 줄었고, 조정 영업이익은 4억1,800만 파운드(약 7,600억원)에서 2,600만 파운드(약 472억원)로 급감했다. 영업손익은 300만 파운드(약 5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됐다. 독일 포르쉐는 지난해 7월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2.3~3.6% 인상한 바 있다. 같은 해 연간 글로벌 인도량은 27만9,449대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고, 매출도 400억8,300만 유로(약 62조6,000억원)에서 362억7,200만 유로(약 56조7,000억원)로 9.5% 줄었다. 영업이익은 56억3,700만 유로(약 8조8,000억원)에서 4억1,300만 유로(약 6,500억원)로 급감했다. 영국 애스턴마틴의 경우 핵심 차종 평균 판매 가격이 2024년 17만7,000파운드(약 3억2,200만원)에서 2025년 18만5,000파운드(약 3억3,600만원)로 약 4.5% 상승했으며, 도매 판매량은 같은 기간 6,030대에서 5,448대로 9.7% 감소했다. 매출은 15억8,400만 파운드(약 2조9,000억원)에서 12억5,800만 파운드(약 2조3,000억원)로 20.6% 줄었고, 영업손실은 1억 파운드(약 1,817억원)에서 2억5,900만 파운드(약 4,707억원)로 확대됐다.

아시아-유럽 경제 입지 희비교차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배경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적 격차 축소를 지목한다. 글로벌 시장 내 유럽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면서, 아시아 시장이 유럽산 제품에 부여하던 상징적 프리미엄 역시 약화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유럽통계청(Eurostat)이 지난달 공개한 최신 구매력평가(PPP)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8조7,000억 국제달러에 그쳤다. 이는 중국(26조 국제달러), 미국(19조5,000억 국제달러) 등 여타 주요국을 눈에 띄게 밑도는 수준이다. 해당 기간 EU의 실질 GDP 성장률은 1.5%에 불과했고,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EU 성장률이 1.1%, 유로존 성장률이 0.9%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의 경제적 존재감은 나날이 커져 가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컨설팅 그룹 나이트프랭크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 부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UHNWI)의 31%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럽(25%)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 자산 증가세에서도 아시아 주요국의 약진이 확인된다. 글로벌 IB UBS가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부 보고서 2026'을 보면, 중국 본토의 달러 기준 백만장자 수는 2025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역시 200만 명 이상의 백만장자를 보유했으며, 한국은 2020년 이후 실질 기준 성인 1인당 평균 자산이 50% 이상 늘어 UBS의 분석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가 빠르게 부유해지는 반면 유럽의 상대적 경제 위상은 약해지면서, 과거 아시아 소비자들이 유럽 브랜드를 향해 품었던 선망도 약해지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택한 브랜드들은 여전히 명품 수요가 가격에 둔감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높은 가격을 정당화해 주던 유럽 브랜드의 상징적 가치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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