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비 감당하려 빚낸다” 美 빅테크 차입 확대, 회사채·美 국채 금리 동반 상승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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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자금 조달 나선 스페이스X, IPO 이후 잇달아 차입 늘려 AI 투자비 폭증에 알파벳·아마존·메타 등 빅테크 채권 발행 급증 민간 채권 공급 증가하며 美 국채금리 상승세도 강해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불과 수개월 전 기업공개(IPO)와 첫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데 이어 추가 차입에 나선 것이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비단 스페이스X를 넘어 빅테크 업계 전반에서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아마존·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역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는 추세이며, 이러한 대규모 민간 채권 공급이 기업 조달 금리와 미 국채금리에도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페이스X, 외부 자금 조달 추진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 스페이스X가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00억 달러(약 53조5,71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은행 대출로 100억 달러(약 13조3,930억원),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을 통해 300억 달러(약 40조1,780억원)를 각각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체 금융은 미국 사모펀드(PEF) 기업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주도하며,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도 투자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는 내년 중 마무리될 전망이나,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채권은 스페이스X의 자체 신용으로 발행된다. 스페이스X의 신용등급은 현재 BBB로, 투자등급인 만큼 보험사·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의 채권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최근 채권 시장에서 스페이스X 채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채권의 제시 수익률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스페이스X가 기존에 발행한 30년 만기채는 현재 시장에서 액면가의 약 85%까지 떨어졌고, 미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약 227bp(1베이시스포인트=0.01%)까지 벌어졌다. 이는 일반적으로 정크 등급 채권에서 확인되는 수준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30년 만기채의 경우 발행금리 범위가 7.5~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규모 IPO
이러한 채권 가격 조정의 배경에는 스페이스X의 부채 부담을 둘러싼 시장의 경계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는 불과 수개월 전 IPO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6월 12일 미국 나스닥·나스닥 텍사스에서 거래를 시작했을 당시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약 18만800원)로 책정됐으며, 회사는 우선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 주를 신규 발행해 750억 달러(약 100조4,460억원)를 조달했다.
공모 구조도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보다는 회사의 신규 자금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모 자료에 따르면 기본 공모 물량 5억5,555만 주는 전량 신주로 구성됐으며, 주관사에 부여된 초과 배정 옵션 8,333만 주 역시 모두 신주였다. 이후 주관사들이 초과 배정 옵션을 전량 행사하면서, 6월 15일 IPO 최종 완료 당시 실제 발행·매각된 클래스A 주식은 총 6억3,888만 주로 늘었다. 총공모액은 862억4,999만 달러(약 115조5,130억원) 수준이었으며, 이 가운데 인수 수수료와 공모 비용을 제외하고 회사에 실제 유입된 순자금은 856억7,500만 달러(약 114조7,430억원)였다.
표1. 스페이스X 자금 조달 현황
| 시기·방식 | 주요 내용 |
|---|---|
| 6월 기업공개 | 신주 중심 공모로 862억 달러 조달, 순유입 자금 약 857억 달러 |
| 6월 회사채 발행 | 첫 회사채 발행으로 250억 달러 조달, 브릿지론 상환 및 기업 운영 등에 활용 |
| 추가 자금 조달 계획 | 엔비디아 칩 구매를 위해 은행 대출 100억 달러·회사채 300억 달러 등 총 400억 달러 조달 추진 |
| 채권시장 평가 | 기존 채권 가격 하락 및 스프레드 확대, 부채 부담에 대한 시장 경계 심화 |
채권 시장서도 자금 확보
스페이스X는 IPO 직후 채권 시장에서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 6월 22일 첫 회사채 발행 절차에 착수했고, 같은 달 23일 발행 규모를 250억 달러(약 33조4,820억원)로 확정했다. 당초 200억 달러(약 26조7,860억원) 수준으로 추진되던 거래였지만, 투자자 주문이 900억 달러(약 120조5,350억원)까지 몰리면서 발행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당시 스페이스X는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브릿지론 잔액 전액 상환과 관련 수수료 지급에 우선 사용하고, 남은 자금은 일반적인 기업 운영 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막대한 투자 수요에도 불구, 채권 가격에는 스페이스X의 재무 부담에 대한 경계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무디스는 당시 스페이스X에 투자적격 등급인 'Baa1'을 부여했지만, 회사가 제시한 채권 금리는 동일한 신용 등급의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행된 채권은 모두 무담보 선순위채로, △2031년 만기 70억 달러(약 9조3,750억원)·금리 5.35% △2033년 만기 60억 달러(약 8조360억원)·5.65% △2036년 만기 60억 달러·5.875% △2046년 만기 25억 달러(약 3조3,480억원)·6.60% △2056년 만기 35억 달러(약 4조6,875억원)·6.65% 등이다. 전체 채권의 가중평균 금리는 5.855%, 가중평균 만기는 11.7년으로 집계됐다.
빅테크 업계 차입 확대 흐름
이처럼 외부 자금 조달 규모를 확대하는 빅테크 기업은 비단 스페이스X뿐만이 아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이른바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그동안 막대한 영업현금흐름을 활용해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에 투입되는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MS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최대 7,250억 달러(약 970조9,780억원)에 달하며, 투자금 대부분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반도체 확보에 쓰일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로이터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 4개 기업이 지난 7월 7일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1,940억 달러(약 259조8,2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 1,080억 달러(약 144조6,420억원)보다 79% 급증한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채권 발행이 전례 없는 속도로 늘고 있다며 MS까지 포함한 5개사의 올해 전체 발행액이 2,500억 달러(약 334조8,200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4,000억 달러(약 535조7,12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美 국채금리까지 '들썩'
이처럼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집중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 공급이 급증하면 투자자들은 물량을 소화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신규 채권의 발행 금리를 밀어 올림과 동시에 기존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7월 말 로이터가 LSEG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가운데 비교 가능한 91개 종목 중 78개가 발행 당시보다 높은 수익률에 거래됐다.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의 2~4년물 회사채가 미 국채금리에 얹어 지급하는 중간 스프레드는 지난해 30bp에서 올해 40bp로 확대됐으며, 5~7년물 역시 50bp에서 60bp로, 20년 초과 장기물은 108.5bp에서 118bp로 각각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 국채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들이 국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미국 정부 역시 막대한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탓이다. 이렇게 공공·민간 부문의 채권 공급이 동시에 증가하면 국채 투자자들은 자연히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기업채 공급이 미 국채 시장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재정 적자·국채 공급 확대와 함께 장기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