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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느라 소비 줄이는 민간, 경기 살리려 빚내는 정부, 中 불황 탈출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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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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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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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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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빚 갚느라 줄어든 민간 소비·투자
지출 공백 메울 부양책에도 추가 차입 불가피
부채 해소 늦어지는 中 경제, 장기 침체 경계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와 부채 부담에 짓눌리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화한 부동산 불황이 은행의 부실 부담을 키우고 가계 소비를 억누르며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민간의 지출 공백을 메워야 할 정부도 늘어난 부채로 재정 여력이 줄어, 경기 부양에 나설수록 나랏빚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부채 조정에 오랜 시간을 들였던 일본처럼 중국도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IMF, 中 올해 성장률 전망 4.5%로 하향

1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의 4.6%에서 4.5%로 0.1%포인트 낮췄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인 4.5~5.0%의 하단에 해당한다. 작년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5.0%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 속도가 0.5%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7월에 제시한 4.1%에서 4.0%로 낮춰, 올해와 내년 전망을 나란히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말부터 4%대 중반에서 조정을 거듭해 왔다. IMF는 지난해 10월 WEO에서 중국의 2026년 성장률을 4.2%로 제시한 뒤, 같은 해 12월 중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4.5%로 높여 잡았다. 올해 1월 WEO 수정 전망에서도 4.5%를 유지했으며, 4월에는 4.4%로 0.1%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후 7월 전망치를 4.6%로 올리면서 상향 폭을 0.2%포인트로 확대했으나, 이번에 다시 4.5%로 조정했다. 올해 WEO 발표 순서대로 보면 1월 4.5%, 4월 4.4%, 7월 4.6%, 10월 4.5%로, 전망치 변동 범위는 0.2%포인트다.

수출 호조로도 메우지 못한 내수 부진

이번 하향 조정에는 중국 내 소비와 투자 부진이 반영됐다. IMF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소비 회복이 더디고 투자도 약해지면서 수출 호조가 내수 위축의 충격을 일부 흡수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경제지표에서도 내수 회복세 둔화가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쳐, 7월의 0.6%에서 증가율이 낮아졌다. 시장 예상치인 0.8%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투자도 위축돼 올해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2% 줄었으며, 1~7월의 6.7% 감소에서 낙폭을 키웠다.

특히 부동산 침체는 투자와 가계 소비를 함께 짓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IMF는 앞서 중국 경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장기화한 부동산 불황과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가계의 소비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개발투자는 올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신규 주택 판매액도 13.1% 줄어든 상태다. 개발업체의 자금 사정도 악화해 대출과 분양대금 등을 통한 조달액이 21.0% 감소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신규 착공 면적과 준공 면적이 각각 24.8%, 23.7% 줄면서 사업 축소가 이어졌다.

표1. 중국 소비·투자 및 부동산 주요 지표

구분소매판매고정자산
투자
부동산
개발투자
신규 주택
판매액
개발업체
자금 조달액
착공·준공
면적
증감률+0.4%-7.2%-19.9%-13.1%-21.0%착공 -24.8%
준공 -23.7%
주요 특징7월 +0.6%서 둔화
예상치 +0.8%의 절반
1~7월 -6.7%서
감소 폭 확대
부동산 불황 속
개발투자 위축
주택 판매
부진 지속
대출·분양대금 등
자금 유입 감소
착공·준공 동반 감소
건설사업 축소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中 부동산 부실에 은행·가계 동반 압박

개발업체의 자금난과 공사 축소는 돈을 빌려준 은행에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능력 약화가 중국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압박할 것으로 봤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치와 차주의 상환 능력이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위험을 의식한 일부 은행은 개인대출 심사에서 부동산 보유 여부보다 급여 소득을 더 중시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기존 연체 대출에 대해서는 만기를 늘리거나 차주에게 부동산을 매각할 시간을 주며 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미 빌려준 돈이 부실로 굳어지는 것을 늦추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대출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도 빚을 더 내 소비하기를 꺼리고 있다. 기존 대출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늘면서 추가 차입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태다. 중국 컨설팅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계 부실대출 잔액은 2조2,200억 위안(약 444조원)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 8월에는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2,029억 위안(약 40조5,800억원) 줄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는 주택담보대출 수요 감소와 함께 빚을 내 소비하려는 의욕이 약해진 점을 대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내수 부양과 재정 건전성 사이 딜레마

부동산 부실을 수습하고 경기를 떠받쳐야 할 정부도 늘어난 빚 부담에 발목이 잡혀있다.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해 온 지방정부의 재정이 부동산 침체로 악화하면서 중앙정부가 이전해야 할 재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는 올해 중국 중앙정부 일반공공예산에서 채무 상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19.2%로 추산했다. 2014년 12%에서 12년 새 7.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중앙·지방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 역시 같은 기간 3,480억 위안(약 69조6,000억원)에서 1조4,000억 위안(약 28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나랏빚을 갚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는 와중에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차입도 필요한 처지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느라 지출을 줄이는 시기에 정부까지 돈을 거둬들이면 소득과 매출이 감소해 채무 상환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가계 지원을 늘리면 민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필요한 비용은 공공부채로 쌓이게 된다. IMF도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내수를 뒷받침하고 부채·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악순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가 재정 확대를 권고했다. 가계가 의료·노후 등에 대비해 쌓아두는 저축을 소비로 돌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 지출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中 부채 조정에 드리운 일본 장기 불황 그림자

재정 지원이 장기간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의 근거로는 부동산 거품 붕괴 후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의 사례가 거론된다. 리처드 쿠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산가격이 급락한 뒤 민간이 부채 상환에 집중하면서 경제 전체의 수요가 위축되는 현상을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으로 설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도 기업들이 차입과 투자를 꺼리면서 통화 완화의 효과가 약해졌다. 정부가 빚을 내 지출을 늘려 민간의 수요 공백을 메워야 했으며, 민간 재무상태가 회복되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는 평가다. 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또한 부채 조정이 1~2년 안에 끝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여러 해에 걸쳐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사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부실기업에 묶인 자금을 제때 정리하지 못할 경우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남겼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양위안천 IMF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공동 연구에서, 일본 은행들이 손실 처리를 피하려고 부실기업에 대출을 이어간 탓에 자금 배분이 왜곡되고 기업 성장이 제약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을 손실로 반영하면 은행 자본이 줄어 신규 대출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 여력을 유지하려면 부족해진 자본을 채워야 하는데, 여기에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정부는 경기 부양에 은행 부실 수습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정부가 재정으로 은행의 손실을 메운 뒤에도 기업과 가계의 상환 능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로고프 교수와 양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주택·인프라 투자가 집중됐던 지역일수록 거품 붕괴 이후 침체가 깊고 오래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건설과 연관 산업의 일감이 줄고 소득 전망까지 악화하면서 빚을 갚는 데 필요한 수입도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도 부동산에 쏠렸던 자본과 인력이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하고, 이를 통해 기업 수익과 가계 소득이 늘어나야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회복될 수 있다. 은행 부실을 수습하는 동안 실물경제가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부채 조정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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