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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맞닥뜨린 정부의 금융당국 개편안, 기대 효과와 부작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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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정부, 금융당국 '4원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 확정
당국·금융사·직원들부터 야당까지 줄줄이 '반대'
더 나은 감독 환경 구축하기 위한 일시적 진통인가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 개편안을 둘러싼 잡음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 측부터 산하 직원들, 민간 금융권까지 조직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정부의 조직 개편안이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분쟁 해소 및 제재 절차의 번거로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금융당국 개편안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면서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담당하던 국내 금융 정책(금융정보분석원 포함)은 신설되는 재경부가 이관받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바꾼 뒤 감독 기능에 집중하는 식이다. 금감위는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기존 금감원에서 분리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게 되며,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새로운 금융 거버넌스는 4원 체제로 구성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측 인사들은 해당 개편안이 금융감독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민간 조직에 금융감독을 맡겨야 독립성이 담보되는데, 지금 구조는 관료 조직이 지휘하는 모양새"라며 "산업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이 감독까지 쥐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원장은 금감원과 금소원의 공공기관 지정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얘기는 금융을 정부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로 관치금융"이라며 "체계를 잘 만들어서 금융의 자율이나 창의력은 살아나게 하고 문제 발생 시에는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뒤죽박죽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당국 직원들 반기 들어

민간 금융사들 역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의 계획대로 금융당국 체제가 개편될 경우, 분쟁 발생 시 해결 절차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금융사에서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금융 상품을 파는 불완전 판매 사건이 발생할 시, 예전엔 금감원 중심의 조사를 받다가 제재 수위가 정해질 때쯤 금융위에 대응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쟁 조정과 소비자 구제는 금소원, 영업점·상품에 대한 검사와 내부 통제 점검은 금감원, 제재 심의·의결은 금감위가 맡게 된다. 이에 더해 당국이 추후 정책·법령 개선을 추진할 시에는 세종에 위치한 재경부까지 절차에 개입할 수 있다.

제재 절차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더해 금소원까지 금융사들을 감독·검사할 경우, 금감위의 제재 확정이 지연되며 금융사들의 경영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감원과 금소원이 내년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점도 금융사들에는 골칫거리다. 공공기관이 되면 재경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이들 기관의 인사와 조직 개편, 예산 등을 심의하게 된다. 금감원·금소원에 대한 재경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 직원들 역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1층 로비에는 상·하의를 검은색으로 맞춰 입은 직원 700여 명이 모였다. 전날 금감원 노동조합이 정부 조직 개편안에 반대하기 위한 시위를 열겠다며 참석자를 모았는데, 금감원 전체 직원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모인 것이다. 시위에 참석한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과 금소원을 분리할 시 업무 혼선과 중복이 발생할 게 불 보듯 뻔하며,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 난항 전망, 패스트트랙 카드 꺼내 들까

입법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개편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후속 입법을 다룰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의원인데, 국민의힘이 금융당국 개편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야당 무시가 도를 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루 전 금융위 해체를 논의하더니 '금융위 존치'와 '야당과의 협의'를 전제로 진행했던 청문회가 끝나기 무섭게 '금융위 해체'를 공식화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금융위 설치법' 등 정무위 소관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야권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관련 절차를 처리할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 심의(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야당 합의 없이 내년 4월께 금감위설치법 처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재부 개편 시기가 내년 1월 2일쯤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시장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진통이 어디까지나 체제 개편 과도기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아마 한동안 진통을 겪기는 하겠지만, 금융당국의 각 기능이 분리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 기능 부분이 강화되며 금융 사고 발생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재경부 역시 경제 전문 인력의 배치를 통해 내부의 고질적 갈등을 해소할 '열쇠'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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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 증가세 ‘반토막’, 노동시장 냉각 속 금리인하 전망 강화

美 고용 증가세 ‘반토막’, 노동시장 냉각 속 금리인하 전망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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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작년 일자리 91만 개 증발
23년 만에 최대폭 하향 조정
연준, 이달 FOMC서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미국의 고용 사정이 당초 파악됐던 것보다 악화했다는 미 당국의 통계 수정발표가 나왔다. 최근 1년간 일자리 증가를 91만 명 이상 하향 조정하면서 200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수정이 이뤄졌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내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베이비컷(금리 25bp 인하)을 이미 반영, 10월 빅컷(50bp 인하)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 고용 대폭 수정

9일(이하 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은 이날 발표한 예비 기준 수정치에서 지난 2024년 4월~2025년 3월까지 급여 명부에 오른 근로자 수가 기존 발표보다 91만1,000명(0.6%) 적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2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하향 조정으로, 기존 자료는 같은 기간 고용주들이 계절조정 전 기준으로 약 18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다고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수정에 따르면 월평균 고용 증가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향 조정은 거의 전 산업에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 고용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이어 레저·접객업, 전문·비즈니스 서비스업, 제조업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가·음식숙박 부문에서 17만6,000명이, 전문기업서비스 부문에서 15만8,000명이 하향되는 등 조정 폭이 컸다.

이번 발표는 예비치로 최종 수치는 내년 2월 공개된다. 이번 자료는 최종 수치 발표 전까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수치가 확정될 경우 월간 일자리 증가 폭은 14만7,000명에서 약 7만 명으로 낮아진다. 노동통계국은 매달 약 12만1,000개의 사업체를 조사해 고용 통계를 집계한다. 기업이 제출하는 고용보험 세금 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데 자료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오며 신고 지연으로 인해 추후에 자체적으로도 수정될 수 있다.

“고용 둔화 이미 진행 중”

이번 조정 결과는 최근 고용시장의 둔화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이미 완만한 고용 증가세가 이어져 온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통계치 하향 조정은 올해 3월 이전 시기가 대상이기 때문에 최근 고용 사정 악화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좋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노동통계국의 일자리 대규모 수정은 최근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에리카 매컨타퍼 노동통계국 국장을 전격 경질했으며, 지난해에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대규모 수정이 발표되자 경제 성과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수정치 발표 이후에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노동통계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하향 수정치를 발표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바이든의 경제는 재앙적이었고 노동통계국은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미 연준 관계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도 연간 일자리 증가 폭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해 왔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고용 수준이 “상당 폭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10월 금리인하 전망/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9월·10월 연속 금리인하 예상

노동 시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도 이달 16~17일로 예정된 9월 FOMC에서의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를 25bp(0.25%p) 인하할 가능성을 93.7%로, 50bp(0.50%p) 인하 가능성을 6.3%로 전망했다. 노동부의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빅컷 가능성은 '제로(0)'였으나, 노동 시장 냉각을 시사하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빅컷 가능성도 빠르게 올라온 모습이다.

선물시장은 9월뿐 아니라 10월 FOMC에서의 빅컷 확률도 67.9%로 반영하고 있다. 연말인 12월에도 세 번째 인하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 1월까지 네 번째 인하가 이뤄질 확률은 40% 미만으로 낮아졌다. BMO캐피털마켓의 살 과티에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노동 시장은 노동통계국의 초기 추정치보다 확연히 약했고 이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를 추가 인하할 또 다른 이유가 된다”고 진단했다. BMO 캐피털마켓의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 이안 린겐도 “8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달렸지만 연준은 25bp 인하를 계획할 것이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측 범위에 있다면 50bp 인하가 테이블 위에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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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가는’ 이스라엘, 중재국 카타르 전격 공습 “휴전협상 파국 위기”

‘막 나가는’ 이스라엘, 중재국 카타르 전격 공습 “휴전협상 파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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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고위 지도자 겨냥 정밀 타격"
트럼프 "미국·이스라엘 목표 진전시키지 않아"
가자지구 휴전 협상 위기 봉착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카타르 도하의 건물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23개월째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 체류 중인 하마스 지도부를 정밀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 본토에서 군사작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하마스와 휴전 협상도 파국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부 표적 공격

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도하에 체류 중인 하마스 최고 지도부 인사들의 주거지를 공습했다. 해당 지역에선 큰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스라엘군은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와 협력해 공군이 도하에서 정밀 타격 작전을 수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무기를 사용했다”며 “하마스 테러 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정확한 공격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휴전 협상을 위해 파견된 하마스의 대표단이 이스라엘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 수석 협상가 칼릴 알하이야(Khalil Al-Hayya)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으나, 하마스는 이날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고 반박했다. 알하이야는 전날에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회담하는 등 휴전 협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하마스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 인사들은 수년간 도하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왔다. 카타르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휴전을 중재해 온 국가로, 하마스 정치국 본부도 카타르에 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2년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노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카타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반복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5월에도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알하이야를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최근 해외에 거주하는 하마스 지도부를 암살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마스 “인질 전원 석방” 선언했지만, 이스라엘 “기만일 뿐”

이번 공습은 미국이 주도해 온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중재를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카타르 공격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인 지난 3일에도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중재국이 제시한 '60일 휴전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자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선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총리실은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하마스가 무장 해제되며 가자지구가 비무장화되고 이스라엘이 안보 통제권을 확립하고 대체 민간 행정기구가 수립될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마스는 “생존 인질 10명과 일부 시신 송환을 포함한 60일 휴전에 동의한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합의에도 임하겠다고 했다. 합의안에는 모든 인질 석방과 일정 규모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국경 개방, 가자 재건 착수가 포함돼 있다. 하마스는 가자 통치를 위해 기술관료로 구성된 독립적 행정기구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제안은 또 다른 기만일 뿐”이라며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츠 장관도 “하마스가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가자시티를 라파와 베이트하눈처럼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스라엘 측은 이번 카타르 공격이 최근 예루살렘과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작전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공습 동의한 적 없어”

이번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 당국은 백악관 측에 공격 사실을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아침 미군으로부터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며 즉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에게 카타르에 경고 통보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보가 이뤄졌지만 불행히도 공격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카타르를 미국의 강한 동맹이자 친구로 본다. 이번 일이 그들의 영토에서 발생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모든 인질과 사망자의 시신 인도를 원하며, 전쟁이 지금 당장 끝나길 원한다”고 적었다. 또 공격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평화 의지를 확인했고, 카타르 국왕 및 총리와도 통화하며 지지와 우정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들에게 이러한 일이 다시는 그들의 영토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카타르와의 방위협력협정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백악관도 이번 공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하마스 제거 자체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와 함께 평화를 중재하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용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주권국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인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다만 “하마스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한 구역에 있었다”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에서 이득을 얻는 하마스의 제거는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공격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하게 여기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은 이번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우려를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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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탄핵이 키운 불확실성 비용, 책임과 민의를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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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국인 투자 약정액 14.6% 감소
반복된 탄핵으로 약화되는 제도 신뢰와 정책 연속성
절차 명확화와 제도 개혁을 통한 불확실성 완화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약정액은 131억 달러(약 17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반면 실제 투자 유입액은 2.7%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존 약속은 이행했지만, 신규 투자는 보류한 결과다. 자본이 철수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번 감소는 특정 지도자나 정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시장이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민주주의에서 탄핵이 예외적 장치가 아닌 상시적 정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가의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ChatGPT

탄핵, 제도적 안전장치의 본래 의미

탄핵은 헌법이 보장한 비상수단이다. 책임 있게 사용될 때는 법치주의를 지키지만, 반복적으로 발동되면 국민의 위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 2025년 한국의 탄핵 과정은 헌정적 당위성을 충족했다. 헌법재판소가 4월 4일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했고, 두 달 뒤인 6월 3일 조기 대선이 실시됐다.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됐지만, 예정된 임기가 조기 종료되면서 시장과 해외 투자자들은 권력 공백과 정책 연속성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필리핀은 또 다른 사례를 남겼다. 대법원은 7월 25일 부통령 탄핵 소추가 헌법 요건을 위반했다며 무효로 판단했고, 2주 뒤 상원은 사건을 종결했다. 형식적으로는 절차를 따른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적으로는 입법부 권한이 사법부 결정에 제약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남겼다. 증거 심리조차 거치지 않은 판단이었기에 논란은 커졌다. 이런 선례는 제도적 일관성을 흔들고, 장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

정권 교체가 잦은 경우에도 신뢰는 약화된다. 일본의 잇따른 총리 사임은 정책 연속성을 끊고 정치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정치적 분열과 격렬한 여론 대립이 겹치면, 국민은 제도를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당사자로 인식하게 된다. 탄핵이 상시적 정치 관행으로 굳어진다면 민주주의 신뢰의 기반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 드러난 불안정

2025년 상반기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약정액은 전년보다 14.6% 줄었다. 실제 유입은 2.7% 늘었지만, 신규 투자가 보류된 결과다. 투자자들이 철수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발걸음을 멈춘 셈이다.

2024년 상반기 vs 2025년 상반기 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약정 및 유입액 비교(단위: 십억 달러)
주: FDI 약정 및 실제 유입(X축), 금액(Y축)/2024년 상반기(갈색), 2025년 상반기(회색)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전후로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했고, 선거 이후 반짝 회복했다가 정책 혼선으로 다시 주춤했다. 외환시장과 제조업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정부가 거래 규제를 완화해 비용을 낮추려 했으나 내수 부진은 더 깊어졌다.

2025년 한국 주요 정치 일정과 코스피 종가
주: 4월 1일-법원 판결 선고 일정 확정/4월 4일 -판결 선고일(탄핵 인용)/6월 20일-2021년 이후 코스피 3,000선 이상 마감

신용부도스와프(CDS)는 2024년 말 급등했다가 2025년 2월 중순 들어 30bp 수준으로 안정됐다. 그러나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에 위치해 있어 정치적 충격에 특히 민감하다. 이러한 상황이 누적되면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쌓이고, 국채와 지방채는 물론 기업 차입 비용까지 전반에 부담이 된다.

외부의 평가도 변수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불안정하다고 언급하는 순간, 투자자들은 위험을 확대 해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5년 한국 성장률 전망을 1.0%로 낮춘 것도 이런 환경을 반영한 결과다. 일부 긍정적 지표가 나타나더라도 국제사회의 인식이 불안정하면 결국 비용으로 돌아온다.

제도를 지키는 개혁 방향

탄핵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지만, 자주 사용될 경우 제도의 신뢰를 흔든다. 이를 무력화하기보다 사용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 임기 동안 여러 차례 탄핵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모든 혐의를 한 번에 통합해 다루는 방식이 그 예다. 법원은 절차적 완결성만 확인하고, 최종 판단은 의회의 초 다수 의결이나 국민투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리핀이 1년 내 중복 제소를 금지해 부통령 탄핵 소추를 무효화한 사례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권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거 일정도 중요하다. 한국의 조기 대선은 불가피했지만, 헌법에 60~90일 내 선거 실시 규정을 두었다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었다. 국회는 이 기간 동안 필수 예산만 집행하도록 제한해 정치적 혼선을 줄여야 한다. 시장은 불확실성 자체보다 방향성의 부재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위헌성·절차·관할권 같은 본질적 쟁점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까지 판단할 경우 정치적 책임이 사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다. 이런 사안은 국민투표나 불신임 투표 등 정치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정부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 당국은 위기 상황에서도 필수 재정 집행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규제기관은 유동성 공급과 거래시간 조정 등으로 시장 충격을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은 탄핵을 정치적 승패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통치 실패이자 제도 운영의 한계로 이해돼야 하며, 국제사회가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순간 곧바로 외교적 위험으로 이어진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해법

탄핵이 정치 전략으로 반복된다면 민주주의는 더 큰 불확실성 비용과 투자 지연, 약화된 정당성을 치르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탄핵을 중대한 범죄에 대한 단발적 수단으로 제한하고, 발생 시 신속한 국민 선거로 정당성을 회복하며, 법원은 절차적 심사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책임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투표의 의미를 강화하고, 헌법적 안전장치를 본래 목적에 맞게 유지한다. 제도가 정비되면 불확실성은 줄고 충격은 빠르게 흡수될 수 있다. 민주적 권한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국민의 위임에서 다시 출발하게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mpeachment’s Uncertainty Premium: How to Protect Accountability Without Unraveling Mandat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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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푸른 영토’ 시대의 권력과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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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해저 케이블 의존 심화와 세계 경제 충격 파급
미국·중국 중심의 ‘푸른 영토’ 패권 경쟁 가속
전문 인력 부족과 공급망 안정화 시급 과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국제 인터넷 트래픽의 99%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 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는 금융거래, 통신, 물류, 에너지 관리까지 현대 경제의 핵심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망은 선박 사고, 자연재해, 군사적 긴장 등 다양한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2025년 9월 홍해 해저 통신선이 절단되면서 아시아와 중동 일부 지역의 인터넷 접속이 중단됐다. 이어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에서도 사고가 발생해 항로 지연과 우회가 잇따랐고, 세계 해상 네트워크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해저 케이블 절단이나 운하 마비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과 시장 안정성을 뒤흔드는 지정학적 충격이다. 바다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푸른 영토(blue territory)’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ChatGPT

권력 경쟁으로 드러난 해양 현실

전통적으로 해양 권리는 육지에서 파생돼, 배타적경제수역(EEZ)은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 자원에 대한 특별 권리를 인정한다. 오늘날에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해양 질서의 기본 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힘의 구조는 달라졌다. 항공모함 전단, 글로벌 물류 거점, 해저 데이터 케이블은 섬이나 해안의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대륙과 대륙을 잇는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전역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모함 11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도 이에 맞서고 있다.

군사력만으로는 해상 권력을 설명할 수 없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 해군이 2020년대 중반까지 400척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전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앞서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세계 상선 건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상업 생산 능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해상 패권은 무기뿐 아니라 조선 능력, 물류망, 해저 케이블 통제력에서 드러난다.

충돌이 만든 글로벌 파장

이 같은 권력 경쟁은 곳곳에서 실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Second Thomas Shoal)에 주둔 중인 자국 해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보급선을 보내지만, 중국 해경이 이를 가로막으며 충돌 위험이 반복된다. 홍해에서는 무력 위협이 커지면서 상선들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했고,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통과량이 제한됐다.

이 사건들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항로 지연과 우회는 해운 비용과 보험료, 탄소 배출을 늘리고, 결국 원자재 가격과 생활물가, 에너지 비용까지 끌어올린다. 바다에서 발생한 충격은 곧 세계 경제와 가계 부담으로 전이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양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 부족이 국가와 사회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인력 격차로 드러난 취약성

해양 경제는 지난 세대 동안 세계 평균 성장률을 앞질렀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규모가 약 2.5배 확대됐고, 2023년 해양 상품·서비스 교역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해운업이 2022년에 618억 유로(약 9조2,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성장은 인력난과 맞물려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선원 부족 규모는 약 2만6,000명에 달했다. 항해사, 선박 관리자뿐 아니라 해저 케이블 엔지니어, 해양 데이터 전문가, 항만 자동화 기술자, 해양 법률 전문가까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국제 데이터의 99%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동하며, 2024년 사용 대역폭은 6.4 Pbps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 이후 연평균 32% 증가한 수치다. 2025~2027년 사이 클라우드 기업들이 신규 해저 케이블에 10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경로 조사, 장애 수리, 기지 보안, 법적 체계 정비 등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그래프(A) 2023~2024년 대륙 간 데이터 트래픽 비중(해저케이블 99%, 위성 1%)/
그래프(B) 국제 대역폭 사용량(2020년 2.13 Pbps, 2024년 6.4 Pbps)

격차 해소를 위한 산업 전략

인력 부족을 해소하려면 산업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해운업 부가가치의 0.1%만 투자해도 연간 약 6,100만~6,200만 유로(약 915억~930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재원은 항만 운영, 데이터 관리, 해양 법률, 케이블 유지·보수 등 핵심 분야의 훈련과 현장 실습에 투입될 수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은 단순한 노동시장 과제가 아니다. 해상 물류와 국제 데이터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일 사고가 세계 경제로 확산되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력 격차 해소는 해양 경제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전을 지키는 전략 과제다.

EU 해운 부가가치(GVA)와 해양 기술 교육 (단위: 십억 유로)
주: EU 해운 운송 GVA, GVA의 0.1% (교육 투자 배정분)(X축), 금액(Y축)

정책 전환의 세 가지 방향

‘푸른 영토’는 안보 의제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바다는 국가 안보를 넘어 시민 생활과 인프라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EEZ의 작동 원리, 해양법과 항행 관습의 차이, 해상 전력이 케이블과 항로를 보호하는 실질적 수단이라는 점이 분명히 인식돼야 한다.

또한 해양 경제의 과제와 인력 수급을 직접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 혼란은 운송비와 배출량을 높였고, 해저 데이터 수요는 급증했다. 해운사와 클라우드 기업이 신규 케이블에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 인력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병목으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 인프라 장애에 대비한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화재·홍수·사이버 공격처럼, 케이블 단절과 운하 봉쇄도 비상 대응 매뉴얼에 포함돼야 한다. 항만과 케이블 거점과의 협력, 현장 프로젝트 정례화 같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준비가 갖춰질 때 해양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전략적 맥락의 이해

아시아 해역에서 이어지는 긴장은 육지 중심 사고와 해양 현실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해군력이나 조선 능력도 중요하지만, 바다를 항행의 공공재로 보느냐, 주권이 미치는 ‘푸른 영토’로 인식하느냐가 국가들의 행동을 규율한다. 이 차이는 외교적 긴장과 군사적 대립으로 직결된다.

국제 데이터의 거의 전부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흐르는 지금, 바다를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는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과제다. 각국이 해운업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인프라 투자와 인력 확보에 일부라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EZ 관리, 케이블 보호, 위기 대응 능력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결되며, 바다의 규율 방식이 곧 지역 안정과 세계 질서를 결정짓는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o Owns the Water? Educating for Power in the Age of "Blue Territor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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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해외 원조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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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가 ‘정치 폭력’ 촉발
원조 물자 놓고 ‘폭력과 살인’까지
갈등 최소화 방안 강구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해외 원조가 수혜국 정치인들을 테러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0~2020년 기간 121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원조가 도착하면 지역 정치인에 대한 살해가 15~20% 늘어났다고 한다. 정치가 불안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선거 기간에 지급되는 원조는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전리품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 원조 및 수혜국 정치인 살해 ‘상관관계’

해당 사실은 해외 원조의 기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교와 병원을 짓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치 투쟁을 악화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이 적절치 못한 시기에 도착하면 고통을 줄이기는커녕 폭력 사태를 심화할 뿐이다. 또한 작년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가 최근 6년 내 처음으로 실질 가치 기준 감소를 기록하면서 위험을 고려한 보다 현명한 원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선거 기간 해외 원조 수혜국 정치인 살해 건수(1990~2020년)
주: 원조 비제공(좌측), 원조 제공(우측)

‘원조 탈취’ 위한 정치 싸움 격화

실제로 보안 및 정치가 취약한 지역에 선거 전 원조가 제공되면, 원조를 움직일 수 있는 공직 자체가 폭력을 동원해 차지할 만한 전리품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원된 자금은 물론 지역 서비스와 조달 물품까지 정치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현금 흐름으로 바뀐다.

원조국 내에서도 사정이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다. 작년의 경우 인도주의적 해외 원조가 9.6% 하락한 반면, 국경 내에 거주하는 난민 지원 비용이 총 ODA의 13.1%를 차지했다. 만약 국내 지원금의 일부인 3%만 떼어낼 수 있다면 64억 달러(약 8조9천억원)의 규모에 이르는 지원을 해외로 되돌릴 수 있다.

국가 내 주 행정구역별 정치 폭력 발생 햇수(1990~2020년)
주: *색이 진할수록 발생 햇수가 많음

선거 기간 피해 지원 형태 조절

전문가들은 해외 원조로 인한 정치적 갈등을 줄일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데 가장 먼저 시점이 중요하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선거 직전 대규모 원조 집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중립적인 경로와 안전한 인도 방법이 고민돼야 한다. 또 지역 관료들이 측근들에게 지원을 몰아주고자 할 때 반대파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기 쉽다. 빈곤 수준 및 거주지 이동을 포함한 명확한 지표에 기반해 투명하고 규칙에 기반한 배분이 이뤄져야 부패와 폭력을 줄일 수 있다. 공개적 접근이 가능한 기록과 현황판도 도움이 된다.

시장이 작동한다면 디지털 송금이 수혜 가구들이 부당한 몰수 없이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접근이 제한된 분쟁 지역이라면 현물 지원이 필수적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해 상황을 지켜보며 지원을 늘려가되 필요에 따라 제공 수단을 바꿔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인도적 자금 지원은 원조국 내에서도 논쟁에 휘말리기 쉽다. 위기 시 자동 조정 장치와 국내 사용 한도를 장착한 장기 예산이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자(Gaza) 지구 사태는 해외 원조와 관련한 위험과 어려움을 한눈에 보여준다. 정치적 갈등과 접근 제한, 유용 혐의 등이 복잡성을 키우고 있다. 작년 초 ‘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UNRWA) 직원이 공격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몇 개국이 원조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예로 든다면 수혜자 등록을 디지털화하고, 전자 바우처를 지급하며, 생체 인식 장치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원조 제공 상황과 이용 현황을 공개 현황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상황에 따라 현금 및 현물 지원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원조 경로를 다양화하고 에스크로(escrow, 조건 성립 시까지 제3자 계좌에 보관)를 이용한 자금 지원도 한시적인 지원 중단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다.

관대함과 실용주의 결합해야

가자 지구 사례는 특히 현금의 한계를 보여준다. 현지에 물품이 충분하다면 디지털 송금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국경이 닫히거나 현지 공급망이 와해된 경우에는 현물 지원이 필수적일 때가 많다. 또한 인도 경로와 물류를 먼저 확보하고 현금과 바우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단계 설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자 지구에 적용된 원칙은 사헬(Sahel, 북중부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취약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선거 기간을 피한 원조 집행, 지역 기관의 재량권 제한, 투명성 제고, 현금 지원 비중의 조절, 원조국 내 장기 예산 확보 등이 모두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이다.

위험은 실제적이다. 원조 기간 내 수혜국 정치인에 대한 살해가 15~20% 늘어난다는 사실이 위험의 정도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외 원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세심한 설계를 통해 폭력 위험을 낮추면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관대함과 실용주의는 함께 갈 수 있는 덕목들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Good Intentions Become High-Value Targets: Rewiring Aid for Political Risk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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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부터 美·日까지, 정치적 혼란에 몸살 앓는 주요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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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불신임안 가결
日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자리에서 물러나
美는 트럼프發 관세 전쟁으로 '골머리'

프랑스 의회가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말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긴축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다 불신임으로 무너진 지 불과 9개월 만에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 것이다. 프랑스 외에 일본,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최근 들어 내각과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속속 누적되는 추세다.

무너진 바이루 내각

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은 이날 바이루 내각이 제출한 긴축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총리의 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총 574명 중 558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364명이 반대, 194명이 찬성해 불신임이 결정됐다.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 연합과 극우 국민연합(RN)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여당 ‘앙상블’과 일부 우파 의원만이 총리를 지지했다. 불신임 가결 정족수는 288표였다. 이에 따라 바이루 총리와 내각은 9일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일괄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바이루 총리는 지난 7월 공휴일 축소, 복지·연금 지급액 동결 등을 포함한 440억 유로(약 71조7,420억원) 규모의 긴축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를 2029년까지 3% 아래로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국방 예산을 제외한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폐지안까지 담긴 해당 계획은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 좌파는 바이루 총리의 계획을 '역진적(逆進的) 긴축'이라고 혹평했으며, 극우 역시 전기세 인상과 생활비 부담 확대를 이유로 반대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바이루 총리는 지난달 25일 스스로 신임투표를 요청하며 “국민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직시하게 하겠다”고 호소했다. 

이번 불신임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2년 새 다섯 번째 총리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23년 여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사임 이후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까지 자리에 오른 모든 총리가 예산·재정 정책 갈등으로 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바이루 총리의 전임인 바르니에 내각은 지난해 12월 헌법 49조 3항을 앞세워 사회보장예산을 강행 처리하다 야당이 발의한 불신임에 무너졌다.

日 이시바도 총리직 사퇴

주목할 만한 부분은 프랑스 외에도 다수의 주요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최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시장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지난 7일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8일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하원)에 이어 올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패배하자 당내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임시 총재 선거 요구가) 당내에 결정적인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유를 설명하고, 차기 총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합의도 사임의 배경으로 꼽았다. 미·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 후임에게 자리를 넘기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으며, 선거 직후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타결했지만 대통령령이 발령되지 않아 곧바로 물러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자 시장에서는 향후 일본의 재정 정책이 완화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시바 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이전보다 자유롭게 정부 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일 3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6bp(0.06%포인트) 상승해 지난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다시 도달했다. 반면 5년물 국채와의 금리 격차는 주요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졌다.

트럼프發 '관세 전쟁'의 뒷면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펼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극단적 통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세가 재정 적자를 메꿔줄 '핵심 열쇠'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의회 산하 의회예산국(CBO)은 관세 조치가 유지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미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3조3,000억 달러(약 4,570조원), 재정 적자에 따른 연방정부의 이자 지급액이 7,000억 달러(약 969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CBO가 지난 6월 제시했던(재정 적자 2조5,000억 달러, 이자 지급액 5,000억 달러 감소) 추산치 대비 상향 조정된 수치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현시점 연방정부의 부채는 37조1,800억 달러(약 5경1,49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말 36조 달러(약 4경9,850조원)를 돌파한 지 8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37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핵심 국정 과제를 반영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적자는 3조4,000억 달러(약 4,700조원) 추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입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는 달리 관세 수입 확대 속도가 재정 적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회계연도 첫 10개월 동안 미국이 거둔 관세 수입은 총 1,357억 달러(약 188조7,5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와 빈곤층을 위한 메디케이드를 포함한 정부 의료 프로그램 비용은 1,410억 달러(약 194조7,400억원) 증가했고, 사회보장 연금 프로그램 비용과 공공 부채 이자 역시 각각 1,080억 달러(약 150조2,280억원), 570억 달러(약 79조2,870억원) 확대됐다. 사실상 관세 수입이 연방 정부 지출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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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침체에 흔들리는 지방은행, 순이익 줄고 연체율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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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순이익 줄고, 시중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
지방 경기 침체에 은행권 경쟁 심화로 수익성 흔들
연체율 1.14%로 위험 수준,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

올해 상반기 5대 지방은행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가운데, 연체율과 부실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며 지방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집중 산업구조와 인구 감소로 지역 경기가 위축된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과의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지방은행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銀 순이익, 1년 새 22.4% 줄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iM뱅크 등 5대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9,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경남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2,043억원에서 올해 1,585억원으로 22.4%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광주은행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1,611억원에서 1,484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3.5%,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일하게 iM뱅크만 순이익이 22%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2.5% 증가한 9조2,847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5,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0% 늘었고 신한은행은 6,732억원으로 65.7% 확대됐다. 하나은행은 7,406억원, 우리은행은 6,600억원으로 각각 74.4%, 7.8%씩 성장했다. NH농협은행도 3,789억원으로 2.9% 늘어났다. 비중이 가장 큰 이자이익은 21조776억원으로 같은 기간 0.1% 증가했다.

연체율 상승에 고정이하여신도 쌓여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 배경에는 지방 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오랜 기간 지역 중소기업과 주민에게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자금의 선순환을 이끌어왔으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전국 영업으로 경쟁이 심화한 데다 디지털 금융 확산, 수도권 중심 산업구조 심화, 지방 인구 감소 등이 겹치며 지방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총자산은 지방은행의 44%까지 따라붙었다.

특히 연체율 악화가 뚜렷하다. 연체율이 오르면 은행은 돈 떼일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고, 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올해 1분기 5대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1.14%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0.81%)과 비교해 3개월 새 0.33%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연체율 0.35%와 비교해도 3배가 넘는 격차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1.03~1.14% 수준으로 △전북은행 1.53% △iM뱅크 1.32% △광주은행 0.96% △부산은행 0.7% △경남은행 0.65% 순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고정이하여신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이 많을수록 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5대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조9,44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523억원)과 비교해 6개월 새 33.9% 급증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1%를 넘었다는 것은 지역 경기가 침체를 넘어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며 “건설업과 임대업의 부실이 지역의 제조업과 자영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 규제로 제동

한편 지방은행을 추격하며 몸집을 키워온 인터넷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 정책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27일 금융위원회는 대대적인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을 연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는 금융 소비자의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시행으로 금융권 가계대출 연간 증가분이 연초 목표치 대비 20조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으로 인터넷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는 업력이 짧은 인터넷은행에 더 치명적이다. 시중은행은 수십조원대 가계대출을 운용하며 이자수익을 넉넉히 확보한 데다, 기업 대출 비중을 키우거나 투자 등 여신 외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 외 마땅한 수익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93.4%에 달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걸음마 수준이고 중소기업 대출은 시작도 못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운용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이자수익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는 각각 25조원, 9조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16조원, 8조원 늘었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1월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해 왔는데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한 자리에서 케이뱅크의 영업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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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생각까지 맡기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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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대학생 20%, AI 생성 문서 ‘그대로 제출’
사고 과정까지 ‘떠넘기기’
평가 방식 바꿔 ‘행동 변화 유도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제 학생들의 필수품이 됐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88%가 과제 작업 시 AI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반년 전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5명 중 1명은 AI가 작성한 문서를 리포트에 그대로 붙여 넣는다고 한다. 이러한 AI의 사용은 학생들의 글쓰기와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학습의 본질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학생 88%, 과제 작업 시 AI 활용

부정직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 대신 빠르고 깔끔한 문서 작성 능력이 평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일을 우려하는 것이다. 쉽게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는 검색 엔진이 베끼는 일을 쉽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표현과 구조화까지 도와준다.

학교와 교사들은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작년 봄 조사에 따르면 AI와 관련한 교사 훈련을 마친 미국 학교는 전체의 절반을 넘지 않았고, 올해 들어서도 교사 5명 중 1명만이 AI 정책을 가진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이 AI 관련 허용 및 금지 사항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은 AI에게 과제 전부를 맡기기보다는 이해와 요약에 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영국 학생들은 개념에 대한 설명과 자료 요약이 주된 사용처였다.

영국 학생들의 과제 수행 시 AI 활용 현황(2025년)
주: 개념 설명, 자료 요약, 조사 아이디어 제공, 아이디어 구조화, AI가 초안 작성 후 학생이 마무리, AI와 학생 편집 문서 혼용, AI 생성 문서를 그대로 제출, 기타(보기 위부터)

문제는 ‘사고 과정 떠넘기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만드는 기준이 동료들에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베끼기를 넘어 학생들이 AI에게 사고 과정을 떠넘기는 풍조다. AI에 대한 과잉 의존이 정신적 노력과 계획 세우기, 자아 성찰 등을 약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물론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학습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I를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활용하고 남는 시간을 분석에 활용하는 학생들은 더 나은 성과를 낸다. 따라서 핵심은 과제 설계와 채점 방식이다. 과정과 사고, 추론을 중시하는 과제는 학습효과를 촉진하고, 세련된 문서 작성을 우위에 두면 AI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할 수밖에 없다.

OECD ‘2022년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에 따르면 창의적 사고능력은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가 60점 만점에 41점으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33점에 머물러 있으며 5명 중 1명의 학생이 기본적인 사고능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2022년)
주: OECD 평균, 캐나다, 싱가포르(좌측부터) / 3단계 이하 비율(%)(좌측 막대그래프), 평균 점수(우측 막대그래프)

이 차이는 지식 자체의 습득 여부 외에 연습과 교수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AI를 이용해 결과물을 제출하지만 학생 본인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학습의 핵심 단계를 건너뛰는 결과가 된다.

평가 방식 개선이 ‘핵심’

AI와 관련한 부정행위는 현재 증가 추세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정행위를 감지할 도구도 완벽하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를 보면 1년 사이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이 1,000명당 1.6명에서 5.1명으로 증가했다. 이 사이 전통적인 부정행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는 단속과 규제를 넘어 학생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이 도입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를 활용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먼저 최종 결과물만이 아닌 사고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사용한 지시문(prompt)과 개요, 교사 피드백에 따른 보완 사항을 포함, 사고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과제물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가의 30~40%를 이 부분에 활용하면 행동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간략한 구두 설명을 평가에 추가하는 것도 좋다.

과제 자체를 AI 생성 문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도록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 데이터나 강의 교재 및 독창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부과하는 것이다. 학생들 나름의 대안과 반증을 포함하도록 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면 된다. 여기에 학생들이 AI 활용 정도를 스스로 밝히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디어 생성부터 초안 작성까지 허용 등급을 매기고 금지 사항을 지정하라. 학생들이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면, 교사들이 사후 AI 사용 여부를 비교 검토하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활용 방식’의 문제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사고력을 평가하고 자료들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AI로 절약한 시간은 심화 학습과 개인 지도, 구두 평가 등에 재투자해야 한다. 한편 공정성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AI 이용의 차이로 불이익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AI 도구를 제공하고, AI 생성 문서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AI를 활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AI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학생은 창의적 사고력에 배점을 더 부여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과정과 구두 논증, AI 활용 현황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문서가 아닌 성과를 인정하는 수업을 찾아 보상하라. 사고 과정을 AI에 맡기지 않고 진정한 학습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AI는 ‘숨겨놓은 대필자’가 아니라 학습 장벽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진정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Parrots to Partners: A Policy Blueprint for AI-Literate Learn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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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과 활발하게 M&A 진행하는 日, 금융화의 서막인가

외국 기업과 활발하게 M&A 진행하는 日, 금융화의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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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본에 속속 팔려나가는 日 기업들
日 소프트뱅크 등도 해외 기업 인수에 박차
美처럼 제조업 내려놓고 '금융화' 노선 밟을까

일본 인수합병(M&A)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 기업의 일본 현지 M&A 시도와 일본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 움직임이 나란히 활발해지며 일본 산업계 자체가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는 양상이다.

日 M&A 장벽 대폭 낮아져

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완전 자회사화하거나 과반 지분 취득 인수를 제안한 사례는 193건에 달했다. 이는 관련 기록상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의 누계는 157건으로,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사상 최대 기록을 재차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외국 기업들의 M&A 시장 진입이 활발해진 원인으로 일본 정부의 M&A 행동 지침을 지목한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8월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 지침을 발표하고, 정당한 인수 제안의 경우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기업에 권고했다. 과거 '사풍 불일치'와 같은 모호한 이유로 해외 자본의 투자를 막았던 일본 산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교토대학 경영관리대학원의 마쓰모토 시게루 특명교수는 “과거에는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진이 제안을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과 인수 행동 지침 제정에 따라 문전박대는 이제 (일방적인 인수 거부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인 엔저 현상과 기업 측의 부실한 인수 방어책도 외국 기업 M&A 시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기업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울리케 셰데 교수는 “엔저로 인해 일본에는 저평가된 거래가 많다는 점과 더불어 20년에 걸친 기업 지배 구조 개혁의 결과로 일본 기업이 방어 수단을 상실한 점이 핵심 요인”이라며 “그들은 벌거벗은 상태나 다름없으며, 무기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웃바운드 M&A도 급증

반대로 일본 기업이 해외 M&A를 시도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아웃바운드(해외 기업) M&A는 502억 달러(약 69조7,48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발생한 인바운드(일본 기업) M&A 규모(289억 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섹터별로는 금융(249억 달러), 정보기술(68억 달러), 임의소비재(55억 달러), 헬스케어(39억 달러), 원자재(38억 달러) 등의 순으로 M&A 규모가 컸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아웃바운드 M&A 열풍은 이어졌다. 지난 2월 일본 4대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23억 달러(약 3조1,930억원)에 미국 리걸앤제너럴 보험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외 보험 시장을 개척해 일본 내 고령화·저금리 위기를 상쇄하고, 수익 안정화 및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역시 미국 팹리스 업체 암페어컴퓨팅을 65억 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회사인 실버밴즈6를 통해 암페어컴퓨팅의 모든 지분을 취득할 것"이라며 "이 거래는 미 당국 승인을 거쳐 2025년 후반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며, 거래 결과 암페어는 간접적 완전 자회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암페어컴퓨팅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AI) 역량을 활용해 Arm의 설계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개 드는 금융화 가능성

일본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지분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M&A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이 점진적으로 미국처럼 '금융업 중심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산업계는 1971년 미국의 금태환 파기 선언 이후 빠르게 금융화(Financialization)돼 왔다. 금융화란 한 국가의 금융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산업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일어난다.

미국은 쇠퇴하기 시작한 제조업을 뒤로하고,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활용해 금융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미국 자본이 외국의 금융 시장을 개방시키며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말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미국 금융업은 재화·서비스 생산 등 실물 경제보다 구조적 우위에 서게 됐고, 금융화는 금융계를 넘어 미국 경제 전 분야에 퍼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금융계 수익이 제조업 부문 수익의 2~3배를 웃돌게 됐다. 금융이 단순히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배하고, 자본 운용 역량이 곧 시장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한 미국의 자본가들은 패밀리 오피스(하나 이상의 가문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거나, 운용 자문을 제공하는 비상장사)를 설립하는 등 개인 자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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