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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무찌르자" CJ·신세계, 멤버십 등 협업 분야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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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신세계, 멤버십·콘텐츠 등 분야서 동맹 강화
'업계 1위' 쿠팡 영향력에 밀려나는 전통 유통기업들
CJ는 중국 자본, 신세계는 사업 매각으로 살길 모색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멤버십·문화 콘텐츠 사업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한다. 그간 유통·물류·식품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온 두 그룹이 재차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 사의 협력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 '지각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세계와 CJ의 '동맹'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와 신세계는 양 사의 멤버십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CJ와 신세계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상대 쪽의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아울러 문화·콘텐츠 사업도 차세대 협업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티빙·CGV 등 CJ의 콘텐츠 사업과 스타필드 등 신세계의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하는 사업 방식이다.

CJ와 신세계의 협력 구도는 지난해 6월 ‘CJ-신세계 사업제휴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당시 두 그룹은 유통·물류·식품 등 사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SSG닷컴 물류센터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단계적으로 SSG닷컴이 보유한 경기도 김포 네오센터 두 곳, 오포 첨단물류센터 한 곳의 운영권을 CJ대한통운으로 이관한다. 올해 상반기 내로 한 곳의 이관을 확정짓고, 이른 시일 내에 매각을 순차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식품 분야에서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상품을 신세계 유통 채널에 선출시하거나, 상품을 공동 기획하는 형태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8월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냉장컵반’, ‘비비고 상온떡볶이’ 등 신제품 13종을 신세계를 통해 먼저 출시했다. 지난해 8월 양 사가 공동 기획해 선보인 ‘햇반 강화섬쌀밥’도 신세계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알리와도 맞손

양사가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들어 유통 시장이 업계 1위 쿠팡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 모델 △멤버십 서비스 △자체 물류 서비스(쿠팡풀필먼트) 등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휩쓸었으며, 콘텐츠(쿠팡플레이), 식품(쿠팡이츠) 등의 분야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유통기업이자 쿠팡과 사업 분야가 다수 겹치는 신세계와 CJ의 입지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위기를 감지한 신세계와 CJ는 다방면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신세계의 경우, 중국 자본과 손을 잡고 시장 입지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는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출자 비율은 5대 5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통해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현물로 출자하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한다. 합작 법인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신세계는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지마켓의 부담을 덜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마켓의 시장 영향력은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양분한 이후 꾸준히 약화해 왔다. 2021년 43억원의 흑자를 냈던 지마켓은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 2024년 67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핵심 사업' 매물로

CJ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핵심 사업 매각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을 추진해 왔다. 당시 사모펀드와 중국 내 전략적투자자(SI)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매각 중단을 검토했으나, 지난달 MBK파트너스가 인수 가격을 제출하면서 매각 절차가 재개됐다.

문제는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MBK가 현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여파로 인해 발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MBK 측의 사정으로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이 지연되자, CJ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오는 10월 중 도래하는 총 1,250억원 규모의 만기 채무, 기업어음 잔존 만기 물량(6,700억원)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공모채 시장을 통해 총 3,000억원 규모의 3년물과 5년물 회사채를 발행, 총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제시된 희망 금리는 민간 채권 평가사 평가 금리 대비 -30bp에서 +30bp 수준이며,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주관사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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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 규제 강화에도 '여의도 재건축' 훨훨, 대치동과 유사 수준

토허구역 규제 강화에도 '여의도 재건축' 훨훨, 대치동과 유사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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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65층 정비계획 확정되자
전용 118㎡가 30억원 돌파
"강남권 아파트 대비 저평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사진=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 강화에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노후 단지에서 연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데다 강남권 단지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의도 아파트 일대, 현금 부자들 투자 랠리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영등포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6%로, 전주(0.10%)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된 이후 서울 대부분 자치구의 집값 상승폭이 줄었지만 영등포구만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특히 노후 단지가 몰려 있는 여의도동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국지적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속도가 빠른 여의도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1971년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국민평형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서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36평)가 지난 1일 30억원에 중개 거래된 것이다. 갭투자 등이 제한되는 규제가 있지만 현금 부자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단지 전용 79㎡(24평)도 지난 1일 2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23일 23억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는데 약 일주일 만에 1억5,000만원이 오르며 기록이 깨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근 65층 높이, 2,473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확정된 바 있다. 연내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는 게 목표다.

여의도 노후 단지 가운데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대교아파트(1975년)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이 단지 전용 133㎡(43평)는 지난달 24일 31억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작년 9월 같은 평형이 28억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단지 중 1호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 위해 오는 26일 조합 총회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여의도 진주·공작·미성아파트에서 최근 2주 사이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여의도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속도를 내는 대교, 시범, 공작, 한양아파트를 위주로 호가가 많이 올라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확실히 높다”며 “강남·서초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마찬가지로 업무지구에 있는 여의도 단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교·시범 등 갈등 해결 후 행정절차 속도

길게는 50년이 넘는 단지들이 주거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도 사업 진척은 없었던 여의도 지역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분쟁이 해결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교아파트는 최근 서울시에서 열린 5개(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영향평가) 통합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대교아파트는 인근 장미아파트, 삼부아파트와 일조권 갈등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공청회를 열었고, 같은 해 12월 장미아파트 부근에 계획했던 15층 단지 2개 동을 없애고 기존 4개 동을 더 높게 짓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삼부아파트 근처에 들어서는 단지는 단지 안쪽으로 10m 이동하는 것으로 설계안을 바꿨다. 이후 사업 추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오는 3분기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통합심의안에 따르면 재건축 이후 최고 49층, 4개 동, 912가구 규모 단지로 조성된다. 신속통합기획 1호 단지인 시범아파트도 약 1년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가 지난달 재시동을 걸었다. 지난 2023년 10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던 정비계획안에는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에 용적률 최대 400%를 인센티브로 주는 대신 공공기여시설로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센터)를 설치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졌고, 시범아파트 측이 최종적으로 해당조건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지난 2월 13일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이 고시됐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인 한양아파트도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통합심의를 통과한 뒤 현대건설로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공작아파트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압구정·반포에 준하는 수준까지 오를 것"

상업·준주거지역 규제 완화도 여의도 일대에 호재로 작용했다. 서울시는 상업·준주거지역에 적용되는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출 계획이다. 여의도는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위치한 단지들이 많아 규제 완화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단지들은 규제 완화에 맞춰 상업시설 최소화하고 주택 비중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여의도 광장아파트 1·2동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 시 주택 비중을 최대 1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후발 재건축 단지들의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에도 거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시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재건축 순항에 여의도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양을 비롯해 시범단지, 삼부, 광장과 같은 재건축단지 대부분의 매매호가가 대치한보미도, 대치선경, 개포우성과 유사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의도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통기획 참여에 따른 빠른 사업 속도가 일대 집값 강세의 근본 원인"이라며 "여의도 재건축은 압구정, 반포에 준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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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이자 깎으려 법원행 택했나" 홈플러스 대출금리 8% 아닌 14%

"MBK, 이자 깎으려 법원행 택했나" 홈플러스 대출금리 8% 아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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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1.2조 인수금융 단독 리파이낸싱
실질 금리는 만기수익률(YTM) 기준 최고 14%
홈플 6월까지 회생계획안 제출,향후 협상 주목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그룹이 작년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 당시 적용했던 금리가 14%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알려진 금리는 8% 수준이었는데 실제로는 그 2배에 가까웠던 것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만큼, 업계에서는 메리츠 인수금융 금리가 몇 %까지 조정될지 주시하고 있다.

MBK, 지난해 홈플 대출금리 최고 14%로 차환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당시 단독 주선사로 나서 1조2,0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메리츠금융그룹 전체에서 메리츠증권의 익스포저가 6,551억2,000만원으로 가장 크고, 캐피탈과 화재가 각각 2,807억7,000만원씩 부담했다.

시장에서는 당시 금리가 8%로 정해졌다고 알려진 바 있는데, 이는 쿠폰 금리였고 만기수익률(YTM)은 최고 1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원금 상환 전까지는 연 8%의 이자를 부담하되, 원금 상환시에는 3.5~6%의 금리를 더 얹어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2,500억원을 1년차에 조기상환할 시 금리는 8%에 3.5%를 더한 11.5%가 된다. 2년차에 3,500억원을 조기상환하면 8%에 5.5%를 더한 13.5%의 금리가 적용된다. 만약 조기상환하지 않는다면 YTM은 8%에 6%의 추가 수수료를 더한 14%가 되는 구조다.

쿠폰금리를 낮게 설정하고 YTM을 높게 잡는 건 중순위 트랜치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이 경우 만기 전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장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향후 영업이나 투자 유치 혹은 자산 매각 등으로 돈을 많이 벌었을 때 더 갚으라’는 취지인 것이다.

이자율 재조정 가능성

이 같은 구조는 당시 홈플러스가 기존 은행권과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메리츠금융과 급히 협상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당시 부동산이나 경영권 매각 등을 통해 만기 이전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해당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해 오는 6월 3일까지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는 담보권 실행을 통해 온전히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플러스 임직원과 협력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담보권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IB업계는 홈플러스가 메리츠에 이자율 인하를 요청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의 대출금은 충분한 담보권을 가지고 있고 담보신탁형태로 즉시 담보권 실행이 가능하다”며 “MBK 측의 강력한 자구책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홈플러스가 메리츠에 상당한 이자를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여론을 고려하면 메리츠도 한발 물러설 공산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MBK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이자를 깎는 등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법원행을 택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상 메리츠는 좋건 싫건 핵심 채권단으로서 회생계획에 참여해야 하는데, 고통 분담을 요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상거래 채권(납품 대급) 지급을 재개하고 노동자 권익을 지키겠다는 등 메시지를 내놓는 것도 메리츠를 향한 은근한 압박 아니냐는 관전평도 있다.

메리츠證 재정건전성 '적신호'

업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메리츠증권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2022년부터 악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부동산 관련 요주의 및 고정이하자산 증가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PF는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자금 회수와 처분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위험 익스포져는 2024년 말 기준 134%로, 대형사(58%) 및 중소형사 평균(52%) 대비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부동산 PF에 따른 건전성 위험 지적에 대해 "선순위 대출 비중이 96%로 매우 높고 담보인정비율(LTV)도 42%로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험성이 있지만 모두 회수 가능한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부동산 금융 외적인 ‘빅딜’을 통해 성과를 개선하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2022년 이후 국내 부동산PF 시장이 위축되고 부실화가 대두되는 등 '부동산 불패 신화'의 쇠락과 함께 IB 딜을 확장하는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조금씩 영역 확장에 나섰다. 지난 2023년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메리츠증권을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이 9,000억원을 출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고려아연 분쟁사태에는 고려아연 사모사채를 1조원을 인수하면서 이자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부동산금융과 비슷한 방식의 '선순위 담보 고이자 수익모델'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에서 발목이 잡혔다. 메리츠증권의 2024년 말 기준 자본 규모는 6조9,000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 사태에 노출된 대출채권은 9,359억원으로, 전체 자본 대비 14%에 해당한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에 더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로 요주의이하 여신 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 회수 계획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메리츠증권을 포함한 메리츠금융은 담보권 실행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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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유럽과 북미에서 서머타임을 못 없애는 이유

[딥테크] 유럽과 북미에서 서머타임을 못 없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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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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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에너지 절약 vs 건강 문제’ 논란
부정적 효과 증거와 폐지 여론 ‘늘어’
폐지 후 대안 놓고 ‘이해관계 대립’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서머타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 이하 서머타임)은 수십 년 동안 뜨거운 찬반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저녁 레저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효과를 주장하지만 국민 건강과 생산성 등 전반적 복지에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폐지를 촉구하는 연구들도 부지기수지만 단순히 ‘없애면 그만’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복잡해 보인다.

사진=CEPR

서머타임 부작용, 갈수록 ‘뚜렷’

서머타임이 도입된 배경에는 전쟁 중과 전후 에너지 절약과 경제적 효율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햇빛이 있는 저녁 시간을 연장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적 의도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조명이 난무하고 에어컨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재 상황에서 기대 효과의 충족을 바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심지어 서머타임이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서머타임이 비판받는 이유는 에너지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연구들이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이 수면과 생체 리듬을 망가뜨린다고 지적한다. 이미 수면 부족이 만성화된 현대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1시간의 수면 시간을 뺏는 것은 행복감과 생산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머타임 시작 시기의 시간 조정은 심장마비, 뇌졸중, 교통사고는 물론 자살의 확률까지 높인다는 조사가 다수 존재한다. 의료 과실 및 직장 내 사고도 해당 시기에 증가한다. 추정에 따르면 서머타임이 수면 부족과 시간 스트레스 등으로 앗아가는 복지의 금전적 가치가 1인당 연간 750유로(약 122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생산성 저하 및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도 혼선

하지만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과 경제 전체도 타격을 입는다. 깃헙(GitHub, 인기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서머타임 개시 후 2주 동안 아침 근무 시간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데 이는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해 서머타임 시간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기술이 넘쳐나지만 이 역시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비롯, 여행 일정이 복잡해지고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말이다. 심지어는 주식 시장 및 환율 변동성과 연결시키는 연구자들도 있다.

이러한 혼란은 각 지역의 고르지 못한 서머타임 적용 때문에 더욱 커진다. 현재 전 세계 1/3의 국가가 서머타임을 적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에 분포해 있다. 그런데 적용 국가 내에서도 지역적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하와이주와 애리조나주 대부분의 지역은 서머타임을 준수하지 않는다. 호주와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도 러시아와 터키를 비롯, 시행하지 않는 국가들이 다수 존재한다.

실용적 필요성보다 ‘정치적, 역사적 영향’

그렇다면 더 많은 국가가 서머타임 없이도 잘 살고 있는데 왜 일부 지역에서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일까? 답은 정치적, 역사적 배경에 있다. 실제적인 필요성보다는 국가 정체성이나 역사적 유산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위치상 서유럽에 속하지만 중유럽 시각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프랑코(Franco) 독재 정권 시절의 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서머타임을 연중 실시하는 한편 라마단(Ramadan,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로 이슬람교도들에게 가장 신성한 시기 중 하나) 기간에만 표준시(Stardnard Time)로 되돌리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머타임 폐지에 대한 지지가 더 높다.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EU 국가 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럽 조사 대상자의 84%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도 2/3가 찬성한다. 오히려 문제는 서머타임을 폐지한 후 어떤 시간대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서머타임 폐지 후 대안에 대한 이견 “팽팽”

즉, 기존의 표준시가 아침 시간 활동을 늘려 건강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머타임을 연중 실시해 ‘햇빛이 있는’ 저녁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미국 국민의 절반이 연중 서머타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스웨덴만이 표준시 채택을 지지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연중 서머타임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렇게 여론이 분산되다 보니 관련한 입법 활동도 정체 상태다. 미국 상원과 유럽 의회가 서머타임 개정안 발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중적 합의의 부족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해관계가 부딪친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생체리듬과 부합해 건강상 유리하다고 알려진 표준시와, 소비를 진작하고 옥외 활동을 늘려줄 것이라는 서머타임 중 어느 것을 채택해도 혜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이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를 유지하되 학교나 기업 등이 계절적 필요성에 맞춰 시간대를 조정하자는 중재안도 있다. 또는 한 번에 시간을 바꾸지 말고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나치게 복잡해 보인다.

서머타임 폐지론의 근거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건강에 해롭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의 부재가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속하도록 만들고 있다.

원문의 저자는 조안 코스타 폰트(Joan Costa-i-Font)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bolishing Daylight Saving Time is easy, setting a permanent time is no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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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침체·인플레 없다지만, 美 재계는 “전 세계 향한 경제 핵전쟁”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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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쇼크에 세계 경제 ‘S’ 공포, 시험대 놓인 트럼피즘
미국 부호들도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비판 가세
'월가 황제' 다이먼 "관세로 인플레 반등·美 성장 둔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막무가내식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센 분위기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상황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때도 미국이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세계 경제가 폭삭 꺼졌다. 일각에선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계속 키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수준을 넘어선 ‘완전한 경기침체’(full-blown recession)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美 성장 둔화‧인플레 자극 한목소리

7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억만장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인 빌 애크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90일 간의 관세 유예 기간을 두고 각국과 재협상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9일은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경제 핵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크먼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도 “미국은 지금 무역 파트너, 사업하기 좋은 곳, 자본 투자 시장으로써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가 거물인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도 관세 정책이 미국의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입품과 국내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이먼은 이어 “최근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고 많은 사람이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더 크게 고려하게 한다”면서 “관세가 경기 침체를 유발할지는 아직 불문명하지만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 되돌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수록 좋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 설립자인 래리 핑크도 “지금 경기가 이미 침체 상태일 수 있다는 게 현장 경영진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블룸버그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이중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미국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전한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들리 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은 그 범위와 규모, 비타협적 태도 측면에서 전례가 없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가중 평균 관세율이 올해 3% 미만에서 25% 이상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밖에도 스탠리 드러켄밀러(듀케인패밀리오피스), 하워드 막스(오크트리 캐피털), 댄 선드하임(디원캐피털), 댄 로엡(서드포인트) 등 월가 CEO들이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은행권 고위 임원들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백악관 고위관계자들과 잇따라 비공식 회동을 하며 관세 정책에 대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물가 상승해 경제 부담 키울 것

이들 전문가들은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미국이 발동을 건 관세전쟁이 오히려 자국 내 경제 펀더멘털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3.5%에 이르는 반면 성장은 1%에 그치고 실업률은 4.5%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침체 확률은 종래 20%에서 35%로 높였다.

JP모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가 역성장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1.6%포인트나 낮췄다.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온 미국 경제가 관세 충격으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JP모건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 마이클 페롤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이전 1.3%에서 -0.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업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 추가로 실업자가 거의 2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앞서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일 투자자 노트에서 상호관세가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1.5%포인트 올릴 수 있는 반면 개인소득과 소비지출을 억누를 수 있다며 "이 효과만으로도 미국 경제를 위험할 정도로 침체에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의 충격파는 이미 미국 내부를 강타했다. 증시 불안,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소비자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상호관세 발표 직후 미국 증시는 폭격을 맞았다. 말 그대로 '검은 목요일'이었다. 미국증시 대표주인 'M7(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엔비디아·테슬라)' 종목은 7~9% 폭락했으며,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는 최고치 대비 20% 이상 빠졌다.

세계 경제 운명을 건 ‘도박’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악재다. 영국 애스턴대학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EU로 확전해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1조4,000억 달러(약 2,06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미국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재정 건전성 회복과 제조업 부활이라는 정치적 목적하에 당분간 강경한 통상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이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저렴한 수입품은 미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수입품을 만든 해외 수출업체와는 경쟁할 수 없는 미국 생산자에겐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생산자는 생산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없앤다. 실직한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다시 찾더라도 임금은 전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건강이 나빠지고, 메디케이드(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예산이 증가하며, 더 가난해진 지역 사회는 범죄와 약물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저렴한 수입품은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초래하는 만큼 관세를 통해 수입 제품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이런 사태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인 혼란을 감수하고라도,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외국 기업들이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면 임금도 높아져 값이 비싸진 제품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비웃으며 반박했다. WSJ는 “우선 관세는 (결국 제품을 수입하는) 수입국에서 부담해야 할 수입세나 마찬가지”라며 “캐나다, 멕시코, 중국, 유럽연합 등이 가만히 앉아서 관세 명목으로 미국 금고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드시 보복관세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에 “미국 내 수입업체들은 결국 인상된 수입 제품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선을 넘어 “미국민과 경제를 볼모 삼아 도박을 하고 있다”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탕 도박’(Trump’s Big Bet)이란 제목으로 “미국인들은 제조업 회복을 위해 경기 침체를 용인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관세정책은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도박”이라며 “미국인들은 미국 중부(러스트 벨트)의 재(再)산업화라는 막연한 희망을 위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경제적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위험한 사태”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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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호관세 협상 첫 주자 나선 일본,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재현되나

미 상호관세 협상 첫 주자 나선 일본,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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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엔저 해소 압박 가능성
US스틸 인수전은 재개 움직임
美 중심 세계 질서 구축에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이 전 세계를 직격한 가운데 각국이 앞다퉈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25%)과 비슷한 24%의 상호관세가 예정된 일본이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 전문가들은 양국의 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실제 위협인지, 아니면 무역 상대국과의 전방위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적자 해소에 목소리 높여

7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발표 후) 거의 70개국이 백악관에 협상을 요청해 왔다”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매우 재빨리 나선 만큼 일본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일부터 발효되는 상호관세가 수개월간 이어질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약 25분간 통화하며 관세와 관련해 장관급 협의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그들(일본)은 우리의 자동차를 사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자동차 수백만 대를 산다”며 “그들은 무역에서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내 “이시바 총리는 곧 최고위 팀을 미국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은 이번 통화에서 자국이 5년 연속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관세로 인해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이시바 총리의 우려다. 이시바 총리는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길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일본과의 협상 의제로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 정부 보조금과 함께 통화 문제까지 거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관세를 무기 삼아 일본에 엔화 약세 해소를 압박하리라는 예측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를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원인 중 하나로 꼽으며 일본에 엔저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美 철강산업 회복” 외치던 트럼프, US스틸 매각 재검토

시장에서는 일본이 이번 협상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23년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합병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허가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으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를 불허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자국 철강산업 회복을 위해서라도 US스틸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이후 올해 2월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일본제철이 US스틸에 7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지분 50% 미만의 소수 주주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와의 최근 통화 이후로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대통령 각서’를 통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에 대한 재검토를 안보 관련 패널에 지시하면서 45일 안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차단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결정을 수정할 여지를 열어 뒀다”고 평가했다.

상대국 혼란 야기엔 성공, 다음 단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압박이 실제 위협인지, 아니면 무역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의견이 분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임 이후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실제 목적은 세계 경제 및 지정학적 질서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재편하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그간의 행적을 되짚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최대의 압박’과 ‘갑작스러운 교섭’의 병행으로 이뤄진다. 광범위한 의제를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고 지도자 간 협상으로 극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식이다. 최종 단계에서 결렬에 그치기는 했지만, 2019년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이 대표적 예다.

제니퍼 번스 스탠퍼드대 경제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라는 강압적 수단을 활용해 세계가 급진적 조처를 하도록 압박하고, 미국의 글로벌 무역 지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센트 장관,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함께 고안한 ‘마러라고 합의’를 통해 미국의 달러 가치를 낮추는 통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해석에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협상용이 아니며,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책’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관세 드라이브를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을 직원들에게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첫 주자로 나선 일본이 도출할 합의점에 전 세계 각국이 촉각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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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못 견딘다" 트럼프發 관세에 휘청이는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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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때문에 납품 중단" 중소기업계 비명
은행권도 부실 리스크에 '한숨'
중소기업 대출 문턱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국내 시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관세발(發) 충격이 확산하는 가운데, 기업들에 자금을 내어준 은행권까지 건전성 위기에 내몰리는 양상이다.

국내 산업계 뒤흔드는 美 관세

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해 10% 보편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어 9일 15% 상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들에 총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기지인 베트남에도 46%의 관세를 부과한다.

대응 여력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18일부터 가동한 '관세 애로 신고센터'에는 두 달도 되지 않아 80여 건에 달하는 피해 신고 사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실제 문제가 발생한 건은 7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소재 A사는 매년 70만 달러(약 10억3,100억원) 규모의 산업용 펌프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 아직 납품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소재 중소기업 B사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멕시코 현지 법인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납품하기로 했으나, 관세로 인해 납품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의 알루미늄 제조업체 C사 대표는 "미국 수출 비중이 20~25% 정도 됐는데 거의 중단됐다"며 "대안으로 인도와 접촉해 주문을 받았지만, 미국보다 20% 정도 단가가 저렴해 적자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단은 그걸 안 하면 (수입이) 제로라 먹고살 수가 없으니 적자라고 해도 계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건전성 리스크' 떠안아

중소기업계가 휘청이며 은행권 역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는 대미 수출품의 가격을 올려 현지 내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출품 경쟁력이 약화하면 수출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벤더)들도 생산 저하 및 경영 악화에 빠지게 되고, 중소기업계 전반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금전 융통을 위한 대출 수요는 더욱 확대된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 및 부실 규모가 늘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상호관세 발표 전부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들의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0.81%를 기록했다. 이는 금감원이 처음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 통계를 공개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사업자들의 연체율을 따로 집계한 수치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감소세

위기를 감지한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을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나서며 기업대출 공급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실적이 불안정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차주에 대해서는 공급을 조절하고, 우량 차주에 대해서는 여신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취급할 때 업종별 위험도를 반영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차주의 신규 여신 공급을 제한하는 등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관세를 비롯한 대내외 리스크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중소기업 대출 잔액 규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63조1,922억원으로 전월 대비 0.13%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2월까지 꾸준히 지속되던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연초 대비 1.5% 줄며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06%, 0.05% 줄었다. 반면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5%, 0.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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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쇼크, 경기 불확실성 증가에 ‘기업 자금조달’ 올스톱

트럼프發 관세 쇼크, 경기 불확실성 증가에 ‘기업 자금조달’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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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텁허브, 내주 예정된 IPO 계획 연기
상장 코끝 클라르나·차임 등도 시장 예의주시
투자자 "관세 자체보다 불확실성 더 큰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폭탄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치솟으면서 세계 각국 기업들의 사업 확장 움직임도 멈춰 섰다. 시장 상황 악화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향후 경기 둔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 외면에 IPO 계획 연기하는 기업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주식시장 급락으로 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티켓 거래 플랫폼 스텁허브는 다음 주 예정했던 IPO 계획을 연기했다. 투자자들이 설명회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거나 시장 혼란으로 투자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텁허브는 부활절 이후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IPO 설명회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규제 당국에 상장 서류를 제출하며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해 온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도 같은 이유로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여기엔 목표로 했던 150억 달러(약 2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됐다. 또 다른 핀테크 기업 차임도 재무 정보 공개 제출을 미루며 IPO를 연기했고, 헬스케어 기업인 힌지헬스는 이달 말 예정한 IPO를 앞두고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작년 글로벌 기업 자금조달, 8조 달러 '사상 최대'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투자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가치 평가가 더 어려워진 만큼 어떤 거래도 마무리 짓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베일을 벗기 전부터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미국 내 M&A 거래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제 로펌 에버셰즈서덜랜드의 M&A 파트너인 앤서니 월시는 “관세 그 자체보다는 관세로 경영진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투자를 철회한 영국 런던의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도 “이번 주는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무역전쟁에 유럽이 어떻게 반응할지, 매크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주식 자본시장 부문을 총괄하는 필립 주스 골드만삭스 대표도 “대규모 IPO가 최근 들어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수요일 밤 이후 IPO 시장의 분위기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이미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마련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사상 최대인 8조 달러(약 1경1,700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 급증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LSEG 데이터를 보면 2024년 회사채 발행과 레버리지 대출 규모는 7조9,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글로벌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수익 추구가 맞물린 결과였다.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도 진화했다. 작년 미 제약사 애브비는 이뮤노젠과 세레벨 테라퓨틱스 인수를 위해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채권을 발행했으며 시스코, 보잉, 홈디포 등도 대규모 자금조달에 동참했다.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자 기업들은 올해 자금조달 계획까지 앞당기며 유리한 금융 조건을 선점하기도 했다.

韓 기업도 자금조달 수요 위축

국내 기업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티메프(티몬·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2조4,937억원(-0.3%) 감소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기업대출 규모 축소는 사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연말에 이뤄지는데, 올해는 오히려 연초부터 대출이 감소해 이례적이란 평가다. 기업은 신년 새 사업을 추진하거나 새 설비 투자를 위해 은행 대출을 확대한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의 법정관리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금융권은 물론 기업들도 대출에 신중한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 생태계의 정점인 대기업부터 씀씀이를 줄이면서, 그 투자를 받는 하도급 중소기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도 영향을 받게 됐다. 실제 지난해 대기업 출자 벤처투자(CVC)는 전년 대비 9%가량 감소했는데, 올해는 추가로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CVC 투자금액은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32%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26%)과 미국(29%)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분기까지 글로벌 CVC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국내는 9% 감소했다.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수합병 및 투자 유치가 한창이지만, 국내는 그 혜택을 보질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민감국가로 지정받으면서 국내 인공지능(AI), 원자력 관련 기업은 해외로부터 투자금을 받기 더 힘든 형국이 됐다. 최근 AI는 글로벌 제조업, 유통 서비스, 보건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한 가치를 증명하면서 전 세계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IT 강국으로 소문난 우리 업계는 특히 보건의료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해 국내 기업은 미국과 우방국으로부터 배제당할 위험에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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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립' 10년 맞은 中, 대규모 국책펀드 조성 등 자금 조달 새 물결

'반도체 자립' 10년 맞은 中, 대규모 국책펀드 조성 등 자금 조달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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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간 100건에 가까운 자금 조달 발생
칩 설계부터 반도체 장비까지 광범위한 지원
정부 주도로 기술 자립·성장 동력 확보 총력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 발표 1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대만·미국 등이 첨단 반도체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 중국은 비교적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면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속 국책펀드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 조달이 이어가면서 스타트업부터 중견·대형 기업까지 기술 혁신과 공급망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리즈 A 등 초기 단계 라운드 집중

8일 대만 시장조사·분석기관 트렌드포스,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약 100건에 달하는 자금 조달이 이뤄졌으며, 이 중 10억 위안(약 2,000억원)을 초과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자금 조달 붐은 칩 설계부터 반도체 재료·장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진행됐으며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 투자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시리즈 A와 엔젤 라운드의 자금 조달이 주를 이루며 스타트업에 대한 현지 자본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일례로 치신반도체는 저전력 사물인터넷(IoT) 칩 개발에 주력하며 2억 위안(약 400억원)에 가까운 시리즈 A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울트라리스크, 하이세임, 오리텍 등도 수십억 위안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의 기술 혁신 경쟁에 가세했다. 자금 조달 규모 면에서도 상당한 확장이 이뤄졌다. ZCL테크와 옴니선은 각각 시리즈 B 라운드에서 74억 위안(약 1조4,800억원)을 유치했으며, 차세대 반도체 전력 소자 설계 기업 PNJ는 시리즈 A2 및 A3 라운드를 통해 총 50억 위안(약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주요 국책 펀드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는 3,440억 위안(약 64조6,72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 '제3차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했다. 2014년 1차 펀드 1,387억 위안, 2019년 2차 펀드 2,000억 위안에 이어 세 번째 빅펀드로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해당 펀드는 조성 이후 중국의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와 화훙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으며 올해 3월에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징스와 광학 부품 기업 아코프틱스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범용 반도체 중심으로 선도국과 격차 좁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를 설정하고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과제로 공식화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물량 공세에 힘입어 철강·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온 전략을 반도체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대만·미국·일본이 첨단 공정에 주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SMIC를 필두로 글로벌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그룹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매출보다도 많은 돈을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본으로 설립한 파운드리 업체의 누적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12%로, 전 세계 평균인 33%의 4배에 육박한다. 보고서는 특히 SMIC의 CAPEX 비율이 11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2023년 SMIC의 설비투자 비용은 74억7,000만 달러로 매출(63억2,000만 달러)보다 약 18%(11억5,000만 달러) 많다.

다만 중국 반도체가 한국 등 선도국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트는 2023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2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IC인사이트 역시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16.7%로 추정하면서 2026년 21.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0년 전 '중국제조 2025'가 내세운 자급률 70% 목표와 상당한 격차다. 중국이 막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급률 제고에 나서고 있음에도, 기술·공정 경쟁력에서는 선두권과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보더라도 중국은 아직 한국, 대만, 미국 등 글로벌 선도 국가들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수출 기준)을 보면 대만이 22%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20%)과 미국(18%)이 그 뒤를 이었으며, 중국은 12%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2022년부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은 여전히 심자외선(DUV)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에 머물러 있다.

美 대중 수출 규제가 '반도체 자립' 기폭제로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더 큰 규모의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자금을 비롯해 세제 및 제도적 지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EUV 장비 수입이 차단되고, 엔비디아·인텔·AMD 등 주요 기업의 고성능 AI 칩을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국산화 프로젝트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중앙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전략 안보의 핵심 축으로 간주함에 따라 상하이, 베이징, 선전, 청두 등 지방정부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상하이는 집적회로 산업 육성을 위해 1,000억 위안의 모펀드를 조성해 팹, 설계, 패키징·테스트, 장비, 소재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은 65nm 이하 특수공정 라인과 EDA 생태계 구축에, 선전은 파운드리 유치와 패키징 및 테스트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보조금과 산업 용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중국 칩 메이커 '빅 3'로 불리는 SMIC, CXMT, YMTC의 올해 설비투자액은 16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3~2024년 투자 약세 기저를 감안하더라도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부터 누적된 설비투자와 가동률 상승의 결과로 이들 기업의 올해 웨이퍼 생산능력(CAPA)은 월 800K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전방위로 구축된 공급망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나우라, AMEC, 파이오텍 등 중국 주요 전 공정 장비 제조사들은 SMIC, YMTC 등에 납품하며 기술 수준과 양산성을 높여가고 있다. 전 공정 장비뿐 아니라 후공정 장비, 소재, 부품 업체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수가스, CMP 슬러리, 포토레지스트, 심지어 웨이퍼까지 자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육성 초기 칩 메이커 위주의 투자와 그에 따른 장비, 소재 등으로의 낙수효과를 유도한 결과, 이제는 자국 내 생태계 구축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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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겨냥 ‘다문화 금융’ 외치는 은행들, 실질적 금융 접근성은 “글쎄”

외국인 겨냥 ‘다문화 금융’ 외치는 은행들, 실질적 금융 접근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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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외국인 전용점포 확대 추세
높은 니즈에도 신용대출 불가능 가까워
대안 신용평가 모델 구축 움직임도
경남 김해에 위치한 신한은행 외국인중심영업점/사진=신한은행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한 금융사들이 앞다퉈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적극적인 공략으로 주요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입출금 계좌 개설이나 해외 송금 등 기초적인 서비스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외국인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송금 및 계좌 개설 등 기초 서비스가 대부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외국인 소비자 수는 23만9,822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37만7,882명)에 이은 가파른 증가 폭이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최근 3년간 신규 외국인 소비자는 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된 데 따른 결과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전용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담 상담사가 영상통화를 통해 실명확인을 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이 편하게 입출금 계좌·체크카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또 신한카드와 손잡고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인 ‘E9페이 신용카드(가칭)’를 내달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평택 등에 ‘외국인 전용 점포’를 열었고,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에 위치한 16개 영업점을 일요일에도 연다. 우리은행 또한 외국인 전용 창구 3곳을 일요일에 열어 소비자 편의를 증대했고, 국민은행은 외국인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지역에 외환송금센터를 운영하며 주말에도 환전과 송금 등을 서비스 중이다.

다만 이런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는 대부분 해외 송금 및 계좌개설 등 기초 서비스에 그친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은행 상품의 핵심인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소위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마저 신용대출을 이용할 방도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유일하게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이라는 전용 대출을 판매하던 하나은행도 2022년 해당 상품 취급을 중단하면서 시중 은행에서 외국인 소비자가 대출을 받을 길은 모두 막혔다.

은행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 소비자가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은행으로서는 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국인 소비자에 대한 대출 태도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했다”며 “외국인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부실이 속출했고, 수익성 악화로 외국인 고객 담당 부서의 추진력이 많이 상실됐다”고 전했다.

불법 사금융 내몰리는 외국인들

업계에서는 외국인 금융 소비자를 위한 유연한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갈수록 증가하는 대출 니즈에도 은행의 문턱은 막혀 있어 많은 외국인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시중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은 ‘SOL 글로벌 전세대출’(신한은행), ‘아파트론’(우리은행), ‘웰컴 플러스 전세자금대출’(국민은행) 등 담보대출뿐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외국인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 ‘외국인 대출’을 검색하면 ‘비대면 대출 가능’, ‘국적 무관 최대 3,000만원 대출’ 등 문구를 내건 대부업체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들로선 급전이 필요할 때 불법 대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은행들이 외국인 소비자를 확보해 성장 둔화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외국인 신용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신용도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면서 “소액으로 카드를 만들어주고 이를 금융 거래 이력으로 반영해 주거나 연체율 등을 책정해 신용평가 모델에 반영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씬파일러’에게도 기회는 필요

이 같은 시도는 미국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신용 이력이 없고, 소득 증빙이 어렵더라도 사용자가 담보금을 제공하고 해당 금액만큼의 한도를 가진 ‘담보신용카드(SCC)’를 발급받을 수 있다. 소액 한도로 SCC를 사용한 후 일정 기간 신용 점수를 적립하면 미국 신용평가 점수인 페어아이작(FICO) 점수 등이 부여되고, 이후 정식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식이다.

일부 금융사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대상 신용평가점수 모형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카드 사내 벤처 ‘하이크레딧’은 2019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외국인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해당 모형은 소득 추정 규모, 연체 일수 등 기존 신용도 측정 요소에 고객 생활 정보를 활용한 비금융 정보를 추가해 신용도를 측정하는 게 특징이다. 다만 해당 모형은 보조적 지표로만 활용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외국인 신용평가 모형은 대안으로 봐야 한다”며 “본 지표라기보다는 기존 신용평가에 더해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대안평가에 돌입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씬파일러(Thin Filer)’에 대안적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씬파일러는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 기존 신용평가 모델로는 신용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금융 소비자를 의미한다. 통신 3사 합작법인 통신대안평가는 연내 대안신용평가 서비스 ‘이퀄(EQUAL)’을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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