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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추격에 LCD 왕좌 내준 K-디스플레이, 철옹성 OLED마저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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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가 주도한 OLED 시장
중국 디스플레이 맹추격 '비상'
8.6세대 대규모 투자로 시장 선점 속도
중국 BOE의 플렉서블 OLED/사진=BOE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넓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던 K-디스플레이는 중국에 LCD 시장을 내주면서 2021년부터 세계 1위에서 내려왔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린 삼성디스플레이는 결국 2022년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OLED 기술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OLED 시장마저 중국의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다.

中 BOE·비전옥스·CSOT, 세계 OLED 점유율 38%

9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BOE와 비전옥스, CSOT는 출하량 기준 세계 OLED 시장의 38%를 점유했다. 전 분기 대비 약 3%포인트(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BOE는 점유율 15%로 세계 2위에 자리했고, 비전옥스는 12%로 3위, CSOT는 9%로 5위에 위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7%로 1위, LG디스플레이는 9%로 CSOT와 유사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에버디스플레이와 티안마 등 다른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을 전부 합칠 경우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금에 힘입어 빠르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공급망이 성숙해지고 원가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산 OLED 패널이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신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은 2023년 전세계의 68%에서 2028년 7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진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시장에 속속 진입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중국 OLED는 출하량 기준으로 한국을 넘어서기도 했다. 2022년만 해도 한국은 75.3% 점유율로 중국(24.4%)을 크게 앞섰지만 불과 2년 만인 2024년 양국의 격차는 8.9%p 차이로 줄어들었다.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산 중소형 OLED를 우선 채택한 영향이 컸다.

현재는 다시 한국이 1위를 탈환했지만, 중국 OLED의 기세는 여전하다. 작년 상반기 중국 시장 내 중국산 스마트폰 OLED의 비율은 86.1%에 달한다. ‘타도 한국’을 목표로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 결과 중국산 중소형 OLED의 품질도 크게 개선됐다. 부품사 선정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도 BOE의 패널을 받아 교체용 디스플레이와 중저가 모델에 점차 적용하고 있다. 차량용 OLED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가파르다.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2%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자국산 자동차 소비 추세로 현지 디스플레이 수요를 높인 탓에 전년 대비 5.5%포인트 감소한 76.1% 점유율에 머물렀다.

BOE의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사진=BOE

한국 LCD 무너뜨린 중국, 동일 전략 OLED에도 활용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 역시 시장 재편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중국의 OLED 설비투자 비중은 2027년 83%에 달해 한국(13%)의 6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요시오 타무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사장은 "중국 기업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플렉서블 OLED 등 첨단 OLED 기술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며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OLED를 사용하는 첨단 RGB OLED에 대한 설비 투자가 탄력받고 있다"고 밝혔다.

LTPO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애플이 차세대 플래그십 아이폰 전 모델(일반·에어·프로·프로맥스)에 사용하는 LTPO OLED 패널 모든 물량을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패널은 기존 패널보다 소비 전력이 10~15% 낮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BOE가 생산한 LTPO OLED는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TPO OLED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OLED에서 중소형과 대형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며 "만약 국내 기업이 기술 우위를 뺏긴다면 한순간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애국 소비(궈차오)를 기반으로 경험까지 쌓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거 중국이 10.5세대 LCD 대규모 투자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현재는 8.6세대 OLED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8.6세대 시설 투자도 본격화, 6세대 생산체제 유지 LGD와 대조

실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8.6세대 IT용 OLED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BOE의 경우 8.6세대 IT OLED에 내년까지 80억 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월 3만2,000장 수준으로, 이 중 절반 규모의 양산라인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구축되기 시작했다. 나머지 절반에 대한 설비 발주는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옥스도 2027년까지 8.6세대 IT OLED 양산라인에 80억 달러가량을 투입한다. 월 3만2,000장 규모의 총 투자 계획 중 4분의 1인 8,000장 수준의 양산라인 투자가 이르면 연내 집행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이 8.6세대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태블릿과 노트북, 게이밍용 O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8.6세대 OLED는 현재 6세대 OLED와 비교해 약 2.2배 큰 생산 원판이 특징이다. 더 커진 원판에서 더 많은 패널을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이 증가하고, OLED의 약점인 제품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어 OLED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투자 확대 움직임은 재무 악화로 8.6세대 OLED 투자를 유보한 채 기존 6세대 OLED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대조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자칫 차세대 IT OLED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6세대 OLED 전환에서도 경쟁사와 비교해 늦은 진입으로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먼저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만큼 추후 고객사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직 TV에 탑재되는 대형 OLED 분야에선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방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연구원은 “BOE와 한국 OLED 기술력 격차가 1년 미만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며 “OLED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중국에 완전히 넘겨줬던 LCD의 전철을 반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도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추격하면 대형 OLED 분야의 우위도 위태로울 수 있다”며 “쿠르노 균형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생산량 급증은 가격 결정력을 중국으로 이전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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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면세점 임대료 25% 인하’ 강제조정에 공항 “수용불가”, 유커 소비 반등이 향방 가를 듯

법원 ‘면세점 임대료 25% 인하’ 강제조정에 공항 “수용불가”, 유커 소비 반등이 향방 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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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항 면세점 임대로 과도했다"
인천공항 “수용 거부”, 즉각 이의신청 예정
신라가 인지세 내면 본안 소송 직행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 간 임대료 갈등이 본안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이 신라면세점에 대해 기존 임대료의 25% 인하를 명령하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공사가 이를 거부하면서다. 다만 이달 말부터 유입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소비 회복은 면세업계 매출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임대료 갈등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 인천공항 임대료 25% 인하 결정

9일 인천지방법원은 “인천공항공사는 신라면세점에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25% 인하해야 한다”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운영적자 등을 이유로 공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며 인천지법에 조정신청을 냈다. 신라면세점이 조정을 신청한 배경에는 지속적인 손실 누적이 있다. 본래 인천공항 면세점은 고정 임대료 방식이었으나 지난 2023년부터 1인당 여객 수수료에 공항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하는 ‘여객 수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전환됐다. 매달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300만 명 안팎임을 고려할 때, 기업당 내야 하는 월 임대료는 300억원 수준인 셈이다. 이는 신라면세점 지난해 연매출(3조2,819억원)의 11%에 달한다.

조정 당시만 해도 고정 임대료 대비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모델로 평가받았으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면세점 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여객 수 증가에 따른 임대료 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유커의 유입 감소,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소비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면세점 구매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하지만 공사는 1차 조정기일에서 임대료 인하 불가 입장을 밝혔고 2차 기일에는 불참했다. 이에 법원은 조정이 결렬된 것으로 보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주류·담배·화장품·향수 매장의 객당임대료를 8,987원으로 가장 높게 써 낙찰자로 선정됐다. 2위는 신세계 8,250원, 3위는 중국의 CDFG 7,388원, 롯데면세점은 6,738원이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르자면 공항공사는 신라면세점에 583억원의 임대료를 깎아줘야 하는데, 이는 객당 임대료 6,717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입찰에서 떨어진 면세점들보다 낮다.

현재 신세계면세점도 신라면세점과 동일한 취제의 임대료 조정신청을 낸 상태다. 이날 결정을 고려하면 신세계면세점 건도 이번 주 강제조정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가 임대 중인 주류·담배·화장품·향수 매장의 올해 임대료는 약 2,347억원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사진=인천공항공사

소송 장기화, 면세점-공항공사 모두에 리스크

공항공사 측은 법원의 조정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이 체결된 만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조정하라는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 강제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강제조정은 사실상 구속력은 없지만, 이의신청 없이 확정될 경우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공사가 이의신청을 하고 신라면세점이 법원에 인지세를 납부하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공사와 면세점 양측 모두 변호인을 통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경우 1심에서 대법원까지 최소 3~5년 이상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

소송 장기화는 공항공사와 면세점 모두에 리스크다. 면세점은 적자 상태로 영업을 이어가야 하고, 공항공사는 공실이나 서비스 질 하락 우려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우선 면세점들은 강제조정안이 전달된 날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이의신청 기간 동안 향후 대응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소송을 통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거나 인천공항 철수를 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철수 시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매달 60억~80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소송을 이어가는 것도 부담이 큰 만큼, 보다 손실이 적은 쪽으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면세점들이 철수할 경우 공항공사 측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6,798억원으로, 이는 공항 총수입(2조5,481억원)의 27%에 달한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구역에서만 3,98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입찰 시 임대료가 최대 40%까지 내려갈 수도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유커들의 소비 증대, 공항공사 협상력 회복으로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면세업계와 공항공사 간 분쟁의 변수로 유커들의 귀환을 지목한다.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국내 여행이 허용됨에 따라 면세업계는 특수를 맞을 채비에 한창이다. 면세업계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돌아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부터 이어진 장기 부진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개인 관광객보다 소비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유커는 오래전부터 한국 여행 시 면세품 등을 대량으로 사 가기로 유명했다. 통상 유커는 기업 또는 기관 등으로부터 여행 경비를 지원받아 오는 경우가 많아 개별 관광객보다 구매력이 훨씬 높은 편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100만 명 증가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08%포인트(p) 상승하는 효과(한국은행 추산)가 있을 정도다. 이에 면세업계는 특히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중국 국경절 연휴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맞물려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유커들의 소비는 공항공사의 협상력 회복으로 직결될 공산이 크다. 면세업계의 임대료 인하 요구가 매출 급락을 근거로 제기된 만큼, 유커들의 ‘싹쓸이 소비’가 재현될 경우 공항공사는 현행 임대료 체계의 정당성을 강조할 명분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라와 신세계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양사는 전체 사업의 적자 규모만 공개할 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손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는 임대료 인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납득할 만한 명확한 논리를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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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본격화한다" 노란봉투법 딛고 급등하는 로봇주, 키오스크 전철 밟을까

"자동화 본격화한다" 노란봉투법 딛고 급등하는 로봇주, 키오스크 전철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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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로봇주 주가 줄줄이 급등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자동화' 기대 커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키오스크 보편화와 유사한 흐름

국내 증시에서 로봇 테마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의 영향으로 노동 분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자동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급격히 보편화한 키오스크를 연상케 한다는 평이 나온다.

로봇주 일제히 '상승곡선'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8월 5일~9월 5일) 물류 자동화·스마트팩토리 기업 현대무벡스 주가는 43.61%(4,965원→7,130원)나 치솟았다. 지난 2일 하루에만 1,395원(29.97%) 뛰어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한 뒤에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로봇·물류 자동화 기업 티엑스알로보틱스 역시 지난 5일 하루 사이 26.41%(3,600원)나 급등했다.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37.84%(1만2,500원→1만7,230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씨메스(28.26%), 로보티즈(27.85%), 하이젠알앤엠(19.15%), 뉴로메카(14.22%), 클로봇(12.97%), 에스피지(11.34%), 로보스타(10.92%) 등의 로봇·스마트팩토리 기업의 주가가 지난 한 달 동안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주요 로봇주들이 포함된 ‘KRX 300 산업재’ 지수와 ‘KRX 기계장비’ 지수 역시 최근 2주(8월 22일~9월 5일) 동안 각각 5.34%, 4.79%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2.02%)·코스닥(4.40%) 지수 수익률을 훌쩍 웃도는 수치이자,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각각 4,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로봇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KB자산운용의 ‘RISE AI&로봇’은 9.57% 상승했으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는 7.45% 올랐다. RISE AI&로봇은 △LG CNS △네이버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5%) 등을, KODEX 로봇액티브는 △네이버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 △카카오 등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주가 밀어올려

로봇주 주가 상승세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면서 이달 중순 공포·내년 3월 무렵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어도 근로 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사용자’로 간주해 하청업체 노동자도 원청업체와 교섭할 수 있고, 거꾸로 노조 및 조합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그간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면 원청업체를 상대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무분별한 교섭 요구나 집단 고소에 나서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 우려해 왔다.

이미 우리나라는 상당한 수준의 노사 갈등 문제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사 분규 건수는 지난해 131건, 2023년 223건에 달한다. 근로손실일수(노사 분규 등으로 근로가 중단된 일수)는 지난해 기준 45만7,000일에 달했고, 이는 한국의 낮은 노동 생산성(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약 70% 수준)과도 직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 이 같은 리스크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 등 자동화 설비 시스템 도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로봇주 주가가 상승한 근본적인 이유다. 이와 관련해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산업 현장에서의 자동화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제 상용화 가능한 산업 특화형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당장의 자동화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로봇 수요의 중장기적 증가 흐름은 불변하다”고 진단했다.

키오스크의 보편화 전례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최근 수년 사이 본격화한 키오스크의 보편화 흐름을 연상하고 있다. 키오스크 활용도가 제고된 결정적 계기는 최저임금 상승이었다. 앞선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중 최저임금은 41.5% 상승했다. 시간당 6,470원(2017년)에서 9,160원(2022년)으로 5년 만에 3,000원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3년간 9% 오르며 속도가 조절됐지만 △계엄 등으로 발생한 내수 부진 △전기료 정상화 △최저임금 1만원 돌파 등 충격이 맞물리며 자영업자들의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속속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4월 한국지역고용학회와 공동으로 발간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봄호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음식점 2,000개 중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은 30.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업종과 같은 주문 및 결제 과정이 단순화된 업종의 도입 비중이 높았다.

키오스크를 도입한 이유로는 음식점의 55%가 '인건비 절감'을 꼽았다. 실제 키오스크를 도입한 음식점은 도입하지 않은 음식점에 비해 2023년 기준 판매·서빙 인력의 평균 고용량이 낮았다. 구체적으로는 판매·서빙 근로자가 11.5% 줄었고, 20대 이하 청년층 일자리는 23.1% 감소했다. 결국 장기적 인건비 부담이 키오스크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 비용을 웃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기술 보편화가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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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근로자 구금 후 입장 선회 "美 근로자 교육 위한 방안 찾아야"

트럼프, 韓 근로자 구금 후 입장 선회 "美 근로자 교육 위한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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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 기조에 반한다 비판 제기
트럼프, 한미 관계 강조하며 구금 사태 수습 의지 밝혀
외국 기업에 이민법에 따른 '합법적인 근로 활동' 강조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인을 우선 고용하라’는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나설 뜻을 밝히긴 했지만, 취업비자 발급 확대 등 실질적인 대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높은 임금과 숙련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한국이 말한 내용,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에게는 사라진 산업이 많다"며 “배터리든, 컴퓨터든, 선박이든 복잡한 기술을 가진 산업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 나라에 관련 기술을 아는 숙련 인력이 없다면 그 일을 잘 아는 사람을 데려와 잠시 머무르게 하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한미 관계가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나는 한국이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들과 만남 직후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외국 기업들이 미국인을 고용해 훈련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은 미국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그들의 투자는 환영하지만, 미국이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이 똑똑하고 뛰어난 기술적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오기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이 이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합법적'으로 들여오라는 말에는 특유의 대문자를 써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단속 초기 강경했던 입장과 달리 '대미 투자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한국 측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미 정부가 취업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도 막대한 대미 투자를 유치해 놓고 정작 취업비자에는 인색한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힌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다음 날인 지난 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를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지 투자한 韓 기업, 미국인 고용 압박 대응해야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미국 근로자 교육'에 초점을 둔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특별법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국 임금 수준이 한국보다 높아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근로자 주당 임금은 1,194달러(약 165만원)로 연간 기준으로는 6만2,088달러(약 8,616만원)에 달한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건설업계의 임금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등을 시행하면서 미국 건설업계는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도 당장의 과제로 지목됐다. 미국건설업협회(AGC)에 따르면 10년 내 미국 건설인력의 40% 이상이 은퇴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신규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과 처우를 개선했다. 2023년 한해에만 미국 건설사의 81%가 기본급을 인상했고 44%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26%는 기업의 복리후생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건설업계 인력난은 개선되지 않았다. 높은 임금은 감수한다고 해도 여전히 인력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미국에 제조업 공장을 대거 설립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GC 조사에서 현지 건설사의 92%가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강화로 건설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화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민자는 미국 노동력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설업계는 근로자의 30%를 이민자로 채우고 있다.

숙련된 건설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미 연방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각각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마다 규제 기준이 달라 이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미국은 공장 설계·시공·감리 등이 매우 세밀하게 나눠져 있어 준공까지 한국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어렵게 맞춘다 해도 건설 현장에서 필수적인 용접공 등 기술인력을 현지에서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 배출되는 용접공 자체가 워낙 적은 데다, 한국 기업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력은 더욱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동의 질 떨어지고 숙련된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공장을 짓고 난 이후에도 난관은 계속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솜씨 좋은 기술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테슬라가 중국산보다 단차 등이 심해 조립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미국에는 섬세한 조립 기술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 지난 2005년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건설한 현대차그룹은 진출 초기 조립 기술자를 구하기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준공 이후 20년 동안 시행착오 끝에 제조 인력을 양성했고 현지화에도 성공했다. 현재는 자동화 공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최종 조립 및 품질 검사에는 숙련 인력이 필수다.

특히 배터리업계는 복잡한 기계 조작과 유지 보수를 맡는 기술 인력이 공장의 생산성을 좌우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은 첨단기술과 전통 제조업의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이 결합된 곳”이라며 “현지 인력을 교육시켜 수율을 일정 정도 끌어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업도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미국에는 조선 숙련공이 아예 없는 데다, 선박 설계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대학도 미시간대 조선해양공학과 한 곳뿐이다. 이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한국에서 50명을 파견해 현지 인력을 교육 중이다. 

고용 이후 노동의 질이나 지속성도 문제다. 기업이 한 명의 근로자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숙련된 이후에도 한국 기업에 남아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현지 공장에서는 기껏 훈련시켜 놨더니 몇 달 만에 공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푸념이 나온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지 근로자가 마약 문제 등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불법 마약은 미국 사업장 내 생산성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정신보건국(SMAHSA)에 따르면 10세 이상 전일제 근로자의 약 9%가 불법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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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I 모델 40%가 중국산, 미국이 통제할수록 탄력받는 ‘중국 AI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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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시장, 美-中 양강 구도 고착
오픈소스로 글로벌 시장 공략
中 AI 생태계, 논문·특허 등 뒷받침

중국 기업들이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글로벌 AI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지난 1월 ‘딥시크(DeepSeek) 쇼크’ 이후 주요 중국 테크 기업뿐 아니라 AI 스타트업들도 미국 빅테크에 필적하는 AI를 내놓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AI 기업들은 무료로 개발자들에게 공개하는 오픈소스 방식을 통해 산업 곳곳에 중국산 AI를 퍼트리고 있다.

알리바바, 매개변수 1조 개 '세계 최대 대형 언어모델' 공개

9일 IT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6일 매개변수 1조 개의 세계 최대 대형 언어 모델(LLM) 큐웬3 맥스 프리뷰(Qwen-3-Max-Preview를 공개했다. 큐웬은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챗봇으로, 2023년 4월 처음 공개됐다. 이때부터 알리바바는 큐웬을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24년 6월에 큐웬2를 출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큐웬2.5를 발표했다. 올해 4월에는 큐웬3를 공개했다. 큐웬3는 혼합 전문가 구조(MoE)를 채택했으며 2,3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추고 있다. 논리적 추론 능력이 대폭 높아졌으며, 수학과 코딩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알리바바의 큐웬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큐웬3가 출시된 이후다. 이번에 공개된 큐웬3 맥스 프리뷰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알리클라우드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큐웬3 맥스의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폐쇄형 언어 모델 시장에서 경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내부 테스트에서 큐웬3 맥스 프리뷰가 이전 '최고' 모델을 능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푸스 4(Claude Opus 4), 딥시크 V3.1, 문샷 AI(MoonShot AI)의 키미 K2(Kimi K2) 등 경쟁사 모델을 5가지 벤치마크에서 능가했다고 주장했다.

가성비 좋은 중국산 AI 쏟아져

알리바바 외에 다른 중국 IT 기업들도 AI 모델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Z.ai(옛 Zhipu AI)는 지난 7월 말 새로운 AI 모델 ‘GLM-4.5’를 공개했다. 회사가 자체 실시한 AI 성능 평가에서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의 클로드 4 소넷이나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Z.ai 측은 “저비용·고성능 AI로 유명한 딥시크보다 모델 운용 비용이 저렴하다”고 밝혔다. 실제 엔비디아의 구형 AI 칩인 ‘H20’ 8개만으로도 구동될 정도로 효율성도 높다. 딥시크의 R1 모델의 경우 H20보다 성능이 좋은 ‘A100’ 16개 정도가 필요하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도 중국 AI 신제품이 쏟아졌다. 텐센트의 AI 모델 ‘훈위안 3D 월드 모델 1.0’은 이미지나 글을 입력해 가상의 3D(입체) 장면을 만들 수 있다. 텐센트는 “가상현실(VR)이나 비디오 게임 제작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고 했다. 센스타임은 이미지나 음성, 영상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센스노바 V6.5’를 공개했다. 추론 단계에서 데이터 처리량을 35% 이상 늘리는 등 전작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센스타임은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경쟁사 제품을 능가했다”고 했다.

성능과 함께 가성비도 갖췄다. 문샷AI는 이달 ‘키미 K2’를 공개하며 코딩 같은 특정 분야에서 오픈AI의 챗GPT와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키미 K2에 대해 “또 다른 딥시크 순간”이라고 했다. 강력한 AI 모델로 평가한 것이다. 사용 비용도 딥시크 수준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이 AI 모델을 쏟아내며 시장을 장악해 갈 수 있는 건 이들이 택한 AI 공개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AI 모델은 오픈소스 방식을 취한다. 딥시크, 텐센트, 문샷AI 모두 오픈소스 모델이다. 회사가 독점적으로 코드를 가지고 이를 기반으로 AI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AI 기업과는 다르다. 현재 오픈AI나 구글, 앤스로픽은 이런 폐쇄형 구조로 AI를 개발한다. 오픈소스는 무료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가 이용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또 다른 AI 모델을 만드는 데 참고할 수 있고, AI 응용 제품이나 AI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웬 같은 경우 파생 모델이 10만 개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오픈소스 방식이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서 중국 정부가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인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상위 AI 모델 25% 중국서 개발

이 같은 중국의 AI 굴기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를 고착화하기에 이르렀다. AI 성능 벤치마크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인텔리전스 인덱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한 그록4가 73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오픈AI o3-pro(71점),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70점), o3와 o4-mini high(각 70점)가 공동 3~5위권에 올랐다. 상위 5개 모델 모두 미국 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6위는 중국 딥시크의 R10528 모델(68점)로, 이외에도 알리바바의 큐웬3, 미니맥스(MiniMax), 문샷AI의 키미 K2, 딥시크 V3 등이 상위 20위권에 포함됐다. 미국은 그록, GPT, 클로드, 제미나이, 라마 등 총 14개 모델을 배출하며 기술 주도권을 지켰고, 중국은 총 5개 모델로 그 뒤를 이은 것이다. 프랑스 미스트랄(Mistral AI)의 마지스트랄 스몰(Magistral Small)만이 유일하게 미·중 이외 국가에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상위권 진입은 AI 논문과 특허, 인재 기반에서 이미 확보한 양적 우위가 반영된 결과다. 논문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디멘션즈(Dimension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AI 관련 논문 2만3,695건, 특허 3만5,423건을 발표하며 각각 전 세계 논문의 절반 수준과 미국·영국·캐나다·일본·한국 5개국 총합의 약 13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의 AI 굴기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미국의 독주체제를 위협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AI 개발에 뛰어든 이후에도 챗GPT 등 미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중국이 만든 AI 모델은 아직 미국 제품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미국 기업들은 AI 칩 시장도 장악하고 있어 독주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막대한 정부 지원을 업은 중국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 미국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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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美 목재 시장, 주택 수요 침체·관세 리스크 '이중고' 직면

가라앉은 美 목재 시장, 주택 수요 침체·관세 리스크 '이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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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25% 떨어졌다" 美 목재 가격 급락세
주택 시장 가라앉으며 비축 재고 갈 곳 잃어
트럼프發 관세 리스크도 시장 불확실성 가중

미국 목재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목재 수요 전반을 떠받치는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목재 생산 업체들이 과도한 재고 비축에 나서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어긋난 결과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역시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하며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美 목재 가격, 상승 동력 잃어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 주요 자재인 목재 가격이 폭락하며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목재 선물은 1,000보드피트(BFT, 길이 1피트, 너비 1피트, 두께 1인치인 판자의 부피)당 약 522달러(약 72만4,01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초 3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 대비 약 25% 급락한 수준이다.

목재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는 목재 생산 업체들이 비축해 둔 과도한 재고가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목재 관련 시장 분석가 겸 컨설턴트인 맷 레이맨은 "목재 생산 업체들은 너무 자신감에 차 있던 나머지 수요 부족 문제를 간과한 채 미국 내에 재고를 쌓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 내 수개월 치 충분한 재고가 쌓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도 목재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목조 주택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늘고 얇은 목재로 집의 뼈대를 만드는 '경량목 구조' 공법이 보편적인 건축 방식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미국은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부터 건설사, 보험사 등이 모두 목재 주택에 특화돼 있다"며 "경량목 구조 공법으로 지은 주택 수요가 꾸준하다 보니 새로운 공법을 도입할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월 미국의 주택 건축 허가 건수는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목재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美 강타한 목재 대란

주택 시장 상황이 미국 목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벌어진 '목재 대란' 전례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3월 미국의 주택 착공 건수는 173만9,000가구로 2006년 6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시대에 재택근무까지 확산하며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목재 수요가 급등하는 가운데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함에 따라 제재소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방역 수칙에 따라 집에서 자가 격리를 실시해 목재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목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5월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당 1,600달러(약 221만9,200원)를 넘기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기였던 2020년 4월 초와 비교하면 무려 7배가량 뛴 수준이다.

목재 가격 상승세는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5월 전미주택건설업자협회(NAHB)는 목재값 급등에 따른 전년 대비 단독주택 평균 가격 상승분이 3만6,000달러(약 4,993만2,000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신규 다가구주택 가격은 목재 가격 상승으로 1만2,000달러(약 1,664만4,000원) 올랐고, 임차인의 월세 역시 119달러(약 16만원)가량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發 관세가 가격 급등락 부추겨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관세 정책이 목재 가격 하락세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목재 관련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다음 달 원목·목재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 장관은 명령일로부터 270일 이내에 조사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백악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동맹에 가혹한 일부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악의적 행위자들이 보조금을 통해 과잉 생산을 한 뒤 이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은 국내 제조 능력을 상실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심 목재 수입국인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브라질·중국·한국 등을 '과잉 생산국'으로 언급했다. 캐나다산 목조 주택용 구조재는 미국이 수입하는 구조재의 80%, 미국 전체 구조재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캐나다산 연질 목재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는 기존 15%에서 35%까지 인상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로 수입 목재에 대한 국가 안보 차원의 전면적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캐나다산 목재 수입 시 발생하는 관세 비용 부담은 차후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목재 가격의 급등락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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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시바 퇴진에 ‘확장 재정’ 기대, “단기적 활황에서 장기 재정 위기로 귀결” 경고

日 이시바 퇴진에 ‘확장 재정’ 기대, “단기적 활황에서 장기 재정 위기로 귀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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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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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후보들 재정 확대·통화정책 완화 관측
국가부채 누증 및 금리 상승에 따른 재정 압박
경기 회복세 속 팽창 재정, 장기적 부담 심화 전망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사진=다카이치 전 안보상 인스타그램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이 권력 공백을 넘어 일본 재정정책의 궤적을 뒤흔들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 공격적 재정 팽창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재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채권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확장 재정이 단기적 활황은 불러와도, 일본 경제 전반엔 결국 독으로 작용할 위험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의 아베노믹스’ 기대에 도쿄증시, 사상 최고치 근접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8일 기준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8% 상승한 4만3,643.81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4만3,838.60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지난달 18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4만3,714.31을 일시적으로 웃돌기도 했다. 장중 최고가는 8월 19일의 4만3,876.42다. 미국 달러당 엔화 가치는 최대 0.8% 하락해 엔·달러 환율이 148.58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173.91엔, 영국 파운드화 대비로는 200.33엔까지 하락하며 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재정적 매파’로 분류되는 이시바 총리가 7일 퇴진한 가운데, 집권당인 자민당이 참·중의원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야당 협력을 얻기 위해 더욱 재정 확장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차기 자민당 유력 총재 후보로 지목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의 경우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아베노믹스를 옹호하는 인물로, 중앙은행 초저금리 정책 유지를 주장하며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를 지지해 왔다. 이와 관련해 GCI자산운용의 이케다 다카마사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된다면, 이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재료”라며 “정부 지출 확대를 강하게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日 국가부채, 국내총생산의 두 배 "재정여력 경고등"

문제는 일본의 재정 구조가 이미 정부 부채로 인해 팽창해 있다는 점이다. 후임 총리가 무한정 완화 정책을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그간 일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국내 금융기관이 자국 국채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위험은 낮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국가부채는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고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 차입 비용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현재 9조 달러(약 1경2,330조원) 규모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자,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농민과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긴급 구호자금 등과 더불어, 최근에는 국방비 확대와 소비자 물가 보조금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한 분야는 광범위하다. 여기에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연금 및 사회보장 지출까지 더해지며 재정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장기 국채 매입도 축소하면서 국채시장에서는 일본 재정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달 4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286%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40년물도 올해 들어 약 90bp 상승해 3.506%에 도달하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됐다. 국채금리가 소폭만 상승해도 일본의 이자 지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재무성의 전 사무차관인 야노 코지는 “일본의 부채는 이미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전체 경제에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에도 자민당의 확장적 재정계획을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배”에 비유하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경제 회복세 가시화, 추가 금리 인상 명분

더군다나 일본은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 국채 이자만 13조 엔(약 122조원)가량을 내야 하는데, 최근 들어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개정치)은 전분기 대비 0.5%, 연율 환산으로 2.2% 증가했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전분기 대비 0.3%, 연율 1.0% 증가)보다 눈에 띄게 상향된 수치다. 성장률 상향을 이끈 것은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다. 전분기 대비 0.2% 증가였던 개인소비는 개정치 에서 0.4% 증가로 수정됐다. 경상수지도 6개월째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재무성의 국제수지 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일본의 7월 경상수지는 2조6,843억 엔(약 25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 정도로, 올해 1월에는 0.5% 정도로 각각 올린 뒤 지난 7월까지 4회 연속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실질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고 경제·물가 정세의 개선에 따라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절하겠다"며 추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공개된 2분기 GDP 증가세는 일본은행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명분을 제공한다. 다만 성장률의 개선은 곧 통화 긴축으로 이어지고, 긴축은 다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경제 전문가는 "당장이야 확장 재정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 상승, 채권 시장 약세가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채권 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의 부채 부담 발목을 잡고, 세율을 더 올린다"며 "멀리 봤을 때 확장 재정은 일본 경제 전체에 독"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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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한계 인정했나”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정의 변경, 감독 없는 자율주행 불가능

“기술적 한계 인정했나”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정의 변경, 감독 없는 자율주행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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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판매 명칭 변경 및 약관 조항 추가
머스크 CEO 보상안에도 반영된 ‘재정의’
완전자율주행, 혁신일까 위험한 실험일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시연 모습/사진=테슬라 유튜브 채널

테슬라가 자사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Capability, FSD)’ 시스템의 정의를 변경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운전자 개입 없는 명실상부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완전자율주행’에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8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FSD의 의미를 ‘FSD (Supervised)’로 변경하며, 운전자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테슬라가 수정한 세부약관을 보면 “차량은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이 아니며 해당 기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새로운 보상 패키지에도 FSD가 '감독 없는 자율주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 역시 FSD를 “특정 조건에서 자율 또는 유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주행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운전자가 계속 지켜봐야 하는 고급 보조 기능으로 FSD의 위상을 하향 조정한 셈이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부터 모든 차량이 무인 자율주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머스크 CEO는 2018년부터 매년 연말까지 이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고객들에게 1만5,000달러(약 2,000만원) 상당의 FSD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자율주행 기능이 무선 업데이트로 제공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2016~2023년 생산된 차량의 경우 아예 무인 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FSD) 운전 모습/사진=테슬라

AI는 인간보다 더 안전한가?

테슬라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 변경을 넘어, 자율주행 산업 전체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완전자율주행이 과연 인간보다 더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테슬라의 FSD 기술은 기존 제조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부분 기업이 라이다(LiDAR)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하는 반면, 테슬라는 오직 카메라와 신경망 기반 인공지능(AI)을 통해 도로를 인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AI의 판단 능력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이 관여된 교통사고는 736건에 달하며, 이 중 일부는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서는 인간보다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명칭도 논란이다. 그간 기술자들은 운전자를 보조한다는 의미의 '코파일럿'(Copilot)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머스크 CEO가 이를 강행하면서 반대했던 기술자들이 대거 사직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교통국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광고가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며 집단 소송을 허용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테슬라 전 AI 책임자, “완전 자율주행, 아직 멀었다”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었던 안드레이 카르파티 전 AI 책임자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낙관론에 경계심을 나타낸 것도 FSD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카르파티 전 책임자는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주최한 ‘AI 스타트업 스쿨’ 행사에 참석해 “완전자율주행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라며 “자율주행 시대가 곧 온다는 믿음은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당시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현재 웨이모)를 체험했는데 팔로알토 시내를 약 30분간 완벽히 주행했다”며 “당시엔 자율주행이 곧 실현될 줄 알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모 차량이 마치 사람 없이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격 통제가 빈번하게 개입되고 있고 사람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르파티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AI 에이전트(인간을 대신해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AI)의 발전이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2025년이 아니라 2020년대 전체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르파티의 이같은 발언은 테슬라가 지난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머스크 CEO는 완전자율주행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핵심 기술자가 전혀 다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첫 출시에 대해 “실제로는 운전석 대신 조수석에 테슬라 직원이 앉아 있고 차량 통제를 위한 원격 조작 요원도 대기 중인 상태”라며 “이는 완전자율주행이라기보다는 감시자의 위치만 바뀐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렉트렉은 또 “테슬라가 10년 넘게 반복해 온 약속과 출시 지연,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로보택시 상용화’를 외치는 모습은 단지 홍보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테슬라의 FSD는 중대한 시스템 개입 전까지 수백마일 주행이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진정한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수만 마일의 무개입 주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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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vs 고이즈미’ 차기 日 총리 각축, 다카이치 당선 시 우클릭 불가피

‘다카이치 vs 고이즈미’ 차기 日 총리 각축, 다카이치 당선 시 우클릭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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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아베' 다카이치 前 경제안보상
'펀쿨섹좌' 고이즈미 농림상 경쟁
다카이치 당선되면 한일관계 불확실성 커질 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이시바 총리 공식 X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사의를 공식 표명한 가운데, 포스트 이시바에 국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총리 후보자들이 친한파인 이시바 총리보다 강경한 보수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평가받아, 양국간 역사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막 내린 이시바 정권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49일만의 자진 사퇴이자, 사실상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해당하는 조기 총재 선거 윤곽이 드러나기 하루 전 이뤄진 결정이다. 이날 오후 침착한 표정으로 총리 관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임을 결심하게 된 결정타는 사상 초유의 ‘총리 리콜’이다. 퇴진론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총리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자민당은 지난 2일 양원 총회를 열고 당칙(제6조4항)에 따른 조기 총재 선거 찬반을 8일까지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소속 의원(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자(47명) 등 342명 가운데 절반(172명) 이상이 찬성하면 조기 총재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이 규정이 현실화하며 그의 퇴진을 앞당겼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에 따라 자민당은 8일 마감 예정이던 조기 총재 선거 찬반을 묻는 절차 대신 총재 선거 체제로 들어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구조로, 후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뒤 국회 지명 선거를 거쳐 결정된다. 일본 언론들은 정치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안에 선거를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사진=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인스타그램

‘최연소’ 고이즈미 vs ‘첫 여성’ 다카이치 유력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맞붙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거론된다. 부친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아 인지도가 높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시바 정권에서 구원투수로 농림수산상에 기용되며 쌀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퇴진을 거부하는 이시바 총리를 지난 6일 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함께 찾아가 “당을 깨선 안 된다”고 사임하도록 설득한 사람 역시 그였다. 2021년 스가 전 총리의 퇴진 당시에도 조기 사임이란 고언을 전한 것도 고이즈미였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그간 차기 총리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이시바 총리가 승리한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 당시 그는 이시바 총리, 다카이치 전 안보상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총리가 되면 2006년 아베 전 총리(당시 52세)를 뛰어넘은 최연소 총리가 된다. 2019년 38세로 환경상에 올랐을 때도 역대 최연소 남성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현재 차기 총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지난 7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기 총리 후보 적합도에서 26%로 1위를 차지했다. 자민당에서도 보수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라현 출신 중의원인 다카이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여성 아베’로도 불린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성·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강한 일본’을 언급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치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년 두 번씩 야스쿠니 신사 꼭 참배", 강성 우익 다카이치

이에 국내 외교가에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총재에 당선되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해 왔으며,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도 “총리가 된 이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일본 총리들이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 봉납으로 대신해 왔던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현직 일본 총리는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또한 다카이치 전 안보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전쟁을 할 수 없는 일본의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등 역사 문제 전반에서 우경화된 인식을 노출해 왔다. 지난 2022년 2월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극우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는 한국에 대해 속된 표현을 써가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했다. ‘つけ上がる’(쯔케아가루)는 ‘상대방이 점잖거나 잘해주는 것을 악용해 버릇없이 굴다’, 즉 우리말 속된 표현으로 ‘기어오르다’라는 의미다. 이런 그가 총리직에 오를 경우 한일관계가 과거사 갈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다카이치 전 안보상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개혁파로 분류된다. 그 역시 최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어 과거사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지만, 이시바 총리 체제에서 중용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시바 총리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상 본인의 외교관이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인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본 보수층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도 소통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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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외면하고 PF대출에 힘 쏟던 새마을금고, 건전성 '비상'

가계대출 외면하고 PF대출에 힘 쏟던 새마을금고, 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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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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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잔액 중 가계대출 비중 30% 그쳐
공격적으로 확대한 부동산 PF, 부메랑 돼서 돌아왔다
기형적인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체계, 다시 도마 위에

새마을금고의 대출 잔액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년째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사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기업대출이 증가하며 가계대출 여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기업대출 확대의 '후폭풍'에 휘말려 심각한 건전성 위기를 직면한 상태다.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왜 줄었나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새마을금고의 전체 여신 잔액 중 가계대출 비율은 34%(61조7,106억원)에 그쳤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2021년(37.5%) 30%대로 떨어진 후 줄곧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새마을금고의 가계 대출 비율은 50~70%대였다.

최근 수년 사이 새마을금고의 가계 대출이 축소된 배경에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이 있다. 새마을금고는 2020~2022년 부동산 호황기에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상품을 앞세워 기업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2022년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잔액은 15조5,079억원으로, 2019년(1,694억원)과 비교해 15조원 넘게 폭증했다.

문제는 호황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는 동안 새마을금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농·축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기관은 부동산 대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공동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2022년 9월부터는 공동대출 취급 자체를 사실상 중단하기까지 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2022년 10월에서야 부동산 공동대출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각 금고의 공동대출 잔액이 전전 월말 기준으로 금고 대출 잔액의 40%(올해부터 35%)를 초과할 경우 신규 공동대출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부동산 PF 부실화 후폭풍

이후 시장 상황이 한층 악화하자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3년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공동대출 제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부동산 대출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지막 5차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동·집단대출 및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의 취급이 원칙적으로 중단됐으나, 이 같은 조치를 비껴갈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여타 상호금융기관 대비 상당히 느슨했기 때문이다.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도 대출 상품 판매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이 같은 안이함은 모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시장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 연체율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까지는 2% 수준이었던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37%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상호금융권 전체 PF 부실 여신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대비 52% 수준이었는데, 금융당국은 이 중 상당 부분이 새마을금고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전국 새마을금고의 재무 상황 역시 속속 악화하는 추세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을)이 최근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상반기 새마을금고 경영지표’에 따르면, 전국 1,267개 금고 중 623곳(49.2%)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8%를 넘겼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8%를 넘으면 은행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한다.

적자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행안부가 발표한 전국 1,267개 새마을금고의 영업실적(잠정치)을 살펴보면,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3,287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 적자(1조7,423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손실을 짊어진 것이다.

관리·감독 체계 개편 논의 재개 조짐

새마을금고가 대규모 적자에 휘청이자, 정부는 본격적으로 관리·감독 공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거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금융기관인 만큼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두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호금융 감독 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감독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적 성격으로 출발해 행안부 소관으로 남아 있지만,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건전성 감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왔다. 현재 상호금융기관 중 신용사업을 금융위원회가 아닌 다른 부처가 감독하는 곳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새마을금고의 반복된 사고와 적자는 단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감독 체계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국회에는 이미 새마을금고를 금융당국 관리 아래 두는 내용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적자 쇼크에 더해 금융 사고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만큼, 향후 국회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를 금융위 산하로 두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처럼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진 적은 없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과 금융당국 수장 교체를 계기로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개편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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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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