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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겨냥 ‘다문화 금융’ 외치는 은행들, 실질적 금융 접근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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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외국인 전용점포 확대 추세
높은 니즈에도 신용대출 불가능 가까워
대안 신용평가 모델 구축 움직임도
경남 김해에 위치한 신한은행 외국인중심영업점/사진=신한은행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한 금융사들이 앞다퉈 외국인 고객 모시기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적극적인 공략으로 주요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입출금 계좌 개설이나 해외 송금 등 기초적인 서비스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외국인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송금 및 계좌 개설 등 기초 서비스가 대부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외국인 소비자 수는 23만9,822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37만7,882명)에 이은 가파른 증가 폭이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최근 3년간 신규 외국인 소비자는 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된 데 따른 결과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전용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담 상담사가 영상통화를 통해 실명확인을 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이 편하게 입출금 계좌·체크카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또 신한카드와 손잡고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인 ‘E9페이 신용카드(가칭)’를 내달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평택 등에 ‘외국인 전용 점포’를 열었고,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에 위치한 16개 영업점을 일요일에도 연다. 우리은행 또한 외국인 전용 창구 3곳을 일요일에 열어 소비자 편의를 증대했고, 국민은행은 외국인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지역에 외환송금센터를 운영하며 주말에도 환전과 송금 등을 서비스 중이다.

다만 이런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는 대부분 해외 송금 및 계좌개설 등 기초 서비스에 그친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은행 상품의 핵심인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소위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마저 신용대출을 이용할 방도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유일하게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이라는 전용 대출을 판매하던 하나은행도 2022년 해당 상품 취급을 중단하면서 시중 은행에서 외국인 소비자가 대출을 받을 길은 모두 막혔다.

은행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 소비자가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은행으로서는 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국인 소비자에 대한 대출 태도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했다”며 “외국인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부실이 속출했고, 수익성 악화로 외국인 고객 담당 부서의 추진력이 많이 상실됐다”고 전했다.

불법 사금융 내몰리는 외국인들

업계에서는 외국인 금융 소비자를 위한 유연한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갈수록 증가하는 대출 니즈에도 은행의 문턱은 막혀 있어 많은 외국인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시중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은 ‘SOL 글로벌 전세대출’(신한은행), ‘아파트론’(우리은행), ‘웰컴 플러스 전세자금대출’(국민은행) 등 담보대출뿐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외국인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 ‘외국인 대출’을 검색하면 ‘비대면 대출 가능’, ‘국적 무관 최대 3,000만원 대출’ 등 문구를 내건 대부업체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들로선 급전이 필요할 때 불법 대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은행들이 외국인 소비자를 확보해 성장 둔화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외국인 신용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신용도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면서 “소액으로 카드를 만들어주고 이를 금융 거래 이력으로 반영해 주거나 연체율 등을 책정해 신용평가 모델에 반영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씬파일러’에게도 기회는 필요

이 같은 시도는 미국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신용 이력이 없고, 소득 증빙이 어렵더라도 사용자가 담보금을 제공하고 해당 금액만큼의 한도를 가진 ‘담보신용카드(SCC)’를 발급받을 수 있다. 소액 한도로 SCC를 사용한 후 일정 기간 신용 점수를 적립하면 미국 신용평가 점수인 페어아이작(FICO) 점수 등이 부여되고, 이후 정식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식이다.

일부 금융사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대상 신용평가점수 모형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카드 사내 벤처 ‘하이크레딧’은 2019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외국인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해당 모형은 소득 추정 규모, 연체 일수 등 기존 신용도 측정 요소에 고객 생활 정보를 활용한 비금융 정보를 추가해 신용도를 측정하는 게 특징이다. 다만 해당 모형은 보조적 지표로만 활용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외국인 신용평가 모형은 대안으로 봐야 한다”며 “본 지표라기보다는 기존 신용평가에 더해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대안평가에 돌입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씬파일러(Thin Filer)’에 대안적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씬파일러는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 기존 신용평가 모델로는 신용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금융 소비자를 의미한다. 통신 3사 합작법인 통신대안평가는 연내 대안신용평가 서비스 ‘이퀄(EQUAL)’을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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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상회하며 선방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상회하며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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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실적 견인하며 어닝서프라이즈 달성
파운드리 부진 속 반도체 영업이익 60% 급락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2분기 반등 여부 불투명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낮아진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2분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반등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상호관세의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분기 매출 9.84% 증가·영업익 0.15% 감소

8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15% 감소한 수치지만, 당초 시장 기대치를 1조원 넘게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84% 증가한 79조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77조2,208억원, 영업이익은 5조1,1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실적 발표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는 일제히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였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국내 15곳의 증권사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부 증권사는 1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수준 감소한 규모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트럼프발 관세 우려로 2분기에 발생할 매출이 1분기로 당겨지면서 기존 전망치를 소폭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신제품 출시효과로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우려보다 높은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이 예상 대비 감소 폭이 작았다는 점이 꼽힌다. D램 출하량의 경우 당초 한 자릿수 후반대 감소가 예상됐지만, 직전 분기 대비 5% 줄어드는 데 그쳤고 낸드플래시도 10% 안팎 수준에서 출하량이 줄어들어 예상보다는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發 관세, 2분기 스마트폰·메모리에 영향

삼성전자가 예상 밖의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업계는 2분기가 올 한 해 실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모바일, 가전뿐 아니라 반등세에 접어든 메모리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반도체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다음 날 마이애미행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반도체 관세는 곧 시작될 것(very soon)"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가 대거 미국에 포진된 영향이다.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첨단 반도체 수익성마저 저하된다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업황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올해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60% 이상을 책임졌던 스마트폰 사업도 2분기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화하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베트남에는 46%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는데, 이는 MX사업부의 수익성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대미 스마트폰 수출분 전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기준 MX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6%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美 마이크론 메모리 가격 인상 등 업사이클 조짐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전에 이미 가격 인상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섣불리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1일 일부 D램 제품 가격을 최대 11%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고객사에 전달한 데 이어 4월부터는 메모리 모듈과 SSE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인 미국 샌디스크도 4월 1일자로 낸드 플래시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이들 기업의 결정이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업계는 특히 마이크론의 가격 조정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정책을 재검토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고객사와의 협상이 관건이겠지만, 전체적인 가격 상승 흐름에는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미 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D램과 낸드 공급량이 주문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수요 회복 속도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다. 고객사들의 러시오더(긴급 주문)가 증가하는 등 가격 인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삼성전자도 이달부터 D램과 낸드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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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충격 본격화, 글로벌 증시 폭락에 힘 얻는 금리인하론

트럼프發 관세 충격 본격화, 글로벌 증시 폭락에 힘 얻는 금리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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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느린 연준, 금리인하 서둘러야”
아시아 주요국 일제히 대응책 마련 나서
한은, 대출 증가 우려에 금리인하 신중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해 오던 전문가들도 금리인하가 시급하다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과 뜻이 일치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인하와 추경 편성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증시→선물 시장, 연이은 폭락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증시 선물 시장에서는 큰 폭의 하락장이 연출됐다. 다우 선물은 3.9% 떨어졌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은 4.2%, 나스닥100 선물은 5.1% 각각 하락했다. 지난주 S&P500지수와 다우지수 낙폭이 2020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선물 시장마저 무너지며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미국의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제정 당시에도 보복 관세로 인한 경제적 참사를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혼란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인플레이션은 전혀 없다”며 “느리게 반응하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관세 부과 대상인 국가들로부터 한주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이는 가장 큰 가해국인 중국이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상호 관세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간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촉구할 때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만큼 연준에 대한 그의 금리인하 요구가 ‘현명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JP모건 역시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관세 부담으로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고용은 억제될 것”이라며 연준이 내년 1월까지 모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한 콘퍼런스에서 “관세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 영향력이 얼마나 갈지, 어느 정도 규모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해 묻는 말에는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답하며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매파적 입장을 내놨다.

관세 협의 서두르는 일본, 통화 완화 검토하는 중국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는 아시아 증시까지 집어삼켰다.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증시에서는 앞다퉈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이어지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버금가는 급락장이 연출됐다. 7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83% 떨어졌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4%, 홍콩 항셍지수는 13.22% 급락했다. 또 대만 대만 자취안지수는 9.70% 떨어졌다.

각국은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정부는 필요시 기준금리와 금융기관 지급준비율 인하, 재정적자 확대, 특별 국채와 지방정부 특수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는 매월 20일(휴일인 경우 다음 영업일)에 발표된다. 이르면 오는 21일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또 “내수 확대를 위한 비상조치를 비롯해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며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역시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관세 피해를 본 산업과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며 기업들이 미국 외 시장 개척과 내수 중심의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은 추경 편성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일본산 제품에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제 막 회복기에 들어선 일본 경제가 다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국 1,000여 곳에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또한 “이번 관세는 국난에 가까운 사태”라고 정의하며 “최대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담당 장관을 지명해 관세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0%대 성장 우려에 한은 고민 깊어져

한국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7일 코스피지수는 5.57% 급락한 2,328.20에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5.25% 밀린 651.30에 마감했다. 급격한 폭락장이 연출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9시 12분 매도 사이드카(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기관을 소집한 자리에서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국의 대응책 마련에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에서는 0%대 성장까지 언급할 정도다. JP모건은 1.2%에서 0.9%로 전망치를 내렸고, 골드만삭스는 1.8%에서 1.5%로 낮춰잡았다. HSBC 또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4%로 내렸다. 한국은행이 1.5%의 전망치를 유지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평가하는 경제 상황이 정부 기관보다 비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간극이 크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견해다.

또 다른 IB는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씨티은행그룹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외부 충격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완화되고, 통화정책 여력이 커졌다”고 예측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한은이 늦어도 5월에는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가계부채 증가세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번복 여파로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확산하면서 간신히 잡혀가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인 탓이다. 지난해 9월부터 다섯 달 연속 3,000건대에 머물던 서울 월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6,000건을 돌파했으며, 3월 거래량은 신고 기한이 약 한 달 남았음에도 7,000건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통상 주택 거래량 증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다.

한은은 지난 3년 동안의 긴축을 통해 이룬 가계부채 하향 안정 추세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15년 동안 한 번도 꺾인 적 없는 가계부채 비율이 꺾인 것은 큰 변화”라면서 “잠시라도 2~3년간 이룬 성과가 악화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99.3%까지 치솟았고,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말에는 97.3%로 낮아졌다. 이후 2023년 말에는 93.6%, 지난해 말 90.5%(추정치)까지 내려왔다. 정부 당국은 중장기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목표로 80% 미만을 설정한 바 있다.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한은이 당장 오는 17일로 예정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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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피하자" 애플, 인도 생산 기지 대미 수출 확대

"관세 리스크 피하자" 애플, 인도 생산 기지 대미 수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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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장 의존도 높던 애플, 인도로 눈 돌려
폭스콘 등 인도 현지 생산 기지 탄탄
인도 생산 비중 꾸준히 확대 전망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의 대미 수출을 확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대상으로 5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비교적 관세 부담이 낮은 인도의 생산 기지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애플의 '관세 폭탄' 대응책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애플이 인도에서 미국으로 조달하는 아이폰 수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조정은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단기적인 임시 조치"라며 "애플은 현재 상황이 공급망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바꾸기에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34%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제품에 매겨지는 관세율은 54%로 급등했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대량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애플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조치다. 웨드부시증권에 따르면 애플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아이폰 중 90%를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26%로 중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애플이 대중국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고 인도 생산 기지의 비중을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된 모든 아이폰을 미국 시장용으로 전환하면 올해 미국 아이폰 수요의 약 50%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생산 역량은?

애플이 망설임 없이 인도에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현지 생산 역량이 충분히 갖춰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2021년부터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빠르게 인도 내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 내 생산 비용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애플은 현재 인도에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 인도 타타일렉트로닉스 등 3곳의 아이폰 조립 업체를 두고 있다. 이 중 타타일렉트로닉스는 타타그룹 산하 전자 제조 부문 기업으로, 지난 2023년 대만의 위스트론으로부터 1억2,500만 달러(약 1,840억원)에 아이폰 제조 공장을 사들이면서 인도 최초의 아이폰 제조사가 됐다. 작년 11월에는 페가트론의 타밀나두주 첸나이 아이폰 제조 공장 지분 60%를 인수하기도 했다. 생산 능력을 잇달아 확장한 타타일렉트로닉스는 현시점 폭스콘과 함께 인도 아이폰 생산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현지 시장에 자리를 잡은 애플의 주요 제조·공급업체들을 환영하고 있다. 작년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은 인도에서 민간인에게 서훈하는 세 번째로 높은 훈장인 ‘파드마 부산’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인도 입장에서는 애플의 공급망 유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며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위태로운 상황인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는 엄청난 호재”고 설명했다.

사진=애플

주요 IB "인도 비중 커질 것"

시장에서는 앞으로 인도가 애플의 핵심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현재 애플 아이폰의 15%만 인도에서 생산되지만, 2027년에는 그 비중이 25%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휴대전화가 다이아몬드를 제치고 인도의 가장 큰 수출 제품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후 관건은 애플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생산 기지를 이전할 수 있을지다. 애플의 대중국 제조 의존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중국을 적대시하면 공급망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역시 애플에 있어 뇌관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관계가 냉랭한 것도 걸림돌이다. 2020년 인도와 중국 군대 사이에 치명적인 국경 충돌이 발생한 후, 인도는 틱톡을 포함해 수십 개의 중국 앱 이용을 금지하고 중국인의 직접 투자에도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일부 중국 기술자와 설비의 인도 이동을 방해해 폭스콘을 포함한 전자제품 생산 업체에 타격을 줬다. 아이폰 조립 공장에서 사용하는 특수 기계의 대부분이 중국어로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인도 제조업계를 공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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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으면 ‘지각비’ 내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먹구름 짙어져

“더 늦으면 ‘지각비’ 내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먹구름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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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완화책 좌초 위기
사업성 악화 우려, 리모델링 선회
재초환 폐지 가능성 원점 회귀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 도시 주민 사이에서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리더십 부재와 조기 대선 정국이 이어지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공을 들여온 정부의 정책이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무산이 유력한 정책으로는 재건축 특례법 제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 꼽힌다.

리모델링 규제 완화 가능성에 무게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후 도시 주민 사이에서는 재건축 회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주택 270만 호 공급을 목표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써 왔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책 동력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1기 신도시인 경기 안양 평촌의 한 아파트 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차기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방향이 정해질 수 있어 재건축파 주민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토로했다.

인근에 사무실을 둔 개업공인중개사도 “이번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두고 리모델링을 원하는 주민들과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린다”며 “그간 위축됐던 리모델링 측에서는 수직증축 등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주민들의 갈등이 재차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놨던 공약도 재건축을 바라는 노후 도시 집주인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당시 민주당은 △용적률 500%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재건축 안전진단 및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기준 완화 △ 세대 구분 리모델링 허용 △수직증축 리모델링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또 재건축 과정에서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한 기본주택으로 활용하고, 장기 거주 세입자에게는 청약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같은 방안들은 대부분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가구 수 증가가 많은 재건축은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노후 단지들로선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사업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감도/사진=목련2단지 리모델링조합

선도지구 경쟁 밀려난 단지들, 대응책 마련 분주

오랜 시간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온 단지들이 속속 리모델링을 결정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가 대표적 예다. 해당 단지는 최근 권리변동계획 확정총회를 열고 과반의 동의를 얻어 수평·별동 리모델링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195% 용적률의 994가구를 299.74% 용적률의 1,023가구로 바꾸는 게 골자다.

공사비는 3.3㎡당 778만원이며, 추정 비례율은 80.23%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은 전용면적 58㎡ 기준 4억7,9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추정치인 2억8,600만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을 택하면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지각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형욱 목련2단지 리모델링조합장은 “지금 리모델링을 취소해도 재건축을 바로 추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선도지구 경쟁에서 밀려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은 이주단지를 마련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평촌 50개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후순위 단지는 공사 착공 시점마저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해마다 공사비도 급증하는 만큼 빠른 사업 추진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정책 동력 상실 불가피

한편 현 정부에서 추진해 오던 법안들도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현재 국회에는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높여주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 요건을 75%에서 70%로 완화해 재건축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지만, 이를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여야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법안에 대해선 큰 틀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 일반법을 개정해 대상 사업장을 확대하느냐, 정부 방안대로 특례법을 새로 제정하느냐의 방법론에서만 이견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법안 심사는 일제히 멈춰 섰고, 조기 대선 국면에서 파급력이 큰 부동산 정책 관련 법안은 통과 여부가 더욱 불확실한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또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8,000만원이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폐지를 발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등 노후 도시 정비사업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사안은 집권당이 바뀌더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짚으며 “공공임대, 재초환 정비 등 세부적인 사안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주택 공급은 장기 정책인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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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머스크 조기 결별하나” 머스크, 노골적 ‘反관세’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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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직격한 머스크 "무관세 희망"
관세 부과 이후 사업 타격 직접적 원인일 듯
끊이지 않는 머스크 사임설, 동업자로선 여전히 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일론 머스크 X

미국 연방정부 대규모 구조조정과 국내외 극우정치 세력 지원 행보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곧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머스크가 권력을 버리고, 기업가로 컴백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머스크 떠날 시점 올 것, 아마 몇 달 후"

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론은 환상적이지만 운영해야 할 회사가 많다”며 “그가 가능한 한 오래 머물기를 바라지만, 떠나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도 몇 달 후”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스크 퇴임 후 각 부처 장관들이 완전히 인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두고 “저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는 똑똑한 사람이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그를 좋아한다”며 “그는 애국자이며 원하는 만큼 백악관에 머무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내각 각료를 포함한 측근들에게 “머스크가 곧 역할을 그만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쓰레기(garbage)”라며 부인했다. 머스크 역시 자신의 X에서 “완전한 가짜 뉴스(Completely fake news)”라고 일축했다.

반(反) 머스크 정서 확산 추세

하지만 최근 머스크가 사실상 '반(反)관세' 입장을 드러내면서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결별설이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Lega)'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유럽과 미국이 무관세란 이상적인 상황으로 나아가, 실질적인 유럽과 북미 간 자유무역지대 창출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하는 견해를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고 할 정도로 관세 정책을 선호한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제품에 10% 이상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교역국에는 국가별 상호관세(10%+α)를 물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한 관세는 20%가 책정됐다.

그간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뒤 침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반대로 해석될 수 공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와는 큰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식 연설에서 머스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하는 등 머스크와 브로맨스를 자랑했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테슬라 주가가 연일 급락하자 테슬라 전기차를 직접 사는 등 머스크를 위해 사실상의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꼬집은 배경으로 관세 부과 발표로 인해 머스크의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점을 꼽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영향으로 지난 3일 다른 주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주가도 급락하면서 머스크의 개인 자산은 110억 달러(약 16조원) 줄었다. 또 미·중 관세 전쟁으로 중국 내 대미 여론이 악화하면 테슬라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反) 머스크 정서도 부담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의 1등 공신으로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가 '공동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얻었으나, 행정부 내 견제와 더불어 전 세계에 반감을 사는 등 각종 악재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곳곳의 테슬라 매장에 시위대가 결집했으며, 이탈리아 로마 매장에서는 차량이 불타는 사태도 벌어졌다.

트럼프 '관세 책사', 유럽 무관세 주장 머스크에 "차 조립공"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불협화음 징후는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5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공개 저격했는데, X에서 한 이용자가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쓴 데 대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두뇌(brains)보다 자아(ego)가 큰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또 다른 X 이용자가 나바로의 통상정책이 옳다고 옹호하자, 머스크는 "그는 아무것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각 회의에서 여러 부처 장관이 머스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을 따로 불러 "머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머스크의 조기 사임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다만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동행을 마치더라도, 이들의 동업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최근 59억 달러(약 8조6,500억원) 규모의 미국 국방부 위성 발사 계약을 수주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로켓 회사와 미 정부 간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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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50% 관세 추가 부과" 격화하는 美·中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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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복 관세 부과한 중국에 '재보복' 시사
지정학적 질서 재편 위한 전략적 행보
"오히려 中에 좋은 꼴", 과도한 자충수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이 미국의 통상 장벽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재보복을 암시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中, 관세 철회 않으면 보복하겠다"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중국은 이미 기록적인 수준에 달하는 관세, 비화폐적인 관세, 불법적인 기업 보조금 지원, 대규모 장기적인 통화 조작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34%의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했다”며 “내가 경고했던 대로 만약 어떤 나라가 미국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해 기존의 장기적인 관세 남용을 넘어서는 보복을 한다면, 그 나라에 대해서는 기존에 설정된 관세보다 새로운 더 높은 관세가 즉시 부과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이미 장기적인 무역 남용을 초과하는 34%의 인상을 내일, 2025년 4월 8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4월 9일부터 중국에 대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또한 중국과의 모든 (관세 관련) 회담 요청은 종료될 것이고,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했으며, 최근 중국에 34%의 상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중국 역시 지난 4일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맞불을 놨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국의 대응에 대한 재보복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팀의 '내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수'가 지정학적 질서를 조정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제니퍼 번스 미 스탠포드대 경제사학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광기에 대처하는 법(There’s a Method to Trump’s Tariff Madness)'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관세 자체가 핵심이 아니며, 세계 경제 및 지정학적 질서를 파괴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려는 보다 야심 찬 계획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모두가 이 같은 계획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경우, 지난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리가(La Liga)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사실상의 자유무역지대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의 관세 계획 설계자로 불리는 백악관 수석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는 이 같은 일론 머스크의 주장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그는 7일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유럽 무관세를 주장하며 트럼프 관세 정책에 반대를 표했다’는 질문에 “백악관과 미국 국민 모두는 일론의 회사가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알고 있지만, 머스크는 해외 부품에 의존하는 자동차 조립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의 많은 부품이 일본, 중국, 대만에서 왔다”며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트럼프 팀'이 무리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내분을 겪고 있는 것이다.

美 통상 장벽, 中에는 이득?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지정학적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략적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함께 중국을 견제하던 서방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대EU 20%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프랑스 기업의 대미 투자를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캐나다도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 중국의 기술 발전과 독자 생태계 구축에 오히려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중국 빅테크들의 기술 자립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경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유행이 본격화하며 중국 소비와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관세 전쟁 속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했다.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이 같은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동남아 주요국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미국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보복전을 보면 알 수 있듯,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주 타깃은 중국"이라며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실패하고 거꾸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전적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구상인 듯싶으나,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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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일자리 먼저 때린다” 심상치 않은 실업급여 지급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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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서 2.1만 명 20개월째 감소
구직급여 신청 13.7만 명 4.6% 증가
실업급여 지급액·지급자, 4년來 ‘최고치’

고용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 3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폭은 3월 기준 통계 집계 이래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구직급여는 지급자와 지급액 모두 4년 만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건설업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같은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이 고용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는 모양새다. 기업들의 고용 여력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다.

3월 고용보험가입자 1% 증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아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4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4,000명(1.0%) 늘었다. 이는 3월 기준으로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던 1998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3월처럼 월별 기준으로 증가 폭이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경기 위축까지 겹치면서 고용 시장이 단기 회복이 어려운 침체기에 빠졌다는 평가다.

특히 건설업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만1,000명 감소한 75만4,000명을 기록하면서 20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업은 최근 발표된 건설수주나 건설경기지수 모두 크게 부진하다. 이 때문에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표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들 사업장이 줄면 근로자들이 고용 시장에서 일용직 등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이 일자리를 두고 더 심한 취업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제 1월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4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인당 일자리 구인배수 0.32 불과,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

기업의 일자리 공급도 다시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1인당 일자리 개수를 뜻하는 구인배수는 지난달 0.32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새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의 신규 구인 인원은 15만4,000명으로 지난해 3월 대비 4만5,000명(22.8%) 줄었으나, 신규 구직 인원은 48만 명으로 6만3,000명(15.2%)이나 증가한 탓이다. 구인배수는 1월 0.28로 충격이 온 뒤 2월에 0.40으로 반등했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 악화에 대비해 채용 문을 닫기 시작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1%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채용 계획이 있더라도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도 28.6%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 1위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영 긴축(51.5%)이 꼽혔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제조업이나 사업서비스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최근 경기가 부진한 산업을 중심으로 구인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추후 미칠 영향이지만 기업들이 미리 대비하기 위해 채용 수요를 많이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신청자 전년比 4.6%↑

이런 가운데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자는 3만8,000명(5.9%) 늘어난 69만3,000명에 달했다. 지급액도 815억원(8.4%) 늘어난 1조510억원으로 두 달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구직급여 지급액과 지급자 모두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급여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실업자가 증가하고 일자리 여건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다만 구직급여액은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로 인해 추세적으로 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채용 시장도 얼어붙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채용 공고의 평균 모집 인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4%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며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보류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전반적인 생산 둔화와 수출 여건의 악화를 들었다. KDI는 “건설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하며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광공업(1.0%)과 서비스업(0.1%)도 낮은 증가세에 그치며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3.4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며 소비 부진 흐름도 이어졌다.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도 했다. 2월 수출은 전월(0.7%)보다 높은 3.1% 증가했지만,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점차 조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서 다른 주요 품목들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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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유통망 확보 한계 '샤오미', 알뜰폰 시장 기웃 “점유율 0% 굴욕 씻을까”

韓 유통망 확보 한계 '샤오미', 알뜰폰 시장 기웃 “점유율 0% 굴욕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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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국내 알뜰폰 통신 사업 진출
KT엠모바일, 샤오미 신제품 알뜰폰 시장 첫선
매장 없는 ‘샤오미 스마트폰’, 유통망 확보 과제
사진=스피츠모바일

한국법인 설립 이후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샤오미가 오프라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자, 알뜰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무기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판매가 대세인 한국에서 알뜰폰 판매망 만으로는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 가전제품 연계 요금제로 승부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정체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카드로 알뜰폰을 낙점하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샤오미 한국총판인 스피츠는 지난 달부터 KT 통신망을 임대해 알뜰폰(MVNO) 브랜드 ‘스피츠모바일’을 출시했다. 지난 1월 샤오미가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를 알뜰폰 요금제와 결합해 판매한 데 이어, 국내 총판이 직접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 1월 KT엠모바일과 손잡고, 알뜰폰 통신요금 가입자가 2년 약정을 조건으로 매달 2만1,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면 40만원짜리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 기기를 공짜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스피츠모바일은 최근 알뜰폰 통신요금 가입 시 50인치 TV,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샤오미 가전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샤오미 초이스 요금제’를 선보였다. 업계는 샤오미가 향후 국내 출시하는 스마트폰 제품을 자사 총판이 운영하는 알뜰통신 요금제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0만원 '샤오미15 울트라' 요금결합 상품 나올까

특히 올 상반기 오픈 예정인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직접 제품 체험을 하고 샤오미 한국총판이 운영하는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샤오미의 오프라인 1호 매장 오픈을 기점으로 샤오미 스마트폰 제품들과 연계한 알뜰통신 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 출시될 '샤오미15 울트라'가 알뜰폰으로 판매될지도 관심사다. 샤오미 스마트폰 중 최고급 모델로 가격이 유럽 기준 1,499유로(약 237만원)부터 시작한다. 소비자들은 샤오미15 울트라가 알뜰폰 결합 상품으로 출시돼 구매 부담이 줄어들길 기대한다.

그러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알뜰폰업계가 프리미엄 제품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샤오미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유통채널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알뜰폰 시장은 합리적 가격대에 좋은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로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15 울트라 출시일 및 판매채널에 대해선 "미정"이라고 답했다.

샤오미가 최근 한국에 출시한 스마트폰 ‘샤오미 14T’/사진=샤오미코리아

장기적 성공 가능성은 "글쎄"

샤오미가 알뜰폰 사업자와 손잡은 이유는 ‘기기도, 요금도 저렴하다’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중저가 AI(인공지능)폰에 알뜰 요금제를 더하면 가성비 전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통3사의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난항을 겪는 점도 알뜰폰과 손잡은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국내 이통 3사는 샤오미 제품 판매에 미온적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샤오미 같은 외산폰 보다 장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국내 제조사와 협력이 리스크 관리나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샤오미는 이통사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수요가 몰리는 알뜰폰 시장에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두고는 업계 내 회의론이 팽배하다. 프리미엄폰 소비 비중이 큰 시장에서 저가폰 공세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 샤오미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2024년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이 80%, 애플이 19%, 기타 브랜드는 1%로 삼성·애플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은 0~1%대로 추정된다. 중저가폰 시장 역시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가 주도하고 있어 틈새시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프터 서비스(AS) 측면에서도 삼성에 밀린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샤오미가 알뜰폰과 연계한 중저가폰 판매 전략을 쓰는 것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차선책”이라며 “한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통신사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샤오미 울트라15′ 같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샤오미가 아무리 가성비를 내세워도 자급제폰 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선 마케팅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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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도 높아졌다" 고도화하는 北·中 사이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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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해커들, AI 기술 앞세워 공격 확대
MS "해커들, 생산성 제고에 AI 사용"
구글,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경계 강화

북한과 중국 연계 해커 조직이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전 세계 주요 산업·기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사이버 공격 기술이 눈에 띄게 고도화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들의 동태를 주시하며 경계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AI 기술, 사이버 무기로

8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최근 250개 이상의 공격 세력과 140개의 새로운 활동 클러스터를 추적한 ‘2025 글로벌 위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과 연계된 해커 조직의 사이버 공작은 전년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금융·미디어 등 핵심 산업 분야를 겨냥한 표적 공격은 최대 300%까지 늘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도 급증세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북한 연계 조직 ‘페이머스 천리마(Famous Chollima)’가 지난해에만 300건이 넘는 공격을 감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0%는 내부자 권한을 악용한 방식이었다. 정상적인 직원으로 위장해 기업 시스템에 접근한 뒤 악의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보안 체계를 우회한 것이다.

보고서는 AI를 결합한 사회공학적 공격, 특히 보이스피싱 기법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사칭 메일 등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442% 증가했으며, 악성코드 없이도 자격 증명을 탈취하는 등의 수법이 다수 포착됐다. 애덤 마이어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공격 대응 작전 총괄은 “AI 기반 전술의 급속한 무기화는 보안 접근 방식을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공격 세력은 신원 정보를 탈취하고, 여러 도메인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기존 보안 체계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어떻게 활용했나

북한·중국 해커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산업계 전반에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지난해 MS는 북한 정찰총국 연계 해커 조직 '에메랄드 슬릿(Emerald Sleet)'이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해 해킹 활동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탐지했다. 이 집단은 일명 ‘킴수키(Kimsuky)’라 불리며 악명을 떨친 곳으로, 킴수키 이외에도 ‘탈륨’, ‘벨벳’, ‘천리마’ 등의 이름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러시아 군사정보기관과 연결된 '숲의 눈보라(Forest Blizzard)', 이란 혁명수비대의 '진홍빛 모래바람(Crimson Sandstorm)', 중국의 '숯 태풍(Charcoal Typhoon)' 등이 사이버 공격에 AI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해커들은 평판이 좋은 학술 기관이나 NGO를 사칭해 특정인을 목표로 하는 피싱 공격인 ‘스피어 피싱’을 벌였다. 북한에 대한 지식을 가진 개인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 오픈AI의 LLM을 활용해 피해자가 답장을 보내도록 유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 해커들은 부비트랩이 설치된 웹사이트에 저명한 페미니스트를 유인하기 위해 LLM을 사용했고, 중국 해커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정보기관을 견제하거나 사이버 보안 문제, 특정 인사에 대한 질문을 할 때 LLM을 시험했다.

MS는 해커들의 자사 AI 툴 사용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판단했다. MS는 “해커 집단들의 챗GPT 이용 사실을 감지하고, 이들의 사이트 접근을 차단했다”며 “이들이 새로운 공격 방법을 찾아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커들도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처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오픈AI를 사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의 '경계 태세'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안 위협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위기감 역시 가중되는 추세다. 일례로 구글의 경우, 보안 이슈에 민감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중심으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루크 맥나마라 구글 위협 인텔리전스 그룹 부수석 애널리스트는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보안의 날' 행사에서 북한, 중국 등이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이버 공격자들은 AI를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분석하고, 악성 코드 및 스크립트를 더 빠르게 생성하고, 설득력 있는 피싱 이메일을 자동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고도로 자동화된 사이버 공격이 대규모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맥나마라 애널리스트는 이어 "구글 클라우드는 AI 기반 보안 솔루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를 활용한 위협 탐지 기능을 강화해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랜섬웨어와 제로데이 공격 등 고도화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기술과 전략을 한국의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자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인수합병(M&A)을 통한 보안 역량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구글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약 4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배경에 대해 구글은 " AI 시대에 빠르게 성장하는 2개의 큰 트렌드인 개선된 클라우드 보안과 '멀티 클라우드' 활용 능력을 가속하기 위한 구글 클라우드의 투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대규모 데이터에서 보안 위험을 찾아내 제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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