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패권 경쟁] 캐나다 북서항로 내수 주장에도 주요 항로 측량 44.7%, 연중 감시 체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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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있어도 군함 활동 해역 정보는 부족 1969년 취역 쇄빙선, 여전히 최강 전력 통행 선박 증가에 수색구조 수요도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 북서항로에서 발생한 선박 좌초 사고를 계기로 북극 해역의 부실한 수심 측량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캐나다 퀘벡주 베코모로 향하던 네덜란드 일반화물선 탐스보르호가 프랭클린해협에서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걸려 멈춰 섰다. 승선 인원 17명 모두 무사했고 기름 유출도 없었지만, 선박이 33일간 암초에 걸려 있는 동안 캐나다 해안경비대는 가을철 결빙이 시작되기 전에 화물을 덜어 내고 선박을 이동시키기 위해 구난 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캐나다 수로국에 따르면 2023년 3월 현재 현대 측량 표준에 맞춰 수심 측량을 마친 곳은 캐나다 북극 수역의 15.8%, 주요 항로에서도 44.7%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존 해도마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캐나다 수로국은 북서항로를 포함한 북극 수역 전체의 해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과거 일부 지점에서 측정한 수심이나 소수 선박의 항해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오래된 천문 측량 자료로 작성한 해안선은 실제 위치와 수 킬로미터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항해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은 캐나다의 북극 해역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캐나다는 북서항로를 자국 내수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감시 역량을 확충했음에도 겨울철 결빙 해역까지 상시 감시하고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운 회랑 수심 조사, 1년 새 2%p 진전
북극 해역의 수심 측량은 진척이 더디다. 앞서 언급한 측량률 15.8%는 캐나다 북부 선박교통구역 전체를, 44.7%는 정부가 선박 운항을 권장하는 '저영향 해운 회랑'의 주요 항로를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캐나다 수로국이 북극지역수로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월 42.6%였던 회랑 측량률은 1년 동안 2.1%p 오르는 데 그쳤다. 이후 지난달까지 추가 통계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캐나다 수로국에서 34년간 근무한 데이비드 H. 그레이는 올해 캐나다해군협회 기고문에서 최신 항행통보에 제시된 북극 수역의 측량률도 여전히 15% 안팎이라고 지적했다. 북극 제도의 측량 가능 기간이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약 두 달로 짧고, 연료와 장비를 남부에서 운송해야 하는 점도 작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측량이 저영향 해운 회랑에 집중되다 보니 군함이 활동해야 하는 해역은 여전히 정보 공백 상태다. 회랑은 상선이 안전하게 지나도록 정부가 정한 항로여서 측량도 이 경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군함은 다른 선박을 감시하거나 추적하려면 회랑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운용하려면 해저 지형까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회랑 밖 해역의 위험은 사고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캐나다 북극 수역에서 발생한 선박 좌초 8건 가운데 2건이 지난해에 집중됐고, 2018년에는 여객선 아카데믹 이오페호가 부시아만에서 좌초하는 사고도 있었다.
순찰함 6척 확보, 6~10월에만 출동
북극 해역의 감시와 순찰도 결빙 시기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캐나다 해군은 지난해 8월 21일 로버트 햄프턴 그레이함을 인도받으면서 해리 드울프급 북극·연안 순찰함 6척을 모두 확보했다. 해군이 25년 만에 처음 도입한 신형 함급으로, 극지 운항 등급 PC5(폴라 클래스 5)에 해당한다. 다만 해리 드울프급이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얼음은 그해 생긴 두께 120cm 이하의 1년생 얼음까지다. 보급을 받으며 연속으로 작전할 수 있는 기간도 최대 4개월에 그친다. 이 때문에 캐나다는 2021년부터 결빙이 덜한 6~10월에만 북극 해역에 순찰함을 배치해 왔다. 1년 내내 해역을 감시하기에는 운용 기간이 짧은 셈이다. 그나마 순찰이 가능한 기간마저 줄고 있다. 2024년 앨리슨 쿡·재키 도슨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북극 고위도에서 여러 해 동안 녹지 않은 두꺼운 다년생 해빙이 북서항로로 밀려들면서 선박이 항행할 수 있는 기간이 오히려 짧아졌다.
순찰함이 통과하기 어려운 두꺼운 해빙을 제거하는 임무는 해안경비대가 담당한다. 캐나다 해안경비대는 지난해 9월 2일 국방부 산하로 이관됐지만 민간 특별운영기관으로서의 기존 임무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가장 강력한 쇄빙선은 1969년 취역한 루이 S. 생로랑호로, 노후 선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극지 쇄빙선 2척을 발주했다. 다비 조선소는 32억5,000만 캐나다달러(약 3조1,390억원) 규모의 쇄빙선을 2030년까지, 시스팬은 31억5,000만 캐나다달러(약 3조430억원) 규모의 쇄빙선을 2032년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해안경비대용 해리 드울프급 순찰함 2척도 올해와 내년 완공을 앞뒀다. 하지만 신형 쇄빙선이 본격 투입되기 전까지는 겨울철 북극 해역에서의 활동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8A 초계기 인도 2027년으로 연기
해상 전력뿐 아니라 항공 감시 체계도 노후 장비 교체와 신규 전력 도입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작전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캐나다가 운용하는 해상초계기 CP-140 오로라 14대는 1980년 도입돼 2030년 퇴역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3년 11월 후속 기종인 P-8A 포세이돈 14대를 구매하고 2대를 추가 도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첫 인도 시점은 2027년으로 미뤄졌으며, 완전한 작전 능력은 2033년에야 확보할 전망이다. 배치 기지의 위치도 걸림돌로 꼽힌다. P-8A가 배치될 노바스코샤주 그린우드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코목스는 각각 캐나다 동부와 서부 해안에 있어 북극과 멀리 떨어져 있다. 기지와 북극을 오가는 데 비행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북극 상공의 감시 시간을 늘리려면 북부 전진기지나 비행 중 연료를 보충하는 공중급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북극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망은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현대화 사업을 통해 보강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향후 20년간 386억 캐나다달러(약 37조2,850억원)를 투입해 북극·극지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호주 기술을 적용한 신형 레이더의 첫 송신·수신 시설 부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동맹국과의 공동 작전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나누크-투가알리크 2026' 훈련에서는 캐나다 로버트 햄프턴 그레이함과 미국·프랑스·덴마크 함정이 북극 수역에서 합동 작전을 펼쳤다. 다만 전력 확충과 동맹 협력에도 신규 초계기와 레이더망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는 감시 공백이 불가피하다.

나니시빅 해군 시설 운영 중단
북극 해역에서 장기간 작전을 이어가기 위한 해군 지원시설도 부족하다. 캐나다 정부는 2007년 북극 주권 강화를 위해 나니시빅 해군기지 건설을 발표했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당초 2012년으로 예정됐던 개장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여러 차례 연기됐으며, 캐나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유지·관리만 하는 상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억1,000만 캐나다달러(약 1,060억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정상 운영에는 2억 캐나다달러(약 1,930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캐나다 감사원도 2022년 보고서에서 연료 탱크에 난방 설비가 없어 시설을 연간 약 4주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니시빅 기지가 가동되지 않더라도 북서항로에서 해군 작전은 가능하다는 게 캐나다 국방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간 주둔하려면 연료·식량 보급과 승조원 교대, 함정 정비를 지원할 시설이 필요하다. 해리 드울프급 순찰함은 최대 4개월간 작전할 수 있지만, 현지 지원시설이 부족해 보급이나 수리가 필요하면 남부 모항으로 복귀해야 한다. 캐나다 정부는 국방정책 보고서 '우리의 북부, 강하고 자유로운(Our North, Strong and Free)'에서 향후 20년간 북부 작전지원 거점에 2억1,800만 캐나다달러(약 2,11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평균 1,100만 캐나다달러(약 106억원)에도 못 미쳐 기존 공항과 창고 등 지원시설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완전 통과 운항 2023년 41회 역대 최다
북서항로의 선박 운항이 늘면서 캐나다의 해상 안전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콧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북서항로 전 구간의 통과 운항은 2023년 41회, 2024년 38회로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버드대 벨퍼센터의 저스틴 반스는 2020~2024년 북서항로 완전 통과 운항 117회 가운데 48회가 요트 등 민간 선박이었다고 분석했다. 광산과 북부 지역 마을을 오가는 선박도 증가해 1990~2019년 캐나다 북극 수역의 운항 횟수는 3배 이상 늘었다. 캐나다는 북서항로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선박의 안전한 항행도 보장해야 하는 처지다.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려면 사고 현장에 신속히 닿을 수 있는 수색구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북부 현지에서 수색구조 역량을 보완할 인력으로는 캐나다 레인저가 꼽힌다. 레인저는 북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예비군 부대로, 220곳이 넘는 공동체에서 약 5,000명이 활동하며 광범위한 북극 지역의 순찰을 맡는다. 올해 '나누크-타쿠니크 2026' 훈련에서도 레인저가 참여한 공중·지상 훈련이 여러 차례 실시됐다. 그러나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작업은 여전히 항공기와 함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북극 원주민인 이누이트와 협력해 감시망을 확대하고, 북부 지역에 건설하는 시설을 군사 작전뿐 아니라 물자 수송과 수색구조에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는 탐스보르호가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고 결론지었다. 북서항로를 자국 내수로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 바다의 수심조차 다 파악하지 못한 현실이 사고로 드러난 셈이다. 캐나다가 순찰함 6척을 확보하고 신형 초계기와 쇄빙선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주요 항로의 측량은 아직 절반에 못 미치고 함정이 머물 시설도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캐나다가 북서항로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확보하려면 군사 장비 확충과 함께 정밀 해도 작성과 북부 기반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Canada’s Northwest Passage: Sovereignty, Surveillance and the Limits of Arctic Defens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