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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국가 아닌 민영기업·학계가 이끈 中 혁신, 이미 앞선 태양광엔 관세도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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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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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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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대학 중심 연구 저변 확대, 수출통제 효과 반감
웨이퍼 생산능력 97% 장악, 보호무역 실효성 의문
EU 전기차 수입 장벽 연장 여부, 2029년 판가름

중국의 기술 발전은 그동안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국유기업 중심의 산업 육성이 이끈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7월 공개한 워킹페이퍼에서는 민간기업과 대학의 역할이 더 두드러진다.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출원한 특허 가운데 국유기업과 정부기관의 비중은 4%에도 못 미친 반면, 민간기업은 절반 이상, 대학은 27%를 차지했다. 특히 대학의 비중은 미국의 3.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NBER의 분석 결과는 중국을 기술 후발국으로 바라보는 서방 국가들이 기존 인식을 바꾸고 통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을 싣는다.

출원 주체 분산에 수출통제 표적 흐려져

NBER 연구진은 중국 특허 약 1,400만 건을 분석해, 중국의 특허 실적이 실제 기술력보다 부풀려졌다는 기존 주장을 검증했다. 그동안 근거로 꼽혀 온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핵심 특허가 자체 역량보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귀국한 인재들의 성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가 실적을 위해 특허 출원을 독려하면서 특허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핵심기술 특허 가운데 미국 경력이 있는 발명자가 참여한 비중은 10%에도 못 미쳤고, 특허의 질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뚜렷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2006~2021년 주요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 특허의 중요성이 미국에 비해 높아졌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첨단 연구에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림 1. 중국은 2007년 미국을 추월한 뒤 격차를 크게 벌렸다.

중국에서는 특허의 품질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2011년 유럽 경제정책 포털 복스EU(VoxEU)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85~2006년 중국 제조업체 2만 곳이 출원한 특허 중 3분의 1은 화웨이, 10%는 ZTE에 집중됐다. 당시 연구진은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중국이 모방 중심에서 기술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NBER의 최근 분석에서는 중소기업과 대학의 참여가 크게 확대된 양상이 나타난다. 특허 출원 주체의 다변화는 미국의 수출통제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허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면 2019년 화웨이 제재처럼 특정 기업을 겨냥할 수 있지만, 수천 개 중소기업과 대학으로 연구개발이 분산된 상황에서는 제재 대상을 특정하기가 그만큼 까다로워진다.

정부 지원 업고 배터리 대량생산 기반 확보

물론 민간기업과 대학이 특허 출원을 주도한다고 해서 중국 정부의 역할이 작은 것은 아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연구개발(R&D) 지출은 3조6,130억 위안(약 738조원)으로 전년보다 8.9%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69%로 유럽연합(EU)의 2.11%를 웃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3%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러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핵심기술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은 64개 핵심기술 가운데 31개 분야에서 영향력 높은 연구 성과를 가장 많이 낸 기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는 따로 따져봐야 한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중국 대학이 핵심기술 특허의 27%를 차지하지만, 상용화율은 여전히 낮다.

그림 2. 중국의 특허 공개 건수는 이제 미국 전체를 크게 앞선다.

반면 배터리와 태양광은 중국이 기술 개발 성과를 실제 생산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기술 개발 단계부터 기업의 생산 규모 확대를 뒷받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국의 태양광 공급망 신규 투자 규모는 유럽의 10배에 이른다. 태양광 발전 비용이 80% 넘게 하락한 데도 중국의 산업정책이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민간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시설을 늘리며 기술력을 키웠다. 서방에서는 중국의 산업정책을 단순한 보조금 지급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생산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쌓인 대량생산 경험은 서방 기업이 갖추지 못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

기초연구는 열세, 2차전지는 세계 선두

첨단기술 전반으로 넓혀 보면 중국의 성과는 분야마다 엇갈린다. ASPI에 따르면 중국은 2019~2023년 64개 핵심기술 중 57개 분야에서 영향력 높은 연구 성과를 주도했지만, 양자컴퓨팅과 백신·의료 대응, 유전공학, 자연어처리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앞섰다. 기초연구 역량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 중국의 전체 R&D 지출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한 비중은 6.91%에 불과했다. 응용기술과 제품 개발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초연구에서는 미국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또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핵심 부품도 여전히 한국과 네덜란드, 일본, 미국, 대만 등에 의존한다.

반면 배터리와 태양광에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과 BYD의 점유율은 각각 37.9%, 17.2%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태양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태양광 공급망의 모든 생산 단계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2021년 웨이퍼 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97%에 이르렀다. 배터리와 웨이퍼는 자동화 설비와 대규모 자본이 뒷받침돼야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인 만큼,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저임금보다 설비 투자와 생산 기술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美·유럽 대중 규제에도 경쟁력 격차 여전

중국 기업이 장악한 배터리와 태양광은 미국과 유럽이 관세 장벽을 높인 분야이기도 하다. 관세로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막는 동안 자국 기업이 생산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4년간 검토 끝에 2024년 9월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전기차 배터리에 25%, 태양전지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EU도 같은 해 10월 30일부터 5년간 기존 자동차 관세 10%에 더해 BYD에 17.0%, 지리에 18.8%, 상하이자동차(SAIC)에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 이미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 앞선 상황에서 관세만으로 이러한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관세의 반사이익을 본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는 고전 중이다. 두 나라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제 혜택을 발판 삼아 현지 생산시설을 늘렸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23년 1~11월 13.8%에서 2024년 같은 기간 11.6%로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6.9% 증가했지만 전체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다.

강점 분야 집중·중국 기술 활용론 부상

관세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자국의 강점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과 중국 기술의 선별적 도입이 거론된다. 미국은 양자컴퓨팅과 바이오, LLM 등 우위를 확보한 분야에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하고, 배터리와 태양전지 관세는 군수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범위에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다. 이에 포드는 2023년 중국 CATL의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의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게다가 중국이 지난해 7월 배터리와 리튬 가공 기술을 수출통제 목록에 추가하면서 기술 도입의 문은 한층 좁아졌다. 중국이 기술 유출을 막고 나선 상황에서 미국 스스로 중국 기술 활용까지 제한하면서, 자국 기업이 앞선 기술을 익힐 기회만 잃은 셈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업조차 마땅치 않다. 유럽 배터리 산업의 기대주였던 스웨덴 노스볼트는 2024년 11월 미국에서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스웨덴에서 파산했다. 이에 EU가 과거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을 참고해 역내 생산을 확대하고 유럽 공급업체와 연구인력 활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 소재·장비와 차세대 배터리처럼 이미 앞선 분야가 있는 만큼,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이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 하락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기술 혁신이 국유기업보다 민간기업과 대학에서 나오는 만큼, 국유 부문만 겨냥한 제재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이 배터리와 태양광에서 거둔 성과를 첨단 반도체나 항공기 엔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산업마다 중국의 경쟁력이 다른 만큼, 2029년 10월까지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 EU도 분야별 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ese Innovation Has Outgrown Catch-Up Industrial Polic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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