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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패권 경쟁] 美·캐나다 북서항로 지위 다툼 38년째 결론 보류, 군함·중러 선박 통항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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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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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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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역사적 내수', 워싱턴은 국제해협 주장
역대 통과 화물선 63척 중 44척, 최근 6개 시즌 집중
인정 땐 러시아 북극항로 견제 명분 약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공동 운영하는 긴밀한 안보 동맹이지만,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를 두고는 1960년대부터 대립해 왔다. 캐나다는 북극 제도 사이를 지나는 북서항로를 역사적으로 자국에 속한 내수로 간주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해협이라는 입장이다. 양국의 갈등은 1985년 미국 해안경비대 쇄빙선 폴라시호가 캐나다의 허가 없이 북서항로를 통과하면서 본격화됐고, 캐나다는 이에 맞서 북극 제도 외곽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을 설정해 그 안쪽 수역을 내수로 선언했다. 이후 양국이 1988년 1월 각자의 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쇄빙선 운항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북극협력협정이다.

당시에는 선박 통항이 드물어 법적 지위를 확정하지 않고도 갈등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상업적 이용이 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폴라시호 함장을 지낸 로슨 브리검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학술지 기고문에 따르면 1903년 로알 아문센의 첫 통과부터 2024년까지 북서항로를 통과한 선박은 430척으로, 이 가운데 화물선은 63척이었다. 특히 화물선 44척이 최근 6개 운항 시즌에 집중됐다. 북극 해빙 감소로 이러한 화물선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북서항로를 국제해협으로 보는 미국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1986년 직선기선 발효, 잠수함·항공기 항행권 쟁점

캐나다는 미국 선박이 북서항로를 통과할 때마다 자국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1969년 미국 유조선 맨해튼호가 북서항로를 통과하자 캐나다 정부는 이듬해 북극해역오염방지법을 제정하고 북극 연안에서 100해리 이내의 선박 운항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해양오염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조치다. 그러나 1985년 폴라시호가 캐나다의 허가 없이 북서항로를 지나자, 캐나다는 한발 더 나아가 북극 제도 외곽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을 설정해 해당 해역을 자국 내수로 묶고, 1986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선기선은 해안의 바깥쪽 지점을 연결해 영해의 기준을 정하는 선으로, 그 안쪽 바다는 내수로 간주된다. 캐나다는 이를 근거로 북극 제도 사이를 지나는 외국 선박에 사전 허가를 요구하거나 통항을 제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 1. 캐나다의 직선기선은 북서항로 양쪽 끝을 막고 있어, 미국 선박은 기선을 무시하거나 1988년 협정의 동의 방식에 따라 항해했다.

그러나 직선기선을 설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캐나다의 내수 주장이 국제법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8조는 직선기선 설정으로 새롭게 내수에 편입된 해역에서도 기존에 인정되던 외국 선박의 무해통항권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가 외국 선박의 통항을 제한하려면 직선기선 설정 이전부터 해당 해역을 자국 내수로 관리해 왔다는 '역사적 권원'을 입증해야 한다. 역사적 권원을 인정받으려면 장기간 해당 수역에 대한 권한을 행사했고 다른 국가들도 이를 묵인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캐나다의 주장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국제해양법 전문가 J. 애슐리 로치와 로버트 W. 스미스의 기록에 따르면 미국은 1986년 1월 10일과 2월 26일 캐나다의 직선기선 설정에 공식 항의했다.

미국이 북서항로를 국제해협으로 규정하려는 이유도 해역의 법적 지위에 따라 외국 선박의 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제해협으로 인정되면 외국 선박에는 무해통항보다 폭넓은 '통과통항권'이 보장된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는 통항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으며, 잠수함의 수중 항행과 항공기의 상공 통과도 허용해야 한다. 일반 영해에서는 일정한 조건 아래 무해통항을 일시 중단할 수 있지만, 국제해협에서는 통항을 중단할 권한도 제한을 받는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음에도 관련 항행 규정을 국제관습법으로 인정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캐나다의 직선기선 설정을 과도한 해양 관할권 주장 사례로 분류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도 2019년 5월 북극이사회 회의에서 캐나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코르푸해협 판결, 최소 운항 횟수 기준 없어

북서항로가 국제해협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1949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코르푸해협 판결이 주요 기준으로 거론된다. 당시 ICJ는 두 공해 수역을 연결하고 실제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을 국제해협으로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통항량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외국 선박의 통항 실적이 있으면 국제해협으로 인정된다고 보는 반면, 캐나다는 장기간 지속적인 국제 항행이 이뤄졌다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서항로를 이용하는 외국 선박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민간 요트와 크루즈선이어서 국제 교역로로서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캐나다는 2010년 7월부터 총톤수 300톤 이상 선박에 북부 선박교통관리체계(NORDREG) 운항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항로 관리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운항 보고 의무화는 항로 관리 수단일 뿐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를 가르는 결정적 근거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림 2. 북서항로 통과 선박은 요트가 대부분이고 화물선은 시즌당 몇 척에 그쳐, 국제해협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를 좌우할 변수로는 실제 국제 통항량이 꼽힌다. 북극이사회에 따르면 2023년 극지 운항 국제규칙(폴라코드)이 적용되는 북극 해역에서 운항한 선박은 1,782척으로 2013년보다 37%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41%는 어선이어서 북서항로를 통과하는 국제 화물선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서항로 통항량에 영향을 미칠 해빙 감소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북극 해빙 면적은 460만㎢로 관측 이래 공동 10번째로 작았다. 다만 최근 19년간 9월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 수준에서 정체돼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해빙 감소가 곧바로 북서항로의 국제 교역 확대와 법적 지위 변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그림 3. 북극 운항 선박은 12년 새 40% 늘었지만, 북서항로 통과 운항은 얼음 상태와 캐나다 규정에 따라 연 3~41회를 오갔다.

이누이트 점유 기록이 주권 근거, 사법 판단은 아직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에는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의 오랜 해역 이용 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는 북극 제도 사이의 바다가 역사적으로 자국 내수였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 해역을 오랫동안 생활 터전으로 삼아 온 것은 이누이트다. 누나부트 토지청구협정 제15조도 캐나다의 북극 제도 수역 주권이 이누이트의 이용과 점유에 근거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연방정부가 지원한 조사 결과도 이누이트가 해당 해역을 오랫동안 이용해 온 사실이 확인된다. 이누이트환극지위원회(ICC) 캐나다 지부에서 활동한 테리 펜지는 누나부트 협정을 북극 주권을 직접 언급한 유일한 현대 조약으로 평가했다. 이누이트의 역사적 이용 기록은 캐나다가 북서항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중요한 근거인 셈이다.

이누이트는 앞으로 북서항로의 통항 규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주요 이해당사자다. 캐나다 외교부는 북극 주권과 원주민 자치권을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누이트 누난갓 정책'에 따라 이누이트 조약 단체는 국제무대에서 캐나다를 대표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 2019년 폼페이오 당시 장관이 캐나다의 북서항로 주장을 비판하자 ICC 캐나다 지부의 모니카 엘카나유크는 이 해역이 이누이트의 고향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빙으로 덮인 바다에 대한 역사적 점유가 국제법상 어떤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나온 적이 없다. 미국과 캐나다가 2024년 시작한 보퍼트해 경계 협상에서도 해당 문제는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1988년 합의는 쇄빙선 한정, 법적 이견 그대로

미국과 캐나다는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지만, 1988년 1월 11일 북극협력협정을 체결해 갈등을 봉합했다. 1985년 미국 쇄빙선 폴라시호의 통항으로 갈등이 불거진 지 약 2년 반 만이다. 협정에 따라 미국 쇄빙선은 캐나다 정부의 동의를 받아 북극 수역을 통과하고, 양국은 쇄빙선 운항과 북극 연구에 협력한다. 다만 협정에는 해양법에 관한 양국의 기존 입장과 제3국에 대한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다. 협정문에 '캐나다가 내수라고 주장하는 수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미국이 캐나다의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3개월 전에 통보하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협정 체결 이후 미국 쇄빙선은 캐나다의 동의를 받아 북서항로를 이용해 왔다. 2021년 미국 해안경비대 힐리호의 통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동의를 받는 운항 관행이 이어졌어도 북서항로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이견은 그대로다. 협정의 적용 대상도 양국 쇄빙선에 한정돼 미국 군함이나 제3국 선박의 통항 문제는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나 러시아 선박이 캐나다의 동의 없이 북서항로를 이용하면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역시 캐나다와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해군이나 해안경비대 함정을 북서항로에 보내 통항 권한을 둘러싼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 공조 절실, 미군 함정 대상 별도 협정 거론

미국도 북극 안보를 위해서는 캐나다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광대한 북극 해역을 미국 단독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만큼 캐나다가 북서항로의 순찰과 방어를 맡으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든다. 캐나다는 NORAD 현대화에 386억 캐나다달러(약 37조2,720억원)를 투입하고, 북극 해빙 아래에서 작전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도 최대 12척 도입할 계획이다. 캐나다가 북서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면 중국과 러시아 군함의 진입을 제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러시아 군함의 진입을 막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미국이 캐나다의 내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걸림돌은 같은 논리로 북극항로를 통제하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주요 해협을 내수로 규정하고, 결빙 해역에 대한 연안국의 규제 권한을 인정한 유엔해양법협약 제234조를 근거로 선박 운항을 규제한다. 통항 허가제 적용 범위도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까지 넓혀 놓은 상태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의 통항 허가제에 반대해 왔으며, 1967년에는 소련의 통항 거부로 미국 쇄빙선의 북극 일주 항해가 무산되기도 했다. 반세기 넘게 러시아의 통항 통제에 맞서 온 미국이 캐나다의 같은 주장만 받아들이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양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군 함정의 통항을 허용하는 별도 협정을 맺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캐나다는 역사적 내수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은 북서항로를 국제해협으로 보는 입장과 러시아의 통항 규제에 대한 반대 논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극 해역의 항로 이용이 확대될수록 통항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1988년 북극협력협정이 해결하지 못한 군함과 제3국 선박의 통항 문제가 앞으로 양국 협력의 주요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rctic Maritime Strategy] Who Controls the Northwest Passage? Canada, the U.S. and Arctic Navigation Right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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