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inancial
  • [딥파이낸셜] 넥스페리아 사태로 드러난 M&A 심사 사각지대, 비용은 제3자 몫

[딥파이낸셜] 넥스페리아 사태로 드러난 M&A 심사 사각지대, 비용은 제3자 몫

Picture

Member for

1 year 5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Modified

사모펀드 인수 뒤 협력사 이윤 압박·경쟁사 물량 잠식
칩 소유권 분쟁, 유럽 완성차 생산 차질 우려
EU 새 지침 초안, 위기 대응력은 승인 명분 위주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인수 대상 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와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합병을 승인하는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는 주로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사업 영역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에 속한 다른 기업들이 겪을 변화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공급망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합병이 완료된 뒤 수년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들이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많지 않다. 현행 합병 심사의 핵심 기준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다. 경쟁당국은 시장점유율과 사업 중복 정도, 고객의 예상 반응 등을 토대로 합병 이후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을 줄이고 경쟁사를 배제할 가능성을 검토한다. 부품 공급업체를 인수하는 수직결합이라면 경쟁사에 대한 공급 제한 가능성도 심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합병으로 협력업체의 수주와 설비투자 계획이 바뀌고 다른 기업의 생산비용까지 증가하는 문제는 기존 심사 기준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바이아웃 여파 납품업체 넘어 동종 기업까지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5월 발표한 워킹페이퍼에서 드러난다. ECB는 소규모 비상장기업까지 포함된 벨기에의 기업 간 거래 자료를 활용해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의 납품업체와 그렇지 않은 기업의 납품업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의 납품업체는 인수 이후 수년간 매출이 약 8%, 고용이 약 4% 더 높았다. 이는 인수된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협력업체에 대한 발주를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그림 1. 사모펀드 인수 전에는 납품업체 간 차이가 없다가 인수 뒤 격차가 벌어졌으며, 고용보다 매출에서 차이가 컸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사모펀드 인수가 협력업체에 주던 긍정적 효과가 대부분 사라진다. 오히려 납품업체의 이익률이 약 8% 떨어졌다. 사모펀드가 비용 절감을 위해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거래처를 재편한 영향이다. 단가 인하 압박은 대체 가능한 부품을 공급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속한 업체에 집중됐다. 인수 주체가 규모가 크고 경험이 풍부한 사모펀드일수록 단가 인하 요구가 거셌고, 기존 협력업체와 아예 거래를 끊는 사례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인수의 영향은 인수 대상 기업의 경쟁사로도 확산됐다. 인수된 기업이 기존 납품업체에 발주를 늘리면 같은 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경쟁사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합병 심사에서 이런 경쟁사는 거래와 무관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시장 경쟁이 유지돼 오히려 득을 보는 쪽으로 판단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믿고 있던 납품 물량을 잃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림 2.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경쟁사도 납품업체의 생산능력을 잃을 수 있다.

美·네덜란드·中 맞대응, 불똥은 자동차 업계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 사태는 M&A에 따른 소유권 변화가 거래와 무관한 기업에까지 공급망 위험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넥스페리아는 차량의 스위치와 조향 제어 장치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자동차 한 대에 이 회사의 반도체가 수백 개씩 들어간다. 2019년부터 중국 윙텍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왔지만,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면서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지난해 9월 30일 넥스페리아 경영진이 생산시설과 자금, 기술을 해외 계열사로 이전했다는 우려를 근거로 1952년 이후 처음 '물자가용법'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자산과 지식재산권, 인력에 관한 이사회 결정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권한을 갖는다. 암스테르담 항소법원 기업재판부도 별도로 최고경영자(CEO)의 직무를 정지하고 임시 이사를 선임했으며, 1주를 제외한 모든 주식을 수탁자에게 넘겼다.

네덜란드 정부가 개입한 배경에는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윙텍이 이미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인 상황에서 규제 범위를 자회사로 확대하는 조치가 나오자, 넥스페리아도 제재 대상에 오를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당국에 CEO 교체를 예외 적용 유지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네덜란드 정부의 개입에 맞서 넥스페리아 공장의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자, 파장은 자동차 업계로 번졌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지난해 10월 중순 회원사인 완성차·부품업체들이 넥스페리아로부터 납품을 더는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윙텍의 넥스페리아 인수와 아무 관련이 없었지만, 인수 6년 뒤 미국과 네덜란드,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불거진 분쟁에 휘말려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

볼트온 확장·계열사 우선 배정, 모회사 국적도 공급 변수

M&A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은 사모펀드의 인수 전략이다. 사모펀드는 주요 기업을 인수한 뒤 관련 중소기업을 추가로 사들이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몸집을 키우고, 계열사들의 구매를 통합하고 납품 계약을 재협상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받거나 기존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받는다. 대기업이 부품 공급업체를 인수할 때도 사정은 비슷하다. 생산능력이 제한된 공급업체를 계열사로 편입하면 부품 공급의 우선순위는 모기업이 정하게 된다. 공급이 부족해지면 계열사에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경쟁사를 비롯한 외부 고객사는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기 쉽다.

지정학적 위험도 기업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넥스페리아가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될 위기에 놓인 것도 중국 모회사 윙텍의 제재 이력 때문이었다. 인수 기업이 국제 제재나 무역 분쟁에 연루되면 피인수 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고객사까지 영향권에 든다. 기업 인수가 공급망에 위험을 옮기는 경로는 ▲특정 납품업체에 대한 의존도 ▲계열사 간 생산 물량 배분 ▲통합 구매에 따른 협상력 변화 ▲생산시설과 소유주의 국가별 집중도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특히 핵심 부품 생산이 특정 공장이나 국가에 집중돼 있으면 공장 위치만큼이나 소유주 국적이 공급 안정성을 좌우한다.

경쟁당국 잣대는 여전히 시장지배력

공급망을 타고 번지는 위험을 살피는 장치는 현행 합병 심사에도 일부 갖춰져 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마련한 비수평 합병 지침에서 합병 기업이 경쟁사의 부품 조달이나 판매 경로를 차단하는 '봉쇄 효과'를 심사하도록 규정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4월 30일 공개한 새 합병 지침 초안에는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위기 대응 능력도 평가 요소로 포함됐다.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지난 6월 26일 마감됐으며, 최종 지침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채택될 전망이다. 그러나 초안이 합병 심사의 문턱을 높이기보다 합병 승인을 뒷받침하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급 안정성과 위기 대응 능력은 합병이 시장 경쟁을 크게 해치는지 따지는 기존 판단 기준의 일부로만 고려될 뿐, 공급망 피해를 따로 따지는 기준은 새로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합병 기업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 공급이 안정되고 위기 대응 능력도 높아진다는 논리를 승인 요청의 근거로 내세울 여지도 생긴다.

새 지침 초안에서도 심사가 합병 당사자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봉쇄 효과 심사는 합병 기업이 경쟁사에 부품 공급을 제한할 능력과 동기가 있는지를 판단할 뿐, 사모펀드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이나 특정 기업의 발주 증가로 다른 고객사가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포괄하지는 못한다. ECB 연구에서 확인된 협력업체의 피해도 인수 이후 수년에 걸쳐 발생해 심사 단계에서 예측하기 쉽지 않다. 넥스페리아 사태처럼 인수 기업의 국적과 정부의 제재 조치에서 비롯된 위험은 외국인 투자 심사의 대상이지만, 실제 피해는 직접적인 심사 대상이 아니던 자동차 업계에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합병 심사 범위를 공급망 전체로 확대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쟁당국은 대체로 기업 간 납품 거래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관련 정보를 수집하려면 기업의 신고 부담도 늘어난다. 공급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도 생긴다. 특정 거래는 안보 위험을 이유로 제한하면서 다른 거래는 유럽의 대형 기업 육성을 명분으로 승인하는 식이다. 심사 범위 확대가 실제 공급망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검증하지 못하면 심사 기간만 길어지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래처 의존도로 피해 미리 가늠

물론 M&A가 초래할 모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래 승인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ECB 연구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은 대체 가능한 부품을 공급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속한 기업에 집중됐다. 인수 기업과 경쟁사가 같은 납품업체에 의존하면 부품 공급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도 연구에서 드러났다. 두 위험 모두 기업 간 거래 자료로 사전 점검이 가능한 영역이다. 특정 거래처에 대한 매출 의존도와 대체 공급처 확보 여부를 살펴보면 합병 당사자 외에 어떤 기업이 영향을 받을지 가늠할 수 있다.

다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일을 경쟁당국이 합병 심사에서 맡을지, 외국인 투자 심사나 산업정책으로 넘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새 합병 지침 초안에 공급 안정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심사 요소로 넣었지만, 지금은 주로 합병을 승인할 때 고려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본다. 두 요소가 승인 근거에 그치지 않고 합병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협력업체와 경쟁사를 보호하는 데에도 쓰일지는, 새 지침에 따라 처음 내려질 심사 결과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erger Review Misses the Supply Chain Costs of Acquisition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5 month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