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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국내 앱 개발사에 앱 내(In app) 결제 수수료를 과다 부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진 시정을 결정했다. 당초 애플은 관련 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26일 서울 강남 애플코리아 사무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애플, 국내 앱 개발사에 부가세 포함 가격으로 수수료 부과 → 실부담률 33%
인앱결제란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구글플레이스토어 내부에서 제공하는 결제 수단을 말한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이러한 인앱결제 시스템을 쓰고 있으며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에 입점하는 모든 상품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 그리고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OTT 모바일앱인 웨이브의 프리미엄 이용권은 웹 결제 시 1만3,900원이지만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2만원에 달한다. 웹툰·웹소설 제공 시스템인 네이버시리즈 역시 쿠키 100개를 살 때 웹에서는 1만원에 결제할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 결제할 경우 1만2,0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이러한 가격 부담은 앱 개발사 역시 마찬가지다.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한국 내 앱 개발사들에 부가가치세분(10%)이 포함된 최종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30% 부과하고 있다. 실부담률은 33%에 달한다.
하지만 국외 앱 개발사들은 부가세를 제외한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해외 개발사 같은 경우도 애플이 대신 부가세를 납부해주고 있다. 즉 명백한 한국 앱 개발사들에 대한 차별조치인 것이다. 모바일게임협회는 애플이 부당하게 챙긴 수수료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앱스토어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 부가서비스 액수 11조6,000억원을 기반으로 피해액을 산출한 결과 약 3,50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조사에 꼬리 내린 애플 "내년부터 수수료 산정방식 변경할 것"
사실 애플은 지난 9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모바일게임협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과도한 추측이라며 논란을 일축해왔다. 국내 앱 개발사들이 직접 지불하는 부가세 역시 자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계속된 공정위 조사에 결국 애플코리아 측은 22일 “대한민국 앱 개발자들과 가진 협업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며 개발자들에게 항상 세계적인 수준의 도구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사업이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 관련된 세금 서비스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를 찾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애플의 부당한 수수료 부과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면서 애플의 자진 시정을 이끌어 냈다"며 "앱마켓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가 관행으로 자리 잡도록 해 앱마켓 사업자와 개발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도 여전히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애플 역시 부가세를 제외한 수수료 산정을 하겠다는 것이지, 수수료율 자체를 내리겠다는 결정이 아닌 만큼 개발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 3월 통과된 인앱결제강제금지법, 반년 지났지만 실효성은 "글쎄"
앱마켓에서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하 인앱결제법)이 지난 3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됐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의 공정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이 시행되는 것이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실효성은 거의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1회 국무회의에서 인앱결제강제 금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9월 인앱결제 강제금지 원칙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통과 이후 앱마켓사업자 금지행위와 실태조사방법, 처벌규정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애플은 모든 국내 앱에 대해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26%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제3자 결제방식에는 전자결제대행업체(PG) 등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별도로 붙어 오히려 인앱결제보다 부담이 큰 상황이 됐다. 또 소비자들이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를 선택할 때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문을 필수로 나타나게 해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인앱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앱결제법이 통과되고 국감에서 지적을 당했음에도 애플은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창작자를 강탈하려 한다“며 ”애플이 외부 링크를 통해 결제 수단을 홍보하는 행위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앱 내 외부 결제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급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나 방통위 측면에서 위법성을 판단하고 시정 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결정하더라도 구글·애플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체감되는 변화가 있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법이 수많은 허점을 지닌 채 만들어진 것부터가 문제"라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9월 소송을 비롯한 공정위 조사 등의 움직임은 규제 당국의 인앱결제 조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출판문화협회는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 유도 시스템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행정소송을 걸었고, 업계 단체들과 구글 본사에 대한 공동소송도 추진했다. 또 국회 과방위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을 국감에서의 위증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렇듯 줄 이은 소송에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지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도입 초기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인앱결제 강제 시스템. 정부는 앱마켓 운영자들의 인앱결제 강제조치에 분노하는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시행령을 제정하기보다는 중소 앱 개발사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철저한 법규 제정과 시행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