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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미뤄져 온 자동차 전문 수리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이달 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 수리업종의 상생협약 체결 논의가 지난달 최종 결렬됐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과 품목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자동차 전문 수리업은 중고차 판매업과 함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청이 들어왔지만, 중고차 판매업과 유사한 사업구조와 규모 등으로 지난 3년간 논의는 미뤄졌다.
자동차 전문 수리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동안,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 논의도 진행됐다. 올해 초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시장 진출이 허용된 이후에도 자동차 전문 수리업계는 상생협약을 위한 만남을 10여 차례 이어갔지만, 수입차 전문 수리업계가 반발하여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2019년 이후 셀 수도 없을 만큼 만났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면서 "이달 중순부터 심의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심의위 개최를 공식화할 경우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신중하게 일정을 살피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심의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뭐길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소상공인 생계를 영위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보호함으로써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생계형 소상공인'이란 소상공인 중 생계형 적합업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을 의미한다. 현재 서적, 신문·잡지류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LPG 연료 소매업, 두부 제조업 등이 지정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금지된다. 단, 예외적으로 승인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과 관련된 매출액의 5% 이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지정되기 위해선 소상공인 단체가 먼저 신청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신청해온 업종을 실태조사, 대기업·소상공인단체·전문가 등의 의견, 적합업종 합의 경과 등을 고려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한다. 기간은 중소벤처기업부 추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천한 업종이 신청요건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관계 부처나 단체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받은 뒤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요청한다. 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해 결과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한다.
신청 대상은 총 4가지로 분류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도출된 업종·품목 중 1년 이내에 합의 기간이 만료되는 업종·품목(권고 기간 만료일 이전 1년 이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고시된 업종·품목 중 1년 이내에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업종·품목(지정 기간 만료일 이전 1년 이내), 법 시행일 이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도출되어 합의 기간이 만료된 업종·품목(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도출이 신청된 업종·품목 중 시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업종·품목(중소기업 적합업종 후 보호 시급성 판단 요청)으로 나뉜다.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 되나?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 제도. 목적에 맞게 잘 흘러가고 있을까.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당시 해당 업종·품목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 등에 대해서는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품목·수량·시설·용역과 판매촉진 활동 등 영업 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고할 수 있고,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권고 대상과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권고와 공표를 한 바도 있지만, 공표 이외의 추가적인 제재 조치가 없어 권고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추천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 및 지정에는 최대 15개월이 소요되고 있음에도 이 기간 동안 대기업 등이 해당 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하는 것을 제한할 수가 없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다고 해서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을 보장할 수도 없다. 규제를 제대로 한다고 해도 특정 소상공인 또는 자본력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장기적으로는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이렇듯 제대로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동차 수리업계의 3여 년간의 기다림이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달 중 심의위가 열린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정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완성차 시장은 급변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어 추가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시간은 더 지연될 수 있다.
말뿐인 무의미한 정책.. 실효성은 없어
제도에서 말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업이 위축되거나 현저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는 사업 영역'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업종'에서 경쟁자가 진입할 경우에는 기존 사업자들의 영업이 위축될 우려는 매우 커진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이다. 또한 '생존권보장과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고'라고 기술되어 있으나 이 목적도 경쟁 제한과 타인의 재산권 침해를 통해 반사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생존권 보장을 위한 더욱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생계형 업종 시장은 독점적 경쟁 시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윤을 낼 수 없는 시장이다. 낮은 비용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면 일시적으로 개선이 있다고 해도 소규모 사업자의 진입으로 진입 규제의 혜택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선택을 제한받고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 공익은 즉시 침해된다. 때문에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이라 기술되어 있지만 법 자체가 소비자 편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다.
정책이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낭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문스럽다.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연 이 정책이 최선이고 유일한 해결책인 것일까? 정말 소상공인을 위하는 정책이라면 미흡한 점을 보완해서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