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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 성사 정찰풍선 사태로 악화한 군 소통 문제 해결할까 공동성명 발표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 전망
오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위해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성사된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약 1년 만에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미·중 간 군비 통제, 반도체 등 통상, 경제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꼽았다. 특히 남중국해상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을 야기한 중국의 위협비행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양국 간 군 작전 요원 수준까지 군사 채널을 복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 문제 비롯한 다양한 논의 전개 예정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으로 인한 도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북한이 러시아에 직접 군수 물품을 전달하거나 이 과정에서 군사 위성 발사 기술 등이 이전되며 북한의 도발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우려를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이 북한의 실질 후견인 역할을 해 온 만큼 중국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회담 성사를 위해 최근 수개월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 등 고위급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며 올해 초 정찰풍선 사태로 경색된 양국의 관계를 되돌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대선을 1년 남겨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능력을 입증할 최적의 기회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 역시 집권 3기 들어 팬데믹 종식 후 부진한 경제를 회복할 필요성이 절실했던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편 회담 결과는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다. 백악관은 공동성명이 나올지 주목하는 언론에 “어렵고 복잡한 양국 관계를 신중하고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틀을 만드는 것이 이번 회담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직된 중국, 실상은 회담 준비로 ‘동분서주’
중국은 앞서 10일 셰펑 주미 중국대사가 홍콩에서 열린 ‘중미포럼 2023’에 보낸 영상축사를 통해 미국이 ‘발리 회담 정신’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갔다. 발리 회담 정신은 지난해 11월 발리 APEC 정상회담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합의한 사항으로 신냉전, 대만 독립 지지와 중국 체제 변경 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셰 대사는 양국이 상대를 향한 간섭을 자제하고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새로운 문제 또는 장애를 일으키거나 말과 행동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직된 발언과 달리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데 주목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한 주에만 300만 톤 이상의 대두를 미국에서 사들이며 이른바 ‘콩 외교’에 나서는가 하면 3중전회로 불리는 중요 정책 결정 전체 회의를 12월로 연기하면서까지 미·중 정상회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위원회의 300여 명 위원이 모두 모이는 회의로, 지난 수십 년 동안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열렸다. 중국이 시 주석의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 수정을 단행했던 2018년 이후 3중전회가 12월에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5년 주기로 열리는 7번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가운데 3번째 회의에 해당하는 3중전회에서는 국가 경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향후 10년의 정책 청사진이 제시되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곤 한다. 이례적인 3중전회 연기를 두고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는 “3중전회 연기는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여전히 많이 떠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 주석도 회의 일정 조율에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더미’ 논의 과제, 구체적 결과물은 “글쎄”
양국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든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대화 복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각)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CNN 등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단절된 군 소통 채널을 재개하길 원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소통은 양국 국방부 간 고위급 지도부에서부터 전술작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폐지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에 놓인 만큼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미·중 정상회담이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공동성명 등 정치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이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상당 부분 일치한 내용의 대언론 보도문을 각자 발표할지, 아니면 각자 입장에서 공개하고 싶은 내용만 추려서 발표하게 될지에 많은 이목이 쏠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일부 결과는 실질적이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한다”며 표면적 회담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합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