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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탄소중립, 수익성 고민하는 기업에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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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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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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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전기차 40만 대 생산 계획 철회"
기술적 한계로 온실가스 감축 어려운 기업도
기업 반감 커지며 CBAM 시행에도 '먹구름'
포드와 SK온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미국 켄터키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모습/사진= 블루오벌SK

전 세계 탄소중립을 위한 움직임이 난관에 봉착했다. 영국과 스웨덴 등 다수의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탄소 감축 정책을 일부 보류하는 데 이어 글로벌 대기업도 친환경 전환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다. 엔데믹 후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경영 환경이 불안해진 만큼 그동안 고수했던 탄소 감축 방안들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량 줄이고, 석유 개발엔 대규모 투자"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2024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하며 “앞으로 전기차 생산 목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GM은 2027년부터 일본 혼다와 손잡고 대중적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이로써 쉐보레 이쿼녹스EV, 실버라도EV 등 출시를 앞둔 다수의 전기차 모델 생산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무기한 중단될 예정이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포드 역시 SK온과 합작 투자한 미국 켄터키주의 배터리 공장 가동을 연기하고 당초 계획된 전기차 투자액 중 120억 달러(약 16조원)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로이터통신 등 다수의 현지 매체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테슬라가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과 수익성 제고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찾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탄소중립 실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에너지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에너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지난 10월 연이어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을 알려 눈길을 끌었다. 엑손모빌은 셰일업체 파이오니어를 595억 달러(약 77조3,000억원)에 인수하고, 셰브런은 석유개발업체 헤스를 530억 달러(약 68조9,000억원)에 사들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들 두 기업의 빅딜을 두고 “‘석유 시대는 곧 막을 내일 것’이라는 전망을 보기 좋게 따돌린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행보라는 평가다.

유럽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럽에 기반을 둔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은 저탄소·수소 사업 부문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셸은 저탄소 솔루션 부문(LCS) 인력의 15%를 축소하고, 수소 사업 규모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친환경 사업 정책에 대한 셸의 태도가 바뀐 배경에는 올해 1월 부임한 신임 최고경영자(CEO) 와엘 사완의 등장이 있다. 사완 CEO는 그간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을 확대해 자사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완 CEO는 이번 사업 개편과 관련해 “친환경 투자를 그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술적 난관에 직면해 탄소 감축 행렬에 동참하지 못한 기업도 있다. 덴마크에 기반을 둔 장난감 업체 레고가 대표적인 예다. 그간 레고는 가공이 쉽고 내구성도 좋은 ABS를 활용해 자사의 상품 80%를 제조해 왔다. 하지만 ABS 생산 공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폭주하자, 지난 2020년 친환경 소재 장난감 블록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3년간 친환경 소재 개발에 4억 달러(약 5,210억원)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후 레고는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에 나섰지만, 올해 9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당시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 CEO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소재를 연구했음에도 비슷한 광택과 재질을 가진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며 “심지어 재활용 페트를 사용한 블록은 기존 ABS 블록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난항 불가피

주요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제동이 걸리며 국내 수출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하며 제조·공정 과정에서 석탄을 사용하는 국내 철강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각국 기업의 반향이 거세지면서 CBAM 시행에 난항이 예고된 것이다. EU의 CBAM 시행 발표 직후 우리 정부는 EU 측에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합치하는 제도 설계 △차별 요소 해소 △K-ETS를 고려한 인증서 구매의무 감면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해롭다는 지적도 힘을 얻게 됐다. 지난 4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한 성명에서는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내용의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겼다. ESC는 “산업 현장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초반에는 과소비되고 있는 화석연료의 감축으로 인해 그 양이 많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기술 부족을 탓하기 전에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먼저 마련한 다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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