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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개혁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 금융투자소득세 폐지·ISA 확대·증권거래세 인하, 연이은 감세 정책 "말라가는 나라 곳간은 어쩌나" 정부 무조건 감세에 시장 우려 심화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결의 열쇠로 조세 개혁을 지목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뒤를 이을 추가적인 주식시장 세제 개편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공개된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기 위해 조세제도에 의한 규제적 측면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이같이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조세 규제'다?
윤 대통령은 이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국민의 자산 형성 기회를 보장하고, 외국 자본의 증시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 기업의 주식 가치 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 기업 대비 낮은 '불균형'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한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을 강조할 때 흔히 사용된다.
현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과도한 세제를 지목한 건 주식에 투자하는 국민 수가 급증한 현재,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투자 수익에 대한 세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보편적 이익’이라고 판단, 집권 이후 수많은 조세 규제를 과감히 완화 ·폐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이다.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 투자로 얻은 차익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를 과세하는 제도다. 애초 해당 제도는 2023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증시 악화를 이유로 시행 시기가 2025년 1월까지 미뤄졌다. 아직 채 시행되지도 않은 제도가 폐지 절차를 밟은 셈이다.
투자자 감세 방안 쏟아내는 윤 대통령
윤 정부의 '규제 칼질'은 금융투자소득세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2월 내로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수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감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ISA는 주식, 펀드, 채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서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로, 소위 ‘절세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설 경우 ISA 연간 납입 한도는 기존 2,00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계좌당 총납입 한도는 1억원에서 2억원까지 대폭 확대된다. 아울러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ISA에 가입, 15.4%에 달하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국내 주식형 ISA 활용 시 기준). 비과세 한도 역시 기존 대비 2.5배 늘어 연 500만원(서민형 연 1,000만원)까지 확대된다.
증권거래세도 인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무조건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모든 투자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2022년 0.23% 수준이었던 증권거래세를 올해 0.18%까지 인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인한 세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다시 증권거래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정부는 변동 없이 내년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어가는 나라 곳간, '세수 펑크' 어떻게 메우나
문제는 쏟아지는 감세 정책으로 인해 정부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세수는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59조1,000억원이 적다. 올해 역시 관리재정수지가 9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며, 국가채무는 1,196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감세 정책이 국가 재정 상황 악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이은 감세 조치가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하는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영준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의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미래 세대(2021년 이후 출생자)가 현행 제도에 따른 재정 적자를 보전하고 정부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창출될 GDP 총액의 13.3%를 사용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남은 인생에서 부담해야 할 조세 부담 규모(잔여 생애 순조세 부담)는 자그마치 12억4,5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생애 소득의 40%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세수는 지난해 395조9,000억원에서 올해 341조4,000억원, 내년 367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한해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